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0.


《알래스카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사진·글/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3.2.20.



새벽에 여수로 간다. 오늘치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편다. 이야기를 마친 뒤 여수에서 네 사람 옷이랑 여러 가지를 장만해 본다. 등짐을 짊어지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순천부터 갑자기 붐빈다. 옆에 독일 마실손이 앉으면서 ‘도글리시’를 쓴다. 고흥에 닿아 15시 30분에 봉서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천천히 들길을 걷다가 “끼이이이!” 하고 큰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너덧 살쯤 되었을까 싶은 젊은 개가, 목띠까지 있는 곱상한 개가, 입으로 피를 한창 쏟으면서 길바닥에 뻗었다. 아! 쇳덩이(자동차)한테 치인 지 얼마 안 되었구나! 조금 앞서 옆을 스치고 지나간 쇳덩이 둘 가운데 하나가 친 듯싶다. 길바닥에 흥건하게 퍼지는 핏물을 보니 어림할 만하다. 그들(집개를 치고 내뺀 자동차)은 왜 멈춰서 개를 읍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는가? 적어도 이 개를 풀밭에라도 옮겨야 하지 않는가? 집에 닿아서 늦은 한끼를 먹고서 이내 곯아떨어진다. 왼무릎이 몹시 저리고 결리다. 자면서 끙끙 앓는다. 짐을 많이 지고서 퍽 오래 걸었구나. 《알래스카 이야기》를 되읽으며 눈시울이 젖는다. 호시노 미치오 님 글하고 빛꽃은 언제 보아도 슬프면서 아름답다. 울부짖는 죽음을 본 오늘을 고요히 마무리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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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9.


《포도밭 편지》

 류기봉 글, 예담, 2006.8.28.



볕날이 잇는다.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나간다. 아무래도 다리를 쉬고 싶어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마침 밖에 있는데 책숲으로 손님이 오셨단다. 비록 책숲을 열지 못 하되, 읍내 한켠에서 손님맞이를 한다. 고흥은 우리나라에서 오지게 깊은 시골이다. 이곳까지 책빛을 누리러 오는 분은 이미 마음새가 대단하다. ‘더 많이’나 ‘더 이름난’이 아닌 ‘오롯이 책’을 읽을 마음이기에 먼마실을 기꺼이 할 수 있다. 시골에서는 저녁 네 시가 넘으면 저잣거리를 닫는다. 손님을 배웅하고서 부랴부랴 감을 사러 읍내 저잣거리로 간다. ‘남새 할매’가 아직 계시다. 감자루를 장만하며 생각한다. ‘앞으로 남새 할매를 얼마나 더 뵐 수 있을까?’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감자루를 내려놓고서 일찍 눕는다. 《포도밭 편지》를 모처럼 되읽는다. 포도밭을 일구는 손길로 노래(시)를 쓴 글은 퍽 살뜰했다. 좀 멋부린 대목도 있으나, 흙을 만지는 손으로 노래를 쓰고 글을 여미는 이가 대단히 적기에 무척 반가웠다. 둘레 글바치를 보라.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글(문학·기사·비평)을 여미는 이가 몇이나 되나? 아이 곁에서 살림을 꾸리는 쪽틈으로 글을 짓는 이는 얼마나 있나? 모든 글은 손빛이자 숨빛이자 마음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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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8.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사울 레이터 글·사진/조동섭 옮김, 윌북, 2018.5.30.



가을볕이 따끈따끈 내리쬐고, 가을바람은 부드럽게 감싼다. 이제 웬만한 나무는 잎을 사르르 떨구었고, 늘푸른나무만 잎을 튼튼히 매단다. 아침에 마당에 서니 먼 멧골에서 매가 우는 소리가 울린다. 가을볕에도 빨래는 잘 마른다.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을 자주 서성인다. 이제 밤이면 추우니 따뜻하게 깃들 곳을 찾으려 하겠지. 작은아이는 찰칵놀이를 더 깊이 배우려고 애쓴다. 아이한테 이모저모 알려주지는 않는다. 나 스스로 찰칵질을 익힌 지난날처럼, 모든 찍기를 스스로 치르고 겪은 뒤에라야 비로소 한두 마디 넌지시 건넬 수 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을 곰곰이 읽었다. ‘사울 레이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이름값은 높으나 어쩐지 마음에 하나도 안 울리는 그림을 낳은 분이 수두룩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사진가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굳이 안 알려준다. 이름을 안 알려주면서 슬쩍 건네어 “어떻게 느껴?” 하고 묻는다. 우리가 ‘어린이 눈’으로 스스럼없고 수수하게 바라볼 줄 안다면, 온누리 숱한 ‘문화예술’이란 죄다 허울이요 겉치레인 줄 온마음으로 깨달으리라. ‘예술’을 하려는 이웃이 있으면 “부디 예술 말고 살림을 하십시오.” 하고 여쭌다. ‘사진’을 하지 말자. ‘살림’을 하면 다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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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7.


《어쩌다 고고학자들》

 세라 앨비 글·네이선 해킷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아이들, 2023.8.28.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버스에서 쉰다. 여수에서 내려 택시를 잡으려다가 시내버스를 탄다.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돈다. 가로지르는 길보다 조금 더 걸리지만 마을빛을 살피기에 좋다. 여수에서도 어린이·푸름이는 100원을 내고 버스를 탄단다. 오늘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은 ‘나무’란 낱말과 ‘나무이름’으로 이야기를 여민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 제법 걷는다. 다시 시내버스를 탄다. 여수버스나루에 닿아 고흥으로 돌아간다. 할배 손님 여럿이 ‘버스 민폐녀’를 놓고서 한소리를 하는데, ‘버스 민폐할배’가 참 많지 않나? 헛웃음이 나왔다. 낮에 보금자리에 닿는다. 오늘 한끼를 느즈막이 누리고서 곯아떨어진다. 《어쩌다 고고학자들》를 돌아본다. 줄거리는 나쁘지 않되, 왜 아직 ‘고고학’처럼 낡은 일본말씨를 붙드는가 궁금하다. 배움길(학문)이면 다 일본 한자말을 붙들어야 할까? 어린이를 헤아려 낡은 말씨는 말끔히 버리고서 새빛으로 새넋을 새말에 담을 수 있을까? 오래길(고고학)이란 오랜 살림살이에서 옛길하고 오늘길을 잇는 실마리를 찾는 눈길이라고 본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바꾸고 갈고닦을 줄 알기에 사람이요 사랑이며 숲이다. 길든 말씨가 아닌, 익히며 가다듬는 말빛을 보일 적에 오래오래 아름답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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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6.


《골목안 풍경》

 김기찬 사진, 눈빛, 2023.3.3.



커피콩을 볶는다. 슬슬 석석 삭삭 젓는다. 쑥잎·감잎·뽕잎을 덖을 때처럼 우묵이(웍) 바닥을 살짝 채워서 볶는다. 한 판에 250그램쯤을 볶는다. 마당에 나가서 ‘볶은콩 털기’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하늘을 보더니 “오! 매다!” 하고 외친다. 참매 둘이 빙그르르 돈다. 우리 집 마당 위도 빙글춤으로 지나간다. 겨울을 앞둔 가을이면 매나 조롱이가 고흥으로 온다. 이즈음은 높녘이 추울 테니 마녘으로 찾아오지 싶다. 《골목안 풍경》이 새로 나왔다. 여섯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반가우면서 아쉽다. 책값이 너무 세다. 이제는 ‘사진책은 아주 끝’이다. 누구나 손전화로 슥슥 담아내는 이즈음, 따로 찰칵이를 쥐고서 우리 삶을 담아내는 사람은 확 줄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밭이 확 기울거나 주저앉았어도 ‘사진문화·사진예술’을 하는 분들은 구름을 타고앉은 웃님 같다. 되도 않는 ‘서양이론 + 일본말씨’를 범벅해서 ‘사진비평 아닌 주례사’를 늘어놓더라. 그저 그들끼리 주례사만 쏟아내지만,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김기찬 님은 골목빛을 아름답게 담았다. 그러나 골목은 ‘살림빛’일 뿐, ‘풍경’일 수 없다. 이 대목을 안 느낀다면, 김기찬 사진조차 바래리라. 제발, 넋을 차리자. 풍경도 예술도 집어치우자. ‘삶’을 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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