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29. 쥐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젯밤에 자다가 쥐가 났습니다. 오늘도 길손집에 깃들어 누웠다가 쥐가 납니다. 이웃고장으로 나와서 돌아다닐 적에는 책집을 다니며 등짐 무게를 키웁니다. 돌아다닐수록 무게를 더하고, 등짐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다니노라니 욱씬욱씬 올라오는구나 싶어요. 온갖 이야기에 쓸거리가 머리를 맴돌아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듯하게 누워서 파랗게 거미줄을 그립니다. 온몸이 하늘빛이 되도록 추스르고, 온누리에서 가장 튼튼하다는 거미줄 같은 몸으로 피어나자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쥐는’이란 이름을 붙여 노래꽃(동시)을 한 자락 썼습니다. 손에 무엇을 쥐느냐에 따라 마음에 다 다르게 하나씩 자라난다는 줄거리를 다루었는데, ‘쥐는’이란 이야기는 “종아리에 쥐”로 이었네 싶군요.


  수원책집하고 부산책집을 찾아가며 어떠한 책을 맞아들이고 어떠한 길을 읽었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숱한 책이 들려주는 속말에 흐를 숨빛은 앞으로 어떻게 퍼지려나요. 몸에 기운이 새로 솟아서 벌떡 일어설 이튿날 새벽에 부디 반짝반짝 눈을 밝히면서 붓을 쥐자고 읊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집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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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22. 제자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라(정부)가 떠드는 말을 들으면 어느 하루도 바람이 잘 날이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그렇습니다. 천자문을 익힌 뒤 새뜸(신문)을 혼자 읽을 수 있던 열 살 무렵, 문득 어머니한테 “어른들은 왜 신문을 읽어요? 이렇게 재미없고 나쁜 이야기만 가득한데요?” 하고 여쭙니다. 어머니는 “그러게 말이다. 뭘 볼 게 있다고.” 하십니다.


  곰곰이 보면, 나라만 걱정거리하고 두려움을 심으려고 떠들지 않아요. 숱한 글꾼도 글에다가 책으로 갖은 걱정거리하고 두려움을 심어 놓습니다. 갈라치기를 하는 글하고 책이 넘치고, 미워하고 아파하는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한테 여쭙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보는 연속극이나 아버지가 읽는 신문이나 똑같지 않아요?” “시끄러. 안 들리잖아.”


  풀꽃나무는 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도, 애벌레란 몸을 버리고 나비로 깨어난 이웃도, 하루 내내 노래하는 새도, 그늘을 드리우다가 비를 뿌리는 구름도, 늘 새롭게 삶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야기가 새뜸이나 책에 나오는 일은 드물어요. 없다시피 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활짝 웃으며 터뜨리는 말이 새뜸 한복판에 나오는지요? 땀이 흥건한 채 뛰노는 아이들 모습을 책에 제대로 싣는지요?


  서로 갈라치며 미워하는 이야기가 아닌,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살림하면서 사랑을 짓는 이야기를 쓰고 읽고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제가 우리말꽃을 쓰는 바탕은 이렇습니다. 어느 낱말을 안 쓰고 어느 낱말을 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생각을 슬기로이 살림하는 사랑으로 가다듬어 아이들이 물려받을 만하도록 우리 어른부터 즐겁고 제대로 쓰고 아로새기자는 뜻입니다. 칠월에는 인천·익산·제주 마을책집을 다녀오면서 책상맡에 머물 틈이 확 줄었습니다. 새로 여미는 낱말책을 돌아보는 틈이 줄어든 셈입니다. 한밤에 차근차근 가다듬다가,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는 잠자리 날갯짓 소리를 듣다가, 잠자리하고 거미 둘 사이에 누구를 생각해야 하나 갈팡질팡하다가, 해가 뜨려는 소리를 듣다가, 새벽바람을 느낍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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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2. 어깨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릴 적에 어떤 등짐을 썼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두고두고 물려받은 살림이었고, 어린이(1980년대 국민학생)도 배움책을 날마다 잔뜩 짊어지고 다녀야 해서 등짐이 쉬 해졌습니다. 여름에는 땀을 비오듯 흘렸고, 겨울에도 조금 걷다 보면 등판이 후끈했어요.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열네 살부터 배움터에 책칸(사물함)이 생겼으나 모든 아이가 쓸 만큼 넉넉하지 않았어요. 더구나 책칸을 배움터에 돈을 내고 쓰더라도 발로 꽝 차서 부수면서 배움책을 훔치는 아이가 있었지요. 열일곱 살에 들어간 배움터도 똑같았습니다. 배움책을 잘 적바림한, 이른바 “필기를 잘 한 교과서”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이런 일을 으레 겪다 보니 아무리 무거워도 모든 배움책을 늘 등짐에 묵직하게 짊어지며 살았습니다.


  한두 해를 쓰면 어깨끈이 낡고 닳을 뿐 아니라 바닥도 낡고 닳아 튿어집니다. 어머니는 제 등짐을 보시며 “안 되겠네. 못 기우겠어. 새로 사야지.” 하시고, 저는 등짐을 새로 살 값이 아까워 끈이 툭 끊어지도록 그냥 짊어지고 살았어요.


  빛꽃(사진)을 배운 1998년부터는 제 등짐에 책뿐 아니라 찰칵이(사진기)를 곁들이니 등짐이 더 빨리 확 낡고 닳습니다. 여느 등짐으로는 못 버티고 해마다 자꾸자꾸 새로 사다가 큰아이 천기저귀 살림을 건사할 만큼 크고 튼튼해야겠구나 싶어서 80리터 등짐을 오십만 원 넘게 치르고서 장만했어요. 이 등짐은 어깨끈을 여러 벌 새로 달면서 여태 제 짐받이가 되어 줍니다. 퍽 낡고 닳았어도 밑판이 튼튼합니다. 언제나 땀으로 흥건히 젖어도 새로 빨고 볕에 말리며 제 등판하고 하나가 되어 움직여요.


  글꾸러미(수첩)를 담는 가벼운 어깨짐이 여럿인데, 이 어깨짐을 쓴 지 여러 해 되고 보니 하나같이 어깨끈이 낡고 닳아 풀어지고 튿어집니다. 기우고 또 기워도 나달나달해요. 우리말꽃을 쓰는 사람은 등판에 책을 짊어지고 어깨에 글꾸러미를 건사합니다. 글살림이 무척 묵직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 무릎이며 등허리에 팔뚝에 발목에 발바닥은 이 모든 무게를 든든히 버티어 주면서 오늘에 이릅니다. 팔다리하고 몸을 씻을 적마다 “고마워, 기뻐. 사랑해.” 하고 노래합니다. 등짐하고 어깨짐을 빨래하고 기울 적마다 “사랑해. 기뻐. 고마워” 하고 속삭입니다.


  글꾸러미를 건사하는 어깨끈에 덧대려고 큰아이가 어릴 적 입던 예전 옷을 한 벌 꺼냅니다. “이 옷 생각나니?” “응, 생각나.” “아버지가 어깨끈을 덧대는 자리에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될까?” “네, 그러세요.” 아이들 옷을 거의 하나도 안 버리고 간직했습니다. 이 아이들 옷 가운데 큰아이도 저도 몹시 아끼던 옷 한 벌을 어깨끈을 덧대는 자리에 고이 쓰면서 어린씨 마음을 듬뿍 누리려고 해요. 모두 언제나 고맙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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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7. 우리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국립국어원은 ‘국어’라는 일본 한자말을 쓰고, 글꾼은 ‘한국어’처럼 씁니다. 저는 어린이에서 푸름이로 살며 배움터를 다닐 적에는 둘레에서 가르치는 대로 ‘국어’라 하다가 열아홉 살 무렵에야 비로소 ‘우리말’이라 하면 된다고 느꼈고, 우리나라만 ‘우리말’이라 하면 안 어울리지 않나 싶어 ‘한국말’처럼 여러 해 쓴 적이 있는데, 다시 ‘우리말’을 씁니다.


  말을 놓고서 여러 갈래로 바라볼 만합니다. 나라에서 틀을 세운다면 ‘나라말’입니다.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한겨레로 살던 사람이 쓰던 말, 이른바 텃말(토박이말)을 가리킨다면 ‘겨레말’이라 하면 됩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는 말이라 할 적에 비로소 ‘우리말’인데, 옛살림을 헤아려 ‘배달말(밝말·밝은누리를 이룬 곳에서 쓰는 말)’이라는 이름을 써도 됩니다.


  북녘과 일본과 중국에서는 ‘조선말’이라 하고, 남녘에서는 ‘한국말’인 셈인데, 굳이 나라이름을 넣은 ‘조선·한국’보다는 투박하게 ‘우리말’이라 하거나 ‘배달말’처럼 옛살림을 돌이키는 이름을 써도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우리끼리 묶는다”는 틀에 갇힐는지 모른다 싶어 ‘우리말’이 껄끄러울 수 있다고 여겼는데, 모든 나라하고 겨레는 삶과 살림이 달라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말’이란 이름으로 이 나라 말을 가리킨다고 해도 됩니다. 남북 두 나라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바라는 뜻에다가, 이 나라로 찾아오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을 생각할 적에도 모두 아우른다는 뜻으로 ‘우리말’이라 해도 어울려요.


  그러니까 “우리끼리만 쓰는 우리말”이 아닌, “이곳에서는 누구나 ‘우리’라는 마음으로 쓰는 우리말”인 셈입니다. 너도 나도 고르게 ‘우리’라는 뜻을 담아서 ‘우리말’이라 하면 되거든요.


  더 낫거나 좋은 말이란 없습니다. 생각을 담아서 쓰기에 새롭게 빛나는 말입니다. 우리말 ‘생각’은 말밑이 한자가 아닙니다. ‘새롭다’하고 말밑이 맞물리는 ‘생각’이에요. 새롭게 마음에 담는 빛이 ‘생각’이기에, “낡은 생각”은 있더라도 “새로운 생각”은 없어요. ‘생각 = 새로운 기운’이니까요. 이렇게 우리말을 들려주고 익히고 나누면 이곳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사이좋게 나아가는 길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우리말을 우리스럽게 쓰는 길은 나라사랑(애국)도 뭣도 아닙니다. 우리가 서로 수수하게 사랑하는 길이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는 살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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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7.5. 망령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망령’은 ‘亡靈’하고 ‘妄靈’으로 가르는데, 둘을 한자나 한글만 보고 가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런 말을 쓴대서 나쁠 일은 없으나, 어느 한자로 어느 곳에 써야 알맞을까로 머리를 앓기보다는, 곧바로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말씨를 쓸 적에 더없이 쉬우면서 부드럽고 즐거우리라 봅니다.


  이를테면 ‘넋·죽은넋·허깨비·허울·그림자·찌꺼기·찌끼·찌끄러기·부스러기·티·티끌·허접하다·끔찍하다·더럽다·추레하다·지저분하다·꼴사납다·사납다·눈꼴사납다’라 하면 되고, ‘늙다·늙은이·늙네·늙다리·낡다·낡아빠지다·추레하다·벗어나다·넋나가다·넋빠지다·얼나가다·얼빠지다·바보·바보스럽다·모자라다·멍청하다·멍하다·맹하다·엉망·엉터리·어지럽다·어이없다·턱없다·터무니없다·생각없다·흐리다·흐리터분하다·흐리멍덩하다’라 하면 되어요. 이렇게 우리말로 수수하게 말할 적에는 이 ‘망령’이나 저 ‘망령’을 몰라도 되고, 쓸 일이 없습니다.


  한자말 사이에서 헤매기보다는 ‘허깨비·허울’에서 왜 ‘허-’가 들어가는가를 생각하고, ‘허깨비·도깨비’에서 ‘-깨비’는 어떻게 어울리는가를 살피면 좋겠습니다. ‘늙다·낡다’가 만나는 꼭지를 돌아보고 ‘멍하다·맹하다·엉망’이 얽히는 대목을 들여다보면서 ‘흐리다’를 말끝을 바꾸어 쓰는 길을 엿보면 즐거워요.


  어떤 낱말을 가려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는 우리 스스로 생각을 어떻게 가다듬어서 가꾸느냐 하는 실마리로 잇닿습니다. 한자말 ‘자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린이한테 어떻게 들려주겠습니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민주·평화·평등’처럼 어른끼리는 그냥 쓰는 한자말을 어린이한테 어떻게 알려주렵니까?


  어린이한테 뜻풀이를 자꾸자꾸 해주어야 하되, 뜻풀이 다음으로 새말을 슬기롭게 짓는 발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낱말이라면, 우리말스럽지 않기 마련입니다. 우리말은 “깨끗한 겨레말”이라기보다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빛내도록 북돋우는 가장 쉽고 즐거운 살림말·사랑말”입니다. 어린이 곁에서 살림말과 사랑말을 쓸 줄 안다면, 이웃 어른 사이에서도 살림말과 사랑말을 쓰겠지요. 꾼말(전문용어)로는 살림도 사랑도 삶도 피어나지 않습니다. 꾼말은 오직 끼리질(이해타산)으로 흐릅니다. 꾼말을 어린이한테 들려주거나 가르치기에 알맞지도 않지만, 어른 사이에 쓰기에도 나쁩니다.


  꾼말이라는 허깨비를 씻어내면 좋겠어요. 어른끼리 쓰는 모든 꾼말을 함박비에 쓸어내면 좋겠어요. 쉽고 즐겁게 쓸 살림말로 생각에 날개를 다는 슬기로운 어른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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