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 어느 청년 활동가의 귀농 분투기
이꽃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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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11.

인문책시렁 427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삶창

 2022.8.23.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사는지 가만히 짚어 봅니다. 첫째, 떠날 길이 없는 할매할배가 늘그막까지 흙살림을 붙들며 살아갑니다. 둘째, 떠날 까닭이 없이 시골지기(군수·군의원·국회의원)하고 손잡고서 이바지돈(지원금)을 두둑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큰집과 까만쇠(대형자가용)를 거느리며 살아갑니다. 셋째, 서울을 떠나서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품고 싶은 작은이가 조용히 살아갑니다. 넷째, 시골에 넘치는 벼슬자리(공무원)를 얻거나 물려받은 사람이 그럭저럭 심심하게 살아갑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는 ‘보는눈’이 많기에 고을돈(지자체 예산)을 그나마 제대로 쓰려고 한다면, 시골에는 ‘보는눈’이 없을 뿐 아니라 ‘짚는글’도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고을돈에 이바지돈을 펑펑 씁니다. 돈에 눈밝은 사람은 일찌감치 시골돈이 서울돈보다 뭉치로 큰 줄 알고서 거머쥡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를 곰곰이 읽고 되읽어 봅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살이를 하는 나날을 그리면서, 여태 드문 ‘짚는글’을 조금 엿볼 만합니다만, ‘조금 짚기’에서 멈춘 대목이 아쉽습니다. 시골을 제대로 알려면 쇠(자가용)를 안 몰아야 합니다. 종이(운전면허증)를 찢고서(반납) 두다리와 두바퀴(자전거)로 다녀야 합니다. 두다리와 두바퀴만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보내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을 텐데, 이미 시골에서는 모든 어린이와 푸름이를 ‘나라돈’으로 집과 배움터 사이를 실어나릅니다. 또한 웬만한 어린이는 여덟 살부터 혼자 시골버스를 타고서 잘 다닙니다.


  시골 민낯을 알려면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이면서, 시골을 갈아엎어서 아름마을로 바꾸는 길을 찾으려면 이때에도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입니다. 모든 죽음더미(비닐·농약·화학비료)를 손사래치면서, 호미와 낫과 삽과 쟁기와 숫돌만으로 흙을 돌보고서 나무를 품으면 되어요.


  다리로 거닐어야 땅과 들과 숲과 하늘과 마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짚고 쓰다듬어야 온빛과 숨빛과 새빛을 느끼는 눈빛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살겠노라 할 적에는 ‘손발’로 배우고 ‘마음’으로 익혀서 ‘넋’을 깨우는 ‘눈’을 틔우겠다는 뜻일 테니까요.


ㅍㄹㄴ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5쪽)


내 땅만 마당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다 유하네 마당입니다. (23쪽)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에 더 지을 곳이 없으니 서울 인근 지역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마구잡이 개발이 이어집니다. (26쪽)


“신문지 같은 종이를 넣으면 너무 빨리 타고 재가 많이 날리는데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50쪽)


오늘도 유하네는 원칙을 지키며 살기 위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섭니다. (64쪽)


땅도 팔리지 않고 농사를 못 지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금을 줘가며 태양광 시설을 지으라고 하니, ‘친환경’이라는 멋진 이름도 붙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산은 민둥산이 되고 우후죽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122쪽)


대부분의 채소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탄소를 팍팍 배출하며 자란 것이라는 얘기는 없습니다. 사계절 내내 신선한 채소를 키워내기 위해 탄소 덩어리 비닐을 수없이 써야 하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는 것,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를 화학비료 푼 물에 담가 키운다는 것, 공장식 축산 못지않게 채소도 공장식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44쪽)


+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아직 서리가 성성하지만

→ 아직 서리가 하얗지만

→ 아직 서리가 희지만

4쪽


그 속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 그곳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4쪽


장난스러운 농담이 현실이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이 꽉 찼습니다

→ 장난스러운 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 장난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4쪽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갔습니다

→ 서울살이를 씻고서 시골로 갑니다

→ 서울살이를 털고서 시골로 갑니다

5쪽


다시 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 다시 이 말을 해봅니다

14쪽


유하네 집은 별천지 신나는 놀이터

→ 유하네는 새롭고 신나는 놀이터

→ 유하집은 꽃누리 신나는 놀이터

17쪽


수차례 조류독감(AI)을 겪고 지쳐

→ 거푸 새앓이를 겪고 지쳐

→ 내도록 새몸살을 겪고 지쳐

18쪽


유하 파파는 비닐하우스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빠는 씌움집이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버지는 포근집이라도 짓고 살면

22쪽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 작은골로, 시골로 가면

→ 작은터로, 시골로 가면

24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 작은 땅에 집을 많이 지으려니 네모낳고 똑같은 잿집은 더 높아가고

26


마늘 순은 요즘 유하 엄마의 최애 작물입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즐깁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사랑합니다

36


고라니가 미워집니다

→ 고라니가 밉습니다

37


초보 운전 엄마에겐 두려웠던 등하원 길 이야기입니다

→ 첫길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 이야기입니다

→ 풋내기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길 이야기입니다

39


석축을 쌓고 농막이 들어섭니다

→ 돌담을 쌓고

→ 돌무지를 쌓고

48


겨울이 시작되면

→ 겨울이면

→ 겨울이 오면

49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 젖고리는 불도 세고 이내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으뜸 같아

→ 젖구럭은 불결도 세고 곧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훌륭해

50

우유갑(牛乳匣/우윳곽)


한국식 패스트푸드라니까

→ 우리 빠른밥이라니까

52


동풍이 불고

→ 샛바람 불고

54


좋은 농부가 되길 바랄게

→ 알찬 흙님이 되길 바랄게

→ 흙지기로 일하길 바랄게

62


노는 게 일이고 일하는 게 노는 것

→ 놀이가 일이고, 일이 놀이

→ 놀며 일하고, 일하며 노는

68


협업농장 시작을 알리는 행사 날

→ 두레밭을 알리는 첫날

→ 두레논밭을 알리는 첫날

70


마을 성당을 방문한 누군가가 농부는 매일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 마을 넋집을 찾아온 누가 흙지기는 날마다 놀랍게 나눔밥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 마을 믿음집을 찾은 누가 흙님은 늘 놀랍게 작은빛을 짓는다고 얘기합니다

83쪽


이렇게 이쁜 잎을 가지고 있구나

→ 이렇게 잎이 이쁘구나

→ 이렇게 이쁜 잎이구나

89


집을 빌려주고 연세로 받기로 한 약간의 돈으로

→ 집을 빌려주고서 받기로 한 해삯으로

93


여름의 정중앙을 통과합니다

→ 여름 한복판을 지납니다

→ 여름 복판입니다

→ 한여름입니다

→ 한여름이 지납니다

104


커다란 꿈을 이루기 위한 유하네의 매일을 넣습니다

→ 꿈을 크게 이루려고 유하네 하루를 넣습니다

107


요즘 누가 김치를 만들어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담가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해서 먹어

15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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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벽보 - 녹색당 신지예와 선거 포스터 문화전선 5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 / 프로파간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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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3.

읽었습니다 336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고 나서는 분이 많습니다만, 정작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이나 마을에서 함께 살림하는 분은 매우 드뭅니다. 이제 온나라에 골목마을이 아주 많이 사라졌지만, 골목집은 곳곳에 고스란합니다. 골목집에 골목사람으로 가만히 깃들면서 삶을 짓고 아이를 낳아서 돌보고, 마당이며 빈터에 씨앗을 심는 작은 걸음부터 내딛으면서 새길(대안정치)을 밝히는 분도 더없이 드뭅니다. 무엇보다도 서울과 큰고장을 훌훌 떠나면서 두멧시골 작은집에서 조용히 숲살림을 지으면서 이 하루를 고스란히 새길(대안·정책)로 펴는 분은 더더욱 드뭅니다. 《그린북파티, 어린이를 위한 정책 동화》는 이래저래 뜻있게 엮고 내놓았다고 느끼지만, 줄거리와 이야기가 모두 설익었습니다. 책이름부터 ‘그린북파티’란 뭘까요? 이 땅에서 무엇을 하려는 마음인가요? 그저 ‘풀’을 볼 노릇입니다. 스스로 풀이면서 둘레에 돋는 뭇풀을 바라보고 품을 줄 알아야 ‘푸르’고, 이 푸른빛을 스스로 녹여내어 펼 적에 저절로 ‘푸른두레(녹색당)’로 나아가게 마련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멋이나 모습에 너무 치우치느라, 정작 푸른삶도 푸른살림도 푸른사랑도 푸른숲도 푸른사람도 등진, 허울만 남는 ‘녹색당’과 ‘그린북’ 같습니다. 글 한 줄을 쓰고 그림 한 칸을 그리기까지, 부디 푸른시골에서 푸른눈으로 푸른손길을 펴는 열 해를 살아내 보기 바랍니다. 더디 걸리고 오래 걸릴 테지만, 천천히 나아가야 마땅한 푸른두레입니다. 섣불리 앞장서려고 하기에 넘어집니다. 서울과 큰고장에서만 맴돌기에 목소리만 맴돌이처럼 내세우다가 스러집니다.


《그린북파티, 어린이를 위한 정책 동화》(녹색당 엮음, 산빛, 2017.9.9.)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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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사전 - 휴대하기 편리한 초등학교 전학년용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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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2.

읽었습니다 335



  어린이와 이웃사람(외국인)한테 이바지하는 작은 낱말책이라고 하기에 궁금해서 《가나 초등 국어사전》을 장만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1970년대 무렵에 ‘표창작 부록’으로 딸려서 주던 판을 2019년에도 고스란히 되찍은 얼개입니다. 겉과 머리글과 책자취만 새로 찍고, 속은 해묵은 얼거리를 그대로 두면서 마치 새로 내는 낱말책인 듯 꾸민 셈입니다. 이렇게 내는 판을 사람들이 모를까요? 우리나라 사람은 멋모르고 샀다가 속았다고 느낄 테지만, 이웃사람은 워낙 이렇겠거니 잘못 여기겠구나 싶습니다. 참으로 어린이와 이웃사람한테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면, 해묵은 판을 되찍으면서 새책인 듯 눈가림하는 일을 멈추기 바랍니다.


《가나 초등 국어사전》(편집부, 가나북스, 2019.6.20.)


ㅍㄹㄴ


오랜 준비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 오래 살피고 애써서 이루었으므로

→ 오래 추스르고 힘써서 일구었으므로

3쪽


이상과 같은 새롭게 실용적인 이 사전을 이용하여 실생활에 유익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이렇게 새롭게 알찬 이 낱말책을 펼쳐서 여러모로 잘 쓰기를 바란다

→ 이렇게 새롭게 알뜰한 이 낱말책을 즐겁게 쓰기를 바란다

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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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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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숲책 읽기 235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양미

 동녘

 2024.9.30.



  작은벼슬(말단공무원)도 벼슬이고 큰벼슬(고위직)도 벼슬인 나라이지 싶습니다. 벼슬자리에 앉으면 착하거나 참하기 어려운 나라이지 싶습니다. 벼슬을 바라면서 눈금(자격증)을 늘릴 적마다 이미 착한빛과 참한넋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고르게 일하면서 너르게 나누는 마음인 사람이 누구나 어느 벼슬이건 맡아서 알맞고 즐겁게 다루는 얼거리를 세우는 나라가 아닐 적에는, 누가 어느 벼슬자리에 있건 매한가지이라 느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숱한 나라도, ‘입시지옥을 거치고 대학교를 마치고 자격증을 따고 입사시험을 치러낸 사람’만 벼슬자리를 얻다 보니, 이분들 가운데 ‘살림을 하면서 사랑을 일군 발자국’이 제대로 있는 사람은 너무 드물거나 아예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살림을 해본 적이 없는 채 벼슬을 쥐기에 작은벼슬이건 큰벼슬이건 그저 ‘벼슬아치’로 치닫는 듯합니다. 사랑을 일군 발걸음하고 먼 채 벼슬자리를 노린 나날이 워낙 길 테니, 벼슬자리에 앉으면 이웃보다는 밥그릇을 챙기게 마련일 테고요.


  나라지기가 굳이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도 짚을 노릇이고, 나랏일을 맡을 크고작은 모든 자리에 누구를 받아들여야 아름다울까도 곰곰이 돌아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나라를 헤아리며 일한다”는 말은 그저 거짓부렁이라고 느껴요. “나라를 헤아리는 척하면서 ‘나 하나 밥그릇’을 챙기려고 벼슬을 쥔다”고 해야 맞을 테고요.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는 전북 진안에서 시골살이를 하는 분이 눈물과 피땀으로 아로새긴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다만 워낙 시골살이가 고달파서 끝내 쇳덩이(자동차)를 마련해서 타시는구나 싶습니다. 이분 글에 2015년 기름 200ℓ가 7만 원이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제 시골살이를 돌아보노라면, 불을 때는 기름 200ℓ가 7만 원이던 때는 2003∼04년 즈음입니다. 2015년이면 이미 14∼16만 원입니다. 2010년 무렵에도 200ℓ는 10만 원이 넘었습니다. 2025년에 200ℓ를 넣으려면 25만 원 남짓입니다.


  아무튼 진안 시골이웃님이 쓴 책에 나오는 ‘전북 진안’ 이야기는 ‘전남 고흥’뿐 아니라 ‘경북 영양’이나 ‘경남 산청’하고도 썩 안 다르다고 느낍니다. 우리나라 모든 시골이 엇비슷합니다. 도토리 키재기마냥 어느 고을(시골 군 단위)이 더 바보스럽게 못난 벼슬질을 일삼느냐 하고 다투는 민낯입니다. 이러다 보니 애써 시골살이를 그리며 서울을 떠난 적잖은 젊은이는 몸과 마음이 다친 채 서울로 돌아가고, 겨우 시골에 살아남는 젊은이는 벼슬꾼(공무원·군의원·군수·교육청)이라면 이를 갈면서 안 섞이려고 합니다. 또는 시골에서 벼슬자리 하나를 얻으면서 말없이 다른 벼슬꾼하고 녹아드는 길로 나아갑니다.


  해마다 ‘저출산·인구소멸’을 비롯해 숱한 목돈이 고을(시골 군 단위)로 떨어지는데 어떻게 누가 어디로 쓰는지 까마득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돈쓰기(예산집행)는 대단하고, 시골마다 벼슬꾼이 흘러넘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종잡을 길이 없곤 합니다.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라는 책에도 나오듯, 시골 민낯은 ‘서울새뜸(서울에 뿌리를 둔 모든 언론사)’에서는 아예 안 다룹니다. 한 해에 한두 꼭지 겨우 다룰 동 말 동합니다. 붓대를 쥔 이들이 하나같이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살아가면서 ‘모지리 우두머리’를 나무라거나 감싸는 데에 바쁘거든요. 정작 이 나라를 어떻게 아름다이 돌보거나 가꾸거나 일으켜야 하느냐 같은 이야기를 쓰려고 붓대를 쥐는 글바치는 드물어도 대단히 드뭅니다.


  나라꼴을 보면, 이쪽이건 저쪽이건 한숨이 나오는 판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옛말처럼, 서로 누가 더 더러운지 손가락질을 하고, 우리 스스로 이쪽과 저쪽으로 갈려서 “네가 더 더럽잖아? 네가 더 막나가잖아? 네가 더 잘못했잖아? 네가 더 답답하잖아? 네가 더 막말을 하잖아? 네가 더 귀를 닫잖아?” 하는 쌈박질을 되풀이합니다.


  우리는 ‘모지리 우두머리’를 아예 등돌려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이를 쳐다볼 틈을 줄이고서 ‘우리 아이들’과 ‘우리 들숲바다’부터 오래도록 차분히 지켜보고 돌아보고 살펴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낳은 아이뿐 아니라, 이웃이 낳은 아이를 나란히 ‘우리 아이들’로 마주하고 품을 새 살림길을 일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태어나는 아이들과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물려받을 ‘아름살림터’를 바로 오늘부터 차근차근 새롭게 가꾸고 일구면서, 이 살림이야기를 꾸준히 말과 글로 남기고 들려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림이야기를 들려주자면 안쓰럽고 안타까운 민낯도 조금 들춰야겠지요. 그런데 민낯을 들추되 너무 나무라지 말고서, 이제부터 우리가 손수 갈아엎고 바꿀 대목을 포근히 이야기해야지 싶습니다. 곪은 데를 너무 나무라다 보면 오히려 덧나요. 곪은 데가 시나브로 낫도록 우리 온몸을 고르게 사랑하고 돌보는 길을 열어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는 줄거리가 뜻깊지만, 너무 되풀이하듯 같은 대목을 잇달아 다룹니다. 좀 솎고 추려야지 싶습니다. 글꼴이 너무 크기도 하고, 듬성듬성 뒤죽박죽으로 엮은 티가 나서 눈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겹치는 줄거리를 솎고서, ‘시골 민낯’ 이야기를 열너덧 꼭지쯤 새로 보탤 만하다고 봅니다. 막상 다루어야 할 시골 민낯을 몇 가지 못 다루었습니다.


ㅍㄹㄴ


선량한 권력은 없다고 믿는다.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가지면 피지배계급을 위한 나라가 될 것이란 실험은 실패했다. (43쪽)


왜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 귀농이나 귀촌을 했던 사람들마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 이유를 시골살이가 주는 불평등 때문이라 생각한다. (55쪽)


시골 또한 해체하고 재활용, 새활용을 해야 한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농업, 화학비료와 비닐 멀칭 등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농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식은 해체되어야 한다. 시골을 땅과 더 가깝게 기대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재해석해 보면 어떨까. (60쪽)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그에게 대중교통 문제는 심각하게 와닿지도, 시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시골에서 자가운전자와 대중교통 이용자가 살아가는 세계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불편함은 그저 ‘그들만의 문제’일 뿐이다. (85, 86쪽)


시골에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위험하다. 시골길 대부분은 보도와 자전거 도로가 없다. (109쪽)


빈집은행 제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군 해당 팀 과장은 “사람들은 시골에 쉬러 오지, 일하러 오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139쪽)


난방유는 2023년엔 25∼30만 원을 넘나든다. (149쪽)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 없이 제도만 있을 경우의 문제는 심각하다. 지원사업 예산 챙기기에 급급해 제도의 취지에 맞는 인식과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사업이 떨어지거나, 아예 제도 자체가 집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71쪽)


“진안군이 청년이 여기에 살기를 바라는지 의문이에요.” (185쪽)


사실 용역은 용역일 뿐, 정책은 군에서 공무원들이 만들어야 한다. (205쪽)


시골 지자체들은 자기 지역의 문제점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 지자체는 지방소멸을 말하면서도 시골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떠나는 근본적 원인은 외면한다. 그저 개발을 유치해 지자체 운용기금을 늘리고, 축제나 행사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숫자를 통해 성과와 경제 규모를 키우려는 데만 골몰한다. (223, 224쪽)


+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양미, 동녘, 2024)


나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불안한 삶을 고민하다가 시골로 이주했다

→ 나는 미끈한 일판과 흔들리는 삶을 헤아리다가 시골로 옮겼다

→ 나는 눅진한 밥벌이와 아슬한 삶을 근심하다가 시골로 왔다

13


이 구역에 있는 존재들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 이쪽에 있는 님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 이쪽에 있는 분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18


시골의 삶도 각자도생이다

→ 시골살이도 따로살기이다

→ 시골살이도 혼길이다

23


이 책의 처음에는

→ 이 책 첫머리에는

→ 이 책은 처음에

24


시골에 내려간 이후 내가 만난 시골의 민낯을 기록하며

→ 시골에 가서 내가 만난 민낯을 적으며

→ 시골에 와서 내가 본 민낯을 옮기며

24


군수는 지역의 절대군주다

→ 고을지기는 만무방이다

→ 고을지기는 웃임금이다

25


홈리스가 되지 않기 위해

→ 길이웃이 되지 않으려고

→ 떨꺼둥이가 안 되려고

37


워라벨이란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삶잘일잘은 몸과 마음을 나누는 재주가 놀라운 사람만 할 수 있는 줄 깨달았다

→ 살림꽃은 몸과 마음을 떼내는 재주가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38


아토피로 괴로운 내 몸을

→ 살갗앓이로 괴로운 몸을

39


위치는 괴물을 만든다

→ 자리는 망나니가 된다

→ 자리 탓에 두억시니다

43


농사를 짓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 논밭을 짓는 핏줄이 있다면

→ 땅을 짓는 살붙이가 있다면

→ 흙을 짓는 한집안이 있따면

47


대안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절된 것들을 연결해야 한다

→ 새터가 되려면 무엇보다 끊긴 곳을 이어야 한다

→ 새마을이 되려면 무엇보다 끊긴 데를 맺어야 한다

61


열심히 손을 흔들어 어필하는 것도 잊지 말자

→ 힘껏 손을 흔들어 알려야 하니 잊지 말자

→ 신나게 손을 흔들어야 하니 잊지 말자

74


교통 약자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원론적인 말을 하는 데 그쳤다

→ 뚜벅이를 헤아려 주십사 하는 말을 하다가 그친다

→ 걸음꽃을 살펴 주십사 하는 말만 하고서 그친다

85


자가운전을 하는 사람으로 대체하면 더 편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 손수몰기를 하는 사람으로 바꾸면 낫겠다고 하였다

92


배수는 잘 되는지, 직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지는 않은지

→ 물은 잘 빠지는지, 일터와 너무 멀지는 않은지

→ 물빠짐은 되는지, 일하는 곳과 너무 멀지 않은지

116


시골에는 연세라는 게 있다

→ 시골에는 해삯이 있다

128


다른 누군가가 알아채야 하는데

→ 다른 누가 알아채야 하는데

→ 다른 이가 알아채야 하는데

143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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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배자들 - 우주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존 보슬로 지음, 이충호 옮김 / 새길아카데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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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2.5.

숲책 읽기 233


《스티븐 호킹의 우주》

 존 보슬로우

 홍동선 옮김

 책세상

 1990.9.10.



  눈으로 보더라도 안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마음속에 “스스로 믿는 바”가 있거든요. “스스로 믿는 바”하고 어긋나거나 틀리거나 엉뚱하도록 다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들, “스스로 새길을 열려는 마음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꼼짝을 안 합니다.


  눈앞에서 안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있습니다. 눈앞에서 안 보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미 마음을 “스스로 활짝 열고서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눈빛”이거든요. “스스로 사랑으로 바라보는 눈빛”일 적에는, 이이한테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적에 참인지 거짓인지 아름빛인지 눈속임인지 이내 알아차립니다.


  눈으로 보더라도 안 믿는 사람을 바꾸거나 돌려세울 수는 없습니다. 이미 스스로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어느 누구도 못 건드리고 못 깹니다. 다만 “돌덩이 마음을 스스로 붙잡은 사람”을 햇볕과 별빛처럼 부드러이 타이르고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저 이이한테 참사랑과 아름빛을 보여주고서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하렴” 하는 말 한 마디를 남길 수 있어요.


  《스티븐 호킹의 우주》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열여섯 살에 인천 〈대한서림〉에서 서서읽기를 했고, 그 뒤로 까맣게 잊다가 모처럼 찬찬히 짚어 보고서 ‘오늘(2025년)’ 열다섯 살인 작은아이한테 건네었어요. 작은아이한테 책을 건네면서 “네가 못 알아들을 대목이 있을 텐데, 못 알아들었으면 한 벌 다시 읽으면 되고, 다시 읽어도 못 알아듣겠으면 엄마아빠한테 물어봐.” 하고 보태었어요.


  “알고 보면” 우리 둘레에는 우리가 모를 일이란 없습니다. “모르고 보면” 우리 둘레에는 온통 모르거나 알쏭달쏭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살필 노릇입니다. ‘배우’려고 마음을 품은 사람은, 여태까지 보거나 듣거나 겪은 바가 없어도 스스럼없이 보고 듣고 겪으면서 받아들입니다. ‘안 배우’려는 마음이자 몸짓인 사람은, 여태까지 숱하게 보거나 듣거나 겪었어도 스스로 가로막거나 닫아걸면서 안 받아들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대단하지도 안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옳지도 안 옳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그저 스스로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하며 알아낸 대로 말을 하고서 길을 찾으려는 사람입니다. 이 대목을 바라보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티븐 호킹한테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이하고 이야기도 하고 이이를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많이 알기”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스티븐 호킹으로서 살아온 바”를 알 뿐이기에, “먼나라 아무개가 살아온 나날”은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어림조차 못 합니다. ‘배우다·가르치다’란 높거나 낮은 사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배우다·가르치다 = 주고받다’인 얼거리입니다. 듣기만 할 적에는 못 배워요. 듣고서 말을 해야 배웁니다. 말을 하기만 해도 못 가르칩니다. 말을 하고서 들어야 비로소 가르칩니다.


ㅍㄹㄴ


몇 십년 뒤에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응수했다. “하느님은 주사위 놀이를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찾아낼 수도 없는 곳에 주사위를 던진다.” (63쪽)


네덜란드 천문학자 빌렘 데 지터(1872∼1934)는 이미 그 방정식을 둘러싼 문제점을 해결해 두고 있었다. 우주는 늘어나지 않으면 줄어들고 있으며,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65쪽)


바로 이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요인으로 말미암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우주를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한 장소로 보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원자계, 나아가서는 원자의 세계를 넘어서도 인간의 지성이 규정하기 이전에는 독립된 구조가 전혀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80쪽)


“어느 개념에 훌륭한 이름을 붙이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가 잠시 과학용어와 심리학적 측면을 들먹이며 입을 열었다. “…… 우주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멋지게 그리고 있다고 할 거예요.” (94쪽)


급속히 성장하는 젊은 우주는 물질의 밀도가 대단히 높아서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제물에 무너져내릴 수 있었다. 혹은 물질이 너무 얇게 펼쳐져 은하계로 덩어리질 수 없었고, 우주공간을 그냥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주팽창에는 놀랄 만큼 정밀한 조절이 필요했다. (149쪽)


설사 완전한 통일이론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제일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세하 예측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72쪽)


그 방향은 인간정신이 지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 발달속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면, 컴퓨터가 이론 물리학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196쪽)


#Masters of time #John Boslough 

#Cosmology At The End Of Innocence

#Stephen Hawking's Universe

《시간의 지배자들》(존 보슬로/이충호 옮김, 새길아카데미, 1995/2012)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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