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0.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로둘라 파파 글·셀리아 쇼프레 그림/김혜진 옮김, 한솔수북, 2016.2.25.



아침에 무말랭이를 불리고 보니, 어제 열무김치를 담느라 마늘을 다 썼구나. 오늘 무말랭이를 곁밥으로 마련하려고 생각했다면 마늘을 넉넉히 건사할 노릇인데, 깜빡 잊었네. 비가 신나게 오던 어제였으나, 오늘은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빛이다. 그래, 좋아. 자전거를 달리자. 싱그러운 바람을 마신다. 상큼한 바람을 쐰다. 산뜻한 바람을 즐긴다. 이 바람결을 새 곁밥에 듬뿍 담아 보자.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는 어느 만큼 읽혔을까. 그리 안 읽힌 그림책이지 싶은데, 이러한 이야기야말로 어린이하고 어른이 무릎을 맞대고서 차근차근 읽고 꿈을 그리면 좋겠다고 여긴다. 숱한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고등학교랑 대학교는 어떤 곳일까. 이런 학교를 마치고 들어가는 일터는 어떤 데일까.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을 새우리에 가두는 몸짓이지 않나. 왜 아이들은 뛰놀 엄두를 못 내면서 학교 다음에는 학원에 매여야 하는가. 큰고장에서는 초등학생마저 밤 열 시 넘을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시킨다는데, 뛰놀지 못한 어린 나날을 보내고서 푸름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 ‘놀지 못한 채 우리에 갇힌 넋’이 얼마나 슬기롭거나 씩씩하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게 사랑을 꽃피우려나. 어른부터 스스로 우리에 가둔 삶일는지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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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9.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

 무라타 야유 글·그림/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0.2.6.



열무김치를 담는다. 나는 김치를 안 먹지만 곁님이 먹는다. 어느덧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어머니랑 나란히 김치를 먹는다. 이윽고 작은아이도 쑥쑥 자라면서 어머니랑 누나랑 김치를 먹는다. 세 사람은 몸에 김치가 받는구나.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가 몸에 안 받았지. 나는 어릴 적부터 몸에 안 받아도 “한국사람이 어떻게 김치를 못 먹어?” 하는 꾸지람에 꾸중에 호통에 나무람에 손가락질에 매질에 …… 들볶는 나날을 보냈지.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을 읽는다. 첫걸음을 읽고서 두걸음도 읽어야겠다고 여겼고, 두걸음까지 보고 나니 이 만화가 썩 뜻있네 하고 느낀다. 석걸음은 어떨까. 넉걸음도 나올까. 다시 태어나는 삶을, 다시 태어난 곳에서는 고단한 길을, 잊거나 잃지 않은 옛마음을, 오늘 새롭게 지피면서 가꾸고 싶은 사랑을, 여러모로 차근차근 엮어서 보여주는 만화이지 싶다. 문득 거꾸로 생각해 본다. 가시내인 곁님이 아닌, 사내인 곁님이 차에 받혀 죽은 지 열 해쯤 지나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에 이녁을 알아보고서 반가이 맞이하는 보금자리라면 어떠한 품이 되려나 하고. 우리는 지난날을 얼마나 떠올릴까. 우리는 오늘을 얼마나 아로새길까.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길은 바로 여기에서 펴는 수수한 살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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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8.


《시애틀 추장》

 수잔 재퍼스 글·그림/최권행 옮김, 한마당, 2001.7.10.



어느덧 논마다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는 철이다. 이곳도 저곳도 농약바람이다. 때로는 경운기를 끌고서 뿌리고, 때로는 드론을 띄워서 뿌린다. 숨을 쉴 틈이 없도록 시골은 온통 농약바람이다. 이 농약바람이 부는 곳에서 누가 숨을 쉴 만할까? 새도 풀벌레도 나무도 숨이 막히지만, 바로 사람 스스로 숨이 막히지. 먹고살아야 하니까, 벌레가 꼬이니까, 더 거두어야 하니까, 이래저래 농약을 뿌리는데, 이 농약을 뿌린 자취는 얼마 안 된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농협을 앞세워 새마을바람을 일으킬 적부터 농약을 썼고, 이때부터 농약은 돈벼락을 맞고 농약을 다루는 온갖 곳이 떼돈을 거머쥐었다. 《시애틀 추장》을 오랜만에 다시 본다. 우리는 시애틀 슬기님 이야기를 얼마나 알아듣는 삶일까. 시애틀 슬기님이 남긴 말을 곳곳에서 다루거나 쓰기는 하되, 정작 삶으로 새기거나 맞아들이면서 삶부터 갈아엎는 길하고는 동떨어지지 않을까. 흙을 어떻게 가꾸고, 돌림앓이가 퍼질 적에 어떻게 하며,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어른으로서 어떤 살림길을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가 하는 대목을 헤아려야지 싶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언제나 웃고 노래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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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7.


《우세모노 여관 2》

 호즈미 글·그림/서현아 옮김, 애니북스, 2016.9.23.



이 나라에서 군대란 어떤 곳인가. ‘군대에 가면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익히 들었으나 그 말을 믿기 어려웠고, 1995∼1997년에 군대란 곳에 있어 보면서, 참말로 군대는 ‘사내란 놈팡이가 더 사납도록 몰아세우고 닦달하면서 바보로 길들여 굽신질에 막말질을 일삼는 얼간이로 바꾸어 내는 폭력공장’일 뿐이라고 느꼈다. 그냥그냥 생각해 보라. 군대가 아름다운 곳이라면 왜들 손사래를 치려 할까? 군대가 사랑스러운 곳이라면 돈있고 이름있고 힘있는 집안에서는 왜 한결같이 이 군대에 그네들 아들내미를 안 넣으려 하겠는가? 군대가 착하거나 참된 곳이라면 왜 ‘군대 부정부패’가 그토록 엄청난데에도 나라에서는 팔짱을 낄 뿐 아니라, 되레 뒷돈을 빼돌리는 짓을 버젓이 일삼겠는가? 전쟁무기를 갖출수록 평화하고 멀어진다. 전쟁무기를 쥐는 군대를 키우거나 붙잡을수록 나라가 망가진다. 나라지기란 이들은 평화를 안 바라기에 전쟁무기·군대를 안 없앤다. 《우세모노 여관 2》을 읽었다. 석걸음이 끝이로구나. 그린님은 어쩐지 이야기를 짜는 힘이 허술하다. 다른 만화를 봐도 두걸음을 넘어설라치면 영 헤매더라. 만화에 너무 힘이나 멋을 들이려 하는데, 만화를 그저 만화로 보며, 살살 다독이면 좋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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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6.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

 시부사와 다쓰히코 글/정수윤 옮김, 늦여름, 2019.7.15.



구름이 살짝 걷힌다. 빨래를 하자. 한여름에 해가 이렇게 적은 철은 드문 일인데, 이러한 날씨를 읽는 이웃님이 늘어나면 좋겠다. 모든 날씨는 우리 바람대로 흐른다. 우리 마음이 하늘에 닿고, 하늘에 닿은 생각이 모여 비가 되거나 구름이 되거나 쨍쨍한 파란빛이 내리쬐는 하루가 된다. 그런데 왜 옛날에 가뭄이나 큰물이 지곤 했을까? 사납고 못된 임금붙이·벼슬아치·돈쟁이한테 시달리던 사람들이 미움·슬픔을 하늘에 띄우면서 그런 일이 불거졌지 싶다. 임금붙이·벼슬아치·돈쟁이는 가뭄이나 큰물에 무엇을 했을까? 이때에 여느 여름지기를 돕거나 보살핀 길을 갔을까?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 살림이 힘들수록 더 못되게 굴 뿐이었다. 오늘날 정치판이나 문화판도 매한가지라고 느낀다. 다들 ‘자리’를 잡으면 혼자 움켜쥐려고만 든다.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를 조용히 읽는다. 빨래를 함께 널 적에 큰아이가 쇠딱따구리를 보았다. 마당 후박나무 가지를 콩콩 뛰듯 가볍게 날면서 톡톡 쫀다. 나무 사이를 나는 새. 꽃 사이를 거니는 어린이. 어른이 어른다우려면 구름 사이를 노닐고, 숲 사이를 춤출 줄 알 테지. 돈·이름·힘 사이가 아닌, 나무·꽃·구름 사이에서 활짝 웃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늘 맑게 사랑을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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