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지음, 이준균 옮김 / 자연과생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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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책 읽기 106



꿀뿐 아니라 밥을 베풀어 주는 작은 벌

―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글

 이준균 옮김

 자연과생태 펴냄, 2016.4.4. 15000원



  데이브 굴슨 님이 쓴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를 읽기 앞서까지 ‘뒤영벌’이라는 벌을 알지 못했습니다. 뒤영벌이 얼마나 많은 들풀과 남새에 꽃가루받이를 돕는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를 읽으며 비로소 뒤영벌이라는 벌을 깨닫는데, 저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우리 보금자리나 마을에서 피고 지는 수많은 들풀하고 남새한테 꽃가루받이를 해 주었겠네 하고 돌아봅니다.



전쟁 뒤 뒤영벌에게 또 다른 불행을 안길 발명품이 탄생했다. 보통 DDT로 알려진 화합물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은 1874년에 개발되었지만 곤충에 치명적인 독성이 발견된 것은 1939년이 되어서였다 … 1945년 무렵에는 일반인도 농약 용도로 아주 손쉽고 값싸게 DDT를 구입할 수 있었다. 잔류 기간이 길고 환경에 재앙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무려 20년이 더 지나서야 알려졌다. (43쪽)



  봄에 유채꽃하고 갓꽃이 필 즈음 어디를 가도 온통 벌 소리를 듣습니다. 유채꽃뿐 아니라 살갈퀴꽃이라든지 제비꽃이라든지 냉이꽃이 필 적에도 벌 소리를 들어요. 매화꽃이 피고 모과꽃이 필 적에도 벌은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무를 둘러쌉니다.


  매화꽃이 지고 모과꽃도 진 뒤 감꽃이 피거나 찔레꽃이 필 적에도 벌은 또 엄청난 숫자가 하얀 꽃송이를 둘러싸고 모여들어요. 그런데 이런저런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벌이 참 많이 찾아드는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어떤 벌이 얼마나 찾아드는가까지 살피지 못했습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들판이 노란 빛으로 물듭니다. 여름 내내 푸르던 논은 가을에 노란 물결로 바뀌는데, 드넓은 논은 벌보다는 바람이 꽃가루받이를 해 줍니다. 꽤 많은 풀이나 나무도 벌이 아닌 바람이 꽃가루받이를 해 줄 테지요. 그러나 바람이 닿지 못하는 자리에서 피고 지는 꽃이 많고, 벌이 찾아들어서 수술하고 암술을 건드려야 꽃가루받이가 되는 꽃이 참으로 많아요.



이듬해 봄까지는 길고 긴 잠을 자며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여왕벌 몸속에 저장된 지방질이 많아야 한다. 몸집이 작거나 저장된 지방질이 적으면 여왕벌은 동면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다. 또한 습한 날씨 때문에 곰팡이가 펴 죽을 수도 있고 겨울 폭우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68쪽)


비행하는 뒤영벌은 초당 200회 날갯짓하며, 이는 고속 회전하는 오토바이 엔진과 비슷한 속도다 … 뒤영벌은 체온을 높게 유지하려면 거의 항상 먹어대야만 한다. 배를 꽉 채웠더라도 불과 40분만 지나면 굶주리게 된다. (78, 79쪽)



  벌이 있기에 ‘벌꿀’만 얻지 않습니다. 벌이 있기에 ‘밥’을 얻습니다. 벌이 있기에 쌀이며 보리이며 귀리이며 수수이며 옥수수이며 밀이며 얻어요. 벌이 있기에 토마토에 참외에 오이에 수박에 능금에 배에 귤에 온갖 열매를 얻어요.


  그러니까 해가 따스한 볕을 베풀고, 바람이 싱그러운 숨결을 북돋우고, 비가 시원한 물을 적시고, 흙이 까무잡잡한 기운을 나누는 데에다가, 벌이 꽃송이마다 찾아들어 꽃가루를 얻으면서 꽃가루받이를 시키기에 사람도 뭇짐승도 ‘밥(곡식과 열매)’을 얻는 얼거리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멸종 위기 생물은 주로 호랑이나 코뿔소 같은 큰 포유류이지만 우리는 이처럼 작은 생물의 멸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곤충은 식물 수분을 돕고 사체 부패를 처리하며 생태계에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94쪽)


벌은 꿀이 많은지 적은지 빨기도 전에 미리 알고는 꿀이 없는 꽃에 내려앉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내 궁금증은 더해 갔다. (118쪽)


(사람이 꽃가루받이를 시키려면) 노동자 임금으로 지출하는 경비도 상당하다. 반면 뒤영벌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고 뒤영벌이 수정한 토마토는 사람이 수정한 것에 비해 크기도 클뿐더러 맛도 좋다. (127쪽)



  지구라는 별에서 한 가지 목숨붙이만 사라지더라도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처 못 깨닫는 사이에 벌이 줄고 풀벌레가 사라지면 사람한테도 메마르거나 팍팍하거나 고단한 살림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 사람은 이 대목을 자꾸 놓치거나 잊기 일쑤입니다. 작은 이웃을 못 보고 맙니다. 작은 이웃을 못 알아채고 맙니다. 작은 이웃한테 등을 돌리고 말아요. 작은 이웃한테 손길을 내밀어 함께 살림을 짓는 즐거운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말아요.


  뒤영벌도 개미도 진딧물도 무당벌레도 잠자리도 나비도 모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목숨이자 이웃입니다. 우리 집 옆에 있는 다른 집도 하나같이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이요, 작은 벌 한 마리도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이에요.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라고 하는 책은 ‘뒤영벌 학자’인 어느 영국사람이 영국에서 ‘사라지고 마는 뒤영벌’을 되살리려고 애쓴 땀방울하고 발자국을 보여줍니다. 과학 논문만으로는 ‘뒤영벌 되살리기’를 할 수 없구나 하고 느끼면서, 여느 사람들도 뒤영벌을 깨닫고 알아채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뒤영벌이 차츰 사라지는 까닭을 밝히고, 뒤영벌이 지구별 숲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를 밝힙니다. 뒤영벌을 되살리면서 영국을 비롯해서 지구라는 별을 어떻게 가꿀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고 해요. 뒤영벌뿐 아니라 ‘숲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이웃’이 사람살이에 얼마나 이바지를 하는가도 나란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도 대규모 블루베리 경작지를 조성한 뒤로 토종 뒤영벌이 줄었다. 블루베리 개화기가 끝나면 꽃도 없고 둥지 지을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경작지는 벌에게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278쪽)


자연이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끊임없이 갈아엎지도 않고 농약이나 비료 범벅을 만들지도 않고 그저 오랫동안 내버려 두기만 하면 초원은 이런 놀라운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310쪽)


벌이 중요한 이유가 먹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벌이 수분을 돕는 각종 식물, 그 식물을 먹고사는 무수한 동물, 식물의 부패를 돕는 벌레나 쥐며느리, 식물 뿌리 근처의 흙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이나 곰팡이 따위의 무수한 생명이 벌에 의존해 살아간다. (313쪽)



  뒤영벌 학자인 데이브 굴슨 님은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에서 뒤영벌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넌지시 짚습니다. ‘대규모 경작지’는 ‘대규모 수확’을 마친 뒤 벌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곳이 되기도 할 테지만, ‘대규모 경작지’이기 때문에 큰 기계에 농약과 비료를 안 쓰기가 어려운 얼거리가 됩니다. 뒤영벌이 꽃가루받이를 해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일을 사람이 손수 하나씩 해야 할까요? 설마 ‘꽃가루받이 로봇’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아무리 훌륭한 기계가 있고 로봇이 있더라도, 땅은 해와 바람과 비와 흙이 어우러져야 살아납니다. 그리고 땅에 수많은 벌레와 벌과 나비와 짐승이 얼크러져야 하고요.


  ‘사라진 뒤영벌’ 이야기는 ‘사라진 개구리’ 이야기로 이어지리라 느낍니다. ‘사라진 제비’ 이야기로 이어질 테고, ‘사라진 여우’나 ‘사라진 나비’ 이야기로 이어질 테지요. 뒤영벌을 비롯해서 조그마한 목숨붙이가 사람들 곁에서 자꾸자꾸 삶터를 빼앗기면서 사라집니다. 이 고리를 끊고 사람뿐 아니라 뒤영벌이랑 온갖 ‘작은 이웃’이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삶고리(생태고리)를 생각해 봅니다. 2016.9.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뒤영벌 그림은 글쓴이 '데이브 굴슨(Dave Goulson)' 님이 손수 그렸고,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보내 주어서 함께 붙일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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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채소 가게 -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미코토 가게
스즈키 뎃페이 외 지음, 문희언 옮김 / 하루(haru)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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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5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 여행하는 채소 가게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 글

 문희언 옮김

 하루 펴냄, 2016.4.5. 13000원



  나는 아주 어릴 적에 먹은 달걀 한 알을 아직 떠올립니다. 그 달걀 한 알 맛은 그때까지 먹은 다른 달걀하고 아주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에요. 외할머니가 시골집 닭장에 들어가서 꺼낸 달걀이었어요. 갓 낳은 말랑말랑한 달걀을 내 밥그릇에 톡 깨서 주셨어요.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며 흙하고는 먼 데에 있었으니 닭장에서 달걀을 얻는다는 대목을 살갗으로 잘 느끼지 못했으나 그때에 아주 뚜렷하게 느꼈습니다. 달걀은 그냥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어떤 목숨이로구나 하고요.



험준한 환경 아래에서 자란 사과는 크기도 작고 색도 얼룩졌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무언가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사과가 계기가 되어 우리는 ‘먹는다’라는 것을 점점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22쪽)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 두 사람이 함께 쓴 《여행하는 채소 가게》(하루,2016)라는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은 ‘가게는 따로 없이 짐차로 남새를 날라서 시골하고 도시를 잇는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남새장수는 틀림없이 남새장수이지만, 여느 남새장수하고는 다른 두 젊은이 이야기를 다루어요.


  두 젊은이는 처음에는 다른 여느 젊은이하고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냥 아무것이나 먹고, 그냥 사다가 먹으며, 그냥 돈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삶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두 젊은이는 ‘그래도 이 삶은 뭔가 아닌 듯해’ 하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고, 이 여행길에서 만난 ‘못생긴 능금 한 알’을 맛보다가 번쩍 하고 스치는 어떤 생각이 뭔가를 깨워 주었다고 합니다.



학교의 교실과 회사 사무실에서 친구와 동료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면 어떨까요? 그거야말로 기분 나쁩니다. 모두 똑같다면 자리를 바꾸는 설렘도 첫사랑의 두근거림도 없을 것입니다. 채소도 인간도 십인십색입니다. 우리와 똑같이 개성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31쪽)


처음에는 씨앗을 채집하기 위한 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 꽃에 벌레가 모이는 것을 보고, 꽃가루를 매개로 해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생물의 다양성의 중심이 ‘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꽃을 통해서 채소와 이야기 나누고, 꽃에서 꼬투리, 꼬투리에서 씨앗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채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67쪽)



  남새장수가 된 젊은이는 한동안 시골에서 지내며 시골일을 거듭니다. 손수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마시면서 하루를 열다 보니, ‘늘 먹던 밥’이 ‘그냥 먹는 밥’이 아니라는 대목을 몸으로 알아차립니다. 모든 열매나 곡식은 ‘똑같이 생길’ 수 없는 줄 제대로 보면서 제대 알았다고 합니다. 사람만 서로 다르게 생기지 않고,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은 그야말로 다르게 생길 수밖에 없다는 대목을 뒤늦게 배웠다고 합니다.

  들에 피는 꽃도 모두 달라요. 풀줄기도 모두 달라요. 풀잎이나 나뭇잎도 참말 모두 다르지요. 나무 한 그루에 맺히는 수십만 잎조차 똑같은 잎이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이 다 다른 숲이요 삶이요 목숨이요 숨결인데, 막상 우리가 가게에 가서 눈앞으로 마주하는 남새나 열매는 거의 다 똑같이 생깁니다. 흔히 일컫는 ‘규격화’를 이루어요.



일반적으로 일본 채소의 씨앗 자급률은 약 10%라고 합니다. 씨앗 자루의 뒤를 보면 대부분이 해외에서 채종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일본에서 기른 채소도 사실은 수입 씨앗에 의존한 것입니다. 만약 씨앗 가격이 올라 수입이 중지되면 농가는 작물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F1’이라고 부르는 품종 개량된 씨앗입니다. (124쪽)



  도시 문명이 발돋움하면서 규격화는 더욱 크게 퍼집니다. 학교와 회사도 거의 규격화입니다. 그러니까 ‘틀에 맞추는 모습’이 되어요. 사람들 옷차림도 틀에 맞춥니다. 사람들이 머리에 담는 지식도 틀에 맞춥니다. 사람들이 읽는 글이나 기사나 책도 틀에 맞춥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저마다 쓰는 글조차 틀에 맞추고 말아요.


  다 다른 사람이니까 다 다른 글을 쓸 수밖에 없을 테지만, 사회에서는 ‘틀(규격화)’을 외칩니다. ‘잘 쓴 글’이라든지 ‘보기(모범)가 되는 글’을 외쳐요. 틀에 맞추어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몸짓을 해야 한다고 여기고 맙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몇 살에 뭐를 하고 또 몇 살에 어디에 보내야 한다는 틀이 무시무시하게 섭니다.



단절되어 있으면 속임수가 통합니다. 어떤 사람이 먹을지 알 수 없으니까 좀 적당히 해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니까요. 그것이 맛있었는지 아니었는지 반응이 없으니까 보람을 찾으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보람이 되는 것일까 말한다면 돈이겠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것이 되어버려요. 농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1차산업 전부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채소가 점점 공업 제품화된다고 생각합니다. (139쪽)



  《여행하는 채소 가게》를 쓴 두 젊은이는 스스로 묻습니다. 흙을 짓는 사람하고 밥을 짓는 사람 사이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묻습니다. 가장 맛난 밥이란 스스로 흙을 지은 뒤에 스스로 살림을 짓는 손길로 스스로 밥을 짓는 길이라고 하는 대목을 배우면서 다시금 스스로 묻습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일본이나 한국 모두 이 ‘길’이 뚝 끊어졌다고 할 만한데, 이 끊어진 길을 어떻게 다시 이을 만한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한 사람 힘으로 이 끊어진 길을 다시 잇기는 어렵다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한 사람부터 이 끊어진 길을 새롭게 이어야 하지 싶습니다. 사회나 정치가 이 길을 이어 주기를 바라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이 길을 새롭게 천천히 하나씩 조금씩 이을 노릇이지 싶어요.



도쿠시마에서 우리가 본 바다, 하늘은 모두 남색이었습니다. 선조들은 그 다채로운 청을 식물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식물 속에 이렇게 깊은 색이 잠자고 있다니, 자연의 ‘장치’라는 것은 역시 ‘순수’한 것 같습니다. (118쪽)



  눈부신 쪽빛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엽니다. 쪽빛처럼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침을 짓습니다. 하늘을 닮은 바다를 노래하면서 마실을 다닙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서 골짜기에 마실을 가 보면, 골짝물은 숲빛을 닮아 푸릅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려서 바다에 마실을 가 보면, 바닷물은 하늘빛을 닮아 파랗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우리 몸을 이루지요. 우리가 즐거운 손길로 지은 땅에서 기쁜 웃음으로 거둔 남새를 스스로 어루만지면서 밥을 차린다면, 이 밥 한 그릇에는 저마다 다른 즐거움과 기쁨과 웃음이 서릴 만하리라 느껴요.


  더 맛나거나 더 좋은 밥이 아니라, 즐거우면서 기쁜 밥이 될 때에 하루가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내 즐거운 손길을 아이들이 물려받으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기쁜 살림을 아이들이 찬찬히 배우면서 새롭게 북돋운다면 그야말로 기쁘리라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이 먹는 밥이 아니라, 즐거운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으로 함께 먹는 밥이 되도록 다스리자고 꿈을 꿉니다. 2016.7.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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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식물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2
김성환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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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4



화살표로 콕 짚어서 풀이름 알기가 한결 쉽네

― 화살표 식물 도감

 김성환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6.15. 22000원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이 이름처럼 자연과 생태를 다루는 책을 펴냅니다. 2016년 봄에 《화살표 곤충 도감》을 선보이면서 곤충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찾아보는 길동무책을 베풀었는데, 2016년 여름에는 《화살표 식물 도감》을 선보이면서 풀과 나무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살피면서 찾도록 돕는 길동무책을 베풀어 줍니다.



실제로 저는 현장에서 촬영한 식물 사진을 정리할 때 목·과·속 같은 분류체계에 따르지 않고, 이 책에 제시한 검색표에 따라 정리하는데, 사진을 찾을 때 무척 편리했습니다. 아울러 더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께서 효과적으로 기초를 익혀 더욱 전문적인 도감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머리말)



  나무나 풀이나 꽃이 ‘어떤 이름’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름’이 궁금합니다. ‘어떤 목·과·속’인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꽤 많은 식물도감은 ‘이름을 알도록 돕기’보다는 ‘목·과·속으로 나누는’ 데에 품을 들이곤 해요. 이러면서 사진을 넉넉히 쓰지 않는다거나 꽃이 활짝 핀 모습만 보여주곤 하니, 이런 사진으로는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꽃송이는 이름을 알도록 알려주는 가장 큰 실마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싹이나 줄기나 잎을 모르고서 꽃만 알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풀 한 포기는 ‘꽃이 핀 모습’보다는 ‘잎이 있는 모습’이 훨씬 더 길지요. 싹이나 줄기나 잎으로 풀을 가리는 실마리를 찬찬히 밝혀 주지 않는다면 풀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화살표 식물 도감》은 앞서 나온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알맞게 쓰면서 더 눈에 잘 들어오도록 나무와 풀과 꽃을 가리는 실마리를 밝힙니다. 글로만 적은 풀이로는 좀처럼 눈이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이야기도 화살표 한 번이면 ‘긴 글이 없이’도 곧바로 어떤 그림인가를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화살표로 한 번 콕 짚을 적에는 “자, 여기를 보세요!” 하고 알려주는 셈입니다. “여기를 보면 더 알기에 쉬워요!” 하고 찬찬히 이끄는 셈입니다.


  제가 시골집에서 아이들한테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떤 이름인가를 알려줄 적을 떠올려 봅니다. 그냥 말로만 알려주면 아이들은 이내 이름을 잊습니다. 손가락으로 콕 짚어서 “여기를 보렴. 이 모습이 바로 이 나무(풀)를 알려주는 실마리야.”라든지 “자, 여기를 봐. 이 풀은 줄기에 가시가 있지?” 하면서 알려줄 적에는 아이들이 이름을 좀처럼 잊지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을 뿐인데, 바로 이 작은 ‘손가락 가리킴’이 또렷하게 눈과 머리에 이름을 새겨 주는 구실을 하는구나 싶어요. 곤충이나 식물을 다루는 도감에서도 화살표는 이 같은 노릇을 합니다. 언뜻 보면 그저 화살표 하나를 더 얹을 뿐이지만, 막상 들이나 숲에서 나무하고 풀하고 꽃을 살필 적에는, 바로 이처럼 ‘가볍게 얹은 화살표’가 뜻밖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더 눈여겨보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어요. 어느 곳을 더 먼저 살펴야 하는가를 밝힌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래서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느 대목이 비슷하거나 다른가를 먼저 헤아리면서 다른 곳을 차근차근 돌아보고, 이러는 동안 이름뿐 아니라 한살이나 생김새나 여러 모습을 더 널리 알아볼 만해요.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앞으로 《화살표 새 도감》이나 《화살표 민물고기 도감》도 선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화살표 도감’도 즐겁게 기다립니다. 2016.7.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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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곤충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1
백문기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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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3



빗물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던 나비를 건지며

― 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5.16. 25000원



  비가 잦거나 많이 쏟아지면 어김없이 집안에 지네가 들어옵니다. 어젯밤에는 지렁이도 한 마리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집 어디에서 빈틈을 찾아내어 들어오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자그마한 벌레와 목숨붙이한테는 저희 나름대로 찾아내는 빈틈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네도 지렁이도 꼽등이도 집밖으로 내보내 줍니다. 이렇게 내보내며 마음속으로 속삭입니다. 얘들아, 너희가 살 곳은 이 안쪽이 아니란다. 이 안쪽에는 너희들 먹잇감도 없지. 바깥쪽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거나 기어다니렴. 바깥쪽에서 먹잇감도 찾고 너희 짝도 찾으렴.



우리나라 벌목에는 2800여 종이 있으며, 많은 종이 크기가 작고 뚜렷한 무늬가 없어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뚜렷한 특징이 있더라도 유사종이 많아 사진으로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87쪽)


우리나라에는 3450종에 가까운 나방이 있으며, 대체로 해질녘이나 밤에 활동하지만, 한낮에 꽃에 모이거나 산길 주변을 날아다니는 종도 많다. (98쪽)



  백문기 님이 빚은 작고 도톰한 도감인 《화살표 곤충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제껏 여러 가지 도감과 생태책을 꾸준히 펴낸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선보인 믿음직한 도감입니다. ‘곤충 도감’은 제법 나왔는데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이 다를까요? 바로 책이름에서 밝히듯이 ‘화살표’라는 대목이 다릅니다. 화살표를 써서 사진이나 그림에 대고 콕 짚어서 이 대목이 이러저러하게 다르거나 비슷하다고 알린 도감이 더러 있습니다만,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널리 쓴 도감은 없지 싶습니다.


  얼핏 보면 ‘글만 읽어도 알 만하다’고 여길 대목일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화살표로 콕콕 짚으면서 새삼스레 다루니 뜻밖에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올 뿐 아니라, 더 쉽고 빠르게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때에는 화살표로 어느 대목을 콕 짚기만 했어도 ‘아하, 왜 이곳을 이렇게 짚었는지 알 만하다’고 미리 깨닫기도 합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은 한국에 있는 모든 벌레(곤충)를 다루지 못합니다. 이 도감에서도 밝히듯이 벌은 가짓수가 2800이나 되고, 나방은 가짓수가 3450이라는 숫자에 이른다고 해요. 잠자리도 메뚜기도 노린재도 딱정벌레도 날도래도 가짓수가 참으로 많아요.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보다도 여러 벌레 저마다 ‘무리’로 나누어서, 이 무리에 드는 벌레는 어떤 모습이거나 무늬이거나 한살이인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여러 가짓수를 사진과 화살표를 알맞게 살려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벌레를 가리는 눈썰미를 북돋아 주고, 벌레 이름을 어떻게 살피거나 알아낼 만한가 같은 대목을 짚어 줍니다.



곤충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동물입니다. 이런 곤충을 대할 때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피해를 주나, 이익을 주나 같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곤충은 우리의 관심과 상관없이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곤충을 있는 그대로, 또한 우리와 같은 자연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4쪽/머리말)



  그제 낮에 겪은 일을 문득 떠올립니다. 새 우산을 선물받은 큰아이가 이 장마철에 빗길을 거닐면서 놀고 싶어하기에 셋이서 우산을 쓰고 마을 한 바퀴를 크게 돌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우산을 받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물과 웅덩이를 찰방찰방 밟으며 돌아다녔어요.


  이렇게 빗길마실을 하는데 곳곳에서 나비가 날아다닙니다. 아이들이 나비를 보고 외쳐요. “나비야, 비 오는데 얌전히 있지, 왜 돌아다니니? 어서 풀밭에 내려앉아.” 나비도 나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을 테고, 배가 고프면 꽃가루나 꿀을 찾아다녀야 할 테지요. 어쩌면 이제 막 깨어난 나비일 수 있어요.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집 앞에 이르렀는데, 큰아이는 고샅에서 뭔가를 찾아냅니다. “여기, 나비가 있어. 빗물에 휩쓸렸나 봐.” “그러네. 손으로 살며시 집어서 풀밭으로 옮겨 주렴.” 큰아이가 나비 날개를 잡을 적마다 나비는 크게 날갯짓을 합니다. 나비는 빗물에 휩쓸리며 허우적거리다가, 또 이리저리 맴돌이를 하다가, 드디어 풀밭으로 옮겨 갑니다. 풀줄기 하나를 다리로 단단히 움켜잡고서야 비로소 날갯짓을 쉽니다.


  이들 나비가 있어서, 또 벌과 개미가 있어서, 또 수많은 자그마한 벌레가 있어서, 이 어여쁜 이웃 목숨붙이가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찌꺼기나 썩은 것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줍니다. 메마르거나 거친 땅은 지렁이가 찾아와 주어 까무잡잡하게 기름진 흙으로 바뀝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쓰는 책상맡에 여러 가지 도감을 놓습니다. 이 도감은 ‘이름’만 익히려고 놓지 않습니다. 이름부터 익히고, 한살이를 헤아리며, 우리 삶자리에서 늘 마주하는 이웃 목숨붙이를 따사로이 아끼려는 손길로 거듭나려는 마음으로 놓습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도 책상맡에 곱게 둡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마당에서 놀다가 쉴 적에 여러 가지 도감을 가만히 펼치면서 ‘아까 본 벌레는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해 하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도감 한 권은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느낍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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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 한국 생물 목록 17
이정현.박대식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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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2



‘꼬리치레도롱뇽’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

 이정현·박대식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4.11. 22000원



  지구에는 모두 7100종에 이르는 양서류가 있다고 해요. 한국에는 양서류가 모두 ‘7과 18종’이 있다고 합니다. 지구를 헤아리자면 한국에 있는 양서류 가짓수는 무척 적다고 할 만합니다.


  이름으로 크게 살피자면 ‘도롱뇽·개구리·두꺼비·맹꽁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끼도롱뇽·꼬리치레도롱뇽·도롱뇽·제주도롱뇽·고리도롱뇽’하고, ‘무당개구리·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옴개구리,·황소개구리·참개구리·금개구리·북방산개구리·계곡산개구리·한국산개구리’에다가 ‘두꺼비·물두꺼비’ 같은 이름이 있다고 해요.


  이런 한국 양서류 가운데 ‘꼬리치레도롱뇽’은 2000년대 첫무렵 한국 사회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바로 ‘천성산 도롱뇽 소송’으로 이름이 올랐거든요. 



(고리도롱뇽은) 번식기가 끝나면 성체는 서식지인 산림지대로 이동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개미·딱정벌레·벌과 같은 곤충류, 지렁이와 같은 빈모류, 거미류, 수서곤충류 등을 잡아먹는다. 수명은 10∼11년이고, 수컷은 3∼5년, 암컷은 4∼6년생이 주로 번식에 참여한다. (42쪽)


(꼬리치레도롱뇽은) 유생은 겉아가미로 호흡하고, 변태를 마친 준성체와 성체는 폐가 발달하지 않아 피부로만 호흡한다. 피부 호흡에 의지하는 성체의 특성상, 연중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산림지대의 계곡, 하천 주변의 바위·돌·자갈·고목·이끼·부엽토 아래 등에서만 서식한다. (54쪽)



  이정현·박대식 님이 빚은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읽어 봅니다. 이 책에는 한국에서 사는 양서류를 모두 다루는데, 다 자란 모습부터 알에서 막 깨어난 모습에다가, 알 모습, 또 암컷하고 수컷 모습까지 두루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양서류를 다룬 책은 퍽 드문데, 두 학자가 쏟은 땀방울이 알뜰살뜰 배어 무척 값지면서 뜻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더욱이 양서류를 알부터 어른 몸 모습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책이 있기에, 이 책을 찬찬히 살핀다면 한국에서 우리하고 함께 사는 이웃을 한결 잘 알아볼 만하다고 느껴요.



(이끼도롱뇽은) 다른 도롱뇽류에 비해 시력과 점프력이 좋다. 위협을 느끼면 꼬리 끝을 스스로 자르며 잘린 꼬리는 한동안 꿈틀거린다. (67쪽)



  도롱뇽이나 개구리나 두꺼비나 맹꽁이 같은 양서류는 아무 곳에서나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축축하고 서늘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축축하고 서늘하기만 하대서 양서류가 살 수 없어요. 축축하고 서늘하면서 ‘양서류한테 먹이가 될 만한’ 다른 작은 목숨이 있어야 해요. 여기에다가 ‘양서류가 서로 짝을 지어서 알을 낳을 만한 터’가 이루어져야지요.


  옛날부터 논가에는 개구리나 맹꽁이나 두꺼비가 많이 살았습니다. 냇가나 골짜기에는 도롱뇽이 많이 살고요.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을 엉금엉금 기는 두꺼비도 쉽게 볼 만했고, 풀섶에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도 흔히 살았어요.


  모내기를 마친 시골 논에는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헤엄을 칩니다. 겨울나기를 마치고 깨어난 개구리는 제 짝을 새롭게 찾으면서 우렁차게 밤새 노래해요. 그런데 이 같은 개구리 노랫소리도 요새는 ‘한철’에 그치곤 해요. 왜 그러한가 하면, 한여름으로 접어들어 논마다 농약을 뿌리면 그예 개구리가 싸그리 죽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번식기가 지나면 수컷 두꺼비는 번식지를 기준으로 최대 500m 정도 이동했으며, 암컷은 수컷에 비해 활동량이 3배가량 더 많기 때문에 두꺼비를 보호하려면 주요 번식지를 기준으로 반경 1.5k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90쪽)



  개구리를 살리거나 지키자는 뜻으로 ‘농약을 안 쓰는 농사’를 짓자고 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살지 못하는 논이라면, 날벌레나 풀벌레를 잡아먹는 개구리가 논이나 시골 풀섶에서 자취를 감춘다면, 개구리도 두꺼비도 맹꽁이도 이 땅에서 사라진다면, 이때에 한국은 어떤 삶터가 될 만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00년대 첫무렵에 불거진 ‘꼬리치레도롱뇽 소송’은 ‘고작 양서류 하나’를 살리거나 지키자면서 ‘국가사업에 발목을 잡으려는 뜻’이 아니었다고 느낍니다. ‘사람 곁에 있는 작은 이웃’을 바라보거나 살피지 못하는 개발이나 국가사업이 되면, ‘한국 사회를 이루는 작은 사람들 삶’도 놓치거나 내몰릴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소송이었다고 느껴요. 그리고 ‘도롱뇽이 즐겁고 느긋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일 때에 이러한 터전은 ‘사람도 즐겁고 느긋하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는 뜻을 알려주는 소송이었으리라고 봅니다.



(청개구리는) 포식자에 따라 멀리 헤엄치거나 바닥에 가라앉아 움직이지 않는 등 다른 회피행동을 보인다. 주로 파리, 날도래, 벌, 나비,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류를 잡아먹는다. (114쪽)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면서 도롱뇽 한살이를 제대로 알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이라는 책이 이쁘장하게 나와서 무척 반갑습니다. 여름에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면 돌 틈에서 도롱뇽을 곧잘 봐요. 도롱뇽은 무척 잽싸게 헤엄치면서 사라지니 어떤 도롱뇽인지 알아채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은 그리 무겁거나 두껍지 않으니 올여름에는 골짜기에 갈 적에 이 책을 챙겨서 우리 마을 도롱뇽 이름을 알고 더욱 살가이 마주하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구리 한살이를 새롭게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가 제법 오래 사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도롱뇽도 개구리도 두꺼비도 맹꽁이도 열 해 안팎을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숲을 이루는 작은 숨결’로 노래한다는군요.


  양서류가 한국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이 되는 일은 양서류뿐 아니라 사람한테도 ‘어떤 위기’라고 하는 대목을 한국 사회가 찬찬히 헤아리거나 바라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5.2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고맙게 보내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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