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7] 시인 되기

 


  찬찬히 걸을 수 있으면 누구라도 글빛.
  가만히 껴안을 수 있으면 모두 노래빛.
  조용히 그릴 수 있으면 모두 하늘빛.

 


  자가용을 달리는 시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바쁘게 돈을 버는 노래지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어도, 찬찬히 걸으면 시인이 되어요. 시장이나 군수가 되어도, 풀과 나무를 껴안으면 노래지기가 되어요.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마음이 되는지가 대수롭습니다. 어떤 꿈을 키우고 어떤 빛을 가꾸며 어떤 길을 걸으려 하는가에 따라 목소리와 얼굴이 새롭게 거듭나요.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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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6] 삐딱한 눈

 


  난 너를 삐딱하게 바라보지 않아.
  네가 삐딱하게 살기에 그대로 말하지.
  네가 착하게 살면 착한 말 태어난다.

 


  언제부터인지 ‘삐딱이’라는 이름이 퍼집니다. 이 지구별과 이 나라를 ‘삐딱하게’ 바라본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삐딱이는 무엇을 삐딱하게 바라볼까요. 올바르거나 아름답거나 착한 모습을 삐딱하게 바라볼까요? 착한 사람을 안 착한 사람으로 바라볼까요? 나쁜 사람을 안 나쁜 사람으로 바라볼까요? 이 지구별에서 정치권력이나 문화권력이나 사회권력이나 경제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비뚤어지거나 어리석거나 어이없는 짓을 일삼기에, 이 얄궂은 모습을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요, 권력을 더 단단히 거머쥐려고, 얄궂은 모습을 그대로 말하거나 나무라는 이들한테 ‘삐딱이’라는 허물을 뒤집어씌우는 노릇이라고 느껴요. 모두 착하고 사랑스레 살아간다면, 얄궂은 이들도 없을 테고, 얄궂은 이들이 없으면 ‘삐딱이’ 또한 하나도 없으리라 느껴요. 4346.1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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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5] 집안일

 


  밥을 지으며 평화
  빨래를 하며 사랑
  살림을 가꾸며 빛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다림질을 하는 때에는 참 마음이 차분하고 가라앉으면서, 이때에 여러모로 아름답거나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올라요. 이 지구별에 평화 아닌 전쟁이 자꾸 불거진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밥을 짓지 않기 때문이지 싶어요. 손수 밥을 지어서 함께 먹으면 싸울 일이 없어요. 스스로 밥을 짓지 않으니 자꾸 싸우고 말아요. 전쟁무기 든 전쟁뿐 아니라, 정치꾼들 다툼이라든지 언론매체들 다툼도 모두, 밥은 집에서 ‘여자(어머니나 곁님)’가 지어 주니 생기지 싶어요. 밥을 손수 짓지 않으면 빨래도 손수 하지 않을 테지요. 밥과 빨래를 손수 거느리지 않으면 집살림 또한 손수 다스리지 않을 테지요. 중국 옛말을 더듬지 않더라도,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은 내 집부터 잘 다스릴 때에 이루어져요. 내 집, 우리 마을, 들과 숲과 멧자락을 알뜰살뜰 사랑스레 보듬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나라이건 사회이건 정치이건 경제이건 교육이건 문화이건 올바로 추스를 수 있어요.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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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4] 하늘

 


  땅값 아무리 비싼 서울이더라도
  나무 한 그루쯤 안 심을 수 없어요.
  하늘 있고 땅 있어야 도시 있으니까요.

 


  하늘숨과 하늘빛과 하늘노래 누릴 수 있을 때에, 더없이 아름다운 글과 그림과 사진이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끼곤 해요.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하늘숨과 하늘빛과 하늘노래는 어디에나 있어요. 우리들은 마음으로 숨과 빛과 노래를 누려요. 텔레비전에 나오니 누리지 않아요. 우리 곁에 늘 있는 숨과 빛과 노래를 누려요.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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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3] 나무

 


  민들레 뜯고 미나리 뜯다가,
  유채잎 뜯고 고들빼기잎 뜯다가,
  잎사귀란 얼마나 푸른가 하고 생각한다.

 


  붉나무한테서는 어떤 열매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열매나 꽃이 어떠하든 붉나무는 가을날 짙붉게 타오르는 잎사귀만으로도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단풍나무는 이른봄에 꽃이 피고 지면서 곧 열매인 씨앗을 떨구는데, 가을까지 푸르게 맑은 잎사귀로 잇다가 새빨갛게 물들며 마음을 곱게 적십니다. 이 잎빛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느껴요. 풀잎은 잎사귀를 뜯어서 먹는 동안 문득문득 이 잎빛이 참으로 고마우며 곱다고 느껴요. 나무란 무엇이고 풀이란 무엇일까요. 나무는 사람한테 어떤 넋이고, 풀은 사람한테 어떤 빛일까요. 사람한테 열매가 되어야 하는 나무가 아니고, 사람한테 꽃이 되어야 하는 풀이 아닙니다. 나무는 나무로서 아름답고, 풀은 풀대로 사랑스럽습니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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