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함께 (사진책도서관 2014.3.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비 오는 날 두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간다. 천천히 에돌아 걷는다. 빗길을 빗소리 들으면서 걷는다. 비내음을 맡는다. 빗물을 먹는 들풀을 바라본다. 일찍부터 잎이 돋안 유채밭에은 유채꽃이 한창이다. 마을 어른들은 논에서 자라는 유채가 아니면 모조리 꺾는다. 경관사업 유채만 논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유채씨가 날려 논둑이나 밭둑에서 자라면 되게 싫어한다. 유채잎을 뜯어서 나물로 삼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땅한 노릇인데, 유채는 상품이 아니다. 유채는 관리물품이 아니다. 유채는 구경거리가 아니다. 유채잎은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잎을 틔운다. 겨우내 잎사귀를 내놓으면서 우리를 먹여살린다. 멧짐승은 유채밭이 된 논으로 내려와서 유채잎을 뜯어서 먹겠지. 사람도 유채잎을 뜯어서 겨우내 푸른 숨결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


  왜 멧짐승이 멧자락에서 마을로 내려와서 먹이를 찾겠나. 사람들이 숲까지 헤집으면서 풀을 밟거나 죽이거나 없애니까. 사람들이 숲 깊은 데까지 밭으로 일구어 숲짐승(멧짐승)이 깃들 자리를 자꾸 파고들면서 숲짐승이 먹을 풀을 사람이 혼자 차지하려고 하니까.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으면 좋을 텐데. 함께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어야 아름다울 텐데.


  도서관에 닿아 한국말사전을 펼친다. 1940년에 나온 한국말사전부터 1999년에 나온 한국말사전까지 펼친다. 아쉽지만, 1999년을 끝으로 ‘큰사전’은 더 안 나온다. 아니, 더 못 나온다. 사람들이 한국말사전을 사서 읽거나 곁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말학자 스스로 한국말사전을 아름답게 엮지 못한다. 오늘날 사람뿐 아니라 옛날 사람조차 안 쓰던 일본 한자말을 잔뜩 실은 책이 요즈음 이 나라 ‘국어사전’이다. 중국 문학책이나 역사책에 나오는 한자말까지 가득 실은 책이 바로 이 나라 ‘국어사전’이다. 온갖 영어와 자질구레한 시사상식이 될 만한 대목까지 실어서 부피만 두껍게 하고, 뜻풀이에는 제대로 마음을 못 기울인 책이 대한민국 ‘국어사전’이다.


  제대로 아름답게 엮으면 왜 안 팔리겠는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게끔, 이런 데에 제대로 품과 돈과 땀을 들이는 사회 정책과 문화 정책과 교육 정책이 나란히 있어야 할 텐데. 아무튼, ‘라온(랍다)’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이 언제부터 다루었는지 살펴본다. 1940년 문세영 사전에는 없다. 1947년 조선어학회 사전부터 있다. 1999년 국립국어연구원 사전에는 ‘랍다’로 나온다.


  안동에 있는 이웃 편해문 님이 지난해에 보내 준 예쁜 달력을 넘긴다. 아시아 예쁜 아이들 웃음이 밝다. 이동안 두 아이는 도서관 골마루에서 논다. 두 아이가 일부러 넘어지면서 논다. 골마루 한쪽 바닥이 미끄러운데, 두 녀석이 미끌미끌놀이를 한다. 자꾸 쿵쿵 소리 내며 이리저리 넘어진다. 골마루바닥을 두 녀석이 저희 옷으로 쓸고닦는다는 느낌까지 든다.


  참 잘 노네. 그렇게 놀아야지. 신나게 논 아이들한테 물을 먹인다. 땀을 훔쳐 준다. 덥지? 이제 집으로 가 볼까? 두 아이가 저마다 우산을 하나씩 쓰고 걷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온통 놀이투성이가 된다. 도서관은 놀이터이자 배움터이다. 도서관과 마을은 삶터이자 쉼터이다. 마을과 집은 보금자리이면서 이야기자리이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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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군 손님, 도서관 옮길까? (사진책도서관 2014.4.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 신안군청에서 전화 한 통 온다. 신안군에 있는 섬(이제 다리가 놓여 섬이 아닌 곳이 되었지만)에 도서관을 하나 꾸리려 하는데, 우리한테 도움말을 듣고 싶다 하신다. 오가는 길이 가깝지 않을 테지만 즐겁게 오시라 이야기한다. 그러고 오늘 아침, 신안군청에서 오신 손님을 도서관에서 만난다. 아이들 먹을 밥을 차리고 나서 일찌감치 도서관에 나와서 창문을 열고 골마루를 쓸고 닦으면서 생각한다. 신안군에서 꾀하는 ‘도서관 만들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도움이 될까?


  도서관은 건물로만 도서관이 될 수 없다. 도서관은 무엇보다 책이 있어야 도서관이다. 그리고, 도서관이 도서관다울 수 있자면, 도서관 건물 둘레로 숲이 있어야 한다. 주차장보다 숲이다. 주차장이 아닌 숲이다. 도서관에 찾아와 책을 살펴 읽을 분들은 숲에서 퍼지는 푸른 숨결을 마시고, 숲에 깃드는 멧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무로 만든 책’을 손에 쥐어 이야기 한 자락을 누릴 때에 마음 가득 사랑스러움과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퍼질 만하리라 느낀다.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살피면, ‘책을 손에 쥐지 않고 창밖에서 퍼지는 풀내음과 새소리’를 누리면서 좋다고들 한다. 책도 책이지만, 책 못지않게 숲바람과 숲노래가 우리 마음을 포근히 적시거나 어루만지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책은 지식만 담지 않는다. 책에는 지식만 넣을 수 없다. 책은 삶을 가꾸는 슬기를 담는다. 책에는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넣으면서 빛난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인천에 있을 적에는 오로지 책만 있었다. 다만, 도서관 손님과 함께 인천 골목마실을 자주 즐겼다. 종이책에 있는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맛보고, 종이책에 없는 이야기는 두 다리로 골목을 두 시간 남짓 거닐면서 맛볼 수 있기를 바랐다.


  시골자락에 도서관을 옮겨 뿌리를 내리는 동안 날마다 새삼스레 생각한다. 도서관 한 곳이 설 적에는 도서관 건물 넓이와 견주면 열 곱이나 스무 곱쯤 넓게 숲을 이루어야 한다고. 도서관 건물 넓이와 견주어 백 곱쯤 숲을 이루면 참으로 좋으리라 생각한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자동차를 댈 자리는? 도서관 바깥, 그러니까 도서관을 이루는 숲 바깥 빈터에 자동차를 세우고 도서관까지 십 분 즈음 천천히 풀바람과 풀노래(숲바람과 숲노래)를 누리면서 걸어와야지. 푸른 숨결을 마시면서 도서관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푸른 내음을 먹으면서 도서관에 첫발을 내딛도록 한다.


  숲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일 때에는, 숲땅을 두 발로 밟으면서 ‘흙이란 이렇게 보송보송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보송보송한 흙에 ‘풀이 아름답게 돋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큰나무를 옮겨심는대서 숲이 되지 않는다. 씨앗을 심어 나무가 자라도록 할 때에 가장 아름답다. 씨앗을 심어서 돌보기 조금 빠듯하다면 다섯 살 어린이 키높이로 자란 조그마한 나무를 심어서 돌보면 된다. 나무는 참 빠르게 자란다. 다섯 해쯤 기다리면 된다. 다섯 해쯤 기다리는 동안 나무가 자라고, 나무 둘레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살아나고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해마다 내놓는 가랑잎을 먹으면서 흙이 새롭게 깨어난다. 빈터에서 퍼지는 풀이 뿌리를 내리고 널리 퍼지면서 흙이 깨어나도록 북돋운다. 풀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차근차근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난다. 다섯 해가 지나고 열 해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빛나고 눈부신 숲이 되고, 열다섯 해를 지나 스무 해가 되면, 도서관숲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확 트이고 시원할 수 있는 ‘사랑터’로 자리잡는다.


  스무 해는 어떤 시간인가? 갓 태어난 아기가 어른이 되는 나날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숲을 가꾼다고 할 적에는, 아기를 돌보아 스스로 우뚝 서는 씩씩하고 예쁜 젊은이가 되도록 보듬는 땀방울과 손길을 들인다고 할 만하다.


  도서관에 갖출 책을 생각해 본다. 돈이 있으면 만 권 십만 권 백만 권 갖추기가 우습지 않다. 그런데, 돈을 들여 책을 한꺼번에 잔뜩 갖추면 훌륭한 도서관이 될까? 아니다. 돈을 들여 살 수 있는 책은 ‘새책방에 있는 책’뿐이다. 아름답고 훌륭하다지만 판이 끊어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잘 생각해야 한다. 도서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대여점이 아니다.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다. 대여점이나 공부방이 할 몫을 도서관이 맡을 일이 아니다.


  도서관이 도서관답게 뿌리를 내리자면, 새로 나오는 책 못지않게 ‘사라진 책을 알뜰살뜰 찾아내어 꾸준히 갖추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지키는 도서관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돌보는’ 자리가 도서관이 될 때에 아름다운 책터가 된다.


  우리 네 식구는 책은 책대로 알차게 건사하면서 숲은 숲대로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옮겼다. 인천을 떠나 고흥으로 들어온 해가 2011년이다. 2014년 올해는 우리 도서관이 스스로 빛날 때가 되겠다고 느낀다. 마침 이러할 때에 신안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신안으로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여쭌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내가 도와줄 일이란, 신안군에서 새로운 도서관을 열도록 도움말을 들려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 도서관이 고흥을 떠나 신안으로 가기를 바라는 꿈을 들어주는 일이었구나.


  신안도 시골이니 좋다. 신안은 군청에서 군수와 공무원이 함께 문화에 눈길을 두고 문화를 삶과 얽혀 예쁘게 보듬는 길을 꾸준히 나아가니 멋있다. 신안군처럼 문화와 삶에 마음을 쏟는 지자체는 얼마나 있을까? 문화를 가꾸는 길이란 삶을 가꾸는 길이고, 삶을 가꾸는 길이 바로 복지이다. 이와 같은 얼거리로 문화와 삶과 복지가 한 줄기로 곱게 흐르도록 하는 일이 정치와 경제도 나란히 살린다. 지역 교육에서도 시골 아이들이 모조리 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새 물결을 낼 수 있다.


  고흥군을 돌아보면, 고흥 아이들은 ‘고흥에 남아서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농사짓기도 고기잡이도 양식장에도 마음을 안 둔다. 신안군도 아직 이런 틀과 거의 비슷하리라 느낀다. 그렇지만, 앞으로 신안에서는 신안 아이들이 ‘우리 고향에 남아서 즐겁게 할 일이 많으리라 생각해’ 하고 마음을 돌릴 만하리라 느낀다.


  다만, 신안군은 영광군과 가깝다. 영광 핵발전소와 가깝다. 영광 핵발전소가 하루 빨리 문을 닫도록 신안군이 함께 힘쓸 노릇이라고 느낀다. 고흥군은 군수와 군청에서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고 엄청나게 힘을 쏟았지만 주민 반대로 물거품이 되었다. 신안군은 행정에서 ‘생각이 열렸’고 고흥군은 행정에서 ‘생각이 닫혔’다. 신안군은 자연 환경이 고흥만 하지 못하다. 고흥은 자연 환경이 참 훌륭하지만, 고흥군 행정은 막개발과 시멘트공사에 치우치기만 한다. 신안군은 자연 환경과 바다와 섬을 알뜰히 어루만지면서 손님(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고흥군은 자연 환경도 바다도 들도 섬도 거의 팽개치다시피 할 뿐 아니라, 막개발로 망가뜨리기만 하니, 손님(관광객)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조용하고 한갓진 고흥인 터라, 조용히 쉬고 싶은 이들이 찾아올 뿐이다.


  우리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 때에 아름다울까. 우리 도서관은 지난 세 해에 걸쳐 ‘숲 가꾸기’ 하는 길을 여러모로 찾기도 하고 조금씩 해 보기도 했다. 신안에서는 ‘책 있는 도서관’을 넘어 ‘숲 가꾸는 도서관’이라는 앞길을 어느 만큼 어루만지면서 빛낼 수 있을까.


  4만 권이 넘는 책과 엄청난 책꽂이를 싸서 옮기는 일이란 너무 고달프며 힘겹다. 그렇지만, 이 책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이웃마을에서 끝없이 뿌리는 농약바다에서 숨을 고르기도 만만하지 않으며 갑갑하기까지 하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우리 앞길을 골라야 한다. 그대로 고흥에서 이 도서관을 지키느냐, 신안으로 옮겨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도서관으로 하느냐. 둘레에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면 고맙겠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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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4-05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으시겠습니다.

숲노래 2014-04-05 06:45   좋아요 0 | URL
마음속으로 결정은 다 되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찬찬히 해 봅니다...
 


 도서관에서 놀기 (사진책도서관 2014.3.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우리 도서관에 갈 적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집으로 무엇이든 가져오려고 한다. 이때마다 늘 말린다. “벼리야, 보라야, 우리 집에는 우리 집에서 노는 놀잇감이 있어. 도서관에 오면 도서관에서 놀 수 있도록 이것들은 여기에 두고 가자.” 아이들은 못내 아쉽다. 한참 망설인다. 가지고 나왔다가 도로 들어간다. 가지고 나와서 조금 걸어가다가 “갖다 놓고 갈래.” 하고 말하며 다시 도서관 문을 열어 달라 한다.


  책은 집에도 있고 도서관에도 있다. 어디에서나 책을 볼 수 있다. 놀잇감은 집에도 있고 도서관에도 있다. 어디에서나 놀 수 있다.


  어디나 책터요 어디나 놀이터이다. 종이책이 있어도 책을 읽고, 종이책이 없어도 하늘과 들과 숲을 바라보면서 읽는다. 놀잇감이 있어도 놀고, 놀잇감이 없어도 맨손으로 뛰어논다. 나뭇가지를 휘휘 휘두르면서 논다. 돌을 쥐고 흙을 만지면서 논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릴 적에 느낀 여러 가지 아쉬움을 우리 도서관에서 하나둘 푸는구나 싶다. 내 어릴 적 ‘우리 사회 도서관’은 ‘입시 공부방’이었다. 요즈음에도 이런 빛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도서관은 책을 누리는 곳인 한편,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우리 도서관 둘레에 흙집이나 나무집을 알맞게 지어, 한결 조용하면서 오붓하게 숲빛을 누리면서 책터와 삶터를 가꿀 수 있기를 꿈꾼다. 앞으로는 이웃들이 도서관에서 하룻밤이나 여러 날 묵으러 찾아와서 느긋하면서 한갓지게 숲내음을 맡으면서 책내음을 즐기도록 한다면 참 아름답겠지 하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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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부르는 책 (사진책도서관 2014.3.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따순 볕은 얼음을 녹인다. 차가운 바람은 얼음을 못 녹인다. 따순 햇살이 내리쬐면서 풀이 돋고 겨울눈이 깨어난다. 차가운 바람에는 풀이 돋지 못하며 겨울눈은 더 옹크릴 뿐이다.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는 책을 가까이에 두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마음을 녹이지 못하는 책을 지식이나 정보로 삼아 붙잡으면 삶은 어디로 나아갈까.


  도서관에 새로운 책을 갖다 놓는다. 책을 꾸준히 장만하니 도서관에 두는 책은 꾸준히 늘어난다. 처음 도서관 문을 열던 때를 돌아보면 책이 퍽 많이 늘었다. 책꽂이도 많이 늘었고 책도 많이 늘었다.


  도서관이 할 몫은 두 가지라고 느낀다. 첫째, 책을 잘 건사할 것. 둘째, 건사한 책을 언제나 손으로 만지면서 읽을 수 있을 것. 이 다음으로 생각한다면, 겨울에 안 춥고 여름에 안 더우면 좋겠지. 조용하면서 푸른 바람이 싱그러이 스며들면 좋겠지. 풀벌레와 멧새가 노래하는 소리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책을 사귈 수 있으면 좋겠지. 앞으로도 우리 도서관은 책꽂이와 책이 더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새로 나오는 책을 장만하고, 잊히거나 사라진 책을 마련할 테니까.


  엊그제 비가 제법 내렸더니, 도서관 한쪽으로 빗물이 스몄다. 밀걸레로 빗물을 바지런히 훔친다. 창문을 모두 열고 도서관 바닥을 모두 닦는다. 바닥에 고인 빗물로 도서관 바닥을 닦는 동안 큰아이는 얌전히 책을 읽고 작은아이는 작은 걸상을 이리저리 밀면서 내 꽁무니를 좇는다.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도서관 소식지를 부쳐야 하는 만큼 바삐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수선화하고 동백꽃한테 인사한다. 집에서는 큰아이가 봉투질을 거든다. 큰아이가 일을 거들었기에 한결 빨리 끝났다. 앞으로 큰아이가 봉투에 주소도 적어 줄 수 있을까?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볕을 가슴에 담아서, 우리 도서관과 보금자리에 봄내음이 깃들도록 하자. 스스로 봄노래를 부르면 봄살이가 되리라.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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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동백꽃 (사진책도서관 2014.3.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소식지 〈삶말〉을 한 장짜리 사진엽서로 만들어 본다. 얼마나 볼 만한지는 알 노릇이 없다. 아무튼 만들고 볼 노릇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만들고 다음에는 조금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16절지 크기로 만드니 글자를 제법 크게 넣을 만하다. 32절지 크기로 만들면 앙증맞고 예쁠 테지만 글자를 깨알같이 넣어야 한다.


  따스하게 봄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도서관을 치운다. 비질을 하고 이럭저럭 손질한다. 사진 여러 점 곳곳에 붙인다. 창문을 모두 열고 바람갈이를 하다가, 셋째 칸 교실 창밖으로 동백나무를 본다. 활짝 봉오리를 벌린 동백꽃을 본다. 그동안 이 꽃을 못 알아보았을까? 동백나무가 곳곳에 있는 줄 알기는 했는데 이렇게 남다른 빛깔과 무늬로 꽃이 피는 줄 못 알아챘을까?


  창문을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동백나무 둘레로 퍼진 등나무 줄기를 걷는다. 등나무 줄기가 얽히는데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구나. 올해에는 잘 보듬어 줄게. 너도 기운을 내어 등나무 줄기더러 함부로 뻗지 말라고 얘기하렴. 네 고운 빛과 내음을 우리 도서관에 그득 나누어 주렴.


  만화책을 보는 큰아이를 부른다. 걸상을 밀며 노는 작은아이를 부른다. “자, 보렴.” “음, 저기 꽃이 있네. 아, 예쁘다.” 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스스로 곱게 핀다. 보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꽃은 한결 맑게 노래하면서 웃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도 수레에 타겠다고 앉는다. 둘이 앉으면 비좁을 테지만 둘이 앉으면 더 재미있겠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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