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07] 책

 


  바람노래가 책
  풀내음이 책
  햇볕 한 줄기가 책.

 


  살아가는 이야기는 책으로 태어나도 즐겁고, 책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가슴에 곱게 남으니 즐겁구나 싶어요. 종이에 앉힐 적에도 즐겁게 읽는 책이요, 종이에 앉히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적에도 즐겁게 읽는 책이에요.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에 이야기를 아로새겨 두고두고 물려줄 수 있는 책이면서, 마음에 아로새겨 입에서 입으로, 또 마음에서 마음으로 오래오래 물려줄 수 있는 책입니다. 4347.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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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6] 사회

 


  기차에서 어느 할매가 시끄럽단다.
  그런데, 이녁 손자한테도
  너 시끄러워, 하고 다그칠 수 있을까.

 


  모든 이야기는 늘 ‘사회’를 말합니다. 어느 책이나 글을 읽든, 이 책과 글에서 ‘사회’를 느낍니다. 따로 시나 소설이나 수필이 되어야 문학이 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모든 글이 문학이요 사회입니다. 기찻간에서 까르르 웃는 아이나 답답해 우는 아이더러 “시끄러워!” 하고 소리지르는 할매나 할배도 우리 사회를 보여줍니다. 이녁들은 이녁 손주가 까르르 웃거나 답답해서 울 적에도 “시끄러워!” 하고는 주디를 닫으라고 닦달할까요? 까르르 웃는 아이와 함께 웃고, 버스나 기차에서 오래 시달리며 괴로운 아이가 울 적에 포근히 달래려 하겠지요. 나와 너를 가르는 모습에서 사회를 읽고, 나와 너를 다르게 대접하는 매무새에서 사회를 느낍니다. 4347.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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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5] 가시버시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빨면서
  비로소 서로 한마음.

 


  젖은 어머니만 물립니다. 그러나 아버지젖을 아기한테 물려 보면, 나오지 않는 젖을 빤다며 쪽쪽대는 입놀림을 볼 수 있습니다. 팔뚝을 아기 입에 대면, 아기는 눈도 못 뜨면서 팔뚝을 쪽쪽 빱니다. 하루에 마흔 차례까지 쉬를 지리기도 하는 아기는 쉴새없이 기저귀를 갈라 시키고, 하루 내내 기저귀 빨래를 내놓습니다. 기저귀 갈고 아기 안아서 보듬으며 밥을 차려서 먹고 집살림 꾸리노라면, 아침에 뜬 해가 저녁에 지는 줄 미처 못 깨닫기도 합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빛나는 삶은, 서로 어떻게 목숨을 얻고 숨결을 이으며 오늘까지 왔는가 하고 느낄 적에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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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4] 몸


걸어가며 숲을 바라보니
자전거에서도 버스에서도
내 눈길은 숲으로 간다.


내 몸에 맞는 옷이란, 내 삶에 맞는 길이 되리라 느껴요. 남들이 예쁘게 쳐다보라며 입는 옷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고 입는 옷일 테니까요. 내 삶은 내가 사랑하고 아껴야 아름답겠지요. 남들이 아껴 주는 내 삶이 아니라, 스스로 아끼는 삶일 테니까요. 시골에서 살며 아이들과 늘 숲과 들과 흙과 나무를 마주하니, 어디로 가더라도 내 눈길과 아이들 눈길은 숲과 들과 흙과 나무 앞에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순천 버스역에 내려 순천 기차역으로 걸어가면서, 자동차 싱싱 시끄러운 찻길 한쪽에 고개 살그마니 내민 냉이꽃을 보면서 두 아이하고 함박웃음 지었습니다.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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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2] 호미와 연필

 


  배우고 싶으면
  한손에는 호미
  다른 한손에는 연필.

 


  우리 집 큰아이를 그릴 적에 언제나 한손에 호미를 먼저 그려 넣고, 다른 한손에 연필을 그려 넣습니다. 처음에 큰아이는 “아버지, 여기 내(그림에 나오는 아이) 손에 뭘 그렸어?” 하고 묻습니다. “무엇을 그렸을까? 네가 알아맞혀 봐.” “음, 음. 아, 호미로구나. 여기는 연필이네.” 큰아이 모습을 그리면서 왜 호미와 연필을 그려 넣는지 더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으리라 믿으면서 기다립니다. 호미만 쥐기보다는, 책만 잡기보다는, 호미와 책을 한손에 하나씩 굳세게 쥐고는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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