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시골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5.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난겨울에 아이들하고 어떤 노래를 불렀던가 돌아본다. 봄에는 봄노래를 불렀고, 여름에는 여름노래를 불렀는데, 곰곰이 헤아려 보니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함께 즐긴 노래는 거의 다 ‘봄을 그리는 노래’이지 싶다. 참 그렇다. 봄을 그리는 노래가 가장 많구나 싶고, 다음으로 여름을 그리는 노래가 많으며, 가을과 겨울을 그리는 노래는 퍽 적구나 싶다.


  어른노래는 잘 모르겠고, 어린이노래는 그렇다. 어린이노래는 으레 봄을 노래하고, 봄꽃을 노래하며, 봄볕을 노래한다.


  왜 어린이노래는 봄을 많이 노래할까. 아무래도 어린이를 ‘봄’으로 여기기 때문일까. 어린이가 봄과 같은 기운을 가슴에 품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일까.


  겨우내 부르던 봄노래를 곱씹으면서 아이들한테 봄날 봄노래를 들려준다. 봄에 부르는 봄노래가 아주 즐겁다. 그야말로 봄에는 봄노래가 가장 잘 어울린다. 우리 도서관도 봄에 봄빛이 젖어들면서 싱그럽다. 풀이 새롭게 돋아 풀내음이 가득하고, 나무에도 나뭇잎이 푸르게 돋으니 해맑다. 더욱이, 딸기밭은 지난해보다 더 넉넉하다. 지난해에 들딸기알을 이곳저곳에 많이 뿌린 보람을 거두는구나 싶다. 들딸기도 먹는 사람 손길이 있으니 더 널리 더 많이 퍼지지 싶다.


  오월빛이란 얼마나 환한가 하고 생각에 잠긴다. 조용히 만화책을 펼치며 읽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깃들고, 바람소리가 춤춘다. 바람을 타고 맑은 기운이 스며든다.


  그러고 보니, 웬만한 도서관은 창문을 열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 창밖에서 흘러드는 바람을 쐬는 도서관이 얼마나 있을까. 창문을 열고는 햇빛과 바람소리와 새소리에다가 개구리소리까지 골고루 받아들이는 도서관이 얼마나 있을까. 시골에 지은 도서관 가운데 시골내음을 마시면서 나누는 곳은 몇 군데가 될까. 서울에 있는 도서관은 책 말고 무엇이 있을까. 서울이든 시골이든 이 나라 도서관에서는 책과 함께 어떤 빛과 숨결을 누릴 수 있는가.


  오월에 오월을 생각한다. 오월에 환한 꽃빛과 나무빛을 생각한다. 사월과 다른 오월빛을 그린다. 유월과 또 다른 오월을 그린다. 참말 오월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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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5-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레꽃의 환한 꽃빛과, 벼리의 보라의 고운 모습과 도서관의 삶빛과
빨갛고 예쁜 들딸기의 고운빛이 다 하나로 참~ 어울립니다~*^^*

숲노래 2014-05-15 07:4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오월에
모두들 아름다운 빛과 삶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시 들딸기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5.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곁님이 묻는다. “딸기 언제부터 먹을 수 있어요?” “글쎄, 보름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한참 놀다가 딸기밭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도서관 딸기밭이란 우리가 딸기를 심은 밭은 아니다. 들딸기가 스스로 자라면서 해마다 차츰 넓게 퍼지는 밭이다. 해마다 들딸기를 고맙게 얻으면서, 곧잘 딸기알을 곳곳에 뿌렸다. 이듬해에는 더 넓게 퍼지라는 뜻이다. 참말 이렇게 곳곳에 휙휙 던지니 해마다 딸기밭이 늘어난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딸기꽃이 더 넓게 피었고, 더 많이 나왔다. 올해에는 그야말로 날마다 딸기로만 배를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빨갛게 익은 딸기는 아직 얼마 없다. 그래도 몇 알 나온다. 아이들을 불러 손바닥에 얹어 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똑같은 숫자로 준다. 그리고 석 알을 남긴다. 어머니도 맛을 봐야지. 나는 한 알만 먹는다. 앞으로 잔뜩 돋으면 그때에 먹기로 하고, 아이들이 한 알이라도 더 맛을 보기를 바란다.


  들딸기란 얼마나 좋은가. 들딸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지난해 여름을 끝으로 들딸기가 새로 돋을 봄을, 오월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튿날에는 작은 병을 하나 챙겨 오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훨훨 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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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5-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도서관 딸기밭에 들딸기가 열렸군요~
작년에도 사진만 봐도 참 즐거웠는데, 올해도 여전히
송글송글 빨갛게 참 예쁘게 열렸네요~ 참 맛나 보입니다!~*^^*

숲노래 2014-05-13 14:05   좋아요 0 | URL
여름을 앞두고 즐거운 몸이 되도록 북돋우는
맑은 맛이라고 할까요?

아주 반가우며 즐거워요 ^^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진책도서관 2014.4.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읽어야 할까. 아이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열 살 어린이와 열다섯 살 푸름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스물다섯 살 젊은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고, 마흔다섯 살 어른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쉰다섯 살이나 예순다섯 살에 책읽기를 멈추면, 생각이 멈추거나 사랑도 멈출까. 일흔다섯 살이 되었기에 이제 굳이 책을 더 읽을 까닭이 없다고 여기면, 그만 생각이 뒷걸음질을 하거나 사랑은 사그라들고 말까.


  도서관마다 책을 새로 갖춘다. 도서관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갖춘다. 묵은 책을 새로 갖추거나 오래된 책을 차근차근 살피며 갖추려는 도서관을 한국에서 찾아보기란 아주 어렵다. 그러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 셈일까. 새로 나오는 책만 읽으면 되는 셈인가. 새로 나오는 책만 책이요, 그러니까 2014년에 나온 책이 있으면 2020년이 되면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이라 할 만한가. 2020년에 나오는 책은 또 2025년에는 안 읽어도 되는 책으로 삼아도 될까.


  도서관에서 추천도서목록을 만들든, 비평가나 전문가나 교사가 권장도서목록을 엮든, 모두 새로 나온 책을 넣는다. 묵은 책이나 오래된 책은 좀처럼 안 다룬다. 마땅한 노릇일는지 모르나, 헌책방을 샅샅이 살피면서 다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권장하는 일은 없다. 새책방에서 새로 장만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은 없다. 그리고, 헌책방에서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이 없다. 우리는 새책이나 헌책이 아닌 책을 말할 노릇이고, 새책도 헌책도 아닌 책을 읽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책을 얼마나 많이 또는 얼마나 적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가꾸거나 즐거거나 빛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느냐를 돌아보아야지 싶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스스로 빛내거나 밝히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길에는 어떤 책을 곁에 두어야 아름다울까.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도서관은 어떤 책을 건사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터 구실을 할 때에 사랑스러울까.


  딸기꽃은 하얗고, 하얀 꽃에 내려앉는 나비도 하얗다. 아이와 함께 서재도서관에서 한참 논다. 등꽃을 바라보고, 새빨간 새봄 단풍나무를 마주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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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이야기 (사진책도서관 2014.5.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사진책 이야기를 꺼낸다. 사진책을 하나하나 차분히 즐기려는 책손이 찾아오면, 사진책 이야기가 저절로 샘솟는다. 사진책을 즐기는 책손과 앞마당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쬔다.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고 어른들은 사진책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책손이 궁금하게 여기는 한국 사진가 이야기를 물으면, 내가 그분들 사진책을 읽은 느낌을 들려준다. 그러고는 나라 안팎 여러 가지 사진책을 찬찬히 골라서 보여준다. 백 마디 말보다 사진책 한 권을 볼 적에 가슴으로 크게 와닿을 수 있겠지.


  눈씻이라고 할까. 쿠델카 사진책을 보고, 살가도 사진책을 보며, 리펜슈탈 사진책을 보면 눈을 씻을 수 있다. 필립 퍼키스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찍기와 사진읽기와 사진책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 기무라 이헤이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은 무엇이고 어떻게 찍을 때에 빛나는가’를 돌아볼 수 있다. 하나부사 신조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을 찍는 넋’을 생각하고, 로버트 프랭크 사진책 《PERU》를 읽으면서 ‘사진으로 나누는 사랑’을 생각할 수 있다.


  알아보는 사람이 책을 알아본다. 알아보려는 사람이 사진을 알아본다. 알아보면서 마음으로 담고 싶은 사람이 알아보면서 마음으로 담기 마련이고, 알아보려는 넋으로 즐겁게 웃는 사람이 사진기를 손에 쥐면 맑은 빛이 촉촉히 스며들곤 한다.


  사람들은 으레 로버트 프랭크 사진책 가운데 《les Americanis》를 말하는데, 《PERU》를 곁에 놓고 함께 읽으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면서 빛과 숨결을 헤아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못 헤아릴 사람은 끝내 못 헤아릴는지 모른다. 헤아리려는 사람은 《les Americanis》를 보든 《PERU》를 보든 잘 헤아리겠지.


  최민식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임응식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요즈음이고, 임응식 사진을 본 사람도 차츰 줄어든다. 그러니, 일본에서 현대사진을 일구어 낸 기무라 이헤이라는 이름을 아는 한국 사진가는 얼마나 될까. 일본에서는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이 얼마나 대단한 보람이요 꿈이 되는지를 아는 한국 사진평론가는 얼마나 있을까. 토몬 켄이라든지 하나부사 신조 같은 사진가 이름을 꼭 알아야 하지는 않다만, 이들이 빚은 사진책을 찬찬히 찾아본다면, 왜 이런 사진가 이름을 알 때에 사진빛이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나아가는 길을 배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만하리라 생각한다.


  로베르 드와노 사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로베르 드와노 사진책을 한번 보라. 대단한지 아닌지는 ‘사진 한 장’이 아닌 ‘사진책 한 권’으로 생각해 보라. 유진 스미스이든 으젠느 앗제이든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이든 ‘사진 한 장’이 아닌 ‘사진책 한 권’을 찾아서 보라.


  벽에 붙이는 사진 한 장도 아름다울 만하리라 본다. 그런데, 사진가라는 사람은 ‘벽걸이 사진 한 장’만 찍는 사람이 아니다. ‘이야기를 찍어서 꿈을 노래하는 사람’이 사진가라고 느낀다. 이리하여 나는 사진책을 읽고, 사진책으로 도서관을 꾸린다. 사진책을 읽으면서 빛과 삶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책손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언제나 도서관을 지킨다. 오늘은 사진책으로 빛과 삶과 사랑을 숨쉬려는 책손이 찾아와서 무척 즐겁게 두어 시간 즈음 사진책 이야기를 조곤조곤 떠들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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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14호를 내놓는다.

이주와 다음주에 도서관 지킴이한테 부친다.


도서관 지킴이가 아닌 분도 볼 수 있도록

pdf파일을 붙인다.


즐겁게 누리시기를 빈다.


그런데, 알라딘서재에서는 파일올리기가 안 되니,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주소를 붙인다.


http://cafe.naver.com/hbooks/1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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