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4.


《모든 비밀의 시》

 어디 엔드레 글/한경민 옮김, 최측의농간, 2020.7.20.



마을 빈터나 빈논을 꽃밭으로 가꾸는 분이 있다. 이분이 꽃씨나 남새씨를 심은 곳에 마을고양이가 똥을 누고는 땅을 파헤쳐서 덮는다며, 애써 심은 자리가 망가진다고 얘기한다. 마을고양이로서는 마을을 돌면서 똥 눌 데를 찾기가 만만하지 않겠네 싶다. 요새 어디에다 똥을 누어야 할까? 빈터나 풀밭이 어디일까? 곰곰이 보면 사람 있을 자리 빼고는 어느 누구도 깃들 구석이 없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짐차나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빈터는 어김없이 자동차나 농기계가 줄줄이 선다. 마을고양이가 쥐를 잡아도 반기지 않을 분이 많지 싶다. 쥐쯤이야 쥐잡이물을 놓으면 된다고 여길 테니까. 마을고양이는 참새를 자주 잡는데, 참새라면 새총을 놓으면 된다고 여기지 않을까. 《모든 비밀의 시》를 읽는다. 옮긴이가 너무 멋을 부리는 대목은 아쉽지만, 헝가리 노래를 누릴 수 있으니 고맙다. 교수님 말씨가 아닌 노래님 노래결로 살살 풀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보금자리에서 피어나고, 사랑이란 보금숲에서 깨어나며, 슬기란 보금마을에서 지피겠지. 오래오래 내리는 빗방울이 노래를 들려준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 하늘이 이야기를 속삭인다. 여름철 후박가랑잎이 새삼스레 노래하고, 그득그득 덮는 구름떼가 다같이 이야기꽃을 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3.


《발레리나 토끼》

 도요후쿠 마키코 글·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5.13.



달빛이란 무엇일까. 달은 스스로 빛을 못 낸다고 하며, 달 뒤켠에는 푸른별을 노리는 뭔가 있다고도 하는데, 사람들은 더 먼 별을 들여다보면서도 막상 달 뒤쪽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한다. 참말로 달 뒤켠에 뭔가 있기에 수수께끼로 남기거나 모르는 척하는 셈 아닐까 싶다. 가만 보면 이 삶터 곳곳에 감춰진 이야기가 많다. 아니, 감춘 이야기라고 해야겠지. 꿍꿍이나 뒷셈이 있는 이들이 자꾸자꾸 뭔가 숨기지. 눈속임이라고 할까. 《발레리나 토끼》는 사람한테서 춤을 배우고 싶은 토끼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끼한테는 토끼춤이, 사람한테는 사람춤이 있을 텐데, 토끼가 사람한테 춤을 배우고 싶다면, 어떠한 몸짓이 될까? 문득 돌아보면, 사람은 이 별에서 함께 사는 모두한테서 춤을 배운다. 나뭇가지나 풀잎한테서도, 이슬이나 빗물한테서도, 두루미나 제비한테서도, 고래나 고등어한테서도 춤을 배우지. 사람은 뭇이웃한테서 춤을 배우는데, 우리를 둘러싼 뭇이웃한테 사람살이 가운데 무엇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줄 만할까? 지난날에는 사람이며 뭇이웃이며 즐거이 얼크러진 살림길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람 스스로 몹쓸놈이 되어서 뭇이웃이 하나둘 사람 곁을 떠나거나 멀리하거나 손사래치는 나날은 아닐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


《치로리 3》

 코야마 아이코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3.8.30.



어릴 적에는 보리를 볶은 다음에 물을 끓여서 노르스름하게 우려내어 마시곤 했다. 그때에는 잘 몰랐으나 인천이란 고장에서 수돗물 아니고는 마실 길이 없으니, 이렇게 했지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웬만한 집마다 볶은보리 우린 물을 마셨지. 먼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물을 어떻게 마셨을까? 생각해 본다. 먼저 바닷물이 아지랑이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비를 뿌리고, 이 비는 숲으로 스미면서 풀꽃나무를 적시고 바위를 씻는다. 멧골에서 샘이 솟고 내를 거쳐 가람을 지나 바다로 돌아가는데, 사람은 샘물이나 냇물을 마셨지. 바다랑 하늘을 품으면서 숲내음이 깃든 물이니 구태여 이 물에 뭘 타거나 섞거나 끓일 까닭이 없다. 《치로리 3》을 읽는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석걸음이 끝이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히 나오며 여덟걸음에 이른다. 뒷걸음을 옮기려나? 이대로 끝나려나? 더운나라에서 자라는 커피나무한테서 얻은 열매를 볶고 끓여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하게 달라진다고 하는 줄거리를 차분히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조용한 만화이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 나쁘지는 않으나 군더더기가 많다고 느낀다. 아니 수돗물 같달까. 다들 큰고장에 산다지만, 큰고장 이웃도 샘물맛을 누리면 좋겠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조예은 글·사진, 카시오페아, 2016.1.20.



오늘 하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섯 벌에 이르는 빨래를 한다. 여름이로구나. 아니, 한참 비가 내리던 날이 그치고, 바야흐로 비 없는 날이 되면서 후덥지근한 날씨로구나. 이제 아이들은 덥다면서 하루에 서너 벌을 씻으며 땀에 전 옷을 내놓으니 이 옷을 그때그때 빨래한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싶으면 이내 물을 데워서 씻기고 빨래를 했지. 똥을 누어도 씻겼고, 참말로 날마다 숱하게 씻기고 갈아입히고 놀리고 재웠다. 아직은 내가 이모저모 다 챙겨야 하지만, 머잖아 아이들 스스로 저희 옷가지를 빨래하고 건사하지 않을까? 그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를 쓰신 분은 대전에서 마을책집 〈버찌책방〉을 꾸린다. 이 책은 스스로 일거리를 지어서 스스로 살림하던 때가 아닌, 아직 돈하고 이름값을 누리는 일터에서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지내면서 ‘나들이’로 숨통을 트던 이야기를 다룬다. 일거리를 스스로 짓지 않는 곳, 이른바 ‘회사·공장’이라는 터에서는 우리 생각이나 흐름에 맞추어 일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왜 ‘공무원스럽다’라 말하겠는가. 스스로 생각날개를 펴는 공무원이 이 나라에 몇쯤 될까? ‘나답게’ 사랑하고 살림하며 살고 싶기에 날개를 펴는 길에 선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1.


《행복한 거인 존》

 아놀드 로벨 글·그림/이윤선 옮김, 미세기, 2009.7.27.



해마다 봄부터 마당 한켠에 잔뜩 쌓이는 후박가랑잎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름 한복판에 슬슬 쓴다. 오늘부터 쓸어서 뒤꼍으로 옮긴다. 뒤꼍길은 이내 후박가랑잎으로 덮인다. 가랑잎을 맨발로 밟으면 바스락버스럭 소리가 싱그럽다. 여러 달 쌓인 가랑잎 밑에는 지렁이가 옴찔꿈찔 춤을 추고, 어느새 태어난 새로운 흙이 소복하다. “올해에도 애썼구나? 너희 힘으로 우리 집은 해마다 까무잡잡 구수한 흙이 넘치네!” 가랑잎 쓸기를 조금만 하려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재미나서 빠져든다. 다른 일을 잊는다. 땀을 후줄근히 흘리고서야 멈춘다. 《행복한 거인 존》은 ‘즐거운 거인’이 아닌 ‘그냥 큰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이다. 이웃나라에서 처음 나올 적에는 구태여 ‘기쁘다·즐겁다’란 말을 안 붙이는데, 왜 군더더기처럼 이 꾸밈말을 붙일까? 이런 책이름은 외려 속이야기하고 멀어지도록 이끌지 않을까? 큰아이가 꿈꾸고 살아가며 바깥누리를 돌아다니면서 새롭게 배우는 살림보다는 ‘무엇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도록 외곬로 밀어내지 않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는 스스로 즐겁지 못한 탓에, 굴레나 틀에 뻔하게 갇히기 마련인 터라, 자꾸자꾸 ‘즐거운’이란 꾸밈말을 안 붙이고서는 못 견딜는지 모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