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둘기
권정생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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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동시비평 2022.7.3.

노래책시렁 241


《산비둘기》

 권정생

 창비

 2020.5.15.



  몸은 흙에 내려놓고 마음은 하늘빛으로 날아간 권정생 님 글을 새삼스레 만날 수 있으면 반갑습니다. 다만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이미 여러 곳에 실은 글을 굳이 따로 묶거나 섣불리 그림책으로 옮기는 일이 너무 잦은 듯하고, 《산비둘기》 같은 책처럼 겉으로는 옛판을 되살리는 듯하면서 속살은 옛판을 되살리지 않는 책은 더없이 아쉽습니다. 겉그림부터 옛판을 그대로 담았으면 속살도 옛판으로 담아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권정생 님 손글씨라면 어린이도 알아보기 쉽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은 손글씨로만 묶는 책이 한결 빛날 수 있습니다. 권정생 님이 굳이 둘레에 알리지 않고 조그맣게 여민 글모음은 두 가지로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첫째, 스스로 부끄러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글입니다. 둘째, 스스로 안 내보이고 싶어 묵힌 글을 애써 책으로 꾸민다면 ‘있는 그대로’ 살릴 적에 뜻깊습니다. 《산비둘기》는 끝에 ‘발문·발굴 해설’이란 두 가지 글을 덧붙이는데 무척 딱합니다. 어린이한테 들려줄 노래(동시)에 ‘발문’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내건 글을 꼭 실어야 할까요? 권정생 님 글을 ‘발굴’했다는 말이 알맞을까요? 별빛으로 떠난 어른이 남긴 글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냉이도 / 비 맞고 있다 // 꽃다지도 / 비 맞고 있다 // 봄비 맞으면 / 모두 파래지나 봐 // 오리나무 가지마다 / 눈이 떴다 (봄비/7쪽)


새앙쥐야 / 쬐금만 먹고 / 쬐금만 더 먹고 / 들어가 자거라 // 새앙쥐는 / 살핏살핏 보다가 / 정말 쬐끔만 먹고 / 쬐금만 더 먹고 / 마루 밑으로 들어갔어요 (달님/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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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1
전성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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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26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전성호

 실천문학사

 2011.3.31.



  글은 ‘풍경화’가 아닌데, 어느새 숱한 글이 ‘풍경화’로 뒤범벅입니다. 글은 말을 담아낸 생각씨앗이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말이란, 우리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일군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오늘이에요. 그래서 말을 옮긴 글이란, “구경하는 그림(풍경화)”일 수 없습니다. 말을 담은 글이란, “살아가는 그림(삶그림)”일밖에 없습니다.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를 읽는 내내 ‘구경그림’을 느낍니다. 글님은 틀림없이 어느 나라 어느 마을에서 삶을 보내고 일구는데, 이 삶을 그리기보다는 냇물 너머에서 뭘 구경하는 듯한 눈길로 글을 씁니다. 이 노래책만 구경그림이지 않습니다. ‘현대문학’이나 ‘시문학’이란 이름이 붙은 글이 죄다 구경그림입니다. 이런 문학도 저런 문학도 아닌 투박한 글이라면 삶글이자 삶그림으로 나아가고요. 왜 자꾸 문학을 하려고 들까요? 왜 구태여 문학이란 허울을 씌우려 할까요? 문학을 하지 맙시다. 글을 씁시다. 문학을 뒤집어쓰지 맙시다. 스스로 짓는 오늘 하루를 사랑하면서 고스란히 글빛으로 풀어내어 스스로 빛나는 이야기를 말 한 마디로 풀고서 글로 옮깁시다. 구경그림은 뻔하고 틀에 갇히며 따분합니다. 삶그림일 적에 웃고 울며 노래하는 빛살입니다.


ㅅㄴㄹ


빗방울 떨어지면 마음 허하다 / 빗발치는 들판 위 모든 것은 형제다 (雨/40쪽)


다 닳은 인조가죽 소파 하나가 / 중고 가구점 앞에서 그늘을 앉히고 있다 // 그림자를 다 밀어낼 때까지 / 낯선 얼굴로 기다리는 그대 / 저렇게 버려진 채 / 무연히 고가도로 밑 철골을 바라보겠지 (낡은 소파를 보며/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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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창비시선 73
이광웅 지음 / 창비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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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11


《목숨을 걸고》

 이광웅

 창작과비평사

 1989.3.25.



  이름을 ‘민주’로 붙이기에 민주이지 않아요. 한자말 ‘민주’에서 ‘민(民)’이란 낱말은 ‘종(노예)’을 가리킵니다. ‘민주’라는 낱말은 “종으로 억눌린 사람이 떨쳐일어나 스스로 서는 길”을 품는다고 할 만합니다만, 이 대목을 읽거나 헤아리지 않으며 허울만 ‘민주’로 외친다면, 누구나 ‘종살이’에서 맴도는 쳇바퀴로 그칩니다. 이름을 ‘국민’으로 붙이기에 국민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자말 ‘국민’에서 ‘민(民) = 종(노예)’이요, ‘국민’은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종으로 지낼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얼핏 ‘나라사람’을 가리킨다고 잘못 알기 쉬운 ‘국민’이기에, 말결을 제대로 안 살핀다면 우두머리 채찍질에 휘둘리기 딱 좋습니다. 《목숨을 걸고》가 태어나던 무렵하고 오늘날은 사뭇 다릅니다만 비슷하기도 합니다. 예나 이제나 우리 배움터(학교)는 사슬터(감옥) 노릇에 매입니다.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상식)를 집어넣는 틀이 고스란합니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은 힘꾼(권력자)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똑같이 ‘국민’을 들먹입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까요? 이 목숨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서울 울타리를 허물어 온누리를 숲으로 돌려놓을 노릇 아닐까요? 우린 싸우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ㅅㄴㄹ


무섭지 않은가. / 공포의 벽이 아닌가. / 심야 자율학습이 무섭지 않은가. / 보충수업이 무섭지 않은가. // 가자, / 가서 벽을 허물자. / 제자들의 죽음을 막자. / 죽음으로 죽음을 막자. // 죽어가고 있다. /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 (제자들이 죽어가고 있다/141쪽)


매일 마시는 술 속에서 찾아낸 풍경 / 오늘 나는 햇빛이 깔려 있을 뿐 그 무엇의 그림자 하나 없는 하얀 화포에 / 푸른 산 푸른 바다를 칠한다. / 가녀린 초록을 입힌다. / 봄이요 / 사월이요 / 미술실이니까. (미술실/15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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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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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36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글

 정승희 그림

 창비

 2007.8.10.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우리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웃나라 사람이라서 우리말을 못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사랑이라는 눈빛으로 즐겁게 맞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말을 잘 합니다. 일본말이나 독일말이나 터키말도 매한가지입니다. 여러 말이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삶줄기를 읽어내고 느껴서 포근히 품는 마음이기에 비로소 여러 말을 스스럼없이 풀어내어 나눕니다. 《나 혼자 자라겠어요》는 멧골마을 길잡이로 일하는 동안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멧숲한테서 배우며 곁님한테서 배운 세 갈래 이야기를 갈무리한 노래꾸러미입니다. 더 헤아려 보면, 세 갈래로 배우기에 네 갈래째 배움길이 있어요. 넷쨋길은 ‘스스로 배우기’입니다. 멧마을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배우다가, 멧숲을 바라보면서 배우다가, 곁님하고 살림을 지으며 배우다가, 시나브로 모든 배움길은 스스로 마음에 품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줄 알아차릴 만해요. 온통 잿빛으로 덮은 서울·큰고장이기에 따로 꽃그릇을 씁니다만, 풀꽃나무가 푸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꽃그릇 아닌 맨흙에 씨앗을 심는 자리로 가서 살아갈 적에 아름다워요. 맨손 맨발 맨몸으로 해바람비를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사랑나래를 펼쳐 온누리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ㅅㄴㄹ


올봄 새끼 한배 키우고 / 내내 비워 둔 가을 까치집 / 잎 떨군 감나무 가지들 / 꼬옥 감싸고 있다. (가을 까치집/20쪽)


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 모두 시시해요. / 그러나, 다람쥐는 / 볼수록 신기해요. /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 하늘의 새 /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나 혼자 자라겠어요/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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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이다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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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35


《나는 문이다》

 문정희

 민음사

 2016.5.27.



  온누리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낳는다면, 돌이가 쓰는 글이 확 다르겠지요. 그런데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못 낳더라도,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나날을 보낸다면, 이러면서 ‘아기 낳은 순이’를 함께 보살핀다면, 돌이가 쓰는 글은 그야말로 다를밖에 없습니다. 아기는 혼자 낳지 않습니다. 아기는 사랑 없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터전을 돌아보면 아기 곁에 돌이가 안 보일 뿐 아니라, 아기를 낳은 순이를 보살필 줄 아는 돌이가 드뭅니다. 돌이가 아기를 돌보면서 곁님을 보살피자면 여느 때에 집안일을 늘 건사할 줄 알아야 해요. 어버이란 이름인 순이돌이는 함께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를 가꾸는 눈빛일 노릇입니다. 《나는 문이다》는 우리나라 순이가 걸어온 한켠을 들려줍니다. 순이는 왜 순이일까요? 순이는 어떤 숨결을 품으면서 빛나는 사람인가요? 돌이는 왜 돌이일까요? 돌이는 순이 곁에서 어떤 숨빛으로 어깨동무할 사람인가요? 아기는 어머니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아버지 손길을 받으며 큽니다. 아기는 어머니 노래를 들으며 즐겁고, 아버지 춤을 보며 신납니다. 이제는 함께 바꾸어 가기를 바라요. 오롯이 사랑일 적에만 함께 있고, 사랑길이 없는 자리는 훌훌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한 달포 동안 / 골방에 갇혀 글만 읽었더니 / 전신에 털이 자라 몽롱하다 // 돈이 쓰고 싶다 / 무언가를 갉지 않으면 이빨이 솟아 / 제 입술을 뚫는다는 시궁쥐처럼 / 근질근질하다 / 나는 현실이 아니다 (뿔/22쪽)


대학 병원 분만실 의자는 Y자였다 /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 새끼 밴 짐승으로 / 두 다리 벌리고 하늘 향해 누웠다 // 성스러운 순간이라 말하지 마라 / 하늘이 뒤집히는 / 날카로운 공포 / 이빨 사이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 불인두로 생살 찢기었다 (탯줄/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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