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4.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호리코시 요시하루 글/노수경 옮김, 김영사, 2023.8.4.



밤새 왼무릎을 실컷 앓고서 새벽에 길을 나선다. 왜? 오늘 여수로 ‘긁읽눈’을 가는 터라, 잘 걷고 잘 서서 얘기를 하려고 밤새 왼무릎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면서 달래었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달려 보기도 한다. 일찌감치 여수남초등학교에 닿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밑글을 쓴다. 이 손글을 어린이들한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마치고서 〈낯가리는 책방〉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마침 불날(화요일)은 쉼날이네. 길손집으로 간다. 15시부터 받는다고 해서 두 시간을 기다린다.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을 읽었다. ‘보다’는 “눈으로 느끼다”를 나타내되, “눈으로 어떤 모습을 알아차리다”뿐 아니라, “마음이 흐르고 바람이 춤추는 결을 봄빛으로 받아들이다”를 품는다고 여길 만하다. 잘 읽히기를 바라는데, 책은 훌륭하되, 옮김말은 매우 아쉽다. 우리말을 하늘빛으로 볼 수 있기를 빈다. 우리글을 숲빛으로 다듬을 수 있기를 빈다. 밤하늘에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지만 별은 한 톨도 안 보인다. 까만 밤이다. 고이 잠드는 밤빛이다. 눈으로 보고 듣는 틈을 낸다면, 이 밤을 울리는 별빛소리를 알리라. 마음으로 말하고 쓰는 길을 연다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하루를 지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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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3.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글/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3.7.14.



책숲종이 〈책숲 1006〉을 글자루에 담는다. 큰아이가 거든다. 우리 둘은 마당에서 햇볕을 듬뿍 쬐면서 손을 놀린다. 받는곳을 쓰고, 책숲종이를 넣고, 풀을 바르고, 차곡차곡 놓는다. 일을 마친 뒤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슬금슬금 달린다. 바큇살 하나가 부러지기도 했고, 서두를 마음이 없다. 나래터(우체국)에 글자루를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매 두 마리를 본다. 들판에서 꽤 낮고 빠르게 맴돌이를 한다. 사냥감을 보았다는 뜻일까. 사냥감을 따라 하늘에서 윽박지르는 셈일까. 《울지 않는 늑대》를 되읽는다. 스무 해 앞서 처음 읽던 때에도 두근두근했고, 오늘 되읽으면서도 찌릿찌릿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무지 구경할 수조차 없는 글이다. 늑대부터 구경할 수 없으니 이런 글을 못 쓴다고도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숲지킴이(산림감시원)’로 일하면서 숲살림을 찬찬히 아로새겨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풀밥(채식)이나 짐승빛(동물권)만 외치기보다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들빛과 들짐승과 헤엄이가 어떤 살림길인지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지 싶다. 대단하거나 놀라운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다. 땅강아지 이야기를 쓸 줄 알면 된다. 쥐며느리 이야기를 쓰면 된다. 매미와 풀무치 이야기도 얼마든지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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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2.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글, 창비, 2016.9.9.



구름이 몰려들어 실비를 뿌리는 듯싶다가도 사라지고 바람이 남는다. 매울음이 퍼진다. 아주 어릴 적에 보던 매를 다시 만날 줄 몰랐다. 열 살 언저리에 마을 아저씨가 사냥을 하러 갈 적에 으레 따라다녔다. 나한테는 마을 아저씨이지만 ‘수중폭파대 + 북파간첩’을 하신 분이었다. ‘북파공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무가 다리에 총이 맞아서 어깨를 끼고서 살리려 했으나 동무가 아저씨더러 혼자 얼른 달아나라 했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때에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며 동무가 폭 고꾸라졌다지. 그날 뒤로 넋이 나가 일찍 싸울아비를 그만두었고, 날마다 소주 석 병씩 비워도 동무 주검이 보인다며 울었다. 오늘은 고흥읍으로 가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막바지를 이끈다. 고흥 곳곳에 버려지듯 남은 빈터를 살리는 길이란 뭘까? 돈만 있대서 문화예술을 키우지는 않는다. 사람을 아끼고 숲을 품는 사랑일 때라야만 비로소 시골이 깨어난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를 읽으며 허전했다. 말잔치 같더라. 이쁘고 좋은 말을 요모조모 기운 듯하다. 안 이뻐도 되니, 삶빛과 살림냄새가 나는 글을 쓸 수 없을까? 투박해도 되니, 손수 일구는 하루와 집안일을 맡는 이야기를 그릴 수 없을까? 매사냥을 하던 마을 아저씨 울음을 문득 떠올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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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강성호 글, 오월의봄, 2021.7.29.



바야흐로 눈부신 볕날이다. 볕을 쬐면서 생각한다. 긴낮이 지나갔으니 조금씩 기우는 해로 간다. 오늘 해는 18시 30분 무렵 넘어가고, 20시 즈음까지 밝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을 읽는 내내 ‘갈아엎기(혁명)’란 뭘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낡은 말씨를 그대로 써도 갈아엎기일까? 목소리만 내도 갈아엎기일까?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퍼뜨린 말씨에 길든 채 살아간다면 뭘까? ‘혁명’이라는 한자말부터 갈아엎을 노릇 아닐까? 중국 한자말은 이 나라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가 중국 우두머리한테 조아리면서 끌어들인 굴레이다. 일본 한자말은 이 나라 꼰대가 일본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면서 받아들인 고삐이다. 서툰 옮김말씨(번역체)는 이 나라 글바치가 미국을 우러르면서 넙죽넙죽 집어먹은 차꼬이다. ‘혁명’이란 한자말부터 혁명스럽지 않을 뿐더러, ‘독서가’란 한자말은 더더구나 안 혁명스럽다. 스스로 말빛을 안 깨닫는다면, 스스로 일어서거나 떨쳐내지 못 한다. 스스로 말넋을 살릴 적에, 비로소 스스로 눈을 뜬다. ‘눈뜨다’란, 마음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길 뿐 아니라, 나무가 잎눈하고 꽃눈을 틔우듯 새롭게 활짝 피어나려는 속뜻을 품는다. 참으로 갈아엎는 책읽기를 하고 싶다면, 어린이 곁에서 만화책과 그림책부터 읽기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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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1.


《에란디의 생일 선물》

 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토미 드 파올라 그림/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큰아이하고 11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간다. 세모김밥을 산 뒤에 커다란 벚나무 곁에 앉는다. 오늘은 고흥읍에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편다. 잎물 한 모금이나 밥 한 그릇을 누리는 곳은 한낮에도 불을 켜놓기 일쑤이고, 이 여름에 나무바람 아닌 틀바람(에어컨)이 가득하다. 여름이니 더울 노릇이고, 더우니 나무 곁에 앉아서 땀을 들인다. 철마다 다른 빛을 스스로 품기에 스스로 철든다. 철마다 새로운 빛을 스스로 등지기에 나이를 먹을 적마다 낡고 늙어서 철이 없다. 《에란디의 생일 선물》은 “Erandi's Braids”를 옮겼다. 우리말로는 “에란디 땋은머리”이다. 빛날(생일)을 둘러싼 이야기이되, 이 그림책은 ‘땋은머리’하고 얽힌 오래고 깊은 사랑을 속삭인다. 책이름은 함부로 바꾸거나 붙이지 않을 노릇이다. 글님하고 그림님이 펴려는 살림빛을 헤아리지 못 하면서 책으로 여민다면, 사람들은 눈뜸길 아닌 눈멂길로 기운다. 책은 돈으로 사고팔지만, 책에 깃든 넋이나 줄거리나 이야기는 돈으로 사고팔지 않는다. 사랑도 살림도 아이도 어버이도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땅이며 집을 돈으로 사고파는데, 이러면서 넋이 나갔으리라. 어떻게 땅을 사고팔지? 땅에 깃든 개미나 새나 풀벌레나 나무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가?


#ErandisBraids #TomieDePaola #AntonioHernandezMadrigal #땋은머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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