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간 間


 이틀간 → 이틀 동안

 한 달간 → 한 달 동안

 연간 수입 → 한 해 벌이

 연간 소비량 → 한 해 씀씀이

 그간의 일 → 그동안 있던 일 / 그사이 있던 일

 그간의 얘기 → 그동안 있던 얘기 / 그새 있던 얘기


  ‘간(間)’이라는 한자는 한국말에서 두 가지로 쓰인다고 합니다. 첫째는 매인이름씨(의존명사)이고, “1.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까지의 사이 2. ‘관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앞에 나열된 말 가운데 어느 쪽인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고 합니다. 둘째는 가지(접사)이며, “1. ‘동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2. ‘장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해요.


 서울과 부산 간 열차 → 서울과 부산 사이 열차 /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열차

 부모와 자식 간에도 →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 어버이와 아이 사이에도

 공부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간에 → 공부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間’은 “사이 간”으로 읽고 새기는 한자입니다. 뜻과 새김을 살피면 알 수 있듯이 한국말은 ‘사이’이거나 ‘동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 ‘사이’나 ‘동안’을 한자로 옮겨서 적을 적에 ‘間’을 쓰면 된다는 소리이지요. 4349.1.7.나무.ㅅㄴㄹ



수년간 판매해 왔다

→ 여러 해 동안 팔아 왔다

《도로시 맥켄지/이경아 옮김-환경을 위한 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22쪽


담배는 연간 세계에서

→ 담배는 해마다 세계에서

《토다 키요시/김원식 옮김-환경학과 평화학》(녹색평론사,2003) 109쪽


동물도 서로 간에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한다

→ 동물도 서로 생각과 느낌을 나눈다

→ 짐승도 서로서로 이야기와 마음을 주고받는다

→ 짐승도 서로 제 생각과 마음을 나눈다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34쪽


그간 두 사람이 살아 온 문화가 달라

→ 그사이 두 사람이 살아 온 문화가 달라

→ 그동안 두 사람이 살아 온 문화가 달라

→ 여태까지 두 사람이 살아 온 문화가 달라

《박채란-국경 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43쪽


30일간 계속 늘려 주시옵소서

→ 30일 동안 자꾸 늘려 주시옵소서

→ 서른 날 동안 꾸준히 늘려 주시옵소서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17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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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보관 保管


 보관에 주의하다 → 잘 살펴서 두다 / 둘 적에 잘 살피다

 보관이 편리하다 → 두기 좋다 / 건사하기 좋다

 이 물건은 보관이 간편하다 → 이 물건은 두기 좋다 / 이 물건은 간수하기 좋다


  ‘보관(保管)’은 “물건을 맡아서 간직하고 관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간직하다’는 “물건 따위를 어떤 장소에 잘 간수하여 두다”를 뜻한다고 하고, ‘간수하다’는 “물건 따위를 잘 보호하거나 보관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관리(管理)하다’는 “1.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함 2. 시설이나 물건의 유지, 개량 따위의 일을 맡아 함”을 뜻한다고 하고요. 이러한 말풀이를 살핀다면 ‘보관하다 = 맡다 + 간직하다 + 관리하다’인데, ‘간직하다 = 간수하다’이고 ‘간수하다 = 보호하다 + 보관하다’입니다. ‘보관’은 ‘간직’하고 ‘간수’를 거쳐서 다시 ‘보관’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관리하다’라는 한자말은 ‘맡아서 하다’를 뜻하니까 ‘보관’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맡아서 관리함”으로 풀이하면 “맡아서 맡아서 하다”를 가리키는 셈이지요. 뜻풀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몹시 엉성합니다. 이렇게 빙글빙글 돌고 도는 말풀이는 고요히 내려놓고 ‘간직하다’나 ‘간수하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고, 때에 따라서는 ‘건사하다’나 ‘두다’나 ‘모시다’나 ‘갈무리하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4349.1.7.나무.ㅅㄴㄹ



깨끗하게 청소해서 보관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두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간직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손질해서 간수하셨던

→ 깨끗하게 손봐서 모셔 놓았던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158쪽


내가 그 쌀을 안전하게 보관할 것이니라

→ 내가 그 쌀을 안전하게 건사할 것이니라

→ 내가 그 쌀을 잘 둘 것이니라

→ 내가 그 쌀을 알뜰살뜰 간수할 것이니라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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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려 無慮


 물가가 무려 갑절이나 올랐다 → 물건값이 자그마치 갑절이나 올랐다

 무려 열두 살 위인 사람 → 자그마치 열두 살 위인 사람

 사상자가 무려 백만 명 → 죽거나 다친 사람이 자그마치 백만 명


  ‘무려(無慮)’는 “그 수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한자를 뜯으면 “헤아리다(慮) + 없다(無)”입니다. 이 얼거리를 살핀다면 “헤아리지 못하”도록 어떠하다는 뜻이니, 헤아리지 못하도록 많다고 하는 자리에서 쓴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한 뜻을 한자말로는 ‘무려’로 가리킨다면, 한국말로는 ‘자그마치’로 가리킵니다. 때에 따라서는 ‘게다가’나 ‘더구나·더군다나’를 쓸 만합니다. ‘거의’나 ‘얼추’가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4349.1.5.불.ㅅㄴㄹ



무려 81세거든

→ 자그마치 81세거든

→ 게다가 여든한 살이거든

→ 더군다나 여든한 살이거든

《최석조-조선시대 초상화에 숨은 비밀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 48쪽


무려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소비했다고

→ 자그마치 2억 5천만 달러 넘게 썼다고

→ 더구나 2억 5천만 달러 넘게 썼다고

《에릭 번스/박중서 옮김-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2015) 351쪽


무려 100년 전에

→ 자그마치 100년 전에

→ 거의 100년 전에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151쪽


무려 3년 동안 칼럼을 썼다

→ 자그마치 세 해 동안 칼럼을 썼다

→ 얼추 세 해 동안 글을 썼다

《룽잉타이·안드레아/강영희 옮김-사랑하는 안드레아》(양철북,2015) 1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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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한없다 限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 → 가없는 어버이 사랑

 한없는 찬사를 보내다 → 끝없이 찬사를 보내다

 한없이 넓은 사막 → 끝없이 넓은 모래벌판

 눈물이 한없이 흐르다 → 눈물이 그지없이 흐르다

 그가 한없이 미워졌다 → 그가 그지없이 미워졌다


  ‘한(限)없다’는 “끝이 없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끝없다’인 셈입니다. ‘끝없다’하고 비슷하게 쓰는 ‘가없다’가 있고, ‘그지없다’가 있습니다. “끝도 없다”나 “끝이 없다”나 “끝 간 데 없다”처럼 쓸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더없이’나 ‘무척’이나 ‘그저’ 같은 말을 쓸 수 있습니다. 어버이 사랑이 ‘가없다’고 할 적에는 ‘드넓다’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9.1.5.불.ㅅㄴㄹ



끝없이 자라고 싶던 그 한없는 마음을

→ 끝없이 자라고 싶던 그 끝없는 마음을

→ 끝없이 자라고 싶던 그 가없는 마음을

→ 끝없이 자라고 싶던 그 그지없는 마음을

→ 끝없이 자라고 싶던 그 드넓은 마음을

《김종상-어머니 무명치마》(창작과비평사,1985) 45쪽


한없이 눈물만 고여서는

→ 끝없이 눈물만 고여서는

→ 그지없이 눈물만 고여서는

→ 끝도 없이 눈물만 고여서는

→ 그저 눈물만 고여서는

《김진-밀라노…11월 2》(허브,2004) 156쪽


한없이 바보 같은 느낌

→ 그지없이 바보 같은 느낌

→ 더없이 바보 같은 느낌

→ 끝 간 데 없이 바보 같은 느낌

→ 참으로 바보 같은 느낌

→ 너무도 바보 같은 느낌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8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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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수수께끼의 인물


수수께끼의 인물도 두 명 보여

→ 수수께끼 같은 사람도 둘 보여

→ 수수께끼인 사람도 둘 보여

《최석조-조선시대 초상화에 숨은 비밀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 50쪽


  수수께끼라면 “수수께끼‘이다’”처럼 말하고, 수수께끼라고 할 만하다면 “수수께끼 ‘같다’”라든지 “수수께끼‘라고 할 만하다’”처럼 말합니다. ‘인물(人物)’은 ‘사람’으로 손질합니다.


토소 식육센터의 오가와 코이치로 씨의 제안이었다

→ 토소 식육센터 오가와 코이치로 씨가 제안하였다

→ 토소 고깃간 오가와 코이치로 씨가 얘기하였다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2015) 25쪽


  어느 한 사람이 말합니다. 그래서 “아무개‘가 한 말’”이라고 얘기합니다. 서울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라면 “서울 ○○ 초등학교”라고 얘기합니다. ‘식육센터(食肉center)’는 일본말입니다. ‘푸줏간’이나 ‘고깃간’으로 고쳐씁니다. ‘제안(提案)’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가 얘기하였다”나 “-가 말하였다”로 손볼 만합니다.


가랑잎들의 빛깔이 저녁노을 빛깔하고 똑같잖아요

→ 가랑잎 빛깔이 저녁노을 빛깔하고 똑같잖아요

《조너선 에메트/신형건 옮김-가랑잎 대소동》(보물창고,2011) 24쪽


  꽃이 어떤 빛깔인가를 나타내려고 ‘꽃빛’이라 말합니다. 잎이 어떤 빛깔인가를 나타내려면 ‘잎빛’이라 말합니다. 가랑잎이라면 ‘가랑잎빛’이라 하면 됩니다. 또는 “가랑잎 빛깔”처럼 쓸 만합니다.


내 손으로 일해서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 내 손으로 일해서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 내 손으로 일해서 거두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80쪽


  한자말 ‘수확(收穫)’을 쓰고 싶다면 “수확하는 기쁨”이라 쓸 노릇이고, 한국말로 쓰려 한다면 “거두는 기쁨”이나 “거두어들이는 기쁨”으로 쓰면 됩니다. 434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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