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53. 목걸이 사진기



  사진기를 목걸이로 삼아서 몸에 착 붙이면, 자전거를 달리면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전거를 달리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손으로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면서 발판을 구를 적에 옆으로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오래도록 곧게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이렇게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자전거를 달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나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자전거를 몸에 익혔습니다. 신문배달을 하려면 언제나 한손으로 자전거를 몰면서 다른 한손은 바구니로 뻗어 신문을 한 부 꺼내어 접은 뒤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언덕길을 오르든 내리막길을 달리든 한손으로도 자전거를 단단히 버티면서 다른 한손으로 신문을 쥘 수 있어야 비로소 신문배달 자전거라 할 수 있습니다.


  바구니에 얹은 신문을 한손으로 꺼낸 뒤에는 손가락을 써서 신문을 반으로 접고는 무릎에 한 번 탁 튀깁니다. 그러면 구김살 없이 접혀요. 이런 뒤 다시 손가락을 고리처럼 ‘반으로 접힌 신문’ 사이에 넣고 또 무릎에 한 번 탁 튀겨요. 그러면, 신문은 ¼로 접힙니다. ¼로 접힌 신문을 한손으로 곱게 집은 뒤 골목집 대문 위쪽이나 아래쪽 빈틈을 노려 가볍게 휙 던집니다. 그러면 신문은 종이비행기처럼 멋지게 날아서 골목집 섬돌까지 반듯하게 날아가지요.


  이런 신문배달 자전거질을 여러 해 하다 보니 ‘한손 자전거질’이 익숙하고, 이렇게 ‘한손 자전거질’이 익숙하기에, 사진기를 목걸이로 삼아서 늘 몸에 붙이며 돌아다니다가, 자전거마실을 하는 틈틈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자전거로 신문배달을 해 보아야 ‘자전거 타며 사진찍기’를 잘 할까요? 아닙니다.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는 어버이도 ‘한손 몸놀림’이 훌륭합니다. 한손에 바구니를 끼고 나물을 뜯는 나물꾼도 ‘한손 몸놀림’이 부드럽습니다. 팔힘이 좋을 때에 ‘한손 몸놀림’이 좋지 않습니다. 팔힘보다는 몸이 부드러워야 하고, 씩씩한 몸짓이어야 하며, 즐겁게 삶을 노래하는 마음이면 됩니다. 자전거를 즐기면서 사진을 함께 즐기려는 숨결이라면, 누구나 ‘목걸이 사진기’를 대롱거리면서 멋지고 아름답게 사진놀이를 누립니다. 4348.4.27.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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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52. 네 사진과 내 사진을 견주면



  모든 사진은 그냥 찍습니다. 어떤 사진이든 다 그냥 찍습니다. 잘 찍으려고 애쓴다 한들 ‘잘 찍힌 사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참말 모든 사진은 그냥 찍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이것저것 붙여서 짓는 밥도 맛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이것저것 붙이지 않고 그냥 짓는 밥도 맛있습니다. 아니, 이것저것 손길을 보탠다고 하는 생각이 없이 척척척 아주 홀가분하게 물이 흐르듯이 짓는 밥이 맛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뒤에서 차분하게 밑노래를 깔아 주어야 목소리를 뽑아서 멋지게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습니다. 값비싼 펜과 잉크와 종이가 있어야 글을 훌륭하게 쓰지 않습니다. 가장 비싼 물감과 붓과 종이를 다루어야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습니다. 가장 비싸거나 값지다는 장비를 써야 사진을 잘 찍지 않아요.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이 대목을 알아야 합니다. 비싼 목걸이를 목에 걸어야 예쁜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비싼 옷을 입어야 예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바탕이 예뻐야 예쁜 사람입니다. 마음결이 고와야 고운 사람입니다. 마음씨가 착해야 착한 사람입니다.


  사진은 그냥 찍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냥 찍으면 되는 사진입니다. 기계 탓을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진학과를 안 나와서’ 사진을 못 찍는다는 핑계를 댈 일도 없습니다. 그냥 찍으면 됩니다. 남보다 뛰어난 장비를 갖추었기에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못 다닌 대학교를 다녀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구경도 못 한 훌륭한 작가한테서 배웠기에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늘 그냥 찍습니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결에 맞추어 즐겁게 찍을 때에 사진이 됩니다.


  네 사진과 내 사진을 견주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네 사진이 내 사진보다 나아 보인다고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 사진이 네 사진보다 좋아 보인다고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모두 다 즐겁게 찍은 사진이고, 모두 다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사진 한 장을 놓고 값을 매길 수 없어요. 사진 한 장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즐겁게 찍을 때에 사진입니다. 즐거움이 없이 작품이나 예술을 빚으려고 하면, 아마 작품이나 예술을 빚을는지 모르나 ‘사진’이 안 되기 일쑤입니다. 자, 모든 허물과 앙금과 껍데기와 아쉬움은 내려놓아요. 이러면서 즐거움 한 가지만 마음에 담아요. 즐겁게 노래하면서 사진을 찍어요. 4348.4.2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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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51. 어우러진다



  어떻게 무엇을 찍든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사진은 없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무엇을 보았기’에 찍는다면, 본 그대로 이야기가 깃들어서 사진이 됩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무엇을 본다’는 생각이나 느낌이 없이 사진기 단추만 마구 누른다면 아무런 이야기가 깃들지 못하니 사진이 안 됩니다.

  내가 스스로 본 모습을 곧바로 찍어서 이야기를 엮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이때에 사진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때에 사진은 틀이 살짝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 괜찮습니다. 흔들리거나 어긋난 사진은 나중에 손질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가 스스로 본 모습을 곧바로 찍지 않는다면 아무 이야기를 못 담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사진이 안 태어납니다.

  보는 눈과 다루는 손길이 어우러져서 사진이 태어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보는 눈이란, 삶을 즐기는 마음입니다. 다루는 손길이란, 삶을 가꾸는 몸짓입니다. 이리하여, 눈과 손으로 찍어서 빚는 사진은, 마음과 몸짓(몸)으로 함께 엮어서 이루는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란히 어우러져서 사진이 됩니다. 서로 어우러지기에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함께 어우러질 때에 즐겁게 읽거나 찍는 사진을 이룹니다. 사진기 단추에 살며시 얹는 손가락을 먼저 느껴 보셔요. 단추를 누르는 내 손길은 춤을 추듯이 기쁜 손길인가요? 사진기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눈을 먼저 헤아려 보셔요. 사진기로 바라보는 내 눈길은 노래를 부르듯이 아름다운 눈길인가요?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마음이요 몸짓이라면, 나는 늘 사랑스레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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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50. 훨훨 날아간다



  사진으로 찍기에 오래도록 가슴에 남지 않습니다. 가슴에 남겨야 비로소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사진으로 찍으면 무엇이 남을까요? 네, 바로 사진이 남습니다. 사진을 찍기에 사진이 남습니다. 글을 쓰면 글이 남습니다. 노래를 지으면 노래가 남습니다. 춤을 추면 춤이 남고, 웃음을 지으면 웃음이 남아요.


  사진으로 찍으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기에 오래도록 남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사진으로만 놓고 보면 어떤 이야기나 삶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은 언제나 ‘아주 짧은 한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주 짧은 한때를 사진으로 남기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던 흐름을 찬찬히 짚도록 생각을 북돋우곤 합니다. 고작 사진 한 장이지만, 사진 한 장을 앞에 놓고 기나긴 이야기와 삶과 사랑을 되새기곤 해요.


  그런데, 사진만 있고 이야기나 삶이나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떠올립니다. 사진만 있다면 아무것도 못 느낍니다. 가슴이 울렁이도록 기쁜 이야기가 있을 때에, 이러한 이야기에 곁들여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 한껏 빛납니다. 가슴이 벅차도록 아름다운 삶이 있을 때에, 이러한 삶과 나란히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 더욱 빛납니다. 가슴이 뛰도록 새로운 사랑이 있을 때에,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 새삼스레 빛납니다.


  훨훨 날아갑니다. 기쁜 이야기가 훨훨 날아갑니다. 훨훨 날아가면서 고운 씨앗을 뿌립니다. 아름다운 삶이 훨훨 날아가면서 우리 둘레에 고운 마음을 흩뿌립니다. 새로운 사랑이 훨훨 날아가면서 바로 이곳에 신나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아무 때나 사진기 단추를 누르지 못합니다. 가슴이 기쁨으로 가득할 만한 삶을 겪고 이야기를 누리며 사랑을 나누는 자리에서 비로소 사진기 단추를 누를 수 있습니다. 기쁘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아름답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하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4348.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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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49. 난 여기에서 본다



  삶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삶을 마음으로 못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리는데, 왜 이렇게 엇갈릴까요? 왜 누군가는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으며, 왜 누군가는 마음으로 삶을 못 읽을까요?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사랑도 읽을 수 있으며, 꿈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삶을 못 읽는 사람은 사랑이나 꿈도 못 읽습니다. 이리하여,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도 마음으로 읽습니다. 마음으로 삶을 못 읽는 사람은 말이나 글도 마음으로 못 읽어요.


  삶을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밥 한 그릇을 차려서 먹을 적에도 따순 사랑을 함께 담습니다. 다른 사람이 차려 준 밥을 받아도 기쁜 사랑으로 고맙게 먹습니다. 이와 달리, 삶을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손수 차리는 밥도 맛나게 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차려 준 밥도 고맙게 받지 못해요.


  아이들은 언제나 활짝 웃으면서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섣부른 지식이나 철학이나 관념으로 삶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기 때문에 신나게 뛰놀면서 활짝 웃고 기쁘게 노래합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아이다운 따사로운 마음을 건사한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늘 활짝 웃는 몸짓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몸짓, 늘 활짝 웃는 몸짓이라면, 사진을 찍을 적에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찍을 수 있어요.


  나는 여기에서 봅니다. 나는 여기에 있는 삶을 기쁘게 마주하면서 바라봅니다. 나는 먼저 여기에서 삶을 사랑하면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적에는 다른 곳에서 그곳 삶을 사랑하면서 바라봅니다. 이곳에서만 사랑이 되지 않고, 저곳에 가야만 사랑으로 거듭나지 않아요. 언제 어디에서나 푸른 사랑이 되고, 늘 파란 숨결로 노래합니다.


  사진을 찍거나 읽으려는 사람들이 사명감이나 의무나 책임이나 소명 같은 생각은 살포시 내려놓고, 마음 가득 사랑스레 일어나는 기쁜 웃음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바로 오늘 여기에서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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