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아리랑
박상률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22


《진도아리랑》

 박상률

 한길사

 1991.4.30.



  오랜 노래 ‘아리랑’은 어떤 말에서 비롯했는지 아직 다 알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리·쓰리·아라리·아리랑·쓰리랑·-랑·고개’ 같은 낱말은 어느 고장 어느 노래에서도 나란히 나올 뿐입니다. 우리말 ‘알’은 ‘알다·앓다’하고 밑동이 같습니다. 알에서 깨어나니 ‘알다’라 하고, 알에서 깨어나려니 ‘앓다’라 합니다. 몸앓이를 하는 일이란, ‘알깨기’이면서 ‘날개돋이·허물벗기·거듭나기’로 여겨요. 그리고 우리말을 곰곰이 보면 ‘가시버시·어버이·암수’처럼 순이(여성)가 앞섭니다. 《진도아리랑》을 읽었습니다. 서른 해 남짓 묵은 글자락은 아직 총칼바람이 서슬퍼렇던 한때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전두환·노태우가 우두머리로 우쭐대던 무렵에도 근심걱정이 없이 하느작거린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무렵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고단하게 억눌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어느 만큼 흐르면 바뀌되, 막상 뼈대는 잘 안 바뀌어요. 진도 같은 시골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갈까요? 전남 고흥이나 보성, 경북 봉화나 영양 같은 시골은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까요? 작은 시골(군 단위)은 군수·군의원·국회의원을 더는 안 뽑아야지 싶은데, 벼슬아치가 확 줄어야 할 텐데, 이런 시골노래는 이제 누가 부르는지요.


ㅅㄴㄹ


고래고래 대들었더니 / 공무집행방해라나 뭐라나 / 그 덕분에 / 읍내 본서로 목포로 / 왔다 갔다 하면서 / 내 생전 처음으로 / 밤 새워 글을 써 봤네 / 진술서인지  / 소설인지. (하천부지―진도 아리랑·19/45쪽)


준근이는 팔뚝이 굵은 친구다 / 팔뚝이 가는 나는 / 겨우 연필이나 들쳐메고 / 셈하며 사는데 / 팔뚝이 굵은 그는 역시 / 국졸 학력으로도 / 굵은 통나무를 다듬어 / 보란듯이 가구를 만든다 (준근이―진도 아리랑·35/78쪽)


누이는 돌아올까 / 혜진이는? / 아직도 / 꿈속의 들녘엔 / 삐비꽃 지천으로 피고 / 보릿대로 피리 불며 / 지겟다리 장단에 / 육자배기 넘실대는데 (기다림 4―진도 아리랑·59/1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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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건다 신생시선 43
이민아 지음 / 신생(전망)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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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56


《활을 건다》

 이민아

 신생

 2015.12.31.



  어린이는 언제나 놀지만 가르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늘 놀면서 배웁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어떻게 일하는지 오래오래 곰곰이 지켜보고서 흉내를 내듯 소꿉을 놀다가 스스로 새롭게 펴는 실마리를 알아차립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들려주는 소리를 귀담아듣고는 말을 깨달아 익힙니다. 이러면서 어른으로서는 생각조차 못 한 낱말을 새록새록 여미어 노래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동시를 읽힐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읊는 모든 말소리는 이미 노래(시)인걸요. 《활을 건다》를 읽고 이내 덮었습니다. 굳이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쓰려고 안 해도 되어요. 다들 ‘시인·시·문학·예술’이라는 이름을 붙들려고 하면서 그만 스스로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집니다. 어린이는 노상 새롭게 뛰고 달리고 놀고 노래하면서 저절로 삶을 빛내어 말빛을 편다면, 어른은 어린이 곁에서 한결같이 기쁘게 사랑으로 일하고 나누고 살림을 펴면 저절로 삶을 갈무리하는 글빛을 펴게 마련입니다. 삶하고 멀기에 말을 자꾸 짜려고 합니다. 살림하고 등돌리기에 글을 자꾸 꾸미려 합니다. ‘문학적 표현’이나 ‘시적 표현’을 모두 걷어낼 적에 비로소 노래(시)가 깨어나면서 온누리에 맑고 맑게 말빛이 번집니다.


ㅅㄴㄹ


나도 한때 당신 곁을 떠난 적 있었지요 / 우레처럼 가고 또 우레처럼 잊힐까봐 / 그림자 따라오던 길마저 지우면서 갔지요 (천둥의 내력/14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전화 속에 오래 머문 그, 이별도 더디 오라고 / 이집트 로제타석처럼 찬란한 부음 새기고 있다 (깨진 액정을 갈다/33쪽)


+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


인기척인가 싶어질 때

→ 기척인가 싶을 때

→ 발자국인가 싶을 때

14쪽


그 흔한 이젤도 없이

→ 흔한 그림판도 없이

→ 흔한 그림틀도 없이

15쪽


밀림 속 아뜰리에 노을 조명 꺼질 때까지

→ 숲 그림집 노을이 질 때까지

→ 숲에서 그림칸 노을이 질 때까지

15쪽


미간도 맞지 않는 가면 뒤에서 숨을 쉬면

→ 눈썹새도 맞지 않는 탈을 쓰고 숨을 쉬면

20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넘치던 말다툼 다독이던 낮은 목소리

→ 넘실넘실 말싸움 다독이던 낮은 소리

33쪽


한밤 내 쿨럭쿨럭 태반처럼 흘렸던가

→ 한밤 내 쿨럭쿨럭 배꼽줄처럼 흘렸나

38쪽


서른 해 행적 속에 눈물의 길을 찾아

→ 서른 해 발걸음에 눈물길을 찾아

→ 서른 해 걸으며 눈물길을 찾아

57쪽


한 가게, 속 저린 애정사 점묘화로 돋아오는데

→ 어느 가게, 속 저린 사랑 방울방울 돋아오는데

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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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지음 / 단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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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82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실천문학사

 1999.1.7.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을 돌아보면, 언제나 두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곁님하고 일구는 보금자리를 곱씹으면, 늘 곁님한테서 배웁니다. 어버이나 짝꿍으로서 뭔가 어설프거나 어리석거나 엉뚱한 짓을 벌인 뒤에 “잘못했습니다. 차근차근 뉘우칠게요.” 하고 읊곤 합니다. 느긋이 맡아서 천천히 하면 될 노릇인데,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짊어지느라 몸앓이를 하거나 드러눕고 말아요. 언제나 똑같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찬찬히 다스리면 되어요. 더 느슨히 이야기를 하고, 더 곰곰이 말을 섞고서, 하나씩 돌보면 즐겁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를 스물 몇 해 만에 되읽었습니다. 적잖은 분들은 ‘나라(정부·사회)’를 갈아엎거나 바꿔야 한다고들 외칩니다만, ‘집(보금자리)’을 돌아보고 보듬으면 될 뿐입니다. 나라부터 바로서야 한다고 외치는 분이 많습니다만,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아보면, 나라는 저절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받을 집을 일굴 노릇이에요. “애 좀 낳아라!” 하고 읊는들 애를 낳을까요? 아니지요. 어버이로서 사랑집을 가꾸면, 어린이는 자라고 자라서 스스로 아이를 낳아요. 길은 모든 살림집에 수수하게 있습니다.


ㅅㄴㄹ


값비싼 안주가 / 값비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고 / 값싼 안주가 / 값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다 / 닭똥집에 소주 마시고 / 취한 날이거나 / 소고기에 맥주 마시고 / 취한 날이거나 /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 그리움이 되는 건 / 우리들의 사랑이었다 (우리들의 사랑 1/11쪽)


한 마리 천 원 하던 고등어가 / 한 마리 오백 원으로 값이 떨어지면 / 집집마다 고등어 굽는 냄새 / 화장실 문을 열면 / 아랫집 고등어 굽는 냄새 (내가 사는 곳/21쪽)


어젯밤에도 / 밤늦도록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 깊이 잠들지 못하고 울고 있던 아이들을 바라보니 / 나는 큰 죄인이 되어버립니다 // “영교야, 울지 말거라 / 오늘은 아빠 잔업 않고 일찍 올 테니” / 애써 타일러보지만 / 모기 소리만 하게 “예”라고 대답하는 말에 / 잠시 마음이 놓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맞벌이 부부의 일기/1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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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문학동네포에지 45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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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13.

노래책시렁 37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2.15.



  살아가는 ‘길’은 고스란히 살아가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가는 길을 그대로 담습니다. 걷는 사람은 걷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쇳덩이(자동차)에 몸을 싣는 사람은 쇳덩이 마음으로 흘러갑니다. 이곳으로 가기에 좋지 않고, 저곳으로 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다 바꿀 수 있어요. 늘 쇳덩이를 몰더라도 언제나 반짝반짝 아름눈길일 수 있고, 쇳덩이를 조금 몰거나 탈 뿐이지만 길든 굴레나 수렁에 확 잠길 수 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반짝이는 별빛이라는 길이라면, 별빛마음이에요. 그러나 둘레에 사로잡히거나 휩쓸리는 길이라면, ‘길들면서 길든 줄 모르는 넋잃는 마음’입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읽으면, 노래님 스스로 얼마나 아픈가를 사뭇 느낄 만합니다. 그러나 아프거나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우리는 아프거나 앓기에 알아갑니다. ‘아프다·앓다’하고 ‘알다·알·알차다’는 말밑이 같아요. 아프거나 앓지 않는 이는 알아가지 않아요. 아픈 적 없는 이는 알에서 안 깹니다. 흠씬 앓기에 온누리를 알아보는 눈을 새롭게 뜹니다. 허수경 님이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려고 앓던 길에, 조금씩 가장자리로 걸어갔다면, 모든 끝이란 늘 처음인 줄 알아차렸을 텐데 싶더군요.


ㅅㄴㄹ


장님인 시절 장님의 시절 술 마시는 곳 기웃거리며 술병 깨고 손에 피를 흘리며 여관에서 혼자 잠, 여관 들어선 자리 밑 미나리꽝 맑은 미나리순이 걸어들어와 저의 손으로 내 이마를 만지다. (아픔은 아픔을 몰아내고 기쁨은 기쁨을 밀어내지만/10쪽)


덜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덜 자라 이 거리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아이들의 가슴에 든 지폐는 영혼을 팔아 바다를 사고 적막한 눈을 감고 바다는 오 오 거리에서 팔던 오뎅국물처럼 졸아든다.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16쪽)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 모깃불을 안고 퍼런 전파를 보다가 진짜 전장으로 가버린 남자들 /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옷을 벗고 춤을 추었다 / 춤을 추다가 가끔 아편을 맞기도 했다 (검은 노래/47쪽)


+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


어느 날 죽은 이의 결혼식을 보러 갔지요

→ 어느 날 죽은 이 꽃잔치를 보러 갔지요

8쪽


자궁만이 튼튼한 신부는 신랑의 심장자리에 자신을 밀어넣었습니다

→ 아기집만이 튼튼한 각시는 곁님 가슴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 알집만이 튼튼한 꽃짝은 곁짝 마음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8쪽


새들은 아직 심장을 가지고 있나

→ 새는 아직 가슴이 있나

→ 새는 아직 마음이 있나

12쪽


날아오르는 것들의 존재를 믿을 수 없는 것처럼

→ 날아오르는 모두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아이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빛을 믿을 수 없듯

12쪽


자전하는 지구에서 태어난 나

→ 맴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 쳇바퀴 별에서 태어난 나

→ 스스로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13쪽


늙은 가수는 자선공연을 열고 무대에서

→ 늙은 노래꾼은 나눔잔치 열고 자리에서

22쪽


미라들이 박물관 지하에 있다

→ 덧주검이 살림숲 땅밑에 있다

33쪽


집 앞에 고물상이 있네

→ 집 앞에 넝마집이 있네

→ 집 앞에 마병집이 있네

→ 집 앞에 헌살림집이 있네

41쪽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 사내를 따라 싸움터로 나간 가시내는

→ 돌이를 따라 싸움판으로 나간 순이는

47쪽


나의 고아들은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들 것이다

→ 울 외톨박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 우리 외톨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잔다

57쪽


해초를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찬송가를 부른다

→ 미역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기쁨노래 부른다

→ 바다풀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꽃노래 부른다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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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창비시선 414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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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12.

노래책시렁 373


《하동》

 이시영

 창비

 2017.9.15.



  그제 이른아침에 여수에서 시외버스를 내리는데, 늙수그레한 아재는 바로 앞에서 담배부터 꼬나물고서 불을 붙입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내 시끄럽게 전화를 하던 아재는 길에 하얗게 담배김을 피웁니다. 고흥 버스나루는 2023년에도 버스일꾼에 싸울아비(군인)에 할배에 아재가 담배굴을 이루고, 이따금 아가씨도 담배김을 피워요. 우리나라 버스나루 가운데 고흥처럼 마구 담배를 태우는 데를 못 봤으나, 여수도 비슷합니다. 《하동》을 읽었습니다만, 하동이란 고장이 어떤 빛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하동이라는 고장이 지나온 자취를 엿볼 수조차 없습니다. 어렵게 말하면 ‘관념 + 기교 + 문학수사 + 추억 + 연민 + 허세’일 테고, 쉽게 말하면 ‘삶이 없다’입니다. 글쓴이가 보여주는 모습은 ‘삶’이라기보다는 ‘허울’입니다.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삶’이라 하지 않습니다. 꿈을 사랑으로 그리지 않고서 쳇바퀴를 돌거나 이쁘장하게 치레하거나 꾸미거나 속이는 몸짓은 ‘허울’입니다. 할배 나이가 되어서까지, 어릴 적 옆집 ‘여고생 머리카락하고 몸에서 나던 향긋한 냄새’를 떠올리는 글이란, ‘고은 성추행 시’하고 뭐가 다를까요? 하나도 안 다르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글이 우리나라 ‘작가회의’요 ‘원로작가’ 민낯입니다.


ㅅㄴㄹ


어느 아랍의 국기 같은 초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저 달을 보며 길 떠나는 누군가가 이 세계에 있다 (극점/31쪽)


가방 들고 걷던 전주여고생. 3년 동안 이웃에 살면서도 단 한마디 나눠본 적 없지만 나는 눈 감고도 누나가 지금쯤 어디를 지나는지 훤히 알 수 있었지 ……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서두르다가 그만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향긋한 머릿내였던가. 순간 시자 누나가 내 몸에 엎어지며 풍기던 뜨겁고 알싸한 그 내음새는. (시자 누나/50, 51쪽)


+


《하동》(이시영, 창비, 2017)


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 냇가에 나무 두 그루가 섰다

→ 둔치에 나무 두 그루가 있다

11쪽


이호철 선생 댁 세배를 다녀오던 길이었을 것이다

→ 이호철 님 집에 절을 다녀오던 길이다

→ 이호철 어른한테 절을 다녀오던 날이다

16쪽


고라니가 파놓은 흙 위에

→ 고라니가 파놓은 흙에

→ 고라니가 판 흙더미에

21쪽


뜨거운 눈 속을 뚫고 솟구쳐오른 파 대가리

→ 뜨거운 눈을 뚫고 솟구쳐오른 파 대가리

24쪽


초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눈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웃는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31쪽


떠나는 누군가가 이 세계에 있다

→ 떠나는 누가 이곳에 있다

→ 떠나는 이가 여기에 있다

31쪽


설치류들의 핏빛 흔적이 자욱하다

→ 생쥐 핏빛이 자욱하다

→ 쥐가 남긴 핏빛이 자욱하다

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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