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4 마을책집



  마을에 있어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을 사랑하니 마을책집입니다. 이 마을에서 살림하는 사람하고 저 마을에서 나들이하는 사람이 손님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이 마을답도록 즐거우면서 슬기롭게 생각을 짓도록 북돋우는 이야기터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에서 누구나 느긋이 숲바람을 마시면서 마음을 달랠 만하도록 자리를 내주는 쉼터인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책집이라면 커다란 또래책집(체인점)하고 다르게 나아갈 만합니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책집에는 배움책(교과서·학습지·참고서)을 안 들입니다. 잘난책(베스트셀러)을 안 놓습니다. 배움책하고 잘난책은 교보·영풍이나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서 알아보셔요” 하고 물릴 만해요. “마을책집에서는 마을을 사랑하는 책을 누려 보셔요” 하고 이끌 만하고요. 누구보다 마을책집 지기부터 이름값 아닌 속사랑으로 책을 읽고 새기기를 바랍니다. 다 다른 마을이기에 다 다른 눈빛으로 다 다른 손길을 뻗어 다 다른 보금자리를 지을 적에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빨리 많이 팔아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팔면 됩니다. 마을책집으로 걸음하는 책손은 스스로 오늘을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가꾸는 길동무를 만나자고 생각할 테니까요. 마실하는 마을책집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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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3 살아남기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듯하지만, 1995∼2015년 사이에 닫은 책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스무 해 사이에 4000이 넘는 책집(새책집·헌책집)이 자취를 감추었지 싶습니다. 묵은 전화번호부를 헌책집에서 볼 때면 으레 구경하거나 장만하면서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린 책집”을 어림하는데, 전화 없이 마을책집이던 곳이 훨씬 많기에, 또 “세무소에 책집으로 안 올린 곳”도 수두룩했기에, 조용히 열고 닫은 곳은 그동안 책집마실을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책벗한테서 들은 얘기를 갈무리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예나 이제나 책을 손에 쥐어 읽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며 하루를 지으려는 길을 간다고 여깁니다. 나라에서는 책읽기를 안 북돋우기 마련입니다. “책읽기 = 바꾸기(혁명)”이거든요. “책읽기 = 낡은 틀·굴레를 벗고 새빛을 찾으려고 나부터 바꾸기”예요. 우리나라를 보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둡니다. 배움수렁이 있는 곳에 “참된 책읽기”는 뿌리내리거나 퍼지기 어렵습니다. 마을책집이 살림을 탄탄하며 즐거이 이으려면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치우고 ‘살림책’을 놓아야겠지요. 종이책뿐 아니라 살림과 사랑과 삶을 온몸으로 익히고 누리며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길로 틀어야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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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2 글감



  글감은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이 모두 글감이에요. 글감을 못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글감이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삶터가 글감입니다. “글감이 없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있다면 모조리 거짓말이라고 느낍니다. 글감은 늘 우리 곁을 맴돌고 떠돌면서 기다리고 지켜봅니다. 글감은 언제나 우리가 언제 알아채고 잡아채어 글이란 모습으로 옮겨 주려나 하고 기다리고 또또또 기다립니다. 이웃님이 “글감을 못 찾겠다”고 말한다면, “글을 쓰기 싫다”는 핑계를 대는 셈이지 싶습니다. 글감은 참말 우리 스스로요, 우리 삶터인걸요. 남 얘기를 안 써도 돼요. 우리 얘기를 씁니다. 남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가 가꾸고 짓고 누리고 나누는 삶을 낱낱이 바라보면서 고스란히 쓰면 좋아요. 둘레에 있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아끼면 되지요. 우리는 우리 하루를 글로 옮겨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보금자리를 둘러싼 터전을 돌보는 손길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사랑하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 오늘을 글로 엮어서 줄거리를 짭니다. 잘 보이려고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멋스러이 매만질 까닭도 없습니다. 보람(상)을 받으려고 쓸 글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가기에 쓰는 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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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1 숨쉬듯이



  저더러 어쩜 그렇게 글을 술술 쉽게 쓰느냐고 묻는 이웃님한테 “누구나 숨쉬듯이 말을 하고 글을 쓰면 술술 나와요. 숨쉬기 어려우신가요? 저처럼 코앓이를 하느라 숨막혀서 괴로우신가요? 숨을 못 쉬겠다면 글을 쓰기도 어렵지만, 다들 숨을 쉰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채 숨을 잘 쉬고 살잖아요? 숨쉬듯이 쓰면 돼요.” 하고 들려줍니다. 책읽기도 글쓰기하고 같아요. 우리는 숨쉬듯이 읽으면 넉넉합니다. 매캐한 곳에서는 숨쉬기 고달프겠지요? 매캐한 책은 우리가 스스로 멀리할 노릇입니다. 또한 매캐한 곳에 풀꽃나무가 자라서 숲으로 우거져야 깨끗하게 피어날 테니, 매캐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이웃이 숲처럼 푸른넋으로 거듭나도록 살살 달래고 도와야지 싶어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말처럼 말예요. 숲 한복판으로 들어서면 푸른바람이 상큼하지요? 이처럼 우리는 숲책을 곁에 둘 노릇입니다. ‘글감만 숲(생태환경)을 다룬 책’이 아닌 ‘이야기·줄거리가 숲으로 우거지는 책’을 곁에 두면 돼요. 숲바람을 마시듯이 써요. 숲바람을 온몸으로 담아 기운이 샘솟도록 북돋우듯 읽어요. 숲바람이 될 글을 쓰고 책을 엮어요. 숲바람이 불 적에 푸른별(지구)이 아름다울 테니, 우리 이야기가 늘 숲으로 가도록 하루를 짓기로 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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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0 골목책방과 영천시장



  영천시장 끝자락에 〈골목책방〉이란 헌책집이 있었어요. 이곳 책집지기님은 1970년부터 헌책집을 하셨는데 올해 2021년 겨울에 돌아가셨어요. 여든한 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쉰두 해를 하루도 안 쉬고 책집지기로 일하셨지요. 저는 2005년이 저물 즈음까지 서대문구하고 큰길 하나로 갈리는, 건너쪽 종로구 교동(경교장 둘레)에서 살았는데, 2000년에 삯집을 알아보러 교동하고 냉천동·현저동·옥천동·사직동을 몇 달 동안 뻔질나게 걸어다니고 빈집(아직 계약 안 된 집)에 들어가서 낮밤에 따라 누워 보며 “두고두고 지낼, 글쓰는 사람이 살 만한 집”인가를 어림했어요. 냉천동·옥천동·사직동·현저동에 마음에 아주 드는 집이 한 곳씩 있었고, 교동에도 한 집 있어서 한참 갈팡질팡하다가 교동 적산가옥으로 마음을 굳히고 그곳에서 여러 해 살았어요. 이러다 2005년에 서울을 떠나며 〈골목책방〉도 뜸하게 찾아갈밖에 없더군요. 둘레에서 ‘독립문·영천시장’을 말하면 으레 “아, 아름다운 헌책집 〈골목책방〉이 깃든 데 말씀이시지요?” 하고 얘기했어요. 마을이름을 늘 그곳 책집이름하고 맞물려서 생각했습니다. 책집이 있기에 마을이요, 책집이 있어 마을이 빛난다고 여깁니다. 마을이 책집을 낳고, 책집은 마을을 새롭게 가꾸거든요. ㅅㄴㄹ


2004년 겨울 어느 날

영천시장(독립문) 골목책방


책집지기 할아버지가 걸어온

쉰두 해 발걸음은

온누리에 책씨앗으로

포근히 깃들었으리라 생각해요


하늘누리에서 고이 쉬시면서

이 땅을 따사로이 살펴 주시기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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