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98. 싱그러운 바람



나무는

제가 자란 숨결로

우리 곁에서

새로운 모습 되어

함께 산다.


집으로

책으로

종이로

책걸상으로

연필로

나룻배로

수저로


그리고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로.



2015.9.11.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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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7. 잠자리야



큰비랑 큰바람 몰아쳐

모과나무는 굵은 열매 달린

굵다란 가지가 찢어졌고

감잎 우수수 떨어지고

풋감 와그르 구르는데


나비랑 잠자리

너희는

어디서 비바람을 그었니?


비 그치고 바람 멎어

오늘은 참 시원하고 상큼해


잠자리야,

이리 와서

나랑 같이 놀자.



2015.7.1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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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6. 구멍



겨울에 튜브에 바람 넣고

콩콩 뛰며 놀았더니

퓌쉬식 바람 빠졌다

구멍이 났다


어머니한테 안 들키려고

옷장에 숨겼다

이러고서 까맣게 잊었다


여름이 되어

자전거 타고 골짜기에 간다

튜브를 챙겨 즐겁게 간다

아버지가 후우후우

바람을 넣는데 자꾸 피식피식 샌다


아, 지난겨울에 튜브에 구멍났지!

헤헤, 헐렁한 튜브 허리에 꿰고

그냥 논다



2015.7.15.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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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5. 비바람



비가 오며 땅이 젖는다

바람이 불며 풀이 눕는다


비가 멎으며 땅이 마른다

바람이 그치며 풀이 서네


범나비 애벌레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초피나무 가지에 붙어서

아주 천천히 잎을 갉는다


나는 맨발로 마당에 나가

비를 맞는다

범나비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면서

아주 작은 입을 놀리는

몸짓을 들여다본다


이 비바람이 그치면

애벌레는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될까



2015.7.12.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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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4. 서울마실



아버지는 서울에

으레 혼자서

일하러 마실을 간다.


“나도 데려가요.”

“넌 여기서 놀아.”

쳇 쳇 쳇

같이 가고 싶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서울에 같이 가면


거기에서는

전철에서 뛰어도 안 돼

버스에서 큰소리로 노래해도 안 돼

길에서 신나게 달려도 안 돼


‘안 돼’투성이

서울서는 얌전만 떨어야 한다.



2015.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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