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53] 나물



  밥을 지을 적에 나물을 넣으면 나물밥이에요. 밤을 넣으면 밤밥이고, 당근을 넣으면 당근밥이지요. 배추밥이나 무밥이나 감자밥을 지을 수 있어요. 나물은 사람이 즐겁게 먹는 풀을 따로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나물이라는 풀은 사람이 안 심어도 스스로 씨앗이나 뿌리로 퍼지면서 자랍니다. 남새는 사람이 따로 심어서 먹을거리로 삼는 풀이에요. 남새밭 같은 말을 써요. 푸성귀라는 낱말은 나물하고 남새를 아울러요. 사람이 먹는 모든 풀을 따로 푸성귀라고 하는 셈입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이는 ‘고기밥’을 먹는다고 해요. 풀을 좋아하는 이는 ‘풀밥’을 먹는다고 하지요. 밥상에 고기가 없으면 안 된다고 여길 적에는 ‘고기밥쟁이·고기밥꾼·고기밥님·고기밥지기’라 말할 만하고, 굳이 고기를 먹기보다는 풀(푸성귀)로 넉넉하다고 여길 적에는 ‘풀밥쟁이·풀밥꾼·풀밥님·풀밥지기’라 할 만해요. 풀은 들풀이나 멧풀이나 바닷풀이 있어요. 들에서 나거나 멧골에서 나거나 바다에서 나는 결을 살펴서 가르지요. 이 세 갈래 풀 가운데 들풀은 수수한 사람들을 빗대는 자리에도 써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를 드는 사람들은 ‘들풀’이에요. 나물이라는 낱말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마디로 쓰이기도 하는데, 서로 어울리는 여러 가지가 짝이 된 일을 나타내요. ‘끼리끼리’하고 살짝 비슷하다고 할 만합니다.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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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2] 타다



  새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납니다. 구름도 바람을 타고 살살 날아요. 물고기는 물살을 가르기도 하지만 마치 물결을 타고 노는 듯 보이기도 해요. 자전거를 타고, 멧등성이를 타며, 아기가 할머니 등을 타고 까르르 웃어요. 미끄럼을 타고, 모닥불이 타고, 속이 타거나 애가 타요. 가뭄이 들어 논밭이 타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오르지요. 좋은 때를 타서 잘되기도 해요. 따뜻한 물에 꿀을 타서 마셔요. 돈을 타서 쓰기도 하고, 멋진 솜씨를 타고 태어난 동무가 있어요. 톱으로 나무를 슬슬 타서 책꽂이를 짜 볼까요. 기타를 타거나 피아노를 타면서 노래를 불러요. 요즈음에는 맷돌을 보기 어려울 텐데 예전에는 맷돌에 콩을 타서 두부를 쑤거나 콩물을 얻었어요. 때를 탄 옷은 더러우니 빨래를 합니다. 좋은 기운을 타고 함께 웃어요. 부끄러움을 타느라 말을 잘 못해요. 봄을 탔는지 설레고, 솜을 타서 이불을 누비지요. 그리고 우리 손을 타는 물건에 우리 숨결이 깃들어요. 내 손을 탄 책에는 내 마음이 스며요. 내 손을 탄 연필 한 자루가 좋아요. 손을 탄 길고양이가 우리 곁에 살그머니 다가와서 앉아요. 수많은 ‘타다’ 가운데 “손을 타는” 일이란 얼마나 살가운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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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1] 말씨



  누구나 처음부터 솜씨가 좋지는 않아요. 차근차근 해 보면서 꾸준히 익히기에 솜씨가 생겨요. 누구나 처음부터 말씨가 곱지는 않아요. 말을 하나하나 듣고 배우는 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려 하면서 어느새 고운 말씨로 거듭나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는데요, 우리 입에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는 말이 곱지 않고서야 우리한테 돌아올 말이 곱기 어렵다고 합니다. 남이 나한테 고운 말을 들려주기를 바라기 앞서 나부터 즐겁게 고이 말할 줄 알아야 한다지요. 우리 마음씨는 어떠할까요? 마음을 곱게 쓰나요, 밉게 쓰나요? 내 마음씨는 어떤 결일까요?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씨가 되기를 바라면서 서로서로 깊이 헤아리는 생각씨가 되면 좋겠지요. ‘-씨’를 붙여서 어떠한 몸짓이나 모습인가를 이야기해요. 이를테면 바람이 어떤 결인가 하고 살피면서 ‘바람씨’를 말해요. 몸을 어떻게 가꾸었나 하고 살펴보면서 ‘몸씨(몸맵시)’를 말해요. 글을 읽을 적에는 ‘글씨’를 살피고, 걷는 몸짓을 놓고 ‘걸음씨(발씨)’를 말한답니다. 그런데 ‘씨’는 씨앗을 가리키기도 해서 “말이 씨가 된다”고도 하지요. 우리가 말하는 대로 된다는 뜻이에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으로, 우리가 기쁘게 이루고 싶은 꿈을 말로 곱게 하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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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0] 씨줄, 날줄



  위에서 아래로 긋는 세로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가로예요. 세로는 아래에서 위로 그을 수 있고, 가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을 수 있어요. 가로랑 세로를 겹치면 그물꼴이 되어요. 바둑판 무늬라고도 할 만하지요. 우리는 지구를 크게 헤아리면서 금을 그어 보기도 해요. 땅바닥에 긋는 금은 아니고, 지구 생김새를 종이에 옮긴 그림에 금을 그어 본답니다. 이때 세로로 긋는 금은 ‘날줄(날금)’이라고 해요. 가로로 긋는 금은 ‘씨줄(씨금)’이라 하지요. “씨줄 날줄”은 “가로 세로”처럼 그물눈이나 바둑판 무늬를 이루어요. 오늘날에는 옷을 손수 지어서 입는 사람이 드문데,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천을 짜고는 이 천을 다시 손수 기워서 옷을 얻었지요. 베틀에 실을 얹어서 천을 짠다든지 그물을 엮을 적에 씨실을 놓고 날실을 얹으면서 가로랑 세로가 촘촘히 맞물리도록 했어요. 그래서 베짜기를 솜씨 있게 하는 모습을 두고 ‘짜임새’를 이야기하지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짜임새가 있도록 잘 살피라고 하잖아요? 실을 가로랑 세로로 찬찬히 엮듯이, 씨실하고 날실을 곰곰이 짜듯이, 베짜기를 오롯이 하듯이, 우리 생각도 짜임새가 있을 적에 튼튼하고 아름다워요.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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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9] 보릿자루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말이 없는 사람이 있어요. 마당이나 길이나 방바닥을 깔끔하게 하려고 빗자루를 손에 쥐고 쓸어요. 쓰레질을 하는 노릇을 톡톡히 하는 빗자루처럼 겉보기는 수수해도 똘똘하거나 당찬 사람이 있습니다. 생김새는 같은 ‘자루’이지만 쓰임새는 다른 자루예요. 하나는 천으로 짜서 물건을 담는 일을 하고, 다른 하나는 손잡이 노릇을 해요. 여기에 또 한 가지 자루가 있으니 ‘연필 자루’예요. 연필처럼 길쭉한 것을 ‘자루’라는 이름으로 나타내지요. 칼 한 자루, 호미 두 자루, 삽 석 자루, 도시 넉 자루처럼 써요. 보릿자루는 보리를 담은 자루이니, 쌀을 담으면 쌀자루예요. 밀을 담으면 밀자루요, 콩을 담으면 콩자루일 테지요. 돈을 담아 돈자루이고, 책을 담아 책자루랍니다. 무엇이든 담는 자루인 터라,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는 ‘이야기자루’도 있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웃음자루’나, 노래가 술술 흐르는 ‘노래자루’도 있어요. 따사로운 마음을 ‘마음자루’에 담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즐겁게 이루고 싶은 꿈을 ‘꿈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봐요.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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