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7.


《우세모노 여관 2》

 호즈미 글·그림/서현아 옮김, 애니북스, 2016.9.23.



이 나라에서 군대란 어떤 곳인가. ‘군대에 가면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익히 들었으나 그 말을 믿기 어려웠고, 1995∼1997년에 군대란 곳에 있어 보면서, 참말로 군대는 ‘사내란 놈팡이가 더 사납도록 몰아세우고 닦달하면서 바보로 길들여 굽신질에 막말질을 일삼는 얼간이로 바꾸어 내는 폭력공장’일 뿐이라고 느꼈다. 그냥그냥 생각해 보라. 군대가 아름다운 곳이라면 왜들 손사래를 치려 할까? 군대가 사랑스러운 곳이라면 돈있고 이름있고 힘있는 집안에서는 왜 한결같이 이 군대에 그네들 아들내미를 안 넣으려 하겠는가? 군대가 착하거나 참된 곳이라면 왜 ‘군대 부정부패’가 그토록 엄청난데에도 나라에서는 팔짱을 낄 뿐 아니라, 되레 뒷돈을 빼돌리는 짓을 버젓이 일삼겠는가? 전쟁무기를 갖출수록 평화하고 멀어진다. 전쟁무기를 쥐는 군대를 키우거나 붙잡을수록 나라가 망가진다. 나라지기란 이들은 평화를 안 바라기에 전쟁무기·군대를 안 없앤다. 《우세모노 여관 2》을 읽었다. 석걸음이 끝이로구나. 그린님은 어쩐지 이야기를 짜는 힘이 허술하다. 다른 만화를 봐도 두걸음을 넘어설라치면 영 헤매더라. 만화에 너무 힘이나 멋을 들이려 하는데, 만화를 그저 만화로 보며, 살살 다독이면 좋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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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6.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

 시부사와 다쓰히코 글/정수윤 옮김, 늦여름, 2019.7.15.



구름이 살짝 걷힌다. 빨래를 하자. 한여름에 해가 이렇게 적은 철은 드문 일인데, 이러한 날씨를 읽는 이웃님이 늘어나면 좋겠다. 모든 날씨는 우리 바람대로 흐른다. 우리 마음이 하늘에 닿고, 하늘에 닿은 생각이 모여 비가 되거나 구름이 되거나 쨍쨍한 파란빛이 내리쬐는 하루가 된다. 그런데 왜 옛날에 가뭄이나 큰물이 지곤 했을까? 사납고 못된 임금붙이·벼슬아치·돈쟁이한테 시달리던 사람들이 미움·슬픔을 하늘에 띄우면서 그런 일이 불거졌지 싶다. 임금붙이·벼슬아치·돈쟁이는 가뭄이나 큰물에 무엇을 했을까? 이때에 여느 여름지기를 돕거나 보살핀 길을 갔을까?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 살림이 힘들수록 더 못되게 굴 뿐이었다. 오늘날 정치판이나 문화판도 매한가지라고 느낀다. 다들 ‘자리’를 잡으면 혼자 움켜쥐려고만 든다.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를 조용히 읽는다. 빨래를 함께 널 적에 큰아이가 쇠딱따구리를 보았다. 마당 후박나무 가지를 콩콩 뛰듯 가볍게 날면서 톡톡 쫀다. 나무 사이를 나는 새. 꽃 사이를 거니는 어린이. 어른이 어른다우려면 구름 사이를 노닐고, 숲 사이를 춤출 줄 알 테지. 돈·이름·힘 사이가 아닌, 나무·꽃·구름 사이에서 활짝 웃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늘 맑게 사랑을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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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5.


《야만바의 비단》

 마쓰타니 미요코 글·세가와 야스오 그림/고향옥 옮김, 비룡소, 2007.8.10.



올해 들어 비가 시원하게 좍좍 꽂는다. 시원하게 꽂는 비는 하늘을 시원하게 씻고, 바람을 시원하게 어루만진다. 이 시원스러운 비가 그치면 빗물에 농약·방역이 씻겼다며 다시 뿌리려고들 하는데, 농약·방역을 하면 할수록 비는 새삼스레 좍좍 꽂지 싶다. 사람들더러 언제쯤 그 농약·방역을 그치겠느냐고 묻는 비구름이랄까. 《야만바의 비단》을 오래도록 곁에 두었다. 착한 마음결로 살아가는 사람이 치르거나 맞아들이면서 펴는 길이 어떠한가를 따사롭게 보여준다. 써도 써도 자꾸자꾸 돋아나는 누에천을 보여주는데, 풀이란 늘 이와 같지. 풀잎을 훑고 또 훑어도 풀은 새로 자라서 우리한테 밥이 되어 준다. 다만 뿌리까지 캐내면 더는 돋아나지 못한다. 삶터를 알맞게 다스리면서 가꾸는 눈빛이 된다면 누구나 넉넉히 모든 것을 누릴 만하다. 우리 집에서 건사한 매실단물을 두 이웃집하고 나눈다. 한 집에 드린 매실단물은 염소젖 치즈로 돌아오고, 다른 집에 드린 매실단물은 파랑딸기로 돌아온다. 그저 우리가 건사한 살림을 건네주었을 뿐인데, 뜻밖에 새로운 살림이 우리한테 온다. 사랑은 길어올릴수록 새롭게 솟는다. 샘물은 흐르는 결을 바라보며 누리면 누구나 언제까지나 누린다. 그치지 않는 사랑 같은 한결같은 샘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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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6.


《출근길에 썼습니다》

 돌고래 글, 버찌책방, 2020.5.5.



‘출근(出勤)’이라는 한자말을 언제부터 쓰는가 돌아보면, 아마 일제강점기 아닐까. 그때 앞서까지 이런 말을 쓸 ‘일’이 없었으리라. 모두 집에서 일하고, 마을에서 일했으니까. ‘출근·출석·등교’나 ‘퇴근·하교’는 서양살림에 맞춰 나라를 통째로 바꾸려 하던 일본사람이 지은, 또는 널리 쓴 한자말이겠지. 사람들은 이런 말을 그냥 쓴다. 나도 2003년까지는 이런 말을 그냥 썼다. 2003년 8월 뒤로는 이 말을 쓸 일이 없기도 하지만,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려 몽땅 손질하자고 여겼다. 이를테면 ‘일하러 가’고 ‘일을 마친’다. 단출히 쓰고플 적에는 ‘가다·오다’면 된다. 《출근길에 썼습니다》라면 “일하러 가며 씁니다”일 테지. “아침길에 씁니다”이든지. 집을 떠나 일터로 가는 길은 ‘다른 내’가 되어 ‘다른 사람’을 마주한다.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랑님하고 떨어져 ‘사랑님이 아닌 남(이웃·동무·그냥 남)’하고 마주하면서 온힘을 쓴다. 쪽틈을 내어 쪽글을 쓴다. 스스로 차분하면서 참한 눈빛을 고이 이으려는 마음이 되니 짤막짤막 하루를 남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글쓰기가 아니기에 더더욱 즐거운 글길이다. 눈치를 볼 일이 아닌, 오롯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글을 쓰니, 아침저녁으로 남기는 이야기는 이슬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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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4.


《아기와 나 1》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편집2부 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02.3.15.



올해에는 쉬지 않고 내리는 비가 잦지만 하루를 넘기지는 않는다. 무척 고맙다. 비가 쉬는 틈에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고 읍내로 마실을 한다. 가랑비가 내린다. 슈룹을 그냥 챙긴다. 이 슈룹을 안 쓸 생각이지만 굳이 챙기고서 시골버스에 타는데, ‘뭐여, 안 쓸 생각이면서 번거롭게 왜 들고 다녀?’ 하는 마음속 말이 흐른다. 그래, 아이랑 저자마실을 나왔다면 챙겨도 되지만, 혼자 나오는 길인데 왜 번거롭게 챙겼을까. 《아기와 나》 첫걸음을 다시 읽는다. 푸름이한테 이 만화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우리말로 나오기로도 한참 되었고, 일본에서 나오기로는 더더욱 오래된 만화이지만, 여러모로 엿볼 대목이 많다. 삶이란 무엇이니? 사랑이란 무엇이니? 동생이나 언니란 누구이니?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니? 오늘 네가 바라는 길은 무엇이니? 마음으로 반가운 동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니? 네 동무는 왜 너를 좋아하고, 너는 네 동무를 왜 좋아하니? 이런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도록 따스하게 이끄는 만화책이 《아기와 나》라고 본다. 올해 마지막 매실잼을 어제 졸이려다가 빈병이 모자랐다. 읍내에서 빈병을 잔뜩 산다. 마감꾸러미를 아직 출판사에 못 넘겼지만, 매실잼도 때맞추어야 두고두고 밥살림이 될 테니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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