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면

 


  빨래를 널면 얼마나 개운한지 모른다. 손으로 복복 비벼서 빨고는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너는 기쁨을 아는 사람은 알 테고, 이 고단함과 기쁨을 모르는 사람은 모를 테지. 더구나, 마당을 밟으며 풀밭 곁 빨랫줄에 척척 빨래를 널면서 풀바람 쐬고 햇살조각 머금는 아침을 열며 기지개를 켜면 얼마나 상큼한지 모른다. 빨래기계를 들였어도 기계로 빨래를 안 하고 손으로 빨래를 하는 까닭을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시골에서 살아가며 시원하고 맑은 물에 손을 담가 빨래를 척척 하는 재미를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씩씩하게 마친 빨래를 하나둘 널어 야호 하고 두 손 치켜들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 걷기

 


  저녁에 아이들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살짝 에돌며 이웃마을 논자락 사잇길을 달린다. 땀 흠뻑 쏟은 옷을 벗고 씻으려다가 아이들 불러서 먼저 씻기고는 빨래를 한다. 빨래를 바깥에 넌다. 아이들 저녁 해 먹인다. 저녁놀이를 하고 아이들 재울 즈음, 아이들 쉬 누이며 꽉 찬 오줌그릇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아차, 아까 빨래 널고 안 걷었네.’ 하고 깨닫는다. 저녁마실 마친 뒤 한 빨래를 널었다가 안 걷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저녁마실 하고 돌아왔어도 아직 해가 걸려서 빨래를 널었는데, 한밤이 될 때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래도 여름인데 뭐. 이듬날 아침에 다시 밖에 널면 따사로운 햇살이 보송보송 말려 주겠지.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하는 아버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햇볕과 빨래

 


  손으로 비비거나 기계로 비빈다고 해서 빨래를 마무리하지 못한다. 언제나 햇볕이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 주면서, 모든 빨래를 마무리한다. 곧, 빨래를 하자면, 물과 비누와 튼튼하고 씩씩한 손발에다가, 싱그러운 바람이랑 따사로운 햇볕이 나란히 있어야 한다. 빨래를 널어서 볕바라기 시키는 둘레에 풀밭이 있거나 숲이 있거나 나무가 있으면 훨씬 좋겠지. 이때에는 풀내음 숲내음 나무내음 옷가지마다 살포시 깃들 테니까.


  다 말린 옷가지라 하더라도 장마가 지나거나 비 여러 날 뿌린 뒤에는 시나브로 눅눅해진다. 이런 옷가지는 다시 빨더라도 눅눅함이 가시지 않는다. 눅눅함을 빼려면 바로 햇볕이 있어야 한다. 햇볕 쨍쨍 내리쬐는 마당에 착착 널면 어느덧 눅눅함 사라지면서 포근한 햇살내음 옷가지 깊숙하게 밴다.


  아이들은 햇살내음 밴 옷을 입는다. 나도 옆지기도 햇살내음 듬뿍 깃든 옷을 입는다. 밥을 먹는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밥을 먹는다. 집을 지어 살아간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나무를 베어서 지은 집에서 살아간다. 햇살이 어떻게 드리우는가를 살펴 집자리를 살피고, 살림살이를 건사한다. 햇살내음 묻는 바람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보며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아이들을 보살핀다.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즐겁다. 후박나무가 쏴아 하고 푸르게 물드는 바람 베풀고, 갓꽃이랑 유채꽃이 한들한들 흔들리면서 꿀벌 부르고 노란 꽃내음 나누어 주니, 빨래를 마당에 널면서 즐겁다.


  하늘은 파랗게 눈부시다. 들판은 모내기 맞이하기 앞서 바쁜 할매 할배 손길을 타며 싱그럽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멧새가 날아다니고, 제비가 춤을 춘다. 논자락에 물이 차면서 개구리 노랫소리 울려퍼지고, 아이들은 따순 볕 누리면서 뛰어논다.


  좋은 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좋은 마음 되어 빨래를 한다. 빨래를 다 마치고 아이와 함께 마당에 옷가지를 넌다. 나 혼자 빨래를 널어도 좋고, 아이가 곁에서 거들어도 좋다. 햇살과 바람이 촉촉한 옷가지를 보송보송 말린다. 빨래를 다 널고 기지개를 켜면 시원한 바람 한 점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4346.5.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5-20 09:29   좋아요 0 | URL
저렇게 마음과 햇살과 바람이 말려 준
보송보송한 옷을 입으면
또 얼마나, 몸과 마음이 기뻐할까요.~^^

숲노래 2013-05-20 15:56   좋아요 0 | URL
마음도 생각도 환하고 맑게 개인답니다~
 

빨래 너는 솜씨

 


  작은아이가 똥을 누어 냄새 나는 이불을 비누로 벅벅 문질러 비빔질을 하고서 빨래기계에 두 채 넣는다. 석 채째 빨래기계에 넣자니 빨래기계가 벅차 한다는 느낌 든다. 그래, 두 채만 기계한테 맡기고 한 채는 내가 빨자.


  뜨끈뜨끈한 봄날 이틀치 쌓인 아이들 옷가지 수북하다. 개구지게 논 아이들 옷 갈아입히다 보니 한 가득 쌓인다. 빨래기계한테 맡기자면, 세 차례쯤 돌려야 할 텐데, 이렇게 하자면 세 시간 남짓 든다. 너무 오래 잡아먹겠다 싶어, 이불 두 채만 빨래기계더러 빨라 하고, 이불 한 채에다가 수북한 아이들 옷가지는 내가 빨기로 한다.


  한 바구니 빨아 큰아이 부른다. 벼리야, 이 대야 평상에 갖다 놓아 주렴. 네, 하며 영차영차, 무거워, 하면서 들고 간다. 신나게 비비고 헹구며 또 한 바구니 빨아낸다. 다시 큰아이 부른다. 벼리야, 이 대야도 평상에 갖다 놓아 주렴. 네, 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뭘 그리 좋아하나. 마저 세 바구니째 빨래를 마치니, 아버지가 시키지 않았는데 큰아이 스스로 가볍게 들고는 통통통 소리내며 마당으로 나가는 소리 들린다.


  손으로 비비고 헹구며 빨래한 이불을 짠다. 물기 어느 만큼 짠 뒤 대야에 담아 마당으로 내려선다. 어라, 큰아이가 어느새 옷걸이로 꿰어 이불널개에 옷가지를 널었네. 그렇구나. 옷걸이에 꿰며 빨래놀이를 했구나. 이불과 기저귀와 수건만 넌 다음 큰아이 하는 양 물끄러미 지켜본다. 평상에 앉아 “이거는 내 옷. 내 거.” 하며 옷걸이에 꿰어 널고, “이거는 어머니 옷. 엄머니 거.” 하며 또 옷걸이에 꿰어 넌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빛난다. 갓꽃과 유채꽃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마을 멧새 후박나무에 내려앉아 노래를 한다. 아이고 예쁜 것, 착하기도 하지. 그런데 이렇게 줄줄 걸면 바람 불며 한 곳에 겹친단다. 그러면 옷가지 잘 안 마른단다. 네가 애써 여기에 널었지만 옮겨서 따로따로 걸어야 해. 알겠지? 4346.5.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