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60] 푸짐밥

단출하게 차려서 혼자 먹습니다. 혼자 먹을 생각이라서 단출하게 차립니다. 때로는 푸짐하게 차려서 혼자 먹습니다. 혼자 먹더라도 넉넉하게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볍게 차려서 이웃을 부릅니다. 많이 먹기보다는 이야기를 넉넉히 나누면서 입맛을 당기려는 뜻입니다. 때로는 푸짐하게 차려서 이웃을 부릅니다. 기쁘고 넉넉하게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이것저것 잔뜩 차려요. 혼자서 혼밥을 먹는다면 여럿이서 모둠밥을 먹을 텐데, 단출하게 먹으면 ‘단출밥’이요, 푸짐하게 먹으면 ‘푸짐밥’입니다. 다른 일이 바빠서 단출밥을 먹을 수 있어요. 바삐 길을 나서려고 단출밥을 차릴 수 있어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 가볍게 누리려고 단출밥을 마련할 수 있지요. 다른 일이 바쁘건 말건 많이 먹고 싶어서, 또는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먹고 싶어서 푸짐밥을 차릴 수 있어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도 더욱 즐겁고 넉넉하게 먹으려는 뜻으로 푸짐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단출하게 차리기에 잔칫밥이 안 되지 않습니다. 단출하게 차리더라도 서로 기쁨을 나누면 잔칫밥입니다. 푸짐하게 차릴 적에만 잔칫밥이 되지 않아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넉넉한 마음이 피어오를 적에 잔칫밥입니다. 2017.7.30.해.ㅅㄴㄹ


[푸짐밥]

: 푸짐하게 차린 밥. 여러 사람이 기쁘고 넉넉하게 나누려고 차리는 밥

 * 오늘 저녁은 푸짐밥이야

 * 모처럼 모였으니 푸짐밥을 차리자

[단출밥]

: 가벼우면서 손쉽게 차린 밥. 가볍게 배를 채우려고 손쉽게 차리는 밥

 * 버스를 오래 타야 해서 단출밥을 먹으려고

 * 먹고 치우기 좋도록 단출밥을 차렸어

[잔칫밥]

: 잔치를 하거나 잔치를 하듯이 차린 밥. 기쁜 일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나누려고 차리는 밥

 * 좋은 일이 있어서 잔칫밥을 마련했지

 * 오늘은 꼭 잔칫밥 같구나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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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9] 밀당

비가 오니 비가 그칩니다. 해가 뜨니 해가 집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잠을 잡니다. 삶을 바라보면 한 가지만 흐르는 일이란 없어요. 두 가지가 늘 사이좋게 맞물려요. 비만 오거나 비가 안 오기만 하다면 괴로워요. 해가 내내 뜨거나 내내 안 뜨면 고달프지요. 잠만 자거나 잠을 안 자도 힘들 테고요. 오르니 내립니다. 내리니 오르고요. 가니까 오고, 오니까 와요. 이처럼 한때에는 밀다가 한때에는 당깁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재미납니다. 슬그머니 밀다가 살그마니 당기면서 웃음이 피어나요. 좋아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밀고 당기지만, 글이나 영화에서도 밀고 당기듯이 줄거리가 흘러요. 개구진 아이들은 한창 신나게 뛰놀다가 한동안 조용히 쉬어요. 사람이 살며 느끼거나 누리는 ‘밀고 당기기’를 ‘밀당’이라는 짧은 말마디로 간추립니다. ‘밀당’은 ‘밀당하다’로 써 볼 수 있겠지요. 거꾸로 ‘당밀·당밀하다’로 써 보아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누구는 밀당이나 당밀을 안 하고 ‘밀밀’이나 ‘당당’만 할는지 몰라요. 밀기만 해서는 힘들고, 당기기만 해서는 고단할 텐데요. 알맞게 밀고 당기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짓습니다. 2017.7.23.해.ㅅㄴㄹ



[밀당 (밀당하다)]

1. 밀고 당기다

 * 서로 밀당하면서 주고받기만 한다

 * 밀당을 하듯이 글을 써 볼 수 있어

2. 밀고 당기듯이 움직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듯이 굴다가도, 그 사람을 안 좋아하는 듯이 구는 모습을 가리킨다. 오락가락하도록 굴면서 맞은쪽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는 몸짓이다

 * 저 둘은 밀당을 하더니 가까워졌네

 * 밀당은 그만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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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8] 꽃길


꽃으로 꾸민 길을 걸으면 마음이며 몸에 환한 기운이 돕니다. 그저 들꽃 몇 송이가 핀 꽃길이어도 즐겁게 웃음을 지을 만합니다. 꽃이 핀 골목을 거닐면서 골목마을이 참 곱다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골목 귀퉁이에 꽃을 심은 이웃 손길이 곱고, 조용한 골목 한켠에서 씩씩하게 고개를 내미는 꽃송이가 고와요. 꽃은 씨앗이면서 열매입니다. 꽃은 새로운 씨앗이나 열매를 맺으려고 피는 숨결입니다. 꽃은 이제껏 뿌리랑 줄기랑 잎으로 받아들인 빗물이며 바람이며 흙 기운이 알뜰히 모여서 태어나는 꿈입니다. 이러한 꽃을 눈으로 보고 코로 맡으며 손으로 느끼면 무척 산뜻할 테지요. 우리는 꽃길을 걷습니다. 꽃이 핀 길을 걸을 뿐 아니라, 앞으로 밝게 피어날 길을 걷습니다. 어제까지는 고단하거나 메마른 길을 걸었을는지 모르나, 오늘부터는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밝은 길을 걷습니다. 사랑스러운 길을 걸어요. 신나는 길을 걸어요. 숱한 들꽃과 멧꽃과 숲꽃과 골목꽃과 마을꽃이 어우러진 멋진 길을 걸어요. 우리한테 좋은 일이 생기고, 이웃하고 동무한테도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길입니다. 꿋꿋하게 흘린 땀방울이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살뜰한 거름이 되리라 생각해요. 씩씩하게 쏟은 땀방울은 빗물처럼 꽃송이를 깨워서 조촐한 꽃길을 이룹니다. 2017.7.16.해.ㅅㄴㄹ



[꽃길]

1. 꽃이 핀 길. 꽃으로 꾸민 길

 * 꽃길을 걸으니 마음이 환하다

 * 할머니가 가꾼 꽃길이에요

2. 앞으로 밝게 이어지는 길.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는 길. 어려움이 끝나고 기쁜 열매를 맺는 삶을 누리는 길

 * 이제부터 꽃길을 걸으시기를 바라요

 * 그동안 흘린 땀은 꽃길로 돌아온단다


(숲노래/최종규 . 말넋/새로운 한국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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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5] 꿈그림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어요. 아직 이루지 못하지만 앞으로 꼭 이루겠노라 다짐하는 일이 있어요. 이제까지 이루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제부터 이루려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자꾸 생각하는 일이 있어요. 이루고 싶기에 꿈이에요. 이루지 못했지만 곧 이룰 수 있다고 여기기에 꿈이지요. 이 꿈을 마음에 담으면서 그림을 그려 봅니다. 다짐을 하는 뜻으로 다짐글을 쓰거나 다짐그림을 그린다면, 꿈을 마음에 담으면서 꿈글을 쓰거나 꿈그림을 그려요. 다짐글을 쓰고 다짐그림을 그려서 책상맡에 붙여 봅니다. 꿈글을 쓰고 꿈그림을 그려서 문이나 벽에 붙여 봅니다. 마음에 굳게 새기려고 붙이는 다짐글이고 다짐그림이에요. 마음에 똑똑히 새기려고 붙이는 꿈글이면서 꿈그림입니다. 다짐글이랑 꿈글을 읽고 새로 읽으면서 생각을 지펴요. 다짐그림하고 꿈그림을 보고 새로 보면서 뜻을 북돋아요. 아침마다 다짐을 되새기고 밤마다 꿈을 되돌아봐요. 언제나 다짐을 되뇌고 늘 꿈을 바라보며 빙긋 웃어요.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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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4] 손질값



  가방을 손질했어요. 제가 늘 메는 가방이 제법 오래되어 낡고 닳았거든요. 책이며 살림을 가방에 잔뜩 담아서 늘 메고 다니다가 어느 날 어깨끈이 투툭 끊어졌어요. 어깨끈이 끊어진 가방을 가방집에 가지고 가서 맡겨요. 이렇게 한 번 손질을 받았고, 몇 해 뒤 다시 어깨끈이 끊어져서 또 손질을 받았어요. 이러고서 몇 해가 흐르니 어깨끈이 새삼스레 끊어져서 새롭게 손질을 받았습니다. 가방 하나를 두고두고 쓰면서 손질을 받지요. 새 가방을 장만하지 않고 오래된 가방을 자꾸 손질하면서 살뜰히 써요. 어깨끈을 손질하거나 새로 붙이니 마치 새 가방 같아요. 낡거나 닳은 자리는 솜씨 좋은 이웃님이 꼼꼼히 손질해 줍니다. 이웃님이 알뜰히 손질해 주었기에 고마운 마음에 손질값을 치릅니다. 손으로 만져 주는 고마움을 느끼면서 가방을 메요. 새 어깨끈을 붙인 가방도 기뻐하는구나 싶어요. 가방이며 옷을 손질해 주는 이웃님은 손질꾼이자 손질님이고 손질지기입니다. 손질벗이자 손질장이라고 할 만해요.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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