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2.


《과천주공아파트 101동 102호》

 이한진 엮음, 주아, 2016.12.12.



광주마실을 한다. 광주 볼일에 앞서 순창 〈책방 밭〉을 다녀오고 싶었으나 8월 첫머리까지 책시렁을 크게 손보시기에 그때까지 책집은 쉰다고 한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서려다가 아침에 마을 앞을 지나는 시골버스를 타려 한다. 오늘 따라 시골버스는 일찍 들어오고, 부랴부랴 달려서 마을 앞에 닿으려는데, 버스나루에 앉아 이야기하던 두 분이 버스를 보낸다. 어이없다. 내가 달려가며 버스를 잡으려는 모습을 뻔히 보고서. 숨을 고르며 생각한다. 그래도 아침에는 30분 뒤에 버스가 더 들어오니 읍내에 갈 길은 있다만, 읍내에서 광주 가는 시외버스를 한 시간 더 기다려야 한다. 들길을 걸어 옆마을로 간다. 머리를 식히기에는 들길걷기나 숲길걷기가 좋다. 휘파람을 불면서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는다. 광주에 닿아 여러 책집을 들르는데 ‘광주사람은 광주를 서울에 대면 작거나 초라하다’고 여기지만, ‘시골사람이 보기에 광주도 너무 반딱거리고 크다’. 그리고 나무가 너무 적다. 《과천주공아파트 101동 102호》를 몇 해 앞서 장만해 놓고 이제서야 펼쳤다. 내가 어릴 적 살던 인천 신흥동 아파트는 이 책에 나온 데보다 작지만 나무가 우거졌지. 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살면 어쩐지 집도 삶도 눈도 한결 푸르면서 넉넉해지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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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1.


《집주인은 사춘기! 2》

 미나세 루루우 글·그림/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6.6.30.



할 줄 아는 사람 가운데 타고난 사람이 더러 있으나, 할 줄 아는 거의 모두는 스스럼없이 스스로 생각하며 나아가는 사람이지 싶다. 타고나지 않은 터라 할 줄 모르기도 할 테지만, 이보다는 스스럼없는 마음부터 없을 뿐더러, 스스로 해보려고 즐겁고 씩씩하게 나서는 몸짓이 안 되는 터라 할 줄 모르지 싶다. 누가 처음부터 모두 잘 해낼까? 누가 언제까지나 모두 못 해내는 채로 살까? 아기는 처음부터 달리거나 뛰지 않는다. 눈을 뜨고, 옹알이를 하고, 입을 벌리고,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다리를 벌벌 떨면서 일어서는데, 이러기까지 짧지 않은 나날을 들인다. 사람이 아기라는 나날을 굳이 거치는 뜻이 있으리라 본다. 누구나 아기인 채 태어나서 ‘젖먹던 힘’을 스스로 짜내어 일어선 길을 돌아보라는 뜻이지 싶다. 《집주인은 사춘기!》를 두걸음째 보니 이럭저럭 볼 만하다. 집지기 노릇을 하는 열네 살 푸름이는 이 푸름이대로 스스로 즐겁게 나아갈 길로 웃으면서 간다. 구태여 또래 푸름이하고 견줘야 하지 않는다. 그렇게 견주려 든다면, 집안일을 못하고 집살림을 생각조차 못하기 일쑤인 다른 또래는 무엇일까? 이 나이에는 이래야 하거나 저 나이에는 저래야 하지 않아. 스스로 꿈꾸는 길을 노래하며 걸으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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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0.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로둘라 파파 글·셀리아 쇼프레 그림/김혜진 옮김, 한솔수북, 2016.2.25.



아침에 무말랭이를 불리고 보니, 어제 열무김치를 담느라 마늘을 다 썼구나. 오늘 무말랭이를 곁밥으로 마련하려고 생각했다면 마늘을 넉넉히 건사할 노릇인데, 깜빡 잊었네. 비가 신나게 오던 어제였으나, 오늘은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빛이다. 그래, 좋아. 자전거를 달리자. 싱그러운 바람을 마신다. 상큼한 바람을 쐰다. 산뜻한 바람을 즐긴다. 이 바람결을 새 곁밥에 듬뿍 담아 보자.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는 어느 만큼 읽혔을까. 그리 안 읽힌 그림책이지 싶은데, 이러한 이야기야말로 어린이하고 어른이 무릎을 맞대고서 차근차근 읽고 꿈을 그리면 좋겠다고 여긴다. 숱한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고등학교랑 대학교는 어떤 곳일까. 이런 학교를 마치고 들어가는 일터는 어떤 데일까.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을 새우리에 가두는 몸짓이지 않나. 왜 아이들은 뛰놀 엄두를 못 내면서 학교 다음에는 학원에 매여야 하는가. 큰고장에서는 초등학생마저 밤 열 시 넘을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시킨다는데, 뛰놀지 못한 어린 나날을 보내고서 푸름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 ‘놀지 못한 채 우리에 갇힌 넋’이 얼마나 슬기롭거나 씩씩하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게 사랑을 꽃피우려나. 어른부터 스스로 우리에 가둔 삶일는지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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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9.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

 무라타 야유 글·그림/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0.2.6.



열무김치를 담는다. 나는 김치를 안 먹지만 곁님이 먹는다. 어느덧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어머니랑 나란히 김치를 먹는다. 이윽고 작은아이도 쑥쑥 자라면서 어머니랑 누나랑 김치를 먹는다. 세 사람은 몸에 김치가 받는구나.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가 몸에 안 받았지. 나는 어릴 적부터 몸에 안 받아도 “한국사람이 어떻게 김치를 못 먹어?” 하는 꾸지람에 꾸중에 호통에 나무람에 손가락질에 매질에 …… 들볶는 나날을 보냈지.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을 읽는다. 첫걸음을 읽고서 두걸음도 읽어야겠다고 여겼고, 두걸음까지 보고 나니 이 만화가 썩 뜻있네 하고 느낀다. 석걸음은 어떨까. 넉걸음도 나올까. 다시 태어나는 삶을, 다시 태어난 곳에서는 고단한 길을, 잊거나 잃지 않은 옛마음을, 오늘 새롭게 지피면서 가꾸고 싶은 사랑을, 여러모로 차근차근 엮어서 보여주는 만화이지 싶다. 문득 거꾸로 생각해 본다. 가시내인 곁님이 아닌, 사내인 곁님이 차에 받혀 죽은 지 열 해쯤 지나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에 이녁을 알아보고서 반가이 맞이하는 보금자리라면 어떠한 품이 되려나 하고. 우리는 지난날을 얼마나 떠올릴까. 우리는 오늘을 얼마나 아로새길까.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길은 바로 여기에서 펴는 수수한 살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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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8.


《시애틀 추장》

 수잔 재퍼스 글·그림/최권행 옮김, 한마당, 2001.7.10.



어느덧 논마다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는 철이다. 이곳도 저곳도 농약바람이다. 때로는 경운기를 끌고서 뿌리고, 때로는 드론을 띄워서 뿌린다. 숨을 쉴 틈이 없도록 시골은 온통 농약바람이다. 이 농약바람이 부는 곳에서 누가 숨을 쉴 만할까? 새도 풀벌레도 나무도 숨이 막히지만, 바로 사람 스스로 숨이 막히지. 먹고살아야 하니까, 벌레가 꼬이니까, 더 거두어야 하니까, 이래저래 농약을 뿌리는데, 이 농약을 뿌린 자취는 얼마 안 된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농협을 앞세워 새마을바람을 일으킬 적부터 농약을 썼고, 이때부터 농약은 돈벼락을 맞고 농약을 다루는 온갖 곳이 떼돈을 거머쥐었다. 《시애틀 추장》을 오랜만에 다시 본다. 우리는 시애틀 슬기님 이야기를 얼마나 알아듣는 삶일까. 시애틀 슬기님이 남긴 말을 곳곳에서 다루거나 쓰기는 하되, 정작 삶으로 새기거나 맞아들이면서 삶부터 갈아엎는 길하고는 동떨어지지 않을까. 흙을 어떻게 가꾸고, 돌림앓이가 퍼질 적에 어떻게 하며,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어른으로서 어떤 살림길을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가 하는 대목을 헤아려야지 싶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언제나 웃고 노래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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