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설명 說明


 설명이 끝나자 → 이야기가 끝나자

 친구의 설명만으로는 → 동무가 해 준 말만으로는

 잘 설명되어 있다 → 잘 풀이되어 있다

 교리를 설명하다 → 교리를 들려주다

 인수 분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 인수 분해를 알려주셨다


  ‘설명(說明)’은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밝히다’라는 낱말은 아직 안 드러나거나 안 알려진 대목을 잘 드러내 보이거나 알려지도록 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국말사전 뜻풀이에 적힌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은 “잘 알 수 있도록 말함”이나 “밝혀 말함”처럼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여러모로 살핀다면, 한국말은 ‘말하기’나 ‘밝혀 말하기’나 ‘밝히기’라 할 만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얘기하다·이야기하다’를 쓸 수 있고, ‘다루다’나 ‘풀이하다’를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긴 설명은 하지 않겠다

→ 길게 말하지 않겠다

→ 길게 밝혀 말하지 않겠다

→ 길게 밝히지 않겠다

→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 길게 다루지 않겠다

《이오덕-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138쪽


큰 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얘기해 주었다

→ 큰 소리로 풀이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잘 알려주었다

→ 큰 소리로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 큰 소리로 똑똑히 이야기했다

《하이타니 겐지로/김은하 옮김-우리 모두 가위바위보!》(예꿈,2008) 60쪽


미레유 아줌마의 설명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 얘기를 듣고

→ 미레유 아줌마 말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가 하는 말을 듣고

《수지 모건스턴/이세진 옮김-엠마의 비밀 일기》(비룡소,2008) 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약 約


 약 두 시간 동안 → 거의 두 시간 동안

 약 2만 명에 이른다 → 얼추 2만 명에 이른다

 약 5초 후에 → 한 5초 뒤에

 약 십만 원은 아닐까 → 어림잡아 십만 원은 아닐까

 한 이개월은 걸린 듯해 → 어림해서 두 달은 걸린 듯해


  ‘약(約)’은 “‘대강’,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강(大綱)’은 “1.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요지’, ‘줄거리’로 순화 2.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를 뜻하고, ‘대략(大略)’은 “1. 대충 줄거리만 추려서 2.대충 어림잡아서”를 뜻한다고 해요. 그리고 ‘대충(大總)’은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대강’은 첫째 뜻이 ‘줄거리’로 고쳐써야 한다는데 ‘대략’하고 거의 비슷하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략’ 뜻풀이를 살피니, “대략 = 대충 + 줄거리 추려서”이거나 “대략 = 대충 + 어림잡아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약 = 대강·대략 = 대충·줄거리 추림·어림잡다 = 대강”이에요. 말풀이가 빙글빙글 돕니다.


  이모저모 살피면, ‘약·대략·대강·대충’은 거의 같거나 비슷하게 쓰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는 ‘거의·얼추·한·어림잡아·어림하여’입니다. 4349.1.12.불.ㅅㄴㄹ



남북 약 500킬로 규모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거의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얼추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어림해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56쪽


약 한 달 후에

→ 거의 한 달 뒤에

→ 얼추 한 달 뒤에

→ 한 달 즈음 뒤에

→ 한 달쯤 뒤에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32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칭하다 稱


 그는 음식 배달원을 칭하고 → 그는 음식 배달원이라 하고

 국민의 영웅으로 칭하다 → 국민 영웅으로 이르다 / 국민 영웅으로 일컫다

 남쪽에 있는 바다를 남해로 칭하다 → 남쪽에 있는 바다를 남해로 이르다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하였다 → 스스로를 황제라고 했다


  ‘칭(稱)하다’는 “무엇이라고 일컫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일컫다’입니다. 또는 ‘이르다’나 ‘말하다’라 할 수 있고, ‘하다’나 ‘가리키다’나 ‘나타내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다”나 “이름을 얻다”로 쓸 자리가 있고, ‘부르다’로 쓸 자리도 있습니다. 4349.1.12.불.ㅅㄴㄹ



스스로 목수라고 칭하면서

→ 스스로 목수라고 말하면서

→ 스스로 목수라고 하면서

→ 스스로 목수라고 나서면서

→ 스스로 목수라고 내세우면서

《김진송-목수일기》(웅진닷컴,2001) 6쪽


연예각시로 칭하기도 하는 쉬리

→ 연예각시로 가리키기도 하는 쉬리

→ 연예각시라 일컫기도 하는 쉬리

→ 연예각시라 이름이 붙기도 하는 쉬리

→ 연예각시라 하기도 하는 쉬리

→ 연예각시라고도 하는 쉬리

《박병상-우리 동물 이야기》(북갤럽,2002) 216쪽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칭할 때

→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가리킬 때

→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일컬을 때

→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말할 때

→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이를 때

《산어린이집 엮음-코뿔소 쇠뜨기가 뭐야》(잉걸,2003) 8쪽


그렇게 칭해질 만하다고

→ 그렇게 일컬을 만하다고

→ 그렇게 말할 만하다고

→ 그렇게 이를 만하다고

→ 그렇게 부를 만하다고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330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빙산의


 알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이야

→ 아는 건 아주 작은 조각이야

→ 아는 건 아주 적어

→ 알지 못하는 숨은 곳이 많아

→ 알지 못하는 데가 훨씬 많아

→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커

→ 모르는 데가 아주 많아

→ 아직 모르는 데가 많아


  ‘빙산(氷山)’은 “1. [지리]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호수나 바다에 흘러 다니는 얼음덩어리 2. 불을 때지 아니하여 몹시 찬 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런 말풀이에서는 “빙산의 일각” 같은 말마디가 어떻게 쓰는가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빙산의 일각(一角)”은 따로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외부로 나타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씁니다. 그러면 이런 말마디는 어떻게 한국말에 스며들어서 쓰일까요?


  한국말로 하자면 “얼음산 한 조각”일 텐데, 일본말로는 “氷山の一角”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사람이 일본말로 쓰던 말투가 한국말로 들어올 적에 무늬만 한글로 바꾸어 “빙산의 일각”으로 적고 만 셈이에요. 이를테면 “얼음산 귀퉁이”라든지 “얼음산 한 조각”이라든지 “얼음산 작은 조각”처럼 옮길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하면서 ‘빙산 + 의’ 같은 말투가 퍼졌습니다. 4349.1.11.달.ㅅㄴㄹ



빙산의 일각이다

→ 빙산 가운데 한 조각이다

→ 작은 조각일 뿐이다

→ 아주 작다

→ 얼마 안 된다

→ 몇 가지 안 된다

→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 눈에 안 보이는 데가 있다

→ 숨겨진 것이 있다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96쪽


아마 빙산의 일각일 거예요

→ 아마 아주 작을 거예요

→ 아마 작은 조각일 거예요

→ 아마 작은 토막일 터예요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7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직관적


 직관적 판단을 하다 → 곧바로 생각하다 / 곧장 생각하다 / 막바로 생각하다

 직관적인 인식 → 곧바로 깨닫기 / 곧장 느끼기 / 막바로 알아차리기


  ‘직관(直觀)’은 “1.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 2.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을 뜻하고, ‘직관적(直觀的)’은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을 뜻한다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직접적으로 파악하는”이 ‘직관적’인 셈입니다. ‘직접적(直接的)’은 “중간에 제삼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직관적 = 바로 연결하여 파악하는’을 뜻하는 한자말이요, 한국말로 더 쉽게 풀이하면 ‘직관적 = 바로 이어서 헤아리는’인 셈이고, 간추리자면 ‘직관적 = 곧바로 보는’이라 할 수 있습니다. 4349.1.11.달.ㅅㄴㄹ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 곧바로 알아차렸다

→ 곧 알아차렸다

→ 바로 알아차렸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64쪽


좋은 사람이라고 직관적으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곧바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그대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문득 느꼈다

《엔도 슈사쿠/김석중 옮김-유모아 극장》(서커스,2006) 136쪽


직관적으로

→ 생각나는 대로

→ 떠오르는 대로

→ 느끼는 대로

《박태희-사진과 책》(안목,2011) 158쪽


농부들은 이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 농부들은 이것을 몸으로 알았다

→ 농부들은 이것을 마음으로 알았다

→ 농부들은 이것을 그냥 알았다

→ 농부들은 이것을 다들 알았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6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ky1137 2016-01-11 10:27   좋아요 0 | URL
-적 이라는 접미사 너무 싫습니다... 의미도 잘 안오고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6-01-11 10:40   좋아요 0 | URL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고맙습니다.
`적`을 붙이는 말투는
이러한 말투가 익숙한 사람한테는 쉽겠지요.
언제나 즐겁게 말도 생각도 가꾸는 하루 누리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