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으면서 빨래하기

 


  빨래기계를 버젓이 옆에 두고 손빨래를 한다. 빨래기계가 번듯하게 옆에 있지만, 빨래기계에 옷가지 집어넣고 빨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빨래기계는 씻는방 한쪽에 선 채, 내가 손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척척 올려놓는 선반 구실을 한다.


  아이들 자전거에 태워 나들이를 다녀오고 나면 온몸이 땀투성이 된다. 등허리와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몸이 고단하다 할 만한데, 언제나 손으로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문득, 이런 내 모습이 퍽 미련스럽구나 싶기도 하면서, 왜 이렇게 손빨래를 하면서 씻는가 하고 돌아본다.


  나는 우리 집 시골물을 무척 즐긴다. 마실 적에도 즐기고, 설거지를 하거나 씻거나 빨래를 할 적에도 즐긴다. 이 시골물이 몸과 손에 닿는 느낌이 아주 싱그럽다. 우리 집 시골물을 몸에 뿌리면서 고단함이 씻긴다고 느낀다. 이 시골물을 만지며 빨래를 할 적에 옷가지도 내 몸도 한결 나아진다고 느낀다. 손빨래를 하는 동안 입에 물을 한 모금씩 머금으며 생각한다. ‘물아, 물아, 내 지친 몸을 달래 주렴.’ ‘물아, 물아, 내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새 기운 북돋아 주렴.’ 땀을 흠뻑 쏟은 뒤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지 않는다. 한 모금씩 입에 머금고는 1분이나 2분, 때로는 3∼4분씩 옷가지를 비빔질 한다. 이렇게 하면 목마름이 훨씬 빨리 가시고, 몸이 한결 나아진다고 느낀다.


  물은 마시면서도 즐겁고, 만지면서도 즐겁다. 물을 다룰 적이면 언제나 즐겁다. 집일 하는 동안 늘 물을 만지느라, 손이 젖으면 책을 쥘 수 없지만, 이동안 ‘종이책’ 아닌 ‘물책’을 읽는 셈이라고 느낀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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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6 10:21   좋아요 0 | URL
어릴 적에 할머니는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시고 전 옆에서 물장난 치고 놀았던 추억이 납니다.ㅎㅎ
할머니는 빨래를 하실적 마다 개울가에서 씻고 그러셨어요.^^
다시 시골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오늘따라 간절히 나네요..



숲노래 2013-09-26 10:30   좋아요 0 | URL
오, 할머니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면서 씻으셨다니!
그야말로 시원하고 개운하며 즐거우셨으리라 생각해요!
 

미국에서 온 빨래

 


  미국에서 석 달 즈음 공부하는 옆지기가 한국으로 커다란 상자를 보낸다. 곧 한국으로 돌아오니, 무거운 짐을 부쳤나 하고 열어 본다. 아이들한테 줄 선물이 가득 들었다. 그렇구나. 아이들 선물이로구나. 큰아이 입을 치마가 열 벌쯤 있다. 새 치마일까 헌 치마일까. 아무튼, 산 옷이든 얻은 옷이든 모두 한 차례 빨래하고 해바라기를 시키며 바람을 쏘이고 나서 입힐 수 있다.


  마침 아이들 씻기고 옷 갈아입힌 뒤 빨래를 한 차례 했는데, 새 빨래거리 생겼다. 낮에 비가 올 듯한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내처 비누를 묻히고 복복 비빈다. 여러 날 비올는지 모르니, 해가 조금이라도 비출 때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키면서 바람을 쏘여야 오늘 저녁부터 한 벌씩 입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섯 살 큰아이 치마이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열 벌 즈음 손빨래를 하자니 팔뚝이 저린다. 등허리가 쑤신다. 그러나 이렇게 후딱 끝내고 마당에 널 수 있으니 상큼하다. 햇볕이 따사롭고 바람이 시원하다. 곧 마르겠네. 얇은 천으로 된 치마 한 벌쯤은 이따 마실을 가는 길에 입힐 수 있으리라 본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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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마 내가 빨래


 

  고흥 시골집을 며칠 떠나 안동 시골집으로 나들이를 온다. 안동 시골집에 예쁜 이웃이 살아간다. 예쁜 이웃을 만나러 나들이를 온다. 우리 집 여섯 살 큰아이와 또래동무인 여섯 살 가시내가 안동 시골집에 있다. 두 아이는 서로 잘 놀고 살짝 다투다가도 다시 잘 놀며 어울린다. 씻기고도 또 신나게 노느라 땀투성이 되는 아이들이다. 다시금 씻기며 치마를 빨자 하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큰아이가 문득 “내 치마 내가 빨래!” 하고 외친다. 그래, 네가 빨겠니? 빨아 보렴. 대야에 물을 받아 비비는 시늉을 하지만 비빔질도 헹굼질도 아니다. “벼리야, 치마에 비누질 했니?” “아니.” “벼리야, 이 치마를 빠는 까닭은 네가 놀며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야. 그렇게 비비기만 해서는 땀내 안 빠져. 치마는 아버지가 빨 테니까 벼리는 벼리 속옷을 빨아.” 하고는 치마와 속옷에 비누를 묻힌다. 치마는 아버지가 비빔질을 새로 한다. 여섯 살 큰아이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 빨래하는 모습을 살피며 제 속옷을 비빈다. “그렇게 서서 하지 말고 앉아서 빨아. 서서 하면 허리가 아파.” 비빔질 어느 만큼 한 듯싶어, 대야에 물을 부어 준다. “자, 이제는 헹구자.” 다섯 차례 새 물로 헹군다. 우리 시골집 아닌 이웃집에 나들이를 와서 손빨래를 곁에서 함께 한다. 물짜기를 할 힘은 아직 모자라니, 아버지가 물짜기를 맡아서 한다. 옷걸이에 꿰며 말한다. “자, 이제 잘 마르고 이튿날 아침에 예쁘게 입을 수 있게 해 주셔요.” 4346.8.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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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빨래


 

  여름에는 하루에 서너 번, 또는 너덧 번, 때로는 대여섯 번 빨래를 한다. 아이들 옷을 자주 갈아입히면서 그때그때 씻기고는 빨래를 한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는 마당에 내다 너는데, 여름볕 후끈후끈 뜨거워 곧 마른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한 옷도 물기만 짜고는 빨랫줄에 넌다. 이 옷가지도 어느새 마른다.


  여름에는 손과 발을 써서 빨래를 한다. 아니, 나는 봄이고 가을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손과 발을 써서 빨래를 한다. 겨울에는 손발이 조금 시리지만 겨울인 줄 물씬 느낀다. 봄가을에는 손발이 시원한 듯 시린 듯하면서 봄가을을 듬뿍 느낀다. 여름에는 손발이 아주 시원하면서 더위가 가시네 하고 여름을 맑게 느낀다.

  여름날 아이들 땀에 젖은 옷을 여러 차례 빨면서 더위를 식힌다. 아이들은 여름날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고 날마다 여러 차례 씻는다. 아버지는 여름날 아이들 옷을 자꾸자꾸 빨래해서 새로 널고 새로 걷고 새로 개다가는 새로 입힌다. 쓰면 쓸수록 차가운 시골물 한껏 누리면서 여름 빨래 즐긴다. 4346.8.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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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치마 빨래

 


  바깥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올 줄 몰랐기에, 큰아이 속옷과 겉옷을 안 챙겼기에, 새 치마 한 벌을 장만한다. 사고 나서 ‘한 치수 더 큰 옷’으로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순천까지 가서 바꿀 수 없으니 그냥 입혀야지. 이듬해 일곱 살까지 저 새 꽃치마 입힐 수 있을까. 어깻자락이 가늘지 않아 바닷물이나 냇물에서 온몸 적시며 놀아도 어깨끈 끊어질 걱정이 없고, 허리춤 고무줄이 너무 조이지 않으니 퍽 시원스러우며, 꽃무늬 보드라운 빛으로 어우러진 치마를 빨아 마당에 널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이듬해 일곱 살 될 적에는 빠듯하게 입을 테고, 여덟 살이 되면 도무지 못 입겠지. 그래, 그때에는 또 새롭게 어여쁜 치마가 나와 큰아이 입힐 만하리라. 어쩌면 재봉틀을 마련해서 큰아이 치마 실컷 지어서 입힐 수 있을는지 모를 노릇이고. 4346.8.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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