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 [할인행사]
해롤드 래미스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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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꽤 오래된 작품이라고 한다. 언제 극장에 걸쳤는지 살펴보니 1993년이다. 그렇구나. 1993년이면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때이네. 그때에 나는 영화는 아예 쳐다보지 못한 채 살았는데, 그무렵에 나온 영화이니 볼 수 없고 알 수 없었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2014년에 비로소 본다. 2014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몹시 아팠다. 나야말로 ‘늘 똑같은 하루’를 굴레로 만들어서 쳇바퀴를 도는 모습 아니었는가. 나는 아직 스스로 ‘새로운 하루로 나아가는 사랑’을 안 바라보았구나. 나는 언제부터 ‘늘 되풀이하는 똑같은 굴레’를 조용히 내려놓고는, 내가 만든 내 덫에서 나 스스로 풀리면서 ‘새롭게 열며 웃는 삶’을 가꿀 수 있는가.


  사랑을 하기에 하루가 흐른다. 흐르는 하루는 ‘늙음’이나 ‘나이’가 아니다. 흐르는 하루란 언제나 사랑이다. 하루가 흘러서 이틀이 된다. 이틀이 흘러서 사흘이 된다. 하루와 이틀과 사흘은 늘 같다. 늘 같으면서 새롭다. 영어로는 〈Groundhog Day〉인 영화를 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잘못 붙였을까? 아무래도 이 영화를 수입해서 배급한 이들 모두 이 영화를 제대로 못 읽고 ‘늘 똑같은 틀을 되풀이하는 굴레와 덫’에 사로잡혔는가 보다. 깨어나지 못하는 하루를 빗대는 말 ‘그라운드도그(마멋)’을 ‘블랙홀’로 빗댈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빗대어도 맞다고 할 만하다. 게다가,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면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할 만한다. 그래, 우리 스스로 읽기 나름이다. 제대로 보면 늘 다 본다. 제대로 보지 않으니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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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기타 (DVD)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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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아이가 집으로 간다. 할머니 집으로 간다. 어머니가 집으로 간다. 어머니 집으로. 아이는 할머니 집에 남고, 어머니는 제 어머니를 다시 떠나 돈 버는 길로 간다. 돈 때문에 어머니 집을 버려야,  또는 떠나야 했기에 돈 때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아이도 제 어머니 집에서 버려져야 하는가.

  아이는 그동안 어머니한테서 무엇을 배웠나. 텔레비전과 소시지와 과자와 로보트와 우스꽝스러운 유행 흉내내기를 배웠는가. 영화를 보면 아이는 사랑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머니한테서 숨을 받아 태어나기는 했으나 사랑스러운 손길을 받은 적이 아직 없다. 아이는 무엇을 하고 밒을까.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이는 두멧시골이 따분하지 않다. 따분하지 않다고? 그렇다. 도시에서 사랑 없이 날마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도록 내팽겨진 채 게임을 되풀이하던 아이는 두멧시골이 괴롭다. 죽도록 몸서리치도록 괴롭다. 아이는 어떡하지? 아이는 어떡해야 하지?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를 얼른 도시로 데려갈 마음이 아니다. 아이는 사랑 없는 하루로 시골에서 할머니와 있자니 끔직하게 죽을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본다. 아이가 알머니한테 한 짓은 어머니가 저한테 한 짓과 같은 줄을. 이런 바보스러운 굴레는 참으로 재미없는 줄을. 이제 오늘 이곳에서 누군가 사슬을 끊어야 하고,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야 하는 줄을. 더욱이 그 누구는 바로 저인 줄을.

  아이는 보고 깨닫고 삶이 새로 태어난다. 이제 아침이 두렵거나 따분하지 않다. 날마다 웃음거리가 샘솟는다. 웃음과 함께 눈물을 보고 배우고 알고 나누는 오롯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4347.6.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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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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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토토로 이야기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볼 수 있을까. 우리 집 아이를 보면, 두 살 적부터 일곱 살인 요즈음까지 꾸준히 새로 보고 다시 본다. 네 살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착 달라붙고는 영화가 끝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한다. 곰곰이 헤아리면, 어른인 나도 으레 아이들과 토토로를 또 보고 다시 본다.

  다시 볼 때마다 새 빛을 느낀다. 새로 볼 적마다 새 노래가 흐른다. 그래, 그렁지. 만화이든 영화이든 천 번을 서릴 해에 걸쳐 다시 보고 새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리라. 한 번 보았으니 덮으면 소모품이다. 다시 보기에 영화이다. 새로 읽고 느끼니 이야기이다.

  아이들아, 토토로는 씨앗을 뿌리고 돌보며 거두고 나누면서 즐기는 숨결이란다. 숲에서. 4347.5.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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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특가판]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안소니 퀸 외 출연 / PS월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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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돌쟁이일 때부터 함께 본다. 젤소미나 둘레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다. 젤소미나는 슬프며 무거운 노래를 부르는데, 이러한 노래를 부르더라도 웃고 춤을 춘다. 눈물을 흘리더라도 웃음을 함께 품고 노래와 나란히 춤을 펼친다. 젤소미나는 어떤 길에 선 아이일까.  참파노는 어떤 길을 가는 아이인가. 둘은 몸뚱이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늘 아이요, 삶 또한 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어른들은?

  내가 선 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 길에서 뛰논다. 내가 선 길에서 내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 길에서 깔깔 웃고 노래한다.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를 흐른다. 달이 뜨고 해가 진다. 새가 날고 풀벌레가 깨어난다. 개구리가 노래하고, 왜가리는 개구리를 찾아 논을 걷는다. 오월이 저물며 유월이 다가온다. 날마다 새길이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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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김씨 표류기 : 초회 한정판 아웃박스 + 고급 디지팩 + 이미지보드
이해준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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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2009



  죽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죽고 싶은 사람이 많다면 지구별에 사람은 씨가 마를는지 모른다. 죽고 싶은 사람보다 살고 싶은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 느낀다. 아니,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살고 싶은 마음 아닐까. 죽음을 앞둔 사람조차 더 살기를, 또는 다시 살기를, 또는 언제까지나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그러면, 왜 살까.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해야 할까. 회사에 들어가서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면 무엇을 하지? 집을 사나? 자가용을 사나? 그러고 나서 멋진 짝꿍을 사귀나? 맛난 밥을 사다가 먹고, 커다란 텔레비전을 집안에 들인 뒤에 연속극이나 영화나 운동경기를 들여다보면 되나?


  돈을 벌려고 기나긴 나날에 걸쳐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궁금하다. 돈을 벌 회사에 들어가려고 기나긴 나날에 걸쳐 학교와 학원에서 엄청나게 돈을 들이부어야 할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보낼 돈이 있다면, 이 돈으로 시골에서 땅을 장만하여 씨앗을 심고 숲을 돌보며 살면 될 노릇이라고 느낀다. 시골에서 농약도 비료도 없이, 아름답고 깨끗한 들과 숲을 가꾸며 살아가면, 몸과 마음을 살찌울 뿐 아니라, 식구들이 ‘정갈하고 좋은 밥’을 다 먹지 못할 테니, 이웃한테 팔아서 외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 느낀다. 아이 하나를 대학교까지 보내려면 몇 억 원이 든다는데, 이만 한 돈이면 땅을 넉넉하게 장만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씨앗과 풀과 나무를 깨달을 수 있다면, 맑은 마음과 밝은 사랑으로 삶을 아름답게 지을 수 있다.


  살아가려 한다면 꼭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돈? 아니다. 돈이 있대서 살지 않는다. 아파트? 아니다. 아파트가 있대서 살지 않는다. 그럼 무엇인가? 졸업장? 아니다. 은행계좌? 아니다. 손전화? 아니다. 살아가려 한다면 오로지 하나, 사랑이 있어야 한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이 땅과 모든 숨결을 사랑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살아간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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