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지며 (사진책도서관 2016.6.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흙을 만지면서 흙일을 합니다. 책을 만지면서 책일을 합니다. 부엌칼을 만지면서 부엌일을 합니다. 아이 살갗을 만지면서 집살림을 합니다. 나는 내가 만지는 대로 내 일거리를 찾습니다. 무엇을 만지든, 어떤 연장을 쥐든, 늘 스스로 내 설 곳과 길 길을 찾습니다.


  호미 한 자루로도 땅을 갈아 씨앗을 심을 만합니다. 연필 한 자루로도 글을 써서 책을 지을 만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못할 만한 일은 없습니다. 그저 하면 되고, 차근차근 나아가면 됩니다.


  오늘 하루도 흙이며 책이며 부엌칼이며 아이 살갗이며 골고루 만지면서 엽니다. 오늘 하루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살가이 어루만지자는 마음으로 열면서 빙그레 웃음을 짓자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이룹니다. ㅅㄴㄹ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7교 (사진책도서관 2016.6.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출판사에서 두 번째 가제본을 묶어서 보내 주었습니다. 거의 마무리가 된 겉그림을 살펴보고 차례와 찾아보기를 헤아립니다. 몸글 손질은 이제 끝이라 할 만한데 차례하고 찾아보기에 올린 낱말하고 쪽수가 제대로 맞는가를 다시금 돌아봅니다. 바야흐로 17교째인데 문득 예전 일이 떠오릅니다. 2001년 무렵인데 그즈음 《보리 국어사전》을 엮으려고 처음 실마리나 틀을 잡고서 바탕을 짤 적에 ‘사전 원고를 마무리하려면 한 사람마다 17교는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모임자리에서 ‘네 사람이 저마다 17교씩 모두 68교를 보면 빠진 데나 틀린 데가 거의 없겠지요’ 같은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열대여섯 해 앞서 문득 입에서 나온 말이 오늘 내 삶자리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셈이니 놀랍구나 싶으면서, 우리 살림은 우리가 문득문득 생각을 지어서 말로 내놓는 대로 이루는 셈이겠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어쨌든 17교를 씩씩하게 끝내야겠습니다. ㅅㄴㄹ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표지 시안 (사진책도서관 2016.6.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월요일에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라는 책을 놓고서 가제본 원고 교정을 시외버스에서 마쳤습니다. 출판사 대표님하고 디자인회사에 가서, 디자인을 맡아 주시는 분까지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여섯 시간에 걸쳐서 디자인 교정까지 했습니다. 자정이 넘어 일을 마친 뒤 아주 늦게 저녁을 먹었고, 피시방에서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낮에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를 탈 즈음 갑자기 엄청나게 졸음이 쏟아지면서 고속버스역에서 가방에 기댄 채 한참 잤고, 버스에 오른 뒤에도 한참 잤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고흥 가는 버스길은 매우 긴 터라, 한참 잤어도 틈틈이 잠에서 깨어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온 이튿날 표지 시안이 나왔습니다. 아침에 네 가지 시안이 나왔고 낮에 두 가지 시안이 더 나왔어요. 출판사에서 곧 표지를 확정하고 세부 디자인까지 마치리라 느낍니다. 고단함하고 졸음이 덜 풀린 몸으로 최종교정 피디에프파일을 살피면서 미처 못 잡아챈 오탈자가 있는가 하고 헤아렸습니다. 이제껏 선보인 어느 책보다 글손질을 많이 했고, 원고도 참으로 많이 읽었습니다. 글쓴이로서 이 원고를 읽은 횟수는 아마 200번쯤 되지 싶고, 글손질을 한 횟수도 이만큼 되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제 하루만 더 살피고 글손질을 하면 이 원고는 마침내 제 손을 떠나서 책이라는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아름다운 책 하나가 이 땅에 새롭게 씨앗처럼 드리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는 제 손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 손에서 새롭게 읽히고 되새겨지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린치 그림책 (사진책도서관 2016.5.2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아이들하고 두 가지 영화를 함께 보다가 이 영화에 바탕이 된 그림책이 떠오릅니다. 어디에 그림책을 꽂았을까 하고 헤아리면서 《모글리의 형제들》하고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를 찾아냅니다. 집에서 이 그림책을 더 깊게 차근차근 두고두고 다시 읽어 보려 합니다. 내가 그림책을 찾는 동안 작은아이는 들딸기하고 오디를 훑겠다면서 풀밭을 살핍니다. 큰아이는 이사이에 만화책을 펼칩니다. 빗물이 스며드는 쪽에 돌을 몇 얹었는데, 돌을 얹기만 했어도 빗물이 훨씬 적게 스며듭니다. 긴신을 꿰고 일부러 웅덩이를 찰방찰방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버지, 그림책은 옷 안에 넣었어?” “아니.” “그럼? 어디에?” “옷 속에 품었어.” 여름을 부르는 한결 따뜻한 비를 느끼면서 마을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 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제본 교정 (사진책도서관 2016.5.2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보기책(가제본)을 묶어서 보내 주셨습니다. 이 보기책으로 글손질(교정)을 마지막으로 하려 합니다. 찾아보기 표도 엮어야지요. 앞으로 이만 한 두께와 부피로 책이 나오겠구나 하고 여기면서 가만히 펼칩니다. 멋진 책이 태어날 테지요? 그야말로 멋진 책이 알차고 아름답게 이웃님 손으로 갈 수 있도록 기운을 내어 글손질을 해야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6-05-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뿌듯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숲노래 2016-05-26 21:43   좋아요 0 | URL
마지막 손질을 하는데
여태 한 교정 가운데
가장 품이 들면서 시간도 드네요 @.@

미리 받은 축하로 더 기운을 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13minee 2016-05-2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내셨네요. 숲노래님같은 분이 저의 이웃인 것이 기쁘네요.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6-05-26 21:43   좋아요 0 | URL
아직 책이 나오지는 않았고,
끝손질을 합니다.

이 끝손질을 마치면
참으로 `마지막 교정`을 하고,
그 마지막 교정을 거치고
이러는 사이에 표지 디자인이 나오면

여기에 ˝마지막 디자인 편집˝이 안쳐지면서
6월 10일 언저리에 짠 하고 태어나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