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


《몰리와 메이》

 대니 파커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9.29.



된바람을 맞으며 우체국을 다녀온다. 마을 앞들은 눈이 흩날리고 우리 집은 조용하다. 가만히 보니 앞들은 넓게 트인 자리요, 우리 집이 있는 마을은 뒷메가 포근히 감싸기에 바람이 휭휭 불면 눈송이가 마을에 떨어질 틈이 없다. 드센 맞바람에 자전거가 거의 안 나간다. 시골길을 하느작하느작 달린다. 문득 까마귀떼가 머리 위로 가볍게 천천히 날면서 돈다. 땅바닥에서는 바람이 센데, 하늘은 다를까? 하늘을 가르는 새는 센바람이든 여린바람이든 가벼이 타고서 신나게 놀까? 아예 자전거를 세워서 쳐다본다. 300이 넘는 까마귀떼는 날갯짓조차 없이 빙글빙글 춤춘다. “용쓰지 마. 바람을 즐겨. 바람을 읽고 느껴서 하나가 되렴.”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몰리와 메이》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아이답게 뛰놀며 사귀는 길을 그린다. 아이들은 열린터(공공장소)이니까 얌전하거나 조용해야 할까? 남한테 나쁘지 않도록(피해를 안 끼치도록) 해야 하기는 하겠으나, 아이는 껍데기를 안 살핀다. 아이는 누구한테나 말을 트고, 마음을 열며, 생각을 나눈다. 아이는 허울이 아닌 속마음하고 사랑을 보며 홀가분히 놀려고 한다. ‘교육·훈육·양육‘ 같은 한자말에 깃든 ‘육(育) = 기름’이요, ‘길들임’인 줄 느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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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


《테니스의 왕자 2》

 코노미 다케시 글·그림/조은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0.7.18.



다시 얼어붙는 하루이다. 먼지를 날려 반가운 겨울바람은 꽝꽝 얼린다. 센바람이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벅차다. 그러나 겨울에 이런 얼음바람을 맞으면서 달리기에 온몸이 쩍쩍 얼어붙으면서 새롭다. 《테니스의 왕자》를 스무 해 만에 손에 쥔다. 처음 나올 적에는 테니스를 아예 안 쳐다보았기에 들출 생각조차 안 했다. 오래도록 꾸준히 나온 그림꽃이기에 한 자락쯤 볼까 싶어 첫걸음을 폈고, 꽤 잘 그렸구나 싶어 두걸음 석걸음을 읽어 보는데,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멧길로 간다. 바다를 저을 배가 바다 아닌 멧길을 헤맨달까. 첫걸음만 알뜰히 그려내고 뒷걸음부터는 솜씨자랑하고 다툼질하고 비아냥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남보다 더 멋지거나 솜씨있게 해내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반드시 남을 이기거나 누르거나 꺾으면서 자랑하는 삶길은 무슨 보람일까. 더구나 이 자랑질은 서른 살을 채 못 넘기기 마련이고, 마흔 살에는 어림조차 없다. 서른 무렵까지는 자랑질로 살다가 그 뒤로는 쭈그러들며 구경하는 길인 셈인가? 이따금 ‘마음’을 짤막하게 담기는 하지만, 바탕은 오직 솜씨자랑으로 물든 《테니스의 왕자》이고 보니 뒷걸음을 읽노라면 자꾸 지친다. 한숨이 나온다. 읽다 멈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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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


《여덟 살 글쓰기》

 오은경 글, 이규, 2021.11.19.



바람이 훅훅 먼지를 날린다. 겨울바람이 씽씽 불면서 모든 바깥살림을 달달달 건드린다. 바람이 일어 물결이 일어나고,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춘다. 저녁이 되니 가득 모인 구름 사이로 별이 반짝반짝인다. 아, 겨울바람은 먼지도 날려 주고 별빛도 닦아 주는구나. 눈발이 살짝 듣는 듯하지만 그저 날릴 뿐. 《여덟 살 글쓰기》는 배움터 길잡이로서 마주한 여덟 살 어린이한테 글쓰기를 들려주고 이끈 이야기를 다룬다. 상냥하게 잘 엮은 책이라고 느낀다. 이 책은 아무래도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읽도록 엮었을 테니 제법 두툼하다. 여러 어린이가 적은 글을 보기로 삼고, 어버이도 어른도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나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책을 다 읽고서 우리 집 아이들을 헤아려 보았다.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딱히 “글쓰기 길잡이(교육)”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뭘 쓰라고 할 일이 없다. 어버이나 길잡이(교사)가 아이하고 함께 쓰면 된다. 어른하고 아이가 글꾸러미를 함께 쓰면서 생각을 나누면 넉넉하다. 무엇보다도 여덟 살에 벌써 글을 많이 쓰라고 시키지 않기를 빈다. 아이들이 붓하고 종이를 붙잡는 겨를보다는, 모두 내려놓고서 신나게 뛰노는 하루가 길기를 빈다. 책도 조금만 읽고 마음껏 놀아야 할 아이인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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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0.


《도둑고양이 연구》

 이자와 마사코 글·히라이데 마모루 그림/이예린 옮김, 파랑새, 2008.2.21.



어제부터 낮에도 조금 흐리다 싶더니 먼지하늘이네. 흔히 이 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온다고만 여기는데, 우리나라에서 피어나는 먼지도 어마어마하다. 벌써 세 해째 돌림앓이판이라 하며 모든 사람이 입가리개를 하도록 내몰고, 부름밥(배달음식)으로 온나라를 뒤덮은 나라 아닌가. 앞에서는 탄소하고 비닐을 줄인다고 외치지만, 정작 모든 곳에서 비닐하고 플라스틱을 더 많이 쓰고 버리는 얼개이다. 이러며 부릉이는 끝없이 늘고, 부릉길을 더 늘리고, 하늘나루마저 더 지으려고 하는 판이니, 이 나라 먼지는 얼마나 끔찍한가. 《도둑고양이 연구》를 새삼스레 되읽는다. 마을에서 사람하고 함께 지내는 골목고양이(마을고양이)를 지켜본 자취를 사랑스레 담은 그림책이다. 2008년에는 비록 ‘도둑고양이’란 이름을 붙였으나, 이제 누가 새로 펴낸다면 “골목고양이 자취”나 “마을고양이 걸음”으로 손질할 만하다. 시골에서는 풀죽임물도 죽음거름도 신나게 쓰고 비닐도 허벌나게 쓴다. 서울이나 시골이나 같다. 민낯을 보면 우리 스스로 먼지나라로 치닫는 셈이다. 저잣바구니만 쥔대서 안 바뀐다. 입가리개를 걷어치우고 숲을 넓히고 부릉길을 좁히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로 다닐 자리로 바꾸면 다시 푸른나라로 가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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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9.


《할아버지 나무》

 다니엘 포세트 글·클레르 르그랑 그림/최윤정 옮김, 비룡소, 2002.11.11.



이태가 넘도록 입가리개로 사람들 사이를 틀어막는 나날이다. 이러한 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느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스스로 느낄 마음을 잊고서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사람이 있다. 입가리개를 했기에 돌림앓이에 안 걸릴까? 돌림앓이에 걸렸다고 했으나 나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자, 보라. 고뿔(감기)에 걸려서 죽은 사람이 수두룩했고, 고뿔바늘(독감주사)을 맞고 죽은 사람도 그동안 나라가 꽁꽁 숨겼으나 무척 많았다. 그런데 고뿔에 걸려서 나은 사람은 왜 나았고, 고뿔에 걸려서 나은 뒤로 몸이 어떠했을까? 아이들이 앓으면서 한결 튼튼히 자라듯, 꽃물(약)은 함부로 안 써야 맞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입가리개는 죄 플라스틱이고, 입가리개를 할 적에는 코랑 입으로 플라스틱을 거친 숨을 쉰다는 뜻이다. 이래도 못 깨닫겠다면 우리는 바보로 구르는 셈이다. 《할아버지 나무》는 배움터를 ‘다닌다’기보다 배움터에서 ‘길든’ 탓에 아프리카 들판을 누비던 할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긴 서울스런 아이 민낯’을 드러내는 어린이책이다. 서울스러워야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마음은 바로 배움터에서 길들면서 싹트지. 해날을 맞아 조용히 읍내마실을 한다. 커피콩을 장만한다. 해날 시골버스는 손님이 우리뿐이라 호젓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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