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 좋아하나요? (2024.11.17.)

― 인천 〈삼성서림〉



  아침을 주안나루 둘레 길손집에서 엽니다. 안골목을 천천히 거닐며 늦가을빛을 헤아립니다. 골목마을 이웃은 마당이며 쪽틈에 풀꽃과 남새와 나무를 심어서 돌보면서 골목빛을 밝혀요. 이제 22번 시내버스를 타고서 도원동과 율목동이 만나는 기스락에서 내립니다. 햇볕을 그득히 누리면서 걷고 쉬고 둘러봅니다.


  저한테 “어떤 책이 좋은가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이때마다 “‘좋은책’ 말고 ‘책’을 곁에 두셔요. 둘레에서 ‘좋다’고 얘기하는 책은 되도록 안 읽어야 우리 스스로 빛나게 마련이에요. 어느 책이건 스스로 배우고 익히면서 이 삶을 짓는 길동무로 삼을 적에 누구나 ‘읽님’이자 ‘쓰님’으로 거듭나요.” 하고 여쭙니다. 그래서 “책 좋아하나요?” 하고 안 묻습니다. “새를 좋아하나요?” 하고도 안 묻습니다.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좋아하나요?” 하고도 안 묻지요. 저는 언제나 “책을 사랑하나요?”나 “숲을 사랑하나요?” 하고 물어요.


  인천 배다리 〈삼성서림〉에 닿습니다. 늦가을이어도 한낮은 볕이 뜨끈뜨끈합니다. 갈겨울에는 한낮볕을 듬뿍 쬐면서 누구나 몸빛을 살립니다. 봄여름에도 한낮볕을 실컷 쬐면서 누구나 몸바탕을 북돋우고요.


  곰곰이 보면, 우리는 어떤 ‘외길(주의주장)’도 안 품을 적에 스스로 빛난다고 느껴요. 우리는 ‘길’을 가야 할 뿐입니다. 길을 안 가고서 ‘외길(주의주장)’을 품으면 ‘길들다’에 빠지더군요. ‘한길·한우물’이 아닌 ‘외곬’로 사로잡히면 그만 ‘물들다’가 되고 말아요. ‘길’을 갈 적에는 ‘기름진’ 흙이 풀꽃나무를 살찌우듯 ‘기운’이 우리 몸과 마음에 ‘깃’들어서 스스로 ‘기르’기에 빛나지만, 길들거나 물들 적에는 아무런 길도 물(냇물과 빗물과 바닷물과 이슬과 눈물)도 못 느끼거나 등지면서, 그만 ‘벼랑(주의주장)’이라고 하는 ‘틀(신념)’과 ‘굴레(패러다임)’에 사로잡히는구나 싶어요.


  좋아해서 읽는 책이라면, 그만 책굴레입니다. 좋아해서 먹는 밥이라면, 어느새 밥수렁입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면, 시나브로 쳇바퀴입니다. 사랑으로 마주할 적에는 종이책도 바람책도 바다책도 품습니다. 사랑으로 맞이하기에 밥살림을 짓고, 사랑으로 일을 하기에 일꾼·일지기에 살림꾼·살림지기로 섭니다. 


  인천은, 여기도 저기도 마음에 닿지 않기에 미우면서도 미울 수 없는 터전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다른 어느 곳에서도 못 느낄 알쏭달쏭한 기운이 감돌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골목빛이 아름다워서 골목숲을 이룹니다. 어릴적에 이 골목 저 골목에 사는 동무를 만나려고, 하루 내내 걸어서 오가던 하루가 떠오릅니다.


ㅍㄹㄴ


《그저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줬을 뿐입니다!》(만두 아빠, 미류책방, 2023.7.10.)

《女性解放의 理論과 現實》(이효재 엮음, 창작과비평사, 1979.7.30.)

《國語의 一般意味論的 硏究》(이을환, 숙명여자대학교출판부, 1980.8.10.)

《生의 한가운데》(김수현, 제삼기획, 1985.8.30.첫/1985.12.10.중판)

《도도새는 살아 있다》(딕 킹 스미스/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3.9.5.첫/2006.1.17.2벌)

《장화 신은 고양이와 10편의 옛이야기》(샤를 페로/김경온 옮김, 논장, 2001.11.20.)

《몽실 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84.4.25.첫/1990.11.25.개정판)

《작은 책방》(엘리너 파전 글·에드워드 아디존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길벗어린이, 1997.1.30.)

《마르크스의 부인》(뷔노그라토스카야/탁인숙 옮김, 토지, 1989.5.1.)

《북한기행》(양성철·박한식 엮음, 한울, 1986.8.30.)

《내 땅이 죽어간다(공해문제의 인식)》(한국공해문제연구소 엮음, 일월서각, 1983.6.15.첫/1991.8.10.3벌)

- 재무부는 73년 1월부로 “인천 머큐로크롬공장의 공해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다”라는 보사부의 판단에 따라 플랜트 도입을 허락했다 … 위와 같은 한일 양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도야마화학은 머큐로크롬의 대한수출을 중지하고 삼화화학은 1975년 2월에 공장 건설을 중지하게 되었다. (180, 181쪽)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유나영 옮김, 삼인, 2006.4.14.)

《豫言者와 弱者》(J.림버그/이군호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8.3.10.첫/1981.9.10.재판)

《豫言者와 想像力》(W.브루지만/김쾌상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81.11.25.)

《a life of Jesus》(Edgar J.Goodsped, Harper Torchbook, 1956.)

- 컨콜디아센터 22-5520.

- 74.3.15. 컨콜디아에서. 김명완

《茶藝叢書 1 東茶頌·茶神傳》(장의순/김두만 옮김, 태평양박물관, 1982.4.5.)

《民族主義란 무엇인가》(백낙청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1.7.15.)

- 본영당서점. 대구시 중구 사일동 14의1(신탁은행 앞) 44-7871. 45-7871. 대체구좌 544965번. 創立29周年

- 수록된 글의 개별적인 성격과 출전에 대해서는 매편에 짤막한 소개의 말을 붙였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않기로 한다 (6쪽)

- 끝으로 이 책의 간행은 처음부터 여러 사람의 협동에 힙입은 것임을 거듭 밝히며 (9쪽)

《韓國學硏究入門》(이가원·이우성·정창렬·윤사순·임영택 엮음, 지식산업사, 1981.9.25.)

《달무리 목에 걸고》(유안진, 고려원, 1987.12.25.)

《우리 가슴에 그대를 묻고》(편집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초등지회, 1992.4.15.)

- 이상구·이석주 추모집

《사라지는 번역자들》(김남주, 마음산책, 2016.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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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을 얹는 나 (2025.6.1.)

― 부산 〈책과 아이들〉



  어릴적부터 둘레에서 ‘생활·생계·생존’ 같은 한자말을 쓰는 분이 많았습니다. “왜 우리말로 ‘삶·살림·남다’라 안 해요?” 하고 여쭈면, 뭔 이런 조무래기가 다 있느냐며, 우리말로는 깊이도 너비도 없어서 나타낼 수 없다고 끊어요. 이윽고 ‘라이프·리빙’처럼 영어가 물결치면서 한자말이 수그러듭니다. 요즈음은 우리말 ‘삶·살림’을 헤아리는 분이 제법 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다’를 눈여겨보는 분은 턱없이 적어요.


  나무는 이곳에 남아서 푸르게 가꿉니다. 아무리 메마른 곳이어도 먼저 티끌만큼 작은 풀씨가 날아앉아서 지렁이랑 풀벌레를 부릅니다. 어느새 애벌레는 나비로 깨어나서 춤추고, 새하고 들숲짐승이 깃듭니다. 사람이 살 만한 데란, 풀꽃씨에 풀벌레에 벌나비에 새가 일군 터전입니다.


  나는 너를 바라봅니다. 나하고 너 사이에 금을 그으며 끊으면 ‘남’이자 ‘놈’입니다. 나하고 너를 아우르려고 하니 ‘우리’이고, 우리는 서로 어울리고 한울(하늘)처럼 파랗게 만나서 ‘하나’이면서 ‘한(큰)’껏 피어나는 꽃입니다.


  나는 너한테 가려서 너머를 그리고, 어느새 서로 날갯짓으로 넘나들어요. 넘나드는 홀가분한 날갯짓 같은 사이라서 ‘너나들이’입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아침에는 “살림짓기 이야기밭” 첫걸음을 펴고, 낮에는 “말이 태어난 뿌리” 두걸음을 폅니다.


  “나이들기 때문에 아픈” 사람은 없어요. “나이들면 아프게 마련이라고 마음에 씨앗을 심기 때문에 아픈” 사람만 있어요. 머리카락은 빠지고 새로 납니다. 손발톱은 닳으면서 새로 자랍니다. 이와 잇몸도 쓰는 만큼 닳고, 안 쓰면서 쉬는 사이 새로 나옵니다. 살갗과 피도 끝없이 새로 나오고요. 눈이 잘 안 보일 적에는 눈을 너무 쓴 탓에 쉬어야 하기도 하지만, 둘레에 ‘불(형광등·LED)’이 너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눈을 살리려면 ‘불’이 아닌 ‘풀(풀잎과 나뭇잎)’을 바라보고, ‘물(빗물·이슬·샘물)’과 ‘바람(파란하늘·구름)’을 바라보면 되어요.


  느긋이 나를 돌아보기에, 넉넉히 몸이 나아가고, 나긋나긋 마음이 자라난다고 느껴요. ‘나이’를 “나로서 잇고 일어서고 읽고 익히는” 길로 삼으니 ‘이야기’를 지어요. 마음은 그저 ‘마음’일 뿐이니, ‘좋은마음’도 ‘나쁜마음’도 아닌 ‘나로서 나라는 마음’만 바라볼 일입니다. 먹든 굶든 언제나 튼튼몸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ㄴ’이라는 낱말에 ‘나·너’를 얹고서 ‘나무·남다·날다’를 잇고서 ‘나다·낳다·놀다·나눔’을 둡니다. 놓는 낱말에 따라 이 삶이 다릅니다.


ㅍㄹㄴ


《결혼식은 준비하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김수현, 스토리닷, 2025.6.14.)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0.4.14.)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마이아 에켈뢰브/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2022.8.1.)

#Rapport fran en skurhink (1970년) #MajaEkelof

《평범한 경음부 1》(쿠와하리 글·이데우치 테츠오 그림/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3.30.)

《평범한 경음부 2》(쿠와하리 글·이데우치 테츠오 그림/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4.30.)

#ふつうの輕音部 #クワハリ #出內テツオ

《밤을 걷는 고양이 2》(후카야 카호루/김완 옮김, 미우, 2017.12.12.)

《밤을 걷는 고양이 3》(후카야 카호루/김완 옮김, 미우, 2017.7.29.)

#夜廻り猫 #深谷かほる

《시노자키 군의 정비 사정 9》(부리오 미치루/김명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시노자키 군의 정비 사정 10》(부리오 미치루/김명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3.30.)

#篠崎くんのメンテ事情 #?尾みちる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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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다가 찾는 (2025.5.30.)

― 부산 〈나락서점〉



  스스로 안 밝은 사람이라고 여겨서 ‘어둠(어둡다)’을 노래하는 분이 많아요. 어둠을 노래할수록 스스로 어둠빛으로 물듭니다. ‘어렵’게 말글을 꼬고 비틀어요. ‘어둡다 = 어렵다’예요. 얼핏 보기에 빛깔이 같을는지 모르나, 어둠이 아닌 ‘밤(밝다)’을 노래하는 분이 있어요. 아직 밤노래는 많지 않으나 조금씩 늘어날 노릇이지 싶습니다. 캄캄한 밤일수록 별이 밝아요. 모두 잠든 밤이기에 꿈을 밝혀요. ‘밤 = 밝다·밝히다’인 줄 알아본다면, 누구나 스스로 별로 깨어납니다.


  모든 사람은 그저 ‘나’일 뿐이고, 저마다 스스로 ‘나’인 줄 알아볼 적에 ‘너’를 너른 눈빛으로 알아차리게 마련이에요. 나하고 너는 다르면서 하나인 사람인 줄 받아들이기에 비로소 내가 나부터 나로서 사랑하는 길을 열고, 이때에 가만히 생각을 틔워서 말씨(말이라는 씨앗)하고 글씨(글이라는 씨앗)를 스스로 일구어서 내놓는구나 싶습니다.


  부산 사상나루에 내리고서 바로 문현동으로 갑니다. 큰길을 벗어나 안골로 깃드니 훅 조용하고 사람이 뜸합니다. 마을할매 여럿이 해바라기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합니다. 이쯤 어디 있을 듯한데 책집이 안 보인다 싶어서 길그림을 살피니 이미 지나쳤군요. 거닌 길을 거슬러서 두리번거리니 조그맣게 〈나락서점〉을 밝히는 나무판이 있고, 곁에 고양이가 앉아서 “너 뭐하니?” 하는 얼굴로 쳐다봅니다.


  길을 헤매니 큰짐을 짊어진 채 떠돌면서 땀을 빼지만, 길을 헤매니 책집을 둘러싼 마을을 외려 넓게 돌아봅니다. 부산 서면에는 〈영광서점〉이 커다랗고, 큰책집에는 끝없이 사람물결인데, 북새책집이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이야기라는 샘물을 길어올리자면 안골책집이 고즈넉이 어울리다고 봅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누구나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나를 그만 잊은 사람’이고요. 책을 펴내어 100만 자락을 팔아야 ‘글 잘 쓰는 사람’이지 않습니다. 내가 조그마한 종이에 적바림한 글 한 줄을 내가 스스로 되읽을 적에 활짝 웃거나 눈물이 비처럼 흐른다면, 나는 나로서 나답게 ‘글 잘 쓰는 사람’입니다.


  곧 6.3.을 지날 테고, 새로 나라지기가 나올 텐데, 누가 그 자리에 서든 안 대수롭습니다. ‘그들’이 아닌 ‘우리’가 이곳을 이루는 밑동이요 씨앗이며 숨결이며 나무인걸요. ‘나라’ 아닌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늘고 손길이 늘며 글길이 늘 적에 바야흐로 누구나 스스로 글씨(글씨앗)을 심어서 숲으로 바꾸어냅니다. 파란바다 같은 마음을 받아들여 파란바람이란 노래를 부르기에 다 다르게 빛입니다.


ㅍㄹㄴ


《정산하는 마음》(박미은, 나락, 2021.8.15.)

《빈집과 공명》(신유보, 결, 2024.10.21.)

《포브 POV 1 공생》(편집부, 비와꽃, 2021.11.10.)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유보라, 자기만의방, 2021.3.16.)

《서울 리뷰 오브 북스 17》(김두얼 엮음, 알렙, 2025.3.15.)


https://www.instagram.com/narakbookshop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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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깃들어 (2025.4.28.)

― 서울 〈뿌리서점〉



  서울 용산나루 너른터 한켠에 ‘절대금연구역’이라고 큼직하게 새긴 글씨 옆으로 담배를 뻑뻑 피우는 사람이 스물 남짓 있습니다. 시골에서 늘 보던 모습을 서울에서도 새삼스레 봅니다. 담배는 안 나쁘되, 때와 곳에 따라 삼갈 노릇입니다.


  아프거나 괴로울 적에 “눈물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즐겁거나 신날 적에 “웃음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얼굴로 드러나는 눈물과 웃음이기에 ‘얼굴짓’이라고 합니다. 손으로 하기에 ‘손짓’이고, 발로 보이기에 ‘발짓’이에요.


  밥을 짓고, 생각을 짓고, 꿈을 짓고, 노래를 짓고, 이야기를 지어요. 살림을 짓고, 마을을 짓고, 하루를 짓지요. ‘짓다’란, 이곳에 처음으로 나타나도록 우리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하여 기운을 써서 이루는 일을 나타냅니다. 말과 글은 삶과 살림을 지으면서 이 삶과 살림을 밝히려고 짓습니다.


  저물녘에 〈뿌리서점〉에 깃듭니다. 등짐과 앞짐을 다 내려놓고서 책시렁 사이를 거닙니다. 책집마실을 하며 “이미 사읽은 책이 잔뜩 있되, 아직 모르는 책이 더 많다”고 느낍니다. “여태 돌아본 책이 참 많더라도, 이제부터 새로 만나서 배울 책은 훨씬 많다”고 여깁니다. 이 책을 읽다가 제자리에 놓고는, 저 책을 읽다가 차곡차곡 쌓습니다. 버스와 전철에서 읽을 책을 챙기다가 어느덧 수북하게 쌓습니다. 새로 사려는 책더미를 마주하며 “또 이만큼 배우는 길이구나” 싶어요.


  누구나 모든 책을 처음부터 몽땅 알아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스치거나 놓칠 수 있고, 뒤늦게 알아채거나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배우려는 사이에 새롭게 눈에 들고, 익히려는 동안에 다시금 마음에 남습니다. 〈뿌리〉 지기님이 볼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웁니다. 책집 전화를 받고, 다른 손님이 찾는 책을 알려줍니다. 저도 책손이지만 여러 책손이 바라는 책이 있는 칸을 나란히 살핍니다.


  용산에서 화곡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읽을 책을 손에 쥐고서 등짐을 질끈 멥니다. 책무게에 기우뚱합니다. 큰길을 뒤뚱뒤뚱 걸으며 책을 읽습니다. 전철을 타고서 비로소 내려놓고, 갈아타면서 다시 멥니다. 또 짐을 내려놓고서 읽다가, 우장산나루에서 내리고는 얼른 달립니다.


  해가 집니다. 한봄이 떠납니다. 서울은 왁자하고 사람물결입니다. 이 사이에 새 한 마리가 머물 틈이 있기를 빕니다. 이 곁에 나비 한 마리가 바람을 타면서 마음껏 봄빛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국회법’이나 ‘대통령법’을 바꿔서, 벼슬자리에 앉는 이들 누구나 “날마다 1시간씩 책만 읽는 틈”을 빼서 늘 스스로 새롭게 배우고 익히라고 한다면, 이 나라가 아름답게 바뀌겠지요.


ㅍㄹㄴ


《文藝 第七卷 第二號》(佐佐木幸綱 엮음, 河出書房新社, 1968.2.1.)

《師大學報 第二卷 第一號》(김선양 엮음,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예부, 1956.1.10.)

《펭귄 블룸》(캐머런 블룸·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박산호 옮김, 북라이프, 2017.4.15.)

#PenguinBloom #Cameron Bloom #BradleyTrevorGreive

《新版 標準 國語 三年 下》(西尾實 감수, 敎育出版株式會社, 1975.6.10.)

《新韓國文學全集 32 女流新銳作家選集》(편집부, 어문각, 1977.7.20.)

《자연속의 새》(김수만, 아카데미서적, 1988.8.1.)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조영래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창작과비평사, 1991.12.5.첫/1992.1.20.3벌)

《狀況과 認識》(이광주와 여섯 사람, 한길사, 1980.5.15.)

《韓國水資源開發 初創期의 回顧》(이문혁, 길전출판사, 1985.9.20.)

《포스트모던의 조건》(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유정완·이삼출·민승기 옮김, 민음사, 1992.12.10.)

《낙서형제 4B 2》(오수, 우창, 1994.5.15.)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현경·앨리스 워커, 마음산책, 2004.5.25.)

#AliceWalker

《실천을 위한 역사학》(쟝셰노/주진오 옮김, 화다, 1985.11.25.)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로자 파크스·짐 해스킨스/최성애 옮김, 문예춘추사, 2012.3.15.)

#RosaParksMyStory #RosaParks #JimHaskins

#RosaLeeLouiseMcCauleyParks

《새화여자중학교 5회》(1985)

《휘경여자고등학교 5회》(1981)

《서울여자고등학교 23회》(1983)

《산청여자종합고등학교 8회》(1988)

《산청여자종합고등학교 10회》(1990)

《수도여자고등학교 39회》(1986)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29회》(1981)

《그 아내의 手記》(모윤숙, 일문서관, 1959.12.20.첫/1962.2.20.2벌)

《순례자》(정동주, 민음사, 1984.12.10.)

《아무도 모르지》(박철, 창비, 2024.5.10.)

《콧구멍만 바쁘다》(이정록, 창비, 2009.10.5.)

《수런거리는 뒤란》(문태준, 창작과비평사, 2000.4.1.첫/2005.12.15.7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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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열다 (2025.4.30.)

― 인천 〈열다책방〉



  1991년 8월에 인천 중구 신흥동3가 작은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아버지만 “코딱지만 한 13평짜리”를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여겼습니다. 어머니하고 언니하고 저는 마을과 이웃과 동무를 하루아침에 몽땅 잃어버려야 해서 새터로 가지 말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1:3’이어도 아버지 마음대로 인천 연수구 연수동 허허벌판 잿집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마친 첫 해인 1994년에는 하루 여덟 시간을 길에 쏟으면서 인천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사이를 오갔는데, 날마다 불수레(지옥철)를 치러야 했되, 날마다 길에서 책을 너덧 자락씩 읽었습니다. 인천 가는 길이 일찍 끊기면 밤새 인천까지 하염없이 걸으며 동트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1995년 4월 5일에 드디어 지긋지긋한 잿마을(아파트단지)에서 떠납니다. 어머니는 눈물로 말립니다. “꼭 집을 나가서 신문사지국에서 일해야 하니? 뭣 하러 힘들게 살려고 하니?” “날마다 여덟 시간을 길에서 보내면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몸이 지쳐요. 길에서 길삯을 너무 많이 써야 하니 살림에도 나쁘고요. 저는 힘들게 살 마음이 아니에요. 온하루를 배움길에 쏟으려고 할 뿐이에요.”


  2025년 4월 30일에 연수동을 걷습니다. 서른 해 사이에 하루쯤 이곳을 슥 지나친 적이 있지만, 제대로 걷기란 서른 해 만인 듯싶습니다. 논밭과 동산이던 마을은 감쪽같이 사라진 줄 아는데, 서른 해 사이에 길나무가 그럭저럭 자라기는 했고, 조금 큰 나무에 새가 내려앉아 노래를 베풀기도 합니다만, 끝없이 부릉거리는 너른길이 시끄럽고, 무엇보다도 하늘빛을 느긋이 헤아리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걷고 헤매다가 〈열다책방〉을 찾아냅니다. 찾아내고 보면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있지만, 서울내기(도시인)라면 어렵잖이 찾을 텐데, 이제 시골내기로 살림을 꾸리는 사람으로서는 모든 큰고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떠돌기 일쑤입니다.


  북새통인 길바닥이라면, 고즈넉한 책집입니다. 새터로 새길을 열면서 새빛을 들려주는 책집입니다. 책집으로 걸어오기까지 마주한 모든 복닥길은 사르르 녹아서 사라지고, 이곳에 깃든 푸른빛을 하나하나 짚습니다.


  책으로 열고, 이웃으로 열고, 이야기로 열고, 눈길로 열고, 손길을 모아서 살림길과 마을길을 여는 자리에는, 어느새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 꽃이 피고 지더니 열매를 맺는 여름이 오겠지요. 이곳에서 엽니다. 네가 열고 내가 엽니다. 우리가 나란히 열어요. 한 걸음씩 열고, 한 마디씩 열며, 한 줄씩 엽니다. 셈 ‘10’은 ‘열’이란 이름인데, 새자리로 열어가는 첫길이기 때문입니다.


ㅍㄹㄴ


《K-공대생 열다, 책방》(김은철, 오리너구리, 2024.4.24.)

《편지 쓰는 법》(문주희, 유유, 2022.10.4.)

《전쟁 이후의 목소리들》(손송이 엮음, 뜬구름, 2023.12.29.)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루이스 세풀베다/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1.10.)

#LuisSepulved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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