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6.


《선생님, 건축이 뭐예요?》

 서윤영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8.1.



비가 좀 온대서 요새는 ‘폭우’니 ‘호우’니 하고, ‘물폭탄’이란 말까지 함부로 쓴다. 비를 왜 ‘비’라고 하지 않을까? ‘소나기’나 ‘작달비’ 같은 이름을 왜 안 쓸까? 정 비가 쏟아진다 싶으면 ‘물벼락·비벼락’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 왜 물벼락이나 비벼락일까? 우리 스스로 이 푸른별을 어지럽혔으니, 바다에서 뭍으로 찾아온 빗줄기고 이곳을 싹싹 쓸어서 말끔히 치우려는 뜻이겠지. 《선생님, 건축이 뭐예요?》는 어린이한테 ‘집’이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건축’이란 말을 그대로 쓰니 아쉬운데,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집’이란 이름을 쓰면 좋겠다. 처음부터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느냐에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는가 하는 숨결도 달라진다. “집을 짓는” 마음하고 “아파트 재건축”을 하는 마음은 다를밖에 없다. “마을을 짓는” 손길하고 “뉴타운 재개발 토목건축”을 하는 손길도 다르지. 삶터는 살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앞길을 내다보는 자리라고 여긴다. 아이들이 이런 얼거리로 집이며 마을이며 고장이며 나라를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울 줄 안다면, 전문가나 공무원이란 이름이 아닌 살림지기요 어른으로서 이 터를 새롭게 가꾸는 길을 가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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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5.


《커다란 느티나무》

 하야시 기린 글·히로노 다카코 그림/이영미 옮김, 나무생각, 2011.4.20.



여러 가지 부채를 써 본 아이들은 플라스틱으로 찍거나 엮은 부채로는 하나도 안 시원하다고 알아챈다. 어른도 알지 않을까? 플라스틱으로 찍은 부채를 흔들면 플라스틱 내음이 퍼질 텐데, 이 부채로 어떻게 시원할까? 그러나 플라스틱 부채가 차고 넘친다. 대나무로 살을 대고 닥종이로 판을 댄 쥘부채야말로 더없이 시원하지. 누구보다 아이들이 잘 안다. 부채를 넉 자루 새로 장만한다. 아이들한테 그림을 맡긴다. 두 아이는 부채에 물감으로 척척 그림을 담는다. 그림이 다 마른 다음에 부치며서 하는 말, “와, 우리가 그림을 넣으니 부채질이 더 시원해!”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바람이 불면 모든 사람이 나란히 시원하다. 시원할 뿐 아니라 푸르게 우거진 마음으로 물든다. 《커다란 느티나무》를 곁에 두고 읽는다. 느티나무는 폭 누우면서 새로운 길을 바라본다.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은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 올리기를 되풀이하는데, 이런 아파트는 되게 비싸다. 터무니없는 값이다. 나무 한 그루 누리지 못하는 그런 시멘트덩이는 왜 비싸야 할까? 마당이 없고 아이들이 못 뛰노는 그런 시멘트더미에서 왜 살아야 할까? 나라에서는 ‘집값 걱정’에 앞서 ‘집다운 보금자리’로 숲을 가꾸는 데에 마음쓸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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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4.


《모든 비밀의 시》

 어디 엔드레 글/한경민 옮김, 최측의농간, 2020.7.20.



마을 빈터나 빈논을 꽃밭으로 가꾸는 분이 있다. 이분이 꽃씨나 남새씨를 심은 곳에 마을고양이가 똥을 누고는 땅을 파헤쳐서 덮는다며, 애써 심은 자리가 망가진다고 얘기한다. 마을고양이로서는 마을을 돌면서 똥 눌 데를 찾기가 만만하지 않겠네 싶다. 요새 어디에다 똥을 누어야 할까? 빈터나 풀밭이 어디일까? 곰곰이 보면 사람 있을 자리 빼고는 어느 누구도 깃들 구석이 없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짐차나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빈터는 어김없이 자동차나 농기계가 줄줄이 선다. 마을고양이가 쥐를 잡아도 반기지 않을 분이 많지 싶다. 쥐쯤이야 쥐잡이물을 놓으면 된다고 여길 테니까. 마을고양이는 참새를 자주 잡는데, 참새라면 새총을 놓으면 된다고 여기지 않을까. 《모든 비밀의 시》를 읽는다. 옮긴이가 너무 멋을 부리는 대목은 아쉽지만, 헝가리 노래를 누릴 수 있으니 고맙다. 교수님 말씨가 아닌 노래님 노래결로 살살 풀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보금자리에서 피어나고, 사랑이란 보금숲에서 깨어나며, 슬기란 보금마을에서 지피겠지. 오래오래 내리는 빗방울이 노래를 들려준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 하늘이 이야기를 속삭인다. 여름철 후박가랑잎이 새삼스레 노래하고, 그득그득 덮는 구름떼가 다같이 이야기꽃을 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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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3.


《발레리나 토끼》

 도요후쿠 마키코 글·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5.13.



달빛이란 무엇일까. 달은 스스로 빛을 못 낸다고 하며, 달 뒤켠에는 푸른별을 노리는 뭔가 있다고도 하는데, 사람들은 더 먼 별을 들여다보면서도 막상 달 뒤쪽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한다. 참말로 달 뒤켠에 뭔가 있기에 수수께끼로 남기거나 모르는 척하는 셈 아닐까 싶다. 가만 보면 이 삶터 곳곳에 감춰진 이야기가 많다. 아니, 감춘 이야기라고 해야겠지. 꿍꿍이나 뒷셈이 있는 이들이 자꾸자꾸 뭔가 숨기지. 눈속임이라고 할까. 《발레리나 토끼》는 사람한테서 춤을 배우고 싶은 토끼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끼한테는 토끼춤이, 사람한테는 사람춤이 있을 텐데, 토끼가 사람한테 춤을 배우고 싶다면, 어떠한 몸짓이 될까? 문득 돌아보면, 사람은 이 별에서 함께 사는 모두한테서 춤을 배운다. 나뭇가지나 풀잎한테서도, 이슬이나 빗물한테서도, 두루미나 제비한테서도, 고래나 고등어한테서도 춤을 배우지. 사람은 뭇이웃한테서 춤을 배우는데, 우리를 둘러싼 뭇이웃한테 사람살이 가운데 무엇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줄 만할까? 지난날에는 사람이며 뭇이웃이며 즐거이 얼크러진 살림길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람 스스로 몹쓸놈이 되어서 뭇이웃이 하나둘 사람 곁을 떠나거나 멀리하거나 손사래치는 나날은 아닐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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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


《치로리 3》

 코야마 아이코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3.8.30.



어릴 적에는 보리를 볶은 다음에 물을 끓여서 노르스름하게 우려내어 마시곤 했다. 그때에는 잘 몰랐으나 인천이란 고장에서 수돗물 아니고는 마실 길이 없으니, 이렇게 했지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웬만한 집마다 볶은보리 우린 물을 마셨지. 먼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물을 어떻게 마셨을까? 생각해 본다. 먼저 바닷물이 아지랑이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비를 뿌리고, 이 비는 숲으로 스미면서 풀꽃나무를 적시고 바위를 씻는다. 멧골에서 샘이 솟고 내를 거쳐 가람을 지나 바다로 돌아가는데, 사람은 샘물이나 냇물을 마셨지. 바다랑 하늘을 품으면서 숲내음이 깃든 물이니 구태여 이 물에 뭘 타거나 섞거나 끓일 까닭이 없다. 《치로리 3》을 읽는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석걸음이 끝이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히 나오며 여덟걸음에 이른다. 뒷걸음을 옮기려나? 이대로 끝나려나? 더운나라에서 자라는 커피나무한테서 얻은 열매를 볶고 끓여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하게 달라진다고 하는 줄거리를 차분히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조용한 만화이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 나쁘지는 않으나 군더더기가 많다고 느낀다. 아니 수돗물 같달까. 다들 큰고장에 산다지만, 큰고장 이웃도 샘물맛을 누리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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