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황량 荒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 거칠고 을씨년스럽다 / 거칠고 쓸쓸하다

 황량하고 적막하다 → 거칠고 고요하다 / 거칠고 쓸쓸하며 고요하다

 그 밭은 황량하기 이를 바 없다 → 그 밭은 거칠기 이를 바 없다


  ‘황량(荒)하다’는 “황폐하여 거칠고 쓸쓸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황폐(荒弊)’는 “거칠고 피폐함”을 가리키고, ‘피폐(疲弊)’는 “지치고 쇠약하여짐. ‘황폐’로 순화”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쇠약(衰弱)’은 “힘이 쇠하고 약함”을 가리킨다는데, ‘쇠(衰)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점점 줄어서 약해지다”를 가리킵니다. ‘약(弱)하다’는 ‘여리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황량 = 황폐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피폐하다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 황폐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 거칠고 피폐 + 거칠고 쓸쓸하다’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꼴입니다. ‘쇠약’이라는 한자말도 ‘쇠약 = 쇠하다 + 약하다 = 약하다 + 약하다 = 여리다 + 여리다’인 셈이고요. 이래저래 살피면 ‘황량하다’는 “거칠고 쓸쓸하다”나 ‘거칠다’로 손볼 만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황량(黃粱)’을 “= 메조”로 풀이하며 싣지만, ‘메조’는 ‘메조’로 쓰면 넉넉할 뿐입니다. 2016.7.5.불.ㅅㄴㄹ



계속 춤을 추며 황량한 들판을 지나

→ 자꾸 춤을 추며 거친 들판을 지나

→ 자꾸 춤을 추며 거칠고 쓸쓸한 들판을 지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와사키 치히로/이지연 옮김-빨간 구두》(소년한길,2002) 22쪽


보다 척박하고 황량한

→ 더 메마르고 거친

→ 더 메마르고 쓸쓸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권영주 옮김-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7쪽


황량한 숲과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

→ 거친 숲과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에서

《로라 잉걸스 와일더/김석희 옮김-초원의 집 1》(비룡소,2005) 39쪽


이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에서

→ 이 거칠고 쓸쓸한 사막에서

→ 이 거칠고 쓸쓸하며 메마른 사막에서

《이일우-내 인생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팝콘북스,2006) 124쪽


온통 눈 덮인 황량한 고원

→ 온통 눈 덮인 쓸쓸한 고원

→ 온통 눈 덮인 거칠고 쓸쓸한 고원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8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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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계곡 溪谷


 계곡 물이 넘쳐 → 골짜기 물이 넘쳐 / 골짝물이 넘쳐

 시원한 계곡으로 가자 → 시원한 골짜기로 가자

 길 따라 흘러 내려가는 계곡 → 길 따라 흘러 내려가는 골짜기


  ‘계곡(溪谷)’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라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골짜기’로 쓰면 됩니다. 골짜기 가운데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 있다고 여긴다면, 따로 ‘냇골’이나 ‘물골’이나 ‘시냇골’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계학(溪壑)’처럼 비슷한말을 다루기도 하는데, ‘계학’은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라면, 말 그대로 ‘시냇골’이라 하면 됩니다. 이밖에 ‘계곡(谿谷)’을 “‘장유’의 호”를 가리킨다면서 한국말사전에 싣는데, 한국말사전은 인명사전이 아니니, 이런 올림말은 털어야겠습니다. 2016.7.5.불.ㅅㄴㄹ



아름다운 산과 숲과 계곡

→ 아름다운 산과 숲과 골짜기

→ 아름다운 산과 숲과 시냇골

《미우치 스즈에/서수진 옮김-유리가면 44》(대원씨아이,2010) 14쪽


계곡에서 계곡으로 설산에서 설산으로

→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눈산에서 눈산으로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84쪽


휘파람새 부부가 대여섯 쌍이나 있는 계곡

→ 암수 휘파람새가 대여섯 짝이나 있는 골짜기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53쪽


연중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산림지대의 계곡

→ 한 해 내내 고르게 축축한 숲에 있는 골짜기

《이정현·박대식-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자연과생태,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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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계란 鷄卵


 계란에도 뼈가 있다 → 달걀에도 뼈가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 달걀로 바위 치기

 계란찜 → 달걀찜


  ‘계란(鷄卵)’은 “= 달걀. ‘달걀’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한국말은 ‘달걀’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달걀’ 아닌 ‘계란’을 쓰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계란’ 같은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는 분은 거의 없을 테고, 어쩌다 찾아보더라도 ‘달걀’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쓰자고 생각하는 분도 아직 드문 듯합니다. 달걀을 말아서 ‘달걀말이’요, 달걀을 부쳐서 ‘달걀부침’입니다. 2016.7.5.불.ㅅㄴㄹ



슈퍼마켓에서는 계란 상자들이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 가게에서는 달걀 상자들이 다시 쓰일 수 있도록

《M.램/김경자·박희경·이추경 옮김-2분 간의 녹색운동》(성바오로출판사,1991) 141쪽


언니가 계란 노른자를 반으로 뚝 자르며 말했다

→ 언니가 달걀 노른자를 반으로 뚝 자르며 말했다

《이연경-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바람의아이들,2004) 61쪽


계란 부친 것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 달걀 부친 것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 달걀 부침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윤정모-누나의 오월》(산하,2005) 85쪽


내 계란말이 좀 먹을래요

→ 내 달걀말이 좀 먹을래요

《아베 야로/조은정 옮김-심야식당 1》(미우,2008) 17쪽


이 작은 계란처럼 꼭꼭 갇혀 있어

→ 이 작은 달걀처럼 꼭꼭 갇혔어

《조주희-키친 7》(마녀의책장,2009) 36쪽


계란 프라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 달걀부침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 달걀지짐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정경조·정수현-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삼인,2016) 16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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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무명의


 무수한 무명의 의인들 → 숱한 이름 모를 의인들 / 숱한 들꽃 같은 의인들

 무명의 작곡가 → 안 알려진 작곡가 / 덜 알려진 작곡가 / 새내기 작곡가

 무명의 헌신 → 소리 없는 헌신 / 조용한 도움 / 수수한 도움

 무명의 청년 → 이름 안 난 젊은이 / 흔한 젊은이 / 수수한 젊은이


  ‘무명(無名)’은 “1. 이름이 없거나 이름을 모름 2.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름 없는”이나 “이름 모를”이나 “이름 안 난·이름이 안 알려진”처럼 알맞게 갈라서 쓸 적에 한결 나으리라 느낍니다.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수수한’이나 ‘흔한’이나 ‘여느’ 같은 말마디를 쓸 만합니다. 때로는 “들꽃 같은”이나 “들풀 같은” 같은 말이 어울립니다. 어느 자리에는 ‘새내기’나 ‘풋내기’가 어울릴 테고요. 2016.7.4.달.ㅅㄴㄹ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

→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

→ 들풀 같은 수많은 사람들

→ 수많은 여느 사람들

→ 수수한 수많은 사람들

《가지무라 히데키/이현무 옮김-한국사입문》(백산서당,1985) 121쪽


무명(無名)의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성찰인 것이다

→ 이름 없는 이들이 온몸으로 부대낀 살아 숨쉬는 깨달음이다

→ 들풀 같은 사람들이 온몸으로 살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 수수한 사람들이 삶으로 누리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레오나르도 보프/김수복 옮김-해방신학 입문》(한마당,1987) 26쪽


무명의 버나드 쇼

→ 풋내기 버나드 쇼

→ 새내기 버나드 쇼

→ 아직 덜 알려진 버나드 쇼

→ 아직 이름이 안 난 버나드 쇼

《김정란-말의 귀환》(개마고원,2001) 168쪽


그 구절은 무명의 깊은 바닷속에 침몰한 채 영영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글월은 이름 없이 깊은 바닷속에 잠긴 채 끝내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대목은 조용히 깊은 바닷속에 처박힌 채 그예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 그 글은 말없이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채 다시 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폴 콜린스/홍한별 옮김-식스펜스 하우스》(양철북,2011) 270쪽


하늘빛이 된 무명의 사람들

→ 하늘빛이 된 이름 없는 사람들

→ 하늘빛이 된 수수한 사람들

→ 하늘빛이 된 들꽃 같은 사람들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3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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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형이상학적


 형이상학적 개념 → 철학 개념 / 마음으로 그리는 개념 / 생각

 형이상학적인 것 → 형태가 없는 것 /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형이상학적인 논의 → 철학 논의 / 생각 나누기

 형이상학적인 사진 → 마음을 그린 사진 / 생각을 빚은 사진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은 “형이상학에 관련되거나 바탕을 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형이하학(形而下學)’은 “형체를 갖추고 있는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 주로 자연 과학을 이른다”고 하고, ‘형이상학(形而上學)’은 “사물의 본질, 존재의 근본 원리를 사유나 직관에 의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metaphysical’이라 하는데, 영어사전은 “형이상학의, 순정[순수] 철학의; 철학적인”으로 풀이합니다.


  이를 쉽게 간추린다면 ‘형이상학적·형이상학’은 “눈에 안 보이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쓰고, “생각으로 그리거나 나타내는” 어떤 것을 다루는 자리에서 씁니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는 것을 따로 ‘형이상학적·형이상학’이라는 말마디로 다시 이야기하는 셈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러한 한자말을 꼭 써야 학문이 된다면 이러한 한자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자말이 아니어도 학문을 가꿀 수 있다면 ‘생각’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지은’ 이야기요 ‘생각으로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2016.7.4.달.ㅅㄴㄹ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형이상학적 명제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라는 철학 명제로 가장 잘 알려졌을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있다’라는 뜻있는 말로 가장 잘 알려졌을

《케네스 리브레히트/양억관 옮김-눈송이의 비밀》(나무심는사람,2003) 32쪽


그것이 형이하학적인 길이든 형이상학적인 길이든 말이다

→ 이 길이 눈에 보이는 길이든 안 보이는 길이든 말이다

→ 이 길이 이런 길이든 저런 길이든 말이다

《이지누-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호미,2006) 26쪽


그 전적인 타인 둘이 팔에 안긴다면, 형이상학적 의문은 절로 풀리게 된다

→ 그 아주 다른 두 사람이 팔에 안긴다면, 아리송한 수수께끼는 절로 풀린다

→ 그 매우 다른 두 아이가 팔에 안긴다면, 어렴풋한 궁금함은 절로 풀린다

→ 그 참으로 다른 두 아이가 팔에 안긴다면, 알쏭하던 대목은 절로 풀린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262쪽


이 결론은 형이상학적인 명제가 아니다

→ 이 마무리는 어려운 철학 명제가 아니다

→ 이 맺음말은 아리송한 이야기가 아니다

→ 이 끝말은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니다

《조 디스펜자/추미란 옮김-당신이 플라시보다》(샨티,2016) 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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