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 문학의전당 시인선 318
최준렬 지음 / 문학의전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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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27.

노래책시렁 197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

 최준렬

 문학의전당

 2020.2.27.



  호미질을 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옮기는 노래는 포근합니다. 도마질을 하는 살림을 그대로 들려주는 노래는 따스합니다. 아기를 품에 안고서 토닥이는 나날을 찬찬히 읊는 노래는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하고 숲길을 걸으며 풀꽃나무를 누리는 노래는 아름답습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이러한 노래를 펴는 글바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미질을 안 하고 도마질을 안 하며 아기를 스스로 안 돌보고 맨몸으로 가벼이 숲으로 깃들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를 읽으면서 ‘골프채 쥐는 글’을 자꾸 마주합니다. 요새는 골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얼마든지 노래로 옮길 만합니다만, 이 책에 흐르는 ‘골프채 쥔 이야기’는 하나부터 끝까지 겉멋을 지나치게 부립니다. 남한테 자랑하려고 골프채를 쥐나요? 골프채를 쥐며 논다고 우쭐거리고 싶어 글을 쓰나요? 빗자루부터 쥐고서 마루를 쓸어 보기를 바랍니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말고 맨발로 풀밭에 서서 나비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비오는 날에 맨몸으로 비를 맞으면서 빗물맛을 느껴 보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치레하는 하루가 아닌, 삶이 비롯하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숨결을 처음부터 새롭게 맞아을이는 눈길로 다스리고서 앞길을 내다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엄마는 찾지 않는데 / 기억에도 없는 엄마를 아이는 왜 찾는 것일까 // 남의 일처럼 건조하게 물으면서 / 내 마음을 다독거린다 (진료실에서/23쪽)


꽃 다칠까 / 연습장에 가서 영점 조정하듯 / 샷을 벼르고 나간 골프장 // 저공비행하는 나비를 피해 / 높게 띄워 보내는 골프공 // 나무들 연두빛 레이스 옷 들출까 / 봄바람처럼 스윙을 한다 // 여린 새싹 다치지 않게 / 몇 번의 궁리 끝에 내려친 / 골프채에 묻어 있는 / 봄의 연둣빛 피부 (봄의 골프/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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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야!
최명란 지음, 정은영 그림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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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동시읽기 2021.9.27.

노래책시렁 203


《해바라기야!》

 최명란

 창비

 2014.3.1.



  큰고장에서 나고자라는 아기를 안고서 걷습니다. 이 아기는 두리번두리번하다가 “저기 자동차.” 하더니 “저기 자동차 간다.” 하고 말합니다. 아기 어버이는 부릉이를 몰고, 아기 어버이가 사는 잿빛집에는 부릉이가 가득할 뿐 아니라, 잿빛집 둘레에도 언제나 부릉이가 넘실거립니다. 가만 보면 오늘날 아이어른 모두 부릉이한테 둘러싸입니다. 사람이 걸을 길은 매우 좁을 뿐 아니라, 거님길에 올라선 부릉이마저 수두룩합니다. 아기가 내내 ‘자동차’란 낱말을 읊을 만합니다. 아기를 안고 나무 곁에 서서 함께 줄기를 쓰다듬으며 “여기 나무.” “여기 줄기.” “여기 들꽃.” “여기 작은나무.” 하고 자꾸 말을 겁니다. 드디어 아기는 “저기 나무.” 하다가 “저기 나무 있다.” 하고 말합니다. 《해바라기야!》를 읽다가 오늘날 숱한 아이들이 바라보면서 눈망울에 담고 생각으로 심는 모습에 쓸쓸합니다. 노래꽃조차 이렇게 서울스럽기만 해야 할까요. 노래꽃조차 아이들한테 삶을 노래하는 길을 못 밝혀도 될까요. 노래꽃조차 틀을 세우고 짜증을 부리고 시샘을 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심어도 될까요. 아이들을 서울에 가두어 부릉이랑 잿빛집이란 높은 울타리로 막아버린 어른부터 스스로 ‘노래라는 꽃’을 잊거나 잃었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나비는 배고파 꽃밭으로 가고 / 자동차는 배고파 주유소로 가고 / 나는 배고파 라면 먹으러 간다 (희망사항/16쪽)


온다는 말도 없이 / 전화도 없이 / 문자 한 통도 없이 (소나기/32쪽)


너, 왜 그러냐? / 왜 만날 넘어다보는 거냐? / 또 커닝하는 거냐? / 동그란 얼굴에다 / 그렇게 총총 많이 받아써 놓고는 (해바라기야!/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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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가 평화다 - 사드배치 철회 성주촛불투쟁 200일 기념 시집 한티재시선 9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외 지음 / 한티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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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198


《성주가 평화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대구경북작가회의·성주문학회

 한티재

 2017.1.28.



  어쩐지 갈수록 이 나라는 여러 목소리가 억누르는구나 싶습니다. 이켠하고 저켠을 갈라서 어느 켠에 이바지하려는 목소리가 아니다 싶으면 동강내거나 토막치려는 칼부림이 판칩니다. 이른바 ‘윤미향 보호법’까지 ‘그들 밥그릇’을 움켜쥐려고 내놓는 판이나, 이를 나무라는 ‘왼날개 목소리’는 아직 못 듣습니다. ‘4대강 사업’을 그토록 나쁘다고 외친 ‘푸른모임(환경단체)’ 가운데 ‘200조 원을 웃도는 해상태양광·풍력발전’을 꾸짖는 목소리도 못 듣습니다. ‘해상태양광·풍력발전’은 ‘갯벌·철새’하고 나란히 못 갑니다만, 왜 입을 꾹 다물까요? 《성주가 평화다》가 들려주는 목소리는 이 땅을 아름다이 지키고픈 마음에서 비롯했을 텐데, 어쩐지 목소리만 맴돌지 싶습니다. 노래님(시인)은 성주 같은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쓸까요?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잿빛집(아파트)에 깃들고 부릉이(자동차)를 몰고 이야기꽃(강의)을 자주 나가 목돈을 벌다가 이런 글을 쓸까요? “성주만 평화”이지 않습니다. “신안도 평화”요 “고흥도 평화”일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도 평화”입니다. 신안 갯벌을 비롯해 온나라 갯벌을 망가뜨리는 ‘그린뉴딜 마피아’를, 고흥 갯벌을 죽이는 ‘무인군사드론 시험장 커넥션’도 쳐다보십시오.


ㅅㄴㄹ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 퍼붓는 빗속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안 되는 것이냐 //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 손에 손을 잡고 해방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이냐 (저 아가리에 평화를!-김수상/39쪽)


그러나 참교육 시를 쓰고 전교조로 학교서 쫓겨나자 / 속이 상한 아버지가 한밤중에 술에 만취해 / 밭둑 베고 하늘의 별을 보며 세상을 한탄하던 곳 / 아직 구순의 노모가 정정하게 살아 계시는 곳 (사드여, 미국 본토로 가라-김용락/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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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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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199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이정록

 사계절

 2020.11.30.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2011년부터 살며 늘 시골버스를 탑니다. 저는 부릉이(자가용)를 안 거느리거든요. 첫무렵에는 작은아이 천기저귀를 챙겨서 시골버스를 탔다면, 요새는 이 시골버스에서 느긋이 책을 읽고 노래꽃(동시)을 씁니다. 읍내를 다녀오는 버스길은 오롯이 저한테 마음을 기울이는 한때입니다. 시골 읍내조차 배움터 어귀에는 학원버스가 기다리지만, 면소재지에는 학원버스가 없고, 이 아이들을 태우러 다니는 어버이도 드뭅니다. 다들 시골버스를 타요. 그런데 지난 열 몇 해 동안 “시골버스를 타고다니는 젊은 어버이”를 한 사람도 못 봤습니다. 다 부릉이를 몰 테니까요.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를 읽으면서 “어린이·푸름이가 바라보는 어른은 어떤 모습인 누구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막말을 안 쓰고 상냥하면서 참하게 말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책을 읽거나 노래꽃을 쓰는 어른을 만날까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어른을 만날까요? 골목을 비질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풀꽃하고 속삭이면서 나무타기를 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잠자리하고 나비를 손등에 앉히면서 노는 어른을 만날까요? 어린이·푸름이한테 손전화를 사주지 말고, 이 모든 푸른 숨결하고 느긋이 놀고 노래하는 어른이자 어버이 이웃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오뎅은 어묵이다. / 이천 원에 세 개다. / 짝꿍이 양손에 하나씩 잡고 먹는다. / 돈은 내가 냈는데, 나는 / 하나밖에 먹지 못했다. / 오뎅 더하기 오뎅은 십뎅이! (별명의 탄생/12쪽)


그냥 개구리처럼 자기들끼리 조잘거리는 게 좋아. 입학시험에 필요하다니까 오기 싫어도 오는 거 아니겠어. 여기 오는 이유가 뻔해도 싫진 않아. 진짜 마음이었다면 대학생이 되고 취업한 뒤에도 찾아와야지. 첫 월급 타면 베지밀이라도 들고 와야지. 안 그래? (봉사 활동/72쪽)


재미지게 쓰려는 청소년시도 나쁘지 않지만

재미지게 쓰려는 마음을 줄이고서

같이 놀며 노래하려는 마음이 된다면

한결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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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창비시선 419
박라연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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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201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박라연

 창비

 2018.4.13.



  누구나 배운 대로 살아갑니다. 무엇을 배우느냐는 언제나 대수롭습니다. 아기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을, 덴마크에서 태어나 덴마크말을, 이 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배워서 제 살림으로 녹인 다음에 신나게 씁니다. 배울 적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아요. 스스로 받아들여서 쓰는 길을 생각합니다. 셈겨룸(시험·입시)을 따지는 길을 배움터에서 오래 배운다면 이 셈겨룸하고 얽힌 틀대로 몸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살림을 사랑하는 길을 스스로 즐겁게 배운다면 이 살림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온누리를 바라보고요.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읽으며 오늘날 터전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글을 쓰거나 노래(시)를 짓는 사람은 어떤 삶길을 걸어왔을까요? ‘연애’하고 ‘사랑’은 한참 먼데, ‘짝맺기’를 ‘사랑’으로 엉뚱하게 바라보고 배운 나날이지는 않을까요. 삶은 삶으로 배울 뿐, 책으로는 못 배웁니다. 글은 삶을 마음으로 느껴서 옮길 뿐, 억지로 꾸미거나 짜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낸다면 이렇게 살아낸 나날이 고스란히 글이 되고 노래가 됩니다. ‘시 문학’ 말고 ‘삶을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현대 문학’도 아닌 ‘오늘 나’를 바라보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풀벌레와 새소리가 진 그 옆자리엔 / 이웃집의 아들딸이 피어나고 꽃다운 세상의 / 남매들이 꿈꾸는 / 세상의 밥상엔 공평 의리 사랑이란 / 의미들이 (옆구리/16쪽)


진실한 사람에게 기대어 / 그를 베개 삼아 처음을 보냈다 / 진실한 사람? 사람이 어떻게 진실할 수 있나요? / 그러해도 살아남을 수 있나요?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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