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48] 아귀



  ‘아귀’라고 하면 물고기를 좋아하는 동무는 바닷물고기를 떠올릴 수 있어요. ‘아귀’라는 말을 듣고서 곧장 손을 바라보는 동무가 있고요. 물건을 손아귀에 쥐어요. 손아귀로 쥐는 힘이 세면 ‘아귀힘’이 세다고 해요. 손으로 쥐거나 잡는 힘이 센 사람은 ‘아귀세다’고도 하는데, 이런 사람은 스스로 씩씩하게 설 줄 알기에 다른 사람한테 안 휘둘린다지요. 그야말로 다부지거나 야무진 사람이라면 매우 아귀세다는 뜻으로 ‘아귀차다’고 해요. 아귀세거나 아귀찬 사람은 손힘만 세지 않아요. 무엇보다 마음힘이 세지요.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릴 줄 알고, 이웃을 아낄 줄 알 적에 비로소 아귀세거나 아귀찬 몸짓을 선보입니다. 이 아귀는 서로 잘 맞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물건을 쥐거나 잡는 손뿐 아니라 우리가 펼치려거나 들려주려는 말에서도 “아귀가 맞을” 적에 기쁘게 들을 만해요. 글을 쓸 적에 “아귀가 맞도록” 쓴다면, ‘글아귀’를 살뜰히 맞춘다면, 매우 훌륭해서 이 글을 읽는 모두한테 기쁨을 베풀 만하리라 생각해요. 2017.4.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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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7] 배다리마을



  ‘마을’하고 ‘동네’라는 낱말이 있어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마치 두 낱말이 다르구나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을·동네’는 뜻이 같고 꼴만 달라요. ‘동네’라는 낱말에서 ‘동’은 ‘洞’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는 ‘마을’을 뜻하지요. 먼먼 옛날에 사람들은 ‘마을’이라는 낱말만 썼어요. 이 낱말 하나로 마을살이를 가꾸었고, 마을살림을 이루었어요. 이러다가 한자가 이 땅에 스미면서 ‘동네’라는 낱말이 태어납니다. 한때 시골하고 도시를 갈라서, 시골에서는 ‘마을’이라 하고, 도시에서는 ‘동네’라 했지만, 요즈막에는 이 흐름이 사뭇 바뀌어요. 도시에서도 금곡동·신림동·서학동·중림동을 ‘금곡마을·신림마을·서학마을·중림마을’이라 할 수 있어요. 요새는 이처럼 ‘-마을’을 붙이는 이름이 널리 사랑받아요. 마을에서 마을이웃을 두고, 마을동무를 사귀며, 마을꽃을 아껴요. 마을놀이를 하고, 마을일을 나누며, 마을길을 손수 치우지요. 마을을 가꾸는 우리는 저마다 마을지기가 됩니다. 꽃으로 예쁜 꽃마을이 있고, 인천 배다리 같은 곳은 배다리마을이나 배다리책마을이 되어요. 부산 보수동 같은 데는 보수마을이나 보수책마을이 되지요. 2017.4.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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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6] 슬픔이



  우리 마음에는 어떤 느낌이 자랄까 하고 돌아봅니다. 즐거운 느낌이 자랄 수 있고, 서운한 마음이 자랄 수 있어요. 눈물을 짓고픈 느낌이 자랄 수 있고, 웃음을 터뜨리고픈 느낌이 자랄 수 있어요. 이 느낌을 가만히 헤아리다 보면, 우리가 기쁠 적에는 느낌이나 마음뿐 아니라 온몸이 ‘기쁨이’가 되는구나 싶어요. 우리가 슬플 적에는 느낌이나 마음뿐 아니라 온몸이 ‘슬픔이’가 될 테고요. 골을 부리려는 느낌이 치밀면 ‘골냄이’가 되어요. 누구를 미워하려는 느낌이 솟으면 ‘미움이’가 되지요. 곁에 있는 이웃이나 동무를 돕고 싶다면 ‘도움이’가 되고, ‘돌봄이’나 ‘보살핌이’도 될 만해요. 따사로이 보듬어 주려 하면 ‘보듬이’가 되겠지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이가 되면 아름다울까요? 우리 스스로 어떤 이로 거듭나는 하루를 지으면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흐를까요? 살림을 가꾸어 ‘가꿈이’요, 살림을 지어 ‘지음이’예요. 걷기를 좋아해서 ‘걸음이’라면, 달리기를 좋아해서 ‘달림이’랍니다. 2017.4.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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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5] 길잡이풀



  나아갈 길을 잘 몰라서 이리저리 헤맬 적에 동무가 우리를 이끌기도 하고 어른이나 스승이 우리를 이끌기도 합니다. 이때에 우리를 이끄는 사람을 가리켜 ‘길잡이’라고 해요. 길을 잡아 주기에 길잡이랍니다. 이 길잡이처럼 밤에 우리 길을 이끄는 별이 있으면 ‘길잡이별’이에요. 어느 땅이나 마을이나 고장이 얼마나 깨끗하거나 안 깨끗한가를 살피도록 이끄는 풀은 ‘길잡이풀’이에요. 제비가 살 수 있느냐 개구리가 살 수 있느냐 도롱뇽이 살 수 있느냐를 알아보려고 ‘길잡이짐승’을 헤아립니다. 혼자 나들이를 다니다가 길을 알려주는 알림판이나 알림돌을 보았다면 ‘길잡이판·길잡이돌’을 본 셈이에요. 글이나 말이나 책을 우리 길잡이로 여길 수 있어요. ‘길잡이글·길잡이말·길잡이책’입니다. 꽃이나 바람이나 구름을 길잡이로 여기면 ‘길잡이꽃·길잡이바람·길잡이구름’이 되어요. 길잡이그림이나 길잡이노래를 곁에 둘 수 있어요. 길잡이나무나 길잡이숲을 마음에 놓을 수 있습니다. 2017.4.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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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2] 싹트다



  나무줄기 한켠에서 겨울눈이 돋으면서 추운 겨울 동안 고요히 자랍니다. 이 겨울눈을 지나 비로소 움이 트고, 움이 트면서 싹이 돋습니다. ‘눈·움·싹’은 모두 새롭게 태어나거나 깨어나거나 피어나려고 하는 숨결을 나타내요. ‘눈트다·움트다·싹트다’처럼 쓰기도 하면서, 눈이나 움이나 싹이 나오는 모습을 가리키지요. 이 세 낱말은 잎이나 줄기가 새로 뻗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우리 마음이나 생각이나 사랑이나 느낌이 새로 일어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눈트는 그리움이고, 움트는 사랑이며, 싹트는 기쁨이에요. 어떤 일을 이제 처음으로 해 보려고 눈트는 즐거움으로 나섭니다. 먼 곳에 사는 동무를 만나려는 마음이 오래도록 움트면서 한결 반갑습니다. 아직 힘이 모자라지만 씩씩하게 새로운 일을 맞아들이면서 싹트는 재미를 키워요. 조그마한 눈이며 움이며 싹은 바야흐로 짙푸른 잎이 되거나 야무진 줄기가 되거나 싱그러운 꽃이 됩니다. 2017.4.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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