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정토 -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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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4


《고해정토苦海淨土,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1.18.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이시무레 미치코/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은 책이름 그대로 미나마타 죽음앓이를 들려줍니다. ‘고해(苦海)’하고 ‘정토(淨土)’가 나란히 도사리는 마을로 내몬 죽음앓이(환경병)일 텐데, 고기잡이하고 논밭짓기로 살아오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사람·바다·땅·집·삶·꿈을 모조리 빼앗겼습니다. 이때에 나라(정부)하고 고을(미나마타 벼슬아치)은 뒷짐일 뿐이었고, 여러 글바치가 이 민낯을 다루었으나 숱한 글바치는 먼나라 일로 여겼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죽음앓이는 나몰라라이지요. 그런데 나라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길그림을 보면 미나마타는 매우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또 미나마타시라는 벼슬아치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에 끔찍한 죽음터를 때려박았으며, 오늘날에도 이 죽음터는 고스란합니다.


  빛(전기)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다 씁니다만, 빛을 많이 쓰는 곳은 서울인데, 정작 서울에는 빛터(발전소)를 크게 세우지 않습니다. 모든 죽음터나 빛너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두멧시골에 세우는 일본이요 우리나라입니다. 이러다 보니, 글바치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스스로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가’를 모릅니다.


  이 땅은 티끌(고해)일까요? 이 땅을 떠나야 하늘(정토)일까요? 오늘(고해)은 죽음앓이에 잿빛앓이에 소용돌이를 치는 하루인가요? 삶을 내려놓은 다음(정토)에 이르러야 비로소 꿈이며 사랑을 속삭일 하루인가요?


  무언가 지으려 할 적에 왜 죽음물(폐수)을 내놓아야 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예부터 살림집에서 내놓는 구정물은 ‘다른 목숨을 죽이는 물’이 아닌, ‘흙으로 돌아가 되살아날 물’이었습니다. 오늘날 구정물은 스스로뿐 아니라 둘레를 모조리 죽음길로 내모는 판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게 달리는 쇳덩이는 더 달릴수록 들숲바다를 더럽힙니다. 부릉부릉 쇳덩이가 달리도록 놓는 새까만 길도 들숲바다를 어지럽힙니다. 죽음앓이에 죽음길에 죽음판에 죽음수렁은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어디에나 있습니다. 한겨울에 비닐집을 세워 기름을 때서 거두는 밭딸기는 참말로 딸기가 맞을까요? 딸기꽃도 딸기잎도 잊은 채 딸기알만 한겨울에도 늦가을에도 누리는 오늘날이란, 바로 ‘누구나 사납이’라는 뜻입니다.


  작은 아줌마 이시무레 미치코 님은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을 남겨 놓았습니다. 2007년에는 《슬픈 미나마타》란 이름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미나마타는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서울도 시골도 나란히 미나마타입니다. 총칼(전쟁무기)을 만드는 곳에서도 끔찍한 죽음물이 쏟아지고, 총칼은 언제나 죽음물을 잔뜩 내놓는 죽음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잊기에 나랏놈도 고을놈도 죽음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을 허수아비로 부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미나마타병을 잊어버려야 한다면서, 결국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과거 속으로 묻어버려야 한다는 풍조, 지금도 알게 모르게 매몰되어 가고 있는 그 암흑 속에 소년만이 우두커니 혼자 남겨져 있었다. (32쪽)


숭어뿐만 아니라 새우, 전어, 도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애가 탄 어부들은 보나마나 어렵사리 변통했을 돈으로 막 유행하기 시작한 나일론 어망으로 바꿔 보기도 했지만, 고양이가 사라진 해변에 들끓는 쥐들에게 빚내서 힘들게 마련한 나일론 어망을 맛좋게 갉아먹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77쪽)


무장한 경찰 기동대의 도착은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회색빛 나는 감색으로 통일된 무장집단. 어깻죽지가 찢어진 누추한 셔츠나 길이가 짧은 무명옷을 입고 지금까지 투쟁으로 가슴께가 풀리고 찢긴 어민들 틈으로 도착한 트럭에서 뛰어내린 이 무장집단이 우르르 몰려갈 때, 그것은 하나의 검은 염색체처럼 보였다. 어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철갑옷을 입고 곤봉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기동대의 그 색깔은 너무 오싹해서, 확실히 어민들은 기가 죽고 말았다. (113쪽)


“여보, 당신은 밥을 해, 나는 회를 뜰 테니. 그렇게 마누라는 쌀을 씻지, 바닷물로. 깨끗한 먼 바다 바닷물로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새댁, 먹어 본 적 있나?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밥이 희끄무레하게 물이 들고 바닷물 내음이 은근히 입안에 감돈단 말이지.” (188쪽)


“우리는 보리 먹으면서 살아온 사람의 자손이오. 부모님 여의기 전까지 가난히 힘들었지. 부모님 돌아가시고 우리만 겪는 가난은 눈곱만큼도 안 힘들어. 회사 있고 사람 있다고, 당신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회사 있어 태어난 인간이라면, 회사에서 태어난 그 인간들도 같이 데리고 가줘요. 회사 폐수 때문에 죽은 사람은 봤어도 보리며 고구마 먹고 죽었단 얘기는 내 생전 못 들어봤네.” (299쪽)


#苦海淨土 #わが水また病 #石牟禮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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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9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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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환경책 2022.12.23.

숲책 읽기 180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

 이상수

 철수와영희

 2022.10.24.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이상수, 철수와영희, 2022)을 읽었습니다. 요즈음 ‘에너지·자원’을 다루는 글이나 책을 쥘 적마다 슬며시 걱정스럽습니다. ‘에너지·자원’을 글로 밝히거나 말로 들려주는 분들은 하나같이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도시)에서만 살’거든요.


  한때 경남 밀양에 내로라하는 분들이 잔뜩 몰렸습니다. ‘밀양 송전탑’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분들은 밀양만 쳐다보았을 뿐, 나라 곳곳 멧자락이며 갯벌이며 논밭이며 마을이며 시골을 파헤치고 짓밟으며 더 크게 때려박는 ‘특특고압 송전탑(특고압보다 센 송전탑)’이 설 적에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아예 쳐다보지를 않고, 찾아와서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햇볕판(태양광)이 숲빛(친환경)이려면, 논밭이나 갯벌이나 바다나 멧골이나 시골이 아닌, 빠른길(고속도로)에 지붕처럼 씌울 노릇입니다. 전기는 서울(도시)에서 많이 쓰니, 서울 부릉길(찻길)을 햇볕판 지붕으로 씌워도 됩니다. 그런데 지난 몇 해 사이에 온나라 들숲바다가 햇볕판으로 뒤덮였습니다. 햇볕밭은 비알진 멧자락에 세우면 안 된다고 합니다만, 비알진 멧숲에 햇볕판이 허벌나게 섰습니다. 비알진 멧숲에 때려박는 햇볕판이 비에 쓸리지 않게끔, 길고 굵은 전봇대를 밑에 하나씩 박고서 세운 곳도 있습니다.


  전남하고 경남 앞바다는 파란바다(해상 국립공원)인데, 이 파란바다에 햇볕판뿐 아니라 바람개비(풍력발전)도 엄청나게 크게 박았습니다. 이런 길이 참말로 숲빛(친환경)일까요? 파란바다에 때려박거나 심은 햇볕판하고 바람개비에서 얻는 전기는 시골에서 쓸 일이 없으니 서울(도시)로 보낼 텐데, ‘전깃줄·송전탑’이 없이 보낼 수 있을까요?


  부디 “티라노사우루스와 기후위기 중에 어느 쪽이 더 두려울까요?(205쪽)”처럼 ‘두려움 심기’ 같은 말은 섣불리 안 하기를 빕니다. 또한 ‘벼락날씨(기후위기)’ 민낯을 낱낱이 짚고서 푸름이한테 슬기롭게 들려주기를 빕니다. 오늘날 ‘전기를 엄청나게 쓰는 곳’이 어디인지 제대로 밝히기를 바라요. 총칼(전쟁무기)을 새로 만드는 일에, 또 싸움터(군대)를 거느리는 데에,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한 마디라도 알려준 글바치(지식인·기자)가 있었을까요?


  작은 비닐하고 플라스틱도 숲을 더럽힙니다. 어느 쪽이 덜 더럽힌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더럽힙’니다. 모시·솜·삼(대마)·누에한테서 얻은 실로 옷을 지으면 숲을 안 더럽힙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모시·솜·삼(대마)·누에한테서 정갈하면서 아름답게 실을 얻어서 옷을 짓는 길에는 살림돈을 안 들여요. 손전화 껍데기나 셈틀(컴퓨터)로 글을 치는 글판(키보드)이며 다람쥐(마우스)를 나무로 짜는 데에 조금만 밑돈을 보태어도 숲빛으로 성큼 몇 걸음을 내딛을 만합니다.


  글바치인 분들이 이제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조용히 천천히 느긋이 숲빛을 느끼고 살아가면서 ‘에너지·자원’을 비롯해 모든 살림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문·시사·상식·교육’이 아닌 ‘살림·숲·사랑’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슬프게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헌신한 바 있고, 다이너마이트보다 더 무서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어 냈어요. (30쪽)


석유는 죽은 생물로부터 만들어져요. 생물의 사체가 쌓이고 쌓여 땅속에서 오랫동안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생겨난 것이 석유예요. (63쪽)


비록 풍력 발전기 설비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유해물질과 온실가스를 불가피하게 배출하기는 해도, 화석연료의 폐해와 비교할 바는 아니에요. (152쪽)


얕은 바다에 기초를 세우고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소음 문제로 항의를 받을 일이 적어요. 하지만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156쪽)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는 하마예요. 데이터센터는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전력 공급량의 0.8%를 소비했어요. (195쪽)


재생 에너지의 보급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재생 에너지의 확대가 전기 요금을 끌어올린다는 반쪽짜리 진실이 숨어 있어요. 재생 에너지에 대한 시설 투자 비용이 전기 요금 상승의 원인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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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출산법 - 니시건강법에 의한
갑전광웅 지음, 김기준 옮김 / 홍익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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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인문책시렁 270


《자연출산법》

 甲田光雄

 김기준 옮김

 홍익재

 1998.5.30.



  《자연출산법》(甲田光雄/김기준 옮김, 홍익재, 1998)을 2008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그무렵 둘레에서는 ‘아기는 집 아닌 돌봄터(병원)’에서 낳아야 한다고 여겼고,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곁님 어머니도 날이면 날마다 “왜 힘들게 집에서 낳으려고 해? 그러다 큰일나면 어쩌려고? 옛날에야 다들 집에서 낳았지만 요새는 병원이 있는데 뭣 하러 바보짓을 하니?” 하고 나무랐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화살을 가만히 듣다가 “어머니, 어머니는 아이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근심걱정을 바라시나요? 뱃속에 있는 아이도 다 들어요. 우리는 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길을 생각하고 마음에 담고 말로 해야 합니다. 정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어머니가 집에서 언니를 낳을 적에 어떻게 챙기고 차렸는지, 그때 미처 못 챙기거나 못 차려서 아쉽던 일은 무엇인지, 집에서 아기를 낳을 적에 둘레 어른들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를 알려주셔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런 대꾸에 어머니는 “그게 언젯적 일인데 다 까먹었지!” 하시더군요.


  요새에도 그닥 안 달라졌다고 느끼는데, 도움꽃(산파)을 집으로 부르자면 2008년에 하루 50만 원이 들었는데, 적어도 여섯 달 앞서 날받이를 해야 하고, 큰고장 인천에는 도움꽃이 없어서 꽤 먼데 계신 분을 불러야 하더군요.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집에서 낳으려다가 돌봄터(병원)로 실려가서 낳았습니다만, 집낳이(자연분만)를 하려면 두 어버이가 무엇을 챙기고 살피고 헤아리는 나날을 가꿀 노릇인지 알려주는 어른도 길잡이책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집낳이를 하면서 아기를 받을 적에 어떤 흐름인지 찬찬히 짚거나 알려주는 어른도 책도 길잡이는 아예 없다시피 하고요. 그저 다 돌봄터에 맡기고, 우리 스스로 모든 슬기를 잊어버린 채, 하나도 못 물려준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자연출산법》은 판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옮김말은 매우 엉성합니다. 아기를 낳고 받고 처음 돌보는 길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다루지는 못 하지만, 아기를 바라는 두 어버이가 ‘한씨앗’을 맺기 앞서 어떤 살림을 지을 노릇인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한씨앗을 맺은 뒤에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어떻게 몸을 살펴야 하는가를 알려줍니다.


  오늘날에는 배움터(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온통 짝짓기(성교)에 머문다고 느껴요. 우리는 ‘성교육’이 아닌 ‘사랑길’을 들려주고 배우고 가르칠 노릇 아닐까요? 아기를 낳을 몸으로 살자면 어떻게 하루를 다스리고 집안을 건사해야 하는가를 듣고 배우고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를 안 낳더’라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가는 길은 ‘늘 튼튼하게 몸을 다스리는 길’입니다.


ㅅㄴㄹ


20년 이전에는 현미식 애호가가 괴짜나 광신자처럼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좋은 것을 먹고 있네요”라 칭찬을 받게끔 되었다. 확실히 현미식과 백미식에서는 변통의 양부가 단연 달라져 온다. (33쪽)


역시 아침을 빼는 2식주의가 생리학적으로도 바른 식사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37쪽)


척추의 어긋남을 교정하여 내장의 작용을 고무하기 위해서 평상 위에서 자고, 경침을 사용하고, 그 위에 (금)붕어운동을 행할 것. (53쪽)


중대한 문제인 태변을 완전히 배설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유감스럽게도 현대의학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병원에 따라서는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곳조차 있다. (82쪽)


그에 더하여 풍욕이나 냉온욕 등으로 피부기능을 고무하면, 간장의 작용도 좋아지고, 그들의 상승작용에 의해서 모유의 분비가 촉진된다. (90쪽)


부드러운 베드는 정말로 안면할 수 있을 것같이 생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너무 부드러운 요나 매트리스 등에서는 도리어 안면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연구보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부드러운 요나 매트리스는 도리어 등뼈를 어긋나게 하는 원인도 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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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해가도 될까요?^^ 아름다운 우리말에 잠시 멈춰가게 됩니다..

숲노래 2022-12-17 17:24   좋아요 1 | URL
네, 얼마든지 나누셔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꼭 건사해 두시기를 바라요.
저는 나중에 아이들한테 물려주거나
이웃한테 빌려주려고 한 벌 더 장만해 놓았습니다 ^^
 
대마와 대마초 - 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노의현 지음 / 소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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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78


《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소동

 2021.1.1.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둘레에 이런 책을 좀 읽어 보십사 하고 여쭈는데, 막상 이 책을 기꺼이 장만해서 차근차근 읽고 새기면서 ‘나라·마을·사람’이라는 얼거리를 ‘삶·살림·숲’이라는 눈썰미로 가다듬은 분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밥은 배불리 먹어도 안 나쁘되, 많이 먹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말에는 ‘아침저녁’이 있을 뿐, ‘아침낮저녁’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틀림없이 아침에 낮에 저녁이 있고, 밤하고 새벽이 있습니다만, ‘아침저녁’을 따로 가르는 까닭을 읽을 노릇이에요. ‘아침밥 = 아침’이요, ‘저녁밥 = 저녁’이거든요.


  예부터 우리 겨레는 두끼살림이었다는 뜻이 말마디에 깃든 셈입니다. 아침저녁 사이에는 ‘새참·샛밥’이 있고, 따로 ‘곁두리’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새참을 누리지만, 굳이 안 누려도 됩니다. 그리고 끼니를 아랑곳하지 않는 ‘잔치’가 있으며, 이 잔치는 ‘도르리·도리기’로 가릅니다.


  우리말로는 ‘삼’이고, 한자말로는 ‘대마’입니다. ‘삼실’은 삼이라는 풀한테서 얻어요. ‘삼다(실을 삼다·신을 삼다)’라는 낱말은 바로 ‘삼’이라는 풀이름에서 비롯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삼이랑 모시로 오래도록 옷살림을 이었어요. 여기에 솜을 맞아들였고, 결이 훨씬 고운 누에실(비단)을 따로 냈지요.


  숲책 《대마와 대마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온누리 여러 곳에서 ‘삼’이라는 풀을 얼마나 알뜰살뜰 옷밥집 살림으로 다루었는가 하는 실마리를 짚고, 풀살림 하나로 누구나 넉넉할 만했으나, ‘고리(커넥션)’를 이룬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왜 어떻게 얼마나 언제부터 ‘삼’을 몹쓸풀로 여기도록 내몰면서 틀(법)까지 세웠느냐를 짚습니다.


  삼(대마)은 아무 잘못도 말썽도 없습니다. 삼으로 돈벌이를 꾀하거나 다른 돈벌이를 일으키려고 한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몹쓸놈일 뿐입니다. 삼씨앗을 ‘살림풀(약초)’로 알맞게 건사하는 길을 간다면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나라가 할 몫이라면, 글바치가 밝힐 길이라면, 사람들 눈귀입을 틀어막는 짓이 아닌, 또 엉터리 이야기로 길들이는 짓도 아닌, 풀살림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어질게 다루도록 북돋우는 살림빛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대마초(마리화나)가 마약 취급을 받기 전 대마로 베옷이나 밧줄, 기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던 당시에는 삼이나 삼베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던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보다는 대마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삼이나 삼베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21쪽)


면화 재배는 토양과 환경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농산물 중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고, 물 사용 요구 또한 큰 작물이다. 면직물을 마 섬유로 대체한다면 면화 재배 면적을 줄일 수 있고 환경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87쪽)


대마 속대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을 만들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88쪽)


15세기에 활판인쇄로 찍은 구텐베르크 《성경》의 종이 원료는 대마였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과 최초의 미국헌법 또한 대마 종이에 쓰였다. (174쪽)


미국 정부가 대마 불법화 정책을 실시하게 된 배후에는 합성섬유, 페인트,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막 생산하기 시작한 듀퐁사, 신문재벌이며 삼림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그리고 이들 회사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당시 재력가이며 재무부장관이던 앤드류 멜론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196쪽)


미국 농무부는 대마 1에이커의 종이 생산량과 삼림 4에이커의 종이 생산량이 맞먹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8쪽)


다급해진 미국은 1942년에 〈승리를 위한 대마〉라는 제목의 흑백 홍보영화를 만든다. 대마 제배법과 대마의 다양한 사용법을 알리며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이나 그의 자녀들에게는 징집이 면제되었다.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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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도서출판 가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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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81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전선영 옮김, 가지, 2022)는 뜻있으리라 여겨 마을책집에서 장만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새바라기를 즐기는 마을책집에 나들이를 가던 여름에 장만했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뭔가 알쏭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한테 건네었어요.


  큰아이나 작은아이나 이 책을 못마땅해 하더군요. 왜 이런 책을 읽으라고 건네느냐며 숲노래 씨를 핀잔합니다. 아이들한테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있더라도, 시골이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새바라기를 헤아리는 이웃이 있다고 느낄 책으로 여긴다고 얘기했지만, 투덜투덜 성난 아이들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동네에서 만난 새》에 나오는 새는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 다른 새인데, 모든 새를 동글동글 ‘귀염이(캐릭터)’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새를 새라는 숨결이 아닌 사람 눈썰미로 따지거나 잽니다. 이 책은 새살림을 가만히 헤아리는 길이 아니라, 짝짓기에 너무 얽매여 다루고, 이 짝짓기도 그저 사람 눈썰미로 구경한 대목에서 그칩니다. 마지막으로 옮김말씨가 안 쉽습니다. 얼핏 보면 어린이도 읽을 만하구나 느낄 텐데, 정작 펼쳐서 읽다 보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가 너무 춤춥니다.


  65쪽에 적듯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은 뭔 소리일까요? 동박새한테 창피한 글이지 싶습니다. 모든 새가 다 다르게 노래하는 줄 모르는 채 새노래를 들으려 했을까요? 69쪽 글도 너무 엉성합니다. 74쪽에서는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이라 적는데, 그저 할 말을 잃었습니다. 93쪽에서는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적는데, 그야말로 새를 얕보는 글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온누리를 쓰레기판으로 망가뜨린 짓을 스리슬쩍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마을에서만 새를 구경하지 않기를 바라요. 새가 살던 보금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서, 오직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부터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새바라기는 새를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는 숨결을 새롭게 가다듬는 길이 아닐는지요? 부디 서울(도시)을 떠나 숲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처럼 자연을 관찰해서 날씨를 예측하는 일을 옛사람들은 ‘관천망기觀天望氣’라고 하여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57쪽)


새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기 몸의 깃털을 가다듬지만 신뢰 관계가 있는 커플 사이에서는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상대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씀으로써 비로소 한 쌍으로 맺어진 인연이 진정으로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 사이가 뜨겁다. (65쪽)


휘파람새에게는 사투리라고 할 만한 지역성도 확인되며, 그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69쪽)


많은 동물에게 짝짓기 시간이란 천적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일지 모른다. (74쪽)


도시 새들의 둥지를 보면 쓰레기투성이라서 가엾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일지 모른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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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11-2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아이들한테 비셨군요^^

숲노래 2022-11-29 03:46   좋아요 0 | URL
시골 아이들 눈썰미는 꾸밈없이 알려주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