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샘의 속삭임


샘의 속삭임이 작은 눈송이가 되어 내렸습니다

→ 샘이 속삭이는 말이 작은 눈송이가 되어 내렸습니다

→ 샘이 속삭이는 숨결이 작은 눈송이가 되어 내렸습니다

《마리 루이스 개이/조현 옮김-눈의 여왕》(현암사,2007) 31쪽


  말틀을 잘 살피면 ‘-의’를 잘못 넣은 줄 알 수 있습니다. “샘의 속삭임”이 아니라 “샘이 속삭이는 말”이나 “샘이 속삭이는 숨결”이나 “샘이 속삭이는 숨결”처럼, ‘샘’이라는 말마디 뒤에는 ‘-이’를 붙여야 올바릅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버버의 얼굴은 어두워졌지요

→ 시간이 갈수록 어버버는 얼굴이 어두워졌지요

→ 시간이 갈수록 어버버 얼굴은 어두워졌지요

《베아트리스 퐁타넬/이정주 옮김-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시공주니어,2008) 28쪽


  얼굴은 어두워지지요. 그런데 누구 얼굴이 어두워질까요? “어버버 얼굴”입니다. 또는 “어버버는 얼굴이 어두워졌지요”처럼 적어요. ‘어버버’ 다음에는 ‘-의’가 아니라 ‘-는’이나 ‘-가’를 붙여 줍니다.


히르메스 전하의 솜씨는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 히르메스 전하는 솜씨가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 히르메스 전하는 참으로 훌륭한 솜씨이십니다

《아라카와 히로무/김완 옮김-아르슬란 전기 4》(학산문화사,2015) 4쪽


  솜씨가 좋은 사람을 헤아립니다. 바로 전하이지요. “전하‘가’ 솜씨가(솜씨는) 훌륭하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토씨를 알맞게 살필 노릇입니다.


나뭇잎 손님의 아름다운 머리는 모두 망가져 버렸어요

→ 나뭇잎 손님은 아름다운 머리가 모두 망가져 버렸어요

《이수애-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한울림어린이,2015) 29쪽


  한국말에서 토씨를 어떻게 붙이느냐를 찬찬히 살피지 못하기에 ‘-의’를 붙이고 맙니다. 머리가 망가졌다고 할 적에 ‘손님 머리카락’이 망가져요. 이 글월처럼 여러모로 꾸밈말이 사이에 깃들 적에는 토씨를 더 찬찬히 살펴서 붙여야 합니다. 434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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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인공적


 인공적으로 배양하다 → 사람이 키우다 /사람손으로 키우다 / 사람이 따로 키우다

 인공적 조원미마저 느껴질 만큼 → 억지로 꾸민 아름다움마저 느낄 만큼

 인공적으로 만든 가죽 → 사람이 만든 가죽 / 사람이 새로 만든 가죽

 인공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 사람 힘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인공적인 사진 → 꾸민 사진 / 억지로 꾸민 사진 / 따로 손질한 사진


  ‘인공적(人工的)’은 “사람의 힘으로 만든”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공적인 밭”이라고 한다면 여러모로 아리송해요. 밭은 사람이 따로 힘을 들여서 일군 땅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밭은 “사람이 힘을 써서 짓”거든요. 작품을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할 적에도 알쏭달쏭해요. 그림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모두 사람이 스스로 빚습니다. 기계를 쓰더라도 사람 손이 가야 비로소 작품이 나와요. ‘인공적’이라고 하는 말투는 “사람 손길”이 닿았다는 느낌을 더 드러내려고 쓰는구나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억지스러운’ 말투이지 싶습니다. “억지를 부리는” 말투라고 할까요. ‘어거지’ 같기도 하고, ‘어설프다’ 싶기도 합니다. 4349.2.6.흙.ㅅㄴㄹ



비료를 너무 줘서 균형을 잃은 인공적인 밭

→ 비료를 너무 줘서 균형을 잃은 억지로 키운 밭

→ 비료를 너무 줘서 억지로 키우느라 균형을 잃은 밭

→ 비료를 너무 줘서 균형을 잃은 밭

→ 비료를 너무 줘서 엉망이 된 어설픈 밭

《테라사와 다이수케/서현아 옮김-미스터 초밥왕 13》(학산문화사,2003) 64쪽


두 가지 물질을 인공적으로 섞는 것은

→ 두 가지 물질을 사람이 섞으면

→ 두 가지 물질을 사람이 따로 섞으면

→ 두 가지 물질을 사람이 억지로 섞으면

→ 두 가지 물질을 사람 힘으로 섞으면

→ 두 가지 물질을 사람 손으로 섞으면

《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21쪽


혈관, 뼈, 피부 등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대용할 수 있는

→ 피, 뼈, 살갗 들도 사람이 만들어 쓸 수 있는

→ 피, 뼈, 살갗도 사람 손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 피, 뼈, 살갗까지도 사람이 따로 만들어 쓸 수 있는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83쪽


보석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으니까

→ 보석도 거의 사람이 만드는 때가 됐으니까

→ 보석도 거의 사람 손으로 만드는 때가 됐으니까

《니노미야 토모코/이지혜 옮김-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1》(대원씨아이,2016) 110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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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둔하다 鈍


 머리가 둔하다 → 머리가 모자라다 / 늦되다 / 어리석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 → 어리석고 느린 사람

 움직임이 둔하다 → 움직임이 느리다 / 움직임이 굼뜨다

 차량들의 움직임이 둔하다 → 차량들이 느리게 움직인다 / 차량들이 느리게 간다

 신경이 둔하다 → 신경이 무디다 / 무디다

 둔해 보이는 몸집 → 투박해 보이는 몸집 / 무거워 보이는 몸집

 옷을 껴입었더니 몸이 둔하다 → 옷을 껴입었더니 몸이 무겁다

 둔한 흉기로 얻어맞은 → 묵직한 흉기로 얻어맞은

 둔하게 들리는 소리 → 무겁게 들리는 소리

 둔하게 빛이 나는 → 칙칙하게 빛이 나는


  ‘둔(鈍)하다’는 “1. 깨우침이 늦고 재주가 무디다 2.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3. 감각이나 느낌이 예리하지 못하다 4. 생김새나 모습이 무겁고 투박하다 5. 기구나 날붙이 따위가 육중하고 무디다 6. 소리가 무겁고 무디다 7. 빛이 산뜻하지 않고 컴컴하다”처럼 일곱 가지로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풀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늦다·무디다·느리다·굼뜨다·무겁다·투박하다·산뜻하지 않다(칙칙하다)·컴컴하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때와 곳과 흐름을 살피면서 알맞게 쓸 한국말이 저마다 다른 만큼, 온갖 한국말을 즐겁게 두루두루 쓸 수 있으면 됩니다. 4349.2.6.흙.ㅅㄴㄹ



움직임이 너무 둔해

→ 움직임이 너무 느려

→ 움직임이 너무 굼떠

《모리모토 코즈에코/장혜영 옮김-조폭 선생님 4》(대원씨아이,2003) 68쪽


벌레의 활동은 둔해지고

→ 벌레는 활동이 뜸해지고

→ 벌레는 줄어들고

→ 벌레는 사그라들고

→ 벌레는 잦아들고

《후루노 다카오-백성백작》(그물코,2006) 173쪽


운동 신경이 둔한데다​

→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데다

→ 운동을 잘 못 하는데다

→ 움직임이 굼뜬데다

《하나가타 미쓰루/고향옥 옮김-용과 함께》(사계절,2006) 48쪽


나도 참 둔하구나

→ 나도 참 무디구나

→ 나도 참 어리석구나

→ 나도 참 바보구나

→ 나도 참 오랫동안 몰랐구나

《스에요시 아키코/이경옥 옮김-별로 돌아간 소녀》(사계절,2008) 9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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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제일 第一


 제일의 목표 → 첫째가는 꿈 / 가장 손꼽는 꿈

 쉬는 게 제일이다 → 쉬는 게 가장 낫다 / 무엇보다 쉬어야 한다

 돈만 있으면 제일이냐? → 돈만 있으면 다냐? / 돈만 있으면 그만이냐?

 제일 무서운 이야기 → 가장 무서운 이야기

 제일 좋아한다 → 가장 좋아한다 / 무엇보다 좋아한다 / 몹시 좋아한다

 목숨이 제일이니까 → 목숨이 으뜸이니까 / 목숨이 무엇보다 크니까


  ‘제일(第一)’은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첫째·첫째가다’나 ‘가장’이라는 뜻입니다. ‘가장’이란 ‘첫째’이면서 ‘으뜸’입니다. ‘첫손’이며 ‘첫손가락’이며 ‘맨 앞’입니다. 더없거나 끝없거나 가없는 자리이며, ‘무엇보다’ 앞세울 만한 자리입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 제일이 되겠다

→ 바지런히 애써서 온누리 으뜸이 되겠다

→ 부지런히 힘써서 온누리에서 첫손가락이 되겠다


  노래에서는 ‘으뜸화음·버금화음·딸림화음’이 있습니다. 삶자리에서는 ‘으뜸자리·버금자리·딸림자리’가 있다고 할 만할까요. 알맞으면서 즐겁게 살려서 쓰는 한국말을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9.2.6.흙.ㅅㄴㄹ



각자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거야

→ 서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자

→ 저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자

→ 서로서로 더없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자

《리지아 누네스/길우경 옮김-노랑 가방》(민음사,1991) 141쪽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 되도록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도록

→ 온누리에서 그지없이 아름다운 곳이 되도록

《재닛 차터스/김혜진 옮김-꽃밭의 장군》(뜨인돌어린이,2011) 21쪽


제일 먼저 호랑이를 꼽지

→ 가장 먼저 호랑이를 꼽지

→ 맨 먼저 범을 꼽지

→ 범을 첫손으로 꼽지

→ 범을 첫째로 꼽지

《정숙영·심우장·김경희·이흥우·조선영-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 19쪽


네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 뭐니

→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뭐니

→ 네 으뜸 장난감이 뭐니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256쪽


반에서 제일 작은 아이

→ 반에서 가장 작은 아이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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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유명 幽明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유명(幽明)’은 “1.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하지만, 이 두 가지 풀이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유명을 달리하다’ 꼴로 써서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고 해요. 그런데 ‘죽다’를 부드러이 에둘러 가리키려 하는 말투라 한다면 ‘돌아가시다’가 있고, “이승을 떠나다”나 “이 땅을 떠나다”나 “눈을 감다”다 “흙으로 돌아가다”가 있어요. 4349.2.6.흙.ㅅㄴㄹ



아무런 죄 없이 유명을 달리했고

→ 아무런 죄 없이 죽어야 했고

→ 아무런 잘못 없이 이승을 떠나야 했고

→ 아무런 잘못 없이 목숨을 잃었고

→ 아무런 잘못 없이 돌아가셨고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27쪽


이제는 유명을 달리하기도 한

→ 이제는 죽어서 없기도 한

→ 이제는 죽기도 한

→ 이제는 이승을 떠나기도 한

→ 이제는 이곳에 안 계시기도 한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서강목 옮김-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책읽는오두막,2013) 2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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