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0.


《커피마시기》

 홀프 디터 브링크만 글/이유선 옮김, 파란꽃, 2020.10.24.



오늘 하루도 볕날이다. 곧 이 볕날이 끝나고 비날로 접어들리라 느낀다. 볕을 듬뿍 누릴 오늘을 기쁘게 맞이한다. 볕을 쬐고 옷살림을 말리고, 집안을 치우고, 씻고 쉬고 다시 집안일을 하고서 씻고 치우고 쉰다. 이러다 보니 어느덧 풀벌레가 노래하는 밤이다. 밤에는 밤빛을 누린다. 별이 물결치는 하늘을 본다. 《커피마시기》를 읽었다. 읽으면서 끙끙 소리가 절로 나왔다. 틀림없이 노래(시)를 옮긴 글인데, 하나도 노래 같지 않다. 독일이라는 이웃나라에서 살아온 분은 딱딱하게 죽어버린 글을 짜맞추지 않았으리라. 수수한 글이건, 노래하는 글이건, ‘글씨 맞추기’나 ‘낱말 엮기’가 아니다.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며 살림하는 하루를 말소리에 옮기고, 글결로 새로 담아내는 길이다. 독일사람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를 알겠는가? 독일사람은 그저 수수한 삶말일 독일말로 노래를 했겠지. 그러나 한글로 옮긴 숱한 책은 하나같이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투성이로 무너진다. 독일말을 익히듯 우리말을 익히지 않으면 독일글을 우리글로 못 옮긴다. 무늬만 한글이기에 우리글이지 않다. 소리를 담은 한글이란 글씨를 넘어서, 뜻을 얹고 삶과 살림과 사랑을 노래하는 우리글로 거듭나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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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9.


《만화 만드는 법》

 야마모토 오사무 글·그림/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6.8.15.



오늘도 눈부신 볕날을 잇는다. 마당에 옷살림을 잔뜩 널어서 말린다. 큰아이랑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누린다. 이윽고 수박을 장만하러 고흥읍으로 간다. 이 고장은 시골이어도 나무가 적고 잿집(아파트)을 많이 올린 탓에 후끈하고 매캐하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푸른길을 그리면 읍내도 서울도 한달음에 푸르게 물들일 수 있다. ‘그들이 잿빛으로 덮어서 나쁠’ 까닭은 없다. ‘우리가 풀빛으로 감싸서 하늘빛으로 물들이며 노래하’면 넉넉하다. 《만화 만드는 법》을 장만해서 먼저 읽었는데, 도무지 아이들한테 건넬 만하지 않았다. 야마모토 오사무 님은 워낙 이렇게 응큼질을 즐겼나? 《머나먼 갑자원》이나 《도토리의 집》이나 《천상의 현》에서는 응큼질이 안 나와서 몰랐다. 그림꽃을 그리는 길을 밝히는데 왜 엉뚱한 그림이 깃들지? 붓끝과 이야기와 삶과 꿈과 사랑을 하나로 여미는 아름답고 푸르면서 빛나는 하루를 들려주기에 글이요 그림이다. 응큼짓을 일삼은 이 나라 벼슬꾼(시장·정치꾼)이 어떤 길을 걸었는가? 입으로 읊어야 ‘진보·좌파’일 수 없다. 삶으로 푸르게 살아갈 적에 ‘새빛(진보)·왼길(좌파)’이다. 그리고, 어느 쪽에 서더라도 오롯이 사랑일 노릇이다. 미움이라면 빛도 길도 아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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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8.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

 노턴 저스터 글·그림/이미림 옮김, 분도출판사, 1982.2.1.



오늘도 볕날이다. 빨래를 신나게 해서 말린다. 볕을 쬐면서 쉰다. 땀이 송글송글 돋으면 후박나무 밑에 서서 그늘바람을 누린다. 새끼 지네를 잡는다. 풀밭으로 내놓는다. 우리 집 매미가 깨어난다. 우리 집 매미는 서울(도시)이나 다른 곳처럼 우렁차게 울지는 않는다. 크게 울었다가는 곧장 새한테 잡힐 테니까. 저녁에는 별이 살짝 돋는다. 한여름은 한바탕 볕과 바람과 구름과 노래로 흘러간다.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을 되읽는다. 어릴 적에는 이 그림책을 몰랐고, 스무 살이 넘고서야 비로소 처음 만났다. 이렇게 ‘티’랑 ‘금’을 맞물리면서 바라보는 눈길이 재미있었다. 오늘 우리는 ‘수학’이란 한자를 쓰지만, 우리말로는 ‘셈’이다. ‘셈 = 세다 = 헤다 = 생각’이다. ‘생각’이란 낱말이 ‘헤다·헤아리다’를 거쳐 ‘셈·세다’가 되기도 하고, 거꾸로 ‘세·헤·새’가 처음부터 한동아리였는데, 셋으로 다르게 가리킬 대목이 있어 다른 꼴에 조금씩 다른 뜻으로 자리잡았다고 여길 수 있다. 처음 컴퓨터가 퍼질 즈음 ‘셈틀’이란 낱말을 여민 사람들 마음이란, 이 틀(기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셀 수 있으니 쉽다. 헤아리면서 풀어낸다. 생각하기에 새롭다. 이 셋은 다르면서 하나이다.


#NortonJuster #TheDotAndTheLin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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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7.


《DP 개의 날 3》

 김보통 글·그림, 씨네21북스, 2015.12.19.



볕날이 이어간다. 옷살림을 마당에 내놓아 말린다. 늦은낮에 두바퀴를 달려 골짜기로 간다. 아이들이 스스로 두바퀴를 익히면 같이 올 테고, 여름볕을 듬뿍 받고 거닐면서 들길과 멧길을 누리고 싶어도 함께 올 테지. 골짝물에 가만히 몸을 담그며 돌아본다. 요즈막에 주호민·한수자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아이 곁에서’가 아닌 ‘아이를 앞세워’ 바보짓을 일삼았다고 여길 만하다. 아이가 하루하루 무엇을 배우며 살림을 돌볼 적에 아름답게 자라는가를 잊었다고 해야겠지. 글그림(문화예술)은 대수롭지 않다. 그림을 좀 팔고 이름을 꽤 얻었대서 우쭐거리면 그저 바보일 뿐이다. ‘사람 좋은 느낌’하고 ‘참사람’은 다르다. 《DP 개의 날 3》을 읽었다. 싸움판(군대)은 어디나 어렵게 마련이다. 죽고 싶지 않고, 맞고 싶지 않고, 사람이고 싶어 싸움판에서 미쳐버린 젊은이가 달아난(탈영)다. 달아난 젊은이를 붙잡는 노릇이 ‘디피(DP)’라는데, ‘너희(땅개·육군보병)가 힘든 줄 다 알아. 그렇지만 말이야’ 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듯싶어 거북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 안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눈’이 그림(만화·영화)으로 나온다. 땅개(육군보병)로 뒹군 수수하고 작은 사람들 이야기는 글로도 그림으로도 안 나온다.


· ‘군인’이 되면 어느 곳이든 고단하게 마련이지만, ‘뭔가 다른(특별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그려야 군대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짙은 듯싶다. 군대 얼거리를 보면, ‘말단 중대’보다도 ‘사이에 빠져나가는 널널한 군대’가 꽤나 많기도 하더라, 정작 ‘여느사람이 갈 수밖에 없는 막장 같은 말단 중대에서 소대원’으로 구르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만 해도, 군대문제와 인권문제를 낱낱이 밝힐 만한데, 이런 ‘말단 중대’로 끌려간 이들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는 너무 드물거나 없다시피 하다. 《디피》가 못 그린 만화는 아니지만, 정작 군대 문제로 파고들지 않고 자꾸 샛길로 빠지면서 딴청을 부리기만 하는구나 싶더라. 군대 문제를 잘 다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서 읽기는 했으나, 다 읽고 난 내 마음으로는 비추천도서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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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1.


《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

 콘라트 로렌츠 글/유영미 옮김, 한문화, 2004.1.6.



퉁퉁 부은 왼무릎을 쉰다. 어제 지나치게 걸었구나. 쉬자. 숨을 쉬고 몸을 쉬자. 푸른바람을 마시면서 마음을 쉬자. 판 끊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를 받는다. 펴냄터에서 남은 책을 보내었다. 진작부터 이 책을 안 파는 줄 알았지만 잠자코 기다렸다. 글삯(인세)을 열 해 즈음 안 주다가 며칠 앞서 갑자기 보내더라. 이오덕 어른 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애썼지만 덧없는 일이다. 이곳은 ‘숲노래가 찍은 사진’을 열 몇 해째 그냥 쓰면서 ‘저작권’을 제대로 안 밝힐 뿐더러, 사진삯을 1원조차 안 치렀고,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안 알렸다. 돈이 대수롭겠는가? 마음이 가난하면 책길이 이지러질밖에 없다. 바람이 곧잘 힘차게 불며 구름이 흩날린다.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늘이 말끔하다. 오늘도 별잔치로구나. 2004년부터 “할밖에 없다”란 말씨를 쓴다. ‘-밖에’를 붙이는데, 이오덕 어른 말씨이다. 《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을 되읽었다. 스무 해 앞서 처음 읽을 적에는 꽤 재미있지 싶었는데, 오늘 되읽자니 여러모로 서툴고 아쉽고 엉성하다. 무엇보다 ‘들거위’를 ‘거위 눈길’이 아닌 ‘사람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결이 짙다. ‘로렌츠 심부름꾼(조수)’이 헤엄옷을 입은 모습이 자꾸 나오는 대목도 껄끄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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