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지음, 요제프 차페크 그림, 배경린 옮김, 조혜령 감수 / 펜연필독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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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5


《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글

 요셉 차페크 그림

 배경린 옮김

 펜연필독약

 2019.6.20.



  《정원가의 열두 달》(카렐 차페크·요셉 차페크/배경린 옮김, 펜연필독약, 2019)이 새옷을 입고 나오며 사랑받습니다. 2002년에 《원예가의 열두 달》이란 이름으로 처음 나왔으나 그무렵에는 거의 못 읽히고 자취를 감추었어요. 지난날 이 책을 펴낸 분은 밝은눈이었을 텐데, 읽는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셈입니다.


  글님이며 그림님은 꽃뜰을 즐겁게 가꾸는 손길을 글길로 고스란히 옮깁니다. 꽃길을 바라보던 눈길이 차곡차곡 그림길로 피어나고 마음길로 퍼집니다.


  아이하고 눈과 마음을 맞추지 않는 모든 말은 ‘주먹질(폭력)’이지 싶습니다. 풀꽃나무하고 눈과 마음을 맞추지 않는 모든 말도 주먹질이지 싶어요. 하늘·바람·냇물·흙·구름·눈비·뭇목숨하고 눈과 마음을 맞추지 않는 모든 말도 주먹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를 ‘인문학적’이나 ‘인문지식’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이는 싱그러이 꿈꾸고 춤추고 뛰노는 사람인걸요. 씨앗을 묻어 가꾸는 일꾼은 풀꽃나무를 ‘생물학적’이나 ‘생태지식’으로 바라볼 수 없어요. 사람이 억지로 바꾸거나 뒤틀 수 없는 목숨인걸요.


  철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아이요 풀꽃나무입니다. 달마다 새록새록 크는 아이요 풀꽃나무예요. 날마다 새삼스레 피어나는 아이요 풀꽃나무입니다. 아이를 보듯 풀꽃나무를 보면 좋겠습니다. 풀꽃나무를 보듯 아이를 보는 숨결이기를 바라요.


  잔가지라 해도 함부로 꺾으면 나무는 아프기 마련입니다. 잔소리라 해도 함부로 쏟아내면 아이가 아픕니다. 작은 들풀이라 해서 마구 밟거나 삽차로 밀어내면 들내숲은 모두 시름시름 앓습니다. 아이를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내모는 자그마한 몸짓조차 아이가 시름시름 앓도록 괴롭히는 셈입니다.


  달종이에 적힌 셈값이 아닌 하루입니다. 모든 하루는 다른 날이요 삶입니다. 오늘 이곳을 빛나는 마음으로 맞이하기에 꽃씨를 심고 글씨를 가다듬습니다. 《정원가의 열두 달》을 곁에 둘 적에는 두 손에 꽃씨랑 붓을 나란히 놓으면 좋겠어요. 하루는 풀꽃나무를 돌보고, 하루는 글길을 보살핍니다. 어제는 풀꽃나무를 쓰다듬고, 오늘은 글자락을 어루만집니다.


ㅅㄴㄹ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변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은 정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그건 정원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다. (30쪽)


이름이 없는 꽃은 곧 잡초요, 라틴어 학명이 있는 꽃은 어떤 식으로든 존엄성을 인정받는다. 만약 당신의 화단에 쐐기풀이 자란다면 우르티카 디오이카라는 팻말을 한번 꽂아 보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뀔 것이다. (83쪽)


보통 사무실의 식생은 사장이나 직원의 마음씨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어떤 전통도 작용하는 듯하다. 가령 철도 관련 지역에서는 식물이 매우 번창하는 반면, 우체국이나 전신국은 식물의 불모지다. 또 관공서보단 개인 사무실이 식물학적으로 훨씬 비옥한 편이며, 관공서 중에서도 특히 세무서는 완벽한 사막이다. (129쪽)


얼마나 많은 씨앗들이 비밀스럽게 싹을 틔우는지, 얼마나 많은 힘을 끌어모아 새로운 싹눈을 품는지, 생명을 한껏 꽃피울 순간을 그네들이 얼마나 고대하는지, 우리 내면에 자리한 미래의 비밀스럽고도 분주한 몸짓을 볼 수만 있다면 …… (186쪽)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들은 늘 한 발짝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해마다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한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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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탈핵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4
최원형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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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2.1.

맑은책시렁 239


《선생님, 탈핵이 뭐예요?》

 최원형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11.24.



  《선생님, 탈핵이 뭐예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0)를 읽으며 ‘핵발전소’뿐 아니라 ‘탈핵’이란 이름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어린이도 전기를 많이 씁니다. 손전화에 셈틀에 이모저모 거느리거나 다뤄야 하거든요. 어린이는 전기를 어떻게 얻어서 누려야 즐거울까요? 어린이한테 전기를 어떻게 가르칠 만할까요? 석유·석탄·우라늄 같은 땅밑살림을 캐내어 태워야 얻는 전기일까요? 햇볕이나 바람이나 물결이 베푸는 힘으로 얻는 전기는 어떤 얼개일까요? 햇볕판은 몇 해쯤 쓸 수 있고, 낡거나 닳은 햇볕판은 ‘어떤 쓰레기’가 나오며, 햇볕판에 티끌이 안 붙도록 뿌리는 물은 이 땅에 어떻게 스며들까요? 커다랗게 지어서 엄청나게 뽑아내는 전기여야만 하는지,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지어서 쓰는 길이 있는지, 이러한 실마리는 얼마나 알려졌는지, 무엇보다도 꼭 전기가 있어야 하는 삶인지부터 다룰 노릇이지 싶습니다.


  한자 ‘탈-(脫)’은 벗거나 씻거나 털거나 없애거나 치우거나 끝낼 적에 붙인다고 합니다. 곰곰이 보면 ‘탈-’붙이 말도 벗거나 씻거나 털거나 없애거나 치우거나 끝낼 노릇이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핵씻이’나 ‘핵그만’이나 ‘핵멈춤’이나 ‘핵끝’처럼 말씨부터 바꾸어야지 싶어요. 나라에서 ‘핵무기·핵발전소’로 잇닿는 얼거리를 감추려고 일부러 ‘원자력발전소’란 이름을 쓴다고 한다면, 이런 허울을 벗기려는 분도 ‘탈-’ 같은 낡은 말씨를 벗겨서 어린이한테 무릎맞춤으로 다가서야겠지요.


  어떤 분들은 “핵 그만!”이라 외치면 “탈핵!”이라 외칠 적보다 힘이 덜 난다고 합니다. 옆나라 일본에서 숱한 한자말을 일부러 쓰는 뜻하고 맞물리는데, 수수한 일본말은 매우 쉬우며 부드럽지만, 총칼을 내세우는 나라가 되면서 온갖 한자말을 퍼뜨렸어요. 바른길이나 참길이나 사랑길을 열려는 뜻이라면, 총칼나라(군국주의)에서 쓰던 낡은 말씨도 버리면서 바른목소리나 참목소리나 사랑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지 싶어요.


  이 책 《선생님, 탈핵이 뭐예요?》에서도 다루지만, 모든 발전소는 시골에 있거나 서울·큰고장 기스락에 있습니다. 정갈한 시골에 커다란 발전소를 때려지은 다음에 송전탑을 무시무시하게 처박습니다. 크게 때려짓고 송전탑을 박는 돈은 어마어마합니다. 집집마다 전기를 손수 지어서 쓰는 길이 있다면 시골을 망가뜨릴 일도, 송전탑으로 숲을 괴롭힐 일도 없고, 누구나 전기를 손쉽고 값싸게 쓸 테지요. “핵 그만!”이란 목소리 곁에는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스스로 전기를 깨끗하게 짓는 길”을 나란히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핵 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고 난 폐우라늄을 고준위 핵폐기물이라 부르는데 방사능 농도가 상당히 높아요.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하는데 둘 데가 없어요. 그런데도 계속 핵 발전소를 짓자고 해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핵 발전소가 안전하게 느껴져서 그러는 걸까요? (32쪽)


어른들은 종종 기준치 이하니까 안전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어요. 의학적으로 안전한 방사능의 피폭 기준치는 0입니다. (44쪽)


잘못은 핵 발전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와 후쿠시마 핵 발전소 운영사인 도쿄 전력에 있는데도 사고를 책임지고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66쪽)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수도 적고 전기도 도시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게 써요. 그런데 왜 이런 고통을 시골사람들이 고스란히 받을까요? (84쪽)


회의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할 때부터 ‘핵 없는 세상’을 제안했어요. 그런데 이 회의와 내용을 잘 살펴보면 모순된 부분이 있어요. 핵 안보는 핵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뜻이거든요.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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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21-08-19 07:20   좋아요 0 | URL
헉! 여태 잘못 써 놓았네요 @.@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ㅠㅜ
 
플로라 플로라 - 꽃 사이를 거닐다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정수윤 옮김 / 늦여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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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1.2.1.

숲책 읽기 167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

 시부사와 다쓰히코

 정수윤 옮김

 늦여름

 2019.7.15.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시부사와 다쓰히코/정수윤 옮김, 늦여름, 2019)는 몇 가지 얼개로 꽃 사이를 거닌 자취를 들려줍니다. 옛그림하고 옛이야기에 글님 나름대로 마주한 꽃내음을 엮습니다. 한 해 가운데 길어야 이레쯤 마주할 만한 꽃이기에, 예부터 이 꽃을 그림으로도 담고 노래로도 불렀어요. 요새는 빛그림으로도 담습니다. 숱한 사람이 꽃을 곁에 두며 살림을 짓는 사이에 차근차근 익힌 길을 아이들한테 물려주었고, 때로는 글로 남겼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꽃은 한 송이조차 없습니다. 이름은 같더라도 모두 다른 꽃이에요.


  이름은 ‘사람’이어도 모두 다릅니다. 배움터에서 모두 똑같은 차림새로 맞추더라도, 일터에서 다 같은 차림으로 일하도록 하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입니다. 콩나물 배움칸에 빼곡히 들어차야 하던 예전 아이들도 저마다 다른 숨결이에요. 꽃찔레(장미)를 한 다발 묶더라도 다 다른 꽃찔레입니다.


  꽃 사이를 거닐겠다면, 남이 갈무리한 글을 읽거나 살피되, 언제나 우리 눈으로 보고, 우리 코로 맡고, 우리 손으로 쓰다듬고, 우리 머리로 생각할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풀꽃지기가 오래도록 살펴보고서 갈무리한 글에 남은 꽃 한 송이랑, 우리가 오늘 여기에서 바라보는 꽃 한 송이는 다른 숨결이거든요. 전라도 경상도 서울에서 보는 꽃 한 송이는 결이 다릅니다. 때에 따라서도 다르고, 고장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눈을 감고서 풀밭에 가만히 앉아 들풀을 찬찬히 쓰다듬어 보면, 다 다른 들풀마다 다 다른 숨결이 우리 손으로 스치는 줄 느낄 만합니다. 눈을 감은 채 나무 곁에 서서 나무꽃한테 다가가 냄새를 맡으면 가지마다 맺힌 꽃송이에서 조금씩 다르게 냄새가 흐르는 줄 느낄 만합니다.


  꽃이란 너이면서 나입니다. 꽃빛이란 우리 빛이면서 모든 빛입니다. 마음으로 만나려 하면 스스로 읽어내는 길을 찾습니다. 마음이 아닌 다른 이들이 살펴보고서 갈무리한 책이나 글을 찾으려 한다면 판에 박힌 이야기만 되풀이하겠지요.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를 쓴 글님은 능금나무에서 떨어져 흙바닥을 뒹구는 능금을 처음으로 주워서 깨물어 보고서 대단히 놀랐다고 합니다. 과일가게에서만 보던 능금이 아닌, 또 과일밭지기가 딴 능금이 아닌, 그저 다 익어서 떨어진 능금을 손수 주워서 ‘오직 하나뿐인 이 능금’을 마주하여 맛본 삶이란 글님한테만 있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ㅅㄴㄹ


(시든 수선화를) 한번 잘랐더니 한동안 그 가지에 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그 후론 잘라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14쪽)


일본에선 제비꽃을 어떻게 다뤘나 살펴보니, 고대시대 이래 원예식물로 재배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37쪽)


옛사람들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 어째서 이렇게 섬세하고 가련한 꽃을 보고 모시실 감긴 실꾸리를 연상했을까. (104쪽)


마리화나 때문에 대마를 수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 것처럼 양귀비도 아편 때문에 악동 취급을 받게 됐다. 원래 고대 일본에서 대마는 유서 깊은 식물이었다. (169쪽)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토록 일본에서 사랑받고 상륙하자마자 전국에 퍼진 코스모스가 유럽에서는 그리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85쪽)


길가에 떨어진 사과도 있었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사과를 주워 껍질째 베어 먹어 보았다. 입안 가득 신맛이 퍼지는데 무척 맛이 좋았다. 길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먹은 건 처음이었다. 일본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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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혁명 - 쟁기질과 비료에 내몰린 땅속 미생물들의 반란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천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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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6 흙을 가꾸는 이웃님하고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7.13.



  발밑의 혁명》(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은 앞서 나온 《흙》이라는 책하고 짝꿍입니다. 앞서 선보인 《흙》은 여러모로 살핀 ‘흙’을 다루었다면, 《발밑의 혁명》은 이 흙을 어떻게 ‘돌보며 사랑할’ 적에 우리 삶이 새롭게 피어나는가를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모두 375쪽에 이르는 도톰한 책인데, 한 줄로 갈무리한다면 ‘흙을 갉지 말고 쓰다듬으면 즐겁다’라고 할 만합니다. 씨앗이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날 만한 흙은 쟁기로도 어떤 쇠삽날(트랙터)로도 ‘갉’지 말라지요. ‘흙을 갉으’면 그야말로 흙이 아파하면서 고름이 맺혀 딱딱하게 바뀐다지요.


  오늘날 우리는 땅갈이를 합니다. ‘갈다’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숱한 쟁기질은 ‘갈이’라기보다 ‘갉기’이기 일쑤입니다. ‘갈다·갉다’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읽어야 해요. ‘흙결을 바꾸려고 갈아엎는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여태 지렁이랑 풀벌레랑 잎벌레랑 벌나비랑 새가 어우러지던 흙이 오직 사람 손길을 타는 쪽으로 바뀝니다. 집이며 터전을 빼앗긴 지렁이하고 풀벌레하고 잎벌레는 이 땅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달려들까요?


  풀죽임물을 뿌리고 비닐을 덮어버리는 땅이 되면, 이리하여 ‘갉는’ 몸짓을 되풀이하면 이 흙에서 살아가던 뭇숨결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달려들까요?


  이 별을 푸르게 돌보며 감싸는 숲은 사람 손길이 안 닿기 마련입니다. 사람 손길이 안 닿은 숲에 있는 흙은 까무잡잡합니다. 이러면서 고소하고 달근한 냄새가 퍼져요. 이와 달리 쇠삽날이 끝없이 지나가고 풀죽임물을 듬뿍 치는 땅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날 뿐 아니라 풀 한 포기조차 날 틈이 없고, 가랑비에도 흙이 쓸립니다. 가벼운 바람에도 흙먼지가 날리고요.


  일본 한자말로 ‘무경운’이나 ‘자연농’이라 합니다만, 흙한테서 얻으니 흙을 고이 쓰다듬고 사랑하면서 흙한테 고스란히 돌려주면 흙은 언제나 향긋하면서 싱그럽기 마련입니다. 해바람비를 머금은 흙은 늘 튼튼하면서 보송보송합니다.


  자꾸자꾸 생각하고 헤아릴 노릇인데, 모든 나라 어느 곳에서도 이어오는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콩 석 알”을 되새기고 아이들한테 들려주며 어른 스스로도 곱씹어야지 싶어요. 콩 석 알을 심을 적에 사람이 석 알을 다 차지하지 않습니다. 사람 한 알, 벌레 한 알, 새 한 알입니다. 석 알 가운데 한 알만 사람 몫으로 삼으라 했어요. 벌레랑 새하고 똑같이 나누라 했습니다. 왜냐하면, 벌레하고 새가 이 흙을 언제나 살뜰하고 찰지게 가꾸는 빛손이거든요.


  무당벌레가 날지 않고, 딱정벌레가 사랑을 속삭이지 않고, 벌나비가 찾아들지 않고, 새가 내려앉지 않고, 지렁이가 춤추지 않고, 잎벌레가 갉작거리지 않고, 사슴벌레가 문득 고개를 내밀지 않고, 사마귀가 알을 낳지 않고, 개미가 돌아다니지 않고, 개구리가 노래하지 않는 곳이라면, 사람도 숨쉬며 살아가기 어려운 땅뙈기라는 뜻인 줄 모든 배움터에서 가르치고 모든 어버이가 마음으로 새길 적에 온누리가 아름답고 즐거이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건강한 흙은 건물 구조를 떠받치지 못한다. 땅이 단단하게 안정되어야 그 위에 건물을 올릴 수 있다 … 자연은 수백 년이 걸려야 기름진 겉흙 2.5센티미터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몇 세대 안에 겉흙을 모두 파괴하는 길을 밟아 온 것이다. (26쪽)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쓰는데도 모든 작물의 30∼40퍼센트는 해충과 질병 탓에 수확 전에 사라진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 가운데 4분의 1정도는 수확 후에 못쓰게 되거나 생산 단계와 소비 단계 사이에서 폐기된다. (42쪽)


오랜 기간 땅을 갈지 않은 그곳의 흙은 거무스름한 빛깔에 고슬고슬하고 지면 바로 밑은 촉촉하가. 우리가 기억하는 한 가장 건조한 해였는데도, 그가 처음 일구었던 칙칙하고 누런빛이 도는 흙을 떠올려 보면 뽐낼 만한 발전이다. (131쪽)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들은 농부의 돈을 원합니다. 피복작물로 잡초를 관리한다는 건 농부가 화학제품을 그렇게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농부에게 돈이 더 남겠죠.” (162쪽)


사람들이 흙의 상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니컬스는 “오늘날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삽입니다. 흙을 파서 흙을 들여다봐야죠.” (209쪽)


10년 전에 그는 흙 속에 가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적절한 양분을 공급하면 수확량이 늘어난다고만 배웠다. “지렁이가 잡초 씨앗을 먹고 겨울 동안 소화시켜서 우리 대신 잡초를 관리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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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고양이 - 진정한 동물 영웅들 시튼의 동물 이야기 5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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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EvanThompsonSeton #ErnestSeton #Seton #AnimalHeroes


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57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뒷골목 고양이》(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3)는 아프면서 따스한 책입니다. 아프지만 따스하고, 아프기에 따스한 책이랄 수 있습니다. ‘시튼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런 얼개예요. 오래오래 사람하고 함께 지낸 숱한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새 ‘이웃 아닌 고깃덩이’밖에는 아닌 듯 바라보는 눈길 탓에 괴롭고 아프며 고단한 삶이 춤춥니다.


  어느 한켠만 아프지 않습니다. 골목고양이도 아프고, 골목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픕니다. 한켠은 몸이 아프고, 다른켠은 마음이 아픕니다. 숲을 돌보는 곰도 힘겨우며, 곰을 사냥하려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한쪽은 몸이 힘겹고, 다른쪽은 마음이 힘겹습니다.


  늑대를 쫓아내고서 빠른길을 닦고 나무를 베고 잿빛집을 올린 사람은 즐겁게 살아가나요? 그처럼 넓디넓은 숲이며 들을 밀어내고 번쩍거리는 큰고장을 세운 사람들은 ‘서로 땅을 알맞게 나누면서 사이좋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가요?


  숲이나 들이나 멧골에서 여우가 사라진다면 ‘여우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우를 둘러싼 모든 숲짐승하고 새가 얽혀서 같이 죽거나 괴롭습니다. 이뿐인가요? 풀꽃나무도 ‘사라진 여우’하고 맞물려 나란히 고달픕니다. 그리고 사람한테까지 이 슬픈 수렁이 찾아들지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숲이며 들이며 멧골을 밀거나 깎은 사람일 텐데, 한때 주머니에 돈 몇 푼 들어와서 히히덕거릴는지 모르나, 어느새 빈털털이가 됩니다.


  사람은 숲을 밀어내면서 왜 빈털털이가 될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나요?

  옛이야기가 쉽게 알려줍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지요? 거위는 날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조금씩 낳아요. 거위가 날마다 낳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은 가난하던 살림집을 조금씩 일으킵니다. 다만 크게 일으키지는 않아요. 먹고사는 근심을 씻어낼 만큼 일으키지요.


  사람으로서 거위를 아끼고 보살피고 다독이는 나날이라면 그 살림집은 내도록 넉넉합니다. 알맞게 받아서 누리고, 알맞게 모아서 건사하는 길이라면, 그 사람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살림집은 넉넉할 테지요. 그리고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어미 거위’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새끼 거위’도 낳지 않겠어요? 다만 꼭 한 마리만 낳겠지요.


  젊은 날에는 손꼽히는 사냥꾼이었다는 시튼이지만, 늑대 우두머리를 괘씸한 덫을 놓아서 잡아죽인 뒤로는 ‘사람이야말로, 아니 서울살이에 길든 사람이야말로, 이 푸른별에서 가장 더럽고 못나고 끔찍하고 사납고 나쁜 목숨붙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지요. 그때 뒤로 사냥총을 버린 시튼은 붓을 쥐었다지요. 이러면서 ‘이 푸른별을 물려받아서 살아갈 어린이가 읽을 이야기’를 차곡차곡 써내려 갑니다. 그동안 스스로 벌인 짓을 눈물로 뉘우치는 마음을 담아서 온갖 사랑길을 밝히고, 《뒷골목 고양이》는 숱한 사랑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꽃처럼 말하고 읽는 어른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꽃답지 않다면 ‘말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누구를 놀리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웃거나 비아냥거린다면, 우리는 어른이 아니지요. 그저 우리 입에서 나온 그 말이 고스란히 우리 모습인 셈입니다.


  어른이라면,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고 참을 참이라 말할 줄 아는, 철든 숨결이어야지 싶습니다. 봄에 봄노래를, 여름에 여름놀이를, 가을에 가을웃음을, 겨울에 겨울살림을 짓는 상냥한 몸짓일 적에 비로소 어른일 테고요. 돈을 벌어서 집안을 먹여살리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스러운 철든 길로 함께 손을 잡고서 나아가 보지 않으시겠어요? 꼭 한 걸음을 내딛으면 어른이라는 자리를 차츰 열 수 있습니다.


ㅅㄴㄹ


헤엄치는 법을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데도 헤엄을 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양이가 걸을 때 하는 동작이나 자세가 수영할 때와 똑같기 때문이다. (65쪽)


비둘기 주인은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내 비둘기, 내 아름다운 아놀프. 아놀프는 중요한 편지를 스무 번이나 전했소. 세 번은 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사람 목숨을 구한 것도 두 번이나 된다오. 그런데 고작 스튜를 만들려고 내 비둘기를 쏘다니. 당신을 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치사한 보복을 할 마음이 없소. 그래도 이것만은 지켜 주었으면 하오. 만약 비둘기 스튜를 먹고 싶어하는 가난한 이웃을 보거든 내게 오시오.” (93쪽)


(토끼몰이) 대회는 일 주일에 두 번씩 열렸다. 매번 40에서 50마리의 멧토끼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에 있던 500마리 거의 대부분이 원형 경기장에서 잡아먹힌 것이다. (248쪽)


그해 초겨울, (아홉 살) 지미가 열병에 걸려 쓰러졌다. 늑대는 어린 친구가 그리워 마당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아이는 늑대와 같이 있고 싶다고 했고, 결국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아이가 아파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갔다. 거대한 야생 개, 아니 늑대는 자기 친구의 침대 옆을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310쪽)


말을 길들이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는 것처럼 순록을 길들이는 사람에도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순록을 사람을 따르도록 만들고 가르쳐서 생기 있고 친절한 조력자로 만드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순록을 불만이 가득찬, 그래서 언제든 반항을 하거나 증오를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노예로 만드는 사람이다. (3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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