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2] 교과서

 


  햇볕처럼 따사롭고
  바람처럼 싱그러우며
  풀내음처럼 고소하지.

 


  아름답고 알찬 모든 책을 다 교과서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라 한다면, 햇볕처럼 따사로울 수 있어야 하고, 바람처럼 싱그러울 수 있어야 하며, 풀내음처럼 고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해와 바람과 풀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교과서라 하기 어렵다고 느껴요. 과학 지식이나 국어 지식이나 수학 지식이나 사회 지식을 다루는 교과서가 아니라, 삶을 밝히고 사랑을 알려주며 꿈을 가꾸는 책이 비로소 교과서라고 느낍니다. 시험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둔다면, 이런 책은 전쟁무기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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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1] 어머니 손맛

 


  된장찌개가 어머니 손맛.
  밥 한 술이 어머니 손맛.
  자리끼 한 모금이 어머니 손맛.

 


  딱히 대단한 것 없더라도 모두 아름다운 ‘맛’이 되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물려주는 맛이란 사랑일 테니까요. 흔한 부추 한 줌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나 아버지가 손수 뜯어서 밥상에 올리는 맛은 새롭습니다. 라면 한 그릇을 끓여서 내놓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수 밥상에 올리는 맛은 남다릅니다. 4347.2.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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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0] 과학

 


  과학이란,
  피고 지면서 흙으로 돌아가는 꽃.
  그리고, 삼천 해를 살아가는 나무.

 


  법칙이나 증명이나 수식이나 논증을 할 때에 과학이 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과학을 달리 생각합니다. 꽃 한 송이가 바로 과학이라고 느낍니다. 해마다 봄이 되어 새롭게 피는 꽃이 바로 과학이요, 지는 꽃이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 이듬해에 새로운 꽃이 피어나도록 ‘새로운 흙이 된’ 꽃이 바로 과학이라고 느낍니다. 작은 들꽃 한 송이를 놓고 과학으로 낱낱이 파헤치거나 살핀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없으리라 느껴요. 학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과학으로는 겉을 훑듯이 건드릴는지 모르지만, 삶도 사랑도 꿈도 믿음도 이야기도 노래도 그리지 못합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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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9] 표절

 


  사랑이 있어 나누고
  꿈이 있어 베풀지만
  힘이 있어 빼앗는다.

 


  힘이 있는 이가 빼앗습니다. 다만, 힘은 있되 사랑은 없어 쓸쓸한 이들이 빼앗습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힘이 있어도 빼앗지 않습니다. 사랑과 힘이 함께 있는 이들은 즐겁게 나눕니다. 사랑과 힘에다가 꿈이 있는 사람은 스스럼없이 베풉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한테는 힘은 있을는지 몰라도 사랑이 없습니다. 남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짓밟는 이들도 힘은 있되 사랑이나 꿈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애써 지은 작품을 표절하는 쪽은 언제나 ‘권력자’입니다. 힘이 여린 쪽은 표절을 하지 않아요. 아니, 할 까닭도 없고 할 힘조차 없어요. 남을 얕보니까 표절을 해요. 남을 나처럼 아끼지 않으니 표절을 하지요. 얼마나 슬픈 넋일까 싶어요. 4347.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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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8] 사람

 


  자다가도 팔을 뻗어
  옆에 누운 아이들
  이불깃 새로 여민다.

 


  사람을 사랑하면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뒤따라와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어느 것도 억지로 끌어당겨도 나한테 안 오겠지요. 돈을 주기에 나한테 찾아오는 사람은 없어요. 선물을 준다기에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없어요. 사랑을 속삭이고 노래하기에 누구나 내 곁에서 즐겁게 웃어요.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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