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77. 나 벌써 앉았어 (2015.9.21.)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갖다 놓은 뒤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려 하는데, 작은아이는 벌써 수레에 앉는다. 따로 말을 하지 않았으나 작은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콩콩콩 달려서 수레에 앉네. 작은아이는 수레에 앉아서 “나 벌써 앉았어. 어서 와야지. 어서 가자.” 하고 말한다. 이 귀여운 자전거돌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순이 76. 구름을 구름을 (2015.8.26.)



  자전거를 달리다가 문득 선다. 구름을 본다. 자전거를 달리면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나, 일부러 자전거를 세워서 구름을 가만히 본다. 파랗기만 한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을, 새파란 하늘에 떠서 이 땅에 살몃살몃 그늘을 베푸는 조그마한 구름을, 천천히 모습을 바꾸면서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서 다시 자전거를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5-09-10 08:14   좋아요 0 | URL
와~~ 파란 하늘도 좋고, 하얀 구름도 좋고~ 사진도 참 좋아요~!!!

숲노래 2015-09-10 10: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이 싱그러운 가을하늘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

책읽는나무 2015-09-10 08:31   좋아요 0 | URL
이제 다 낳으신겝니까??
아이들과 함께 구름을 볼 수 있어 다행이네요^^

숲노래 2015-09-10 10:53   좋아요 0 | URL
다치기 앞서 이레쯤 앞서라 할 8월 26일 모습입니다.
어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안 다칠 무렵
아이들과 놀던 사진을 되새겨 본다고 할까요 ㅠ.ㅜ
 


자전거순이 75. 휘파람을 부르며 (2015.8.23.)



  자전거순이는 휘파람을 부르며 자전거를 달린다. 작은아이도 아버지도 큰아이 휘파람 노랫소리를 듣는다. 자전거를 신나게 몰다가 휘파람 소리에 고이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 슬며시 멈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섞이는 휘파람 노래도 곱고, 들녘으로 퍼뜨리는 싱그러운 휘파람 노래도 예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순이 74. 바람이 튜브 신나게 (2015.8.23.)



  골짜기로 자전거마실을 간다. 큰아이는 “튜브 가져갈래! 튜브! 튜브!” 하고 노래한다. 바람이를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렴. 자, 어떻게 가져갈까? “보라야, 네가 튜브 좀 안고 갈래?” “응, 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누나 바람이’를 안지 않겠다고 하더니, 올해에 제 바람이가 구멍이 나서 못 쓰니, 누나 바람이를 얻어서 함께 놀아야 한다. 이제 작은아이는 누나 바람이를 기꺼이 안아 준다. 우리는 바람이를 이끌고 바람을 가르며 숲으로 간다. 골짝바람과 골짝물을 누리려고 자전거를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순이 73. 나는 다시 탈래 (2015.8.17.)



  자전거마실을 이끌다가 아버지가 힘이 든다면서 “우리 걸어 볼까?” 하고 말을 걸면, 큰아이는 언제나 씩씩하게 “응, 걸을래.” 하고 말한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서 늘 발판질을 하느라 힘이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어버이 마음을 더없이 깊이 헤아려 준다. 느긋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어버이가 자전거에서 내려 걸을 적에는 그야말로 힘든 때인 줄 알아준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제 어버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지 않는다. 두 아이는 한배에서 나왔어도 마음결이 제법 다르다. 그리고, 이 다른 마음결이 여러모로 재미있다. 작은아이는 언제나 제가 바라는 대로 하고 싶으니 제 마음을 안 숨긴다. 큰아이는 늘 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곧잘 제 마음을 살그마니 숨기곤 한다. 나는 큰아이가 씩씩하게 웬만큼 걸어 주는 동안 천천히 기운을 되찾고, 이렇게 되찾은 기운으로 다시 자전거를 이끈다. 큰아이는 ‘뭐, 동생은 수레에 앉아서 갈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할까, 아니면 ‘쳇!’ 하고 생각할까? 둘 다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동생은 동생이니 더 아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느낀다. 함께 자전거마실을 다니다 보면 나는 언제나 큰아이한테서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면서 고개를 숙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