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웅진 세계그림책 140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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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2



새 모자를 꿈꾸는 마음

―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1.9.23.



  옷은 한 벌이어도 넉넉합니다. 한 벌 있는 옷을 아껴서 입을 줄 알면, 한 벌로도 얼마든지 넉넉하게 지냅니다. 두 벌이나 세 벌쯤 있어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열 벌이나 스무 벌이 있기에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한두 벌이나 서너 벌이라고 해서 모자라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스무 벌이나 쉰 벌이 있어도 모자라요.


  내 주머니에 돈이 가득가득 넘쳐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내 삶이 넉넉할 때에 언제나 넉넉합니다. 내 주머니가 아닌 내 마음에 사랑이 넉넉할 때에 비로소 삶이 넉넉합니다.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한 푼조차 없더라도 걱정하지 않아요. 군것질을 못 하니 걱정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말 한 마디만 들려주면 돼요. 어머니 저것 먹고 싶어요, 또는 아버지 저것 먹을래요, 이렇게 말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장난감을 갖고 싶을 적에도 말 한 마디만 하면 돼요. 다만, 으앙 울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 지나가는 도토리들에게 소리쳐 보지만, 다들 이렇게 대답할 뿐이에요. “모자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 “구멍난 것도 아닌데, 뭘.” ..  (3쪽)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넉넉합니다.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넉넉하기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활짝 웃으면서 놀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어른들은 주머니에 돈이 가득해도 모자랍니다. 아직 마음이 안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 누구나 어린이로 살았지만, 막상 이녁이 어릴 적에 ‘돈 한 푼 없이’ 넉넉한 마음이 되어 신나게 뛰놀던 삶을 되새기지 못하기에, 자꾸 모자란 삶이 되고 말아요.



.. “그냥 여기에 가게를 차려 볼까?” 수리의 말에 키토리와 톨이가 찬성했어요. “좋아. 큰 도시에 사는 손님들이 지나가다 볼지도 몰라.” 셋은 조금 기운이 났어요 ..  (9쪽)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웅진주니어,201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도토리 마을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토리 마을에서 태어난 ‘예쁜 도토리’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스스로 살림을 가꾸는 어른이 됩니다. 젊은 도토리 셋이 모여서 모자 가게를 마련합니다. 도토리는 모두 ‘모자’를 쓰지요. 이 모자를 알뜰살뜰 지어서 모자 가게를 차렸는데, 막상 도토리 마을에서 이 모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모두 한 마디를 해요. ‘우리 머리에 모자가 하나 있는’데 굳이 새 모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해요.



.. “아기 쥐들이 똑같은 모자를 쓰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텐데…….” 이상하게 생각한 도토리 삼총사는 몰래 쥐들을 뒤따라갔어요. 아기 쥐들이 버려진 물감을 주워 모자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모자가 점점 예뻐졌어요. 도토리 삼총사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  (16쪽)




  시골자락에 있는 도토리 마을 세 젊은이는 시골을 떠나기로 합니다. 도시로 가서 모자를 팔아 보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어수선한 도시로 모자 수레를 끌고 갑니다. 사람과 자동차 눈에 안 뜨이게 조용조용 길을 갑니다.


  이윽고 도시 한켠 공원에 닿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도시 도토리 마을’을 찾지 못합니다. 한참 헤매다가 공원 한쪽에 조그맣게 모자 가게를 열어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손님도 많으리라 여겼는데, 정작 도시에서도 손님은 없습니다. 시무룩한 세 도토리는 끙끙 앓는데, 어느 날 ‘쥐 손님’이 찾아와요. 쥐 손님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감을 주워서 ‘세 도토리가 만든 모자’에 ‘새로운 옷’을 입힙니다. 세 도토리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는 옳지 하고 무릎을 칩니다.



.. 도토리 삼총사는 두근두근 모자를 가게에 진열했어요. 그러자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어요 ..  (24쪽)




  세 도토리는 쥐를 흉내내지 않습니다. 쥐가 모자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배웁니다. 도토리한테는 모자가 하나씩 있으면 넉넉하지만, 가끔 새로운 모자를 써도 삶이 즐겁거나 기쁠 수 있는 줄 알아차립니다. 모자를 많이 팔려는 생각이 아니라, 모자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과 손길로 삶을 기쁘게 지으려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새와 벌레와 온갖 숲동무한테 모자를 나누어 주고는, 새 등에 올라타고 시골자락 도토리 마을로 돌아와요. 시골자락에서 세 도토리는 모든 도토리한테 사랑받는 새로운 모자를 신나게 짓습니다. 도토리 마을 도토리들은 저마다 알록달록 어여쁜 모자를 하나씩 장만하면서, 삶을 새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쁨을 누립니다.


  옷이든 모자이든 여러 벌 있을 까닭은 없습니다. ‘여러 벌’이 아니라 ‘새롭게 웃고 즐길 옷이나 모자’가 있으면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장난감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장난감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아끼고 보듬으면서 사랑스레 누릴 수 있는 장난감이 있으면 됩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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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하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5
팻 허친스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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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5



사냥꾼은 언제나 하나

― 사냥꾼 하나

 팻 허친스 글·그림

 홍연미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6.12.16.



  여기 사람 하나 있습니다. 사람 하나는 맨손입니다. 두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습니다. 사람 하나는 아직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고요히 있는 사람 하나는 바람을 살며시 마십니다. 바람을 마시니까 산 목숨입니다. 바람을 안 마신다면 죽은 몸이겠지요.


  살며시 바람을 마시며 가만히 있는 사람 하나가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이야기 하나를 그립니다. 바야흐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스스로 떠올려서 이야기로 빚은 생각이 마음에 씨앗으로 깃들면서 비로소 눈을 뜹니다. 눈을 떠야 할 까닭이 생겼습니다. 마음에 그리는 생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 사냥꾼 하나 ..  (3쪽)




  눈을 떠서 움직이는 사람은 슬기롭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서 움직이기는 하되,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못하고 누군가 어떤 일을 시켜 주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슬기롭게 사랑하려는 사람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합니다. 굳이 다른 사람이 저한테 어떤 일을 시키도록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일을 시켜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드디어 누군가를 만나서 심부름을 합니다. 저한테 일을 한 가지 맡져 주어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고맙다고 여깁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몸을 움직여 일을 찾는 사람은 슬기롭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짓는 모습입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어리석거나 바보스럽습니다. 제 생각이 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인데, 남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니 제 뜻이나 마음이 없어요. 스스로 기쁜 일인지 새로운 일인지 살피지 못한 채, 그저 허수아비나 꼭둑각시처럼 움직입니다.


  ‘움직임’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같아 보이지만, ‘삶’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다릅니다. 한 사람은 언제나 웃으면서 삶을 짓고, 다른 한 사람은 웃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쳇바퀴를 돕니다.



.. 앵무새 열, 뱀 아홉, 원숭이 여덟, 악어 일곱, 호랑이 여섯, 영양 다섯, 타조 넷, 기린 셋, 코끼리 둘 ..  (22∼23쪽)




  팻 허친스 님 그림책 《사냥꾼 하나》(시공주니어,1996)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숫자’와 ‘이름’과 ‘모습’과 ‘흐름’을 헤아리도록 돕는 예쁜 길동무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세면서, 내 둘레 삶과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도록 도와줘요.


  이러면서 ‘언제나 하나’인 사람이 사냥꾼 차림으로 나와요. 굳이 사냥꾼을 안 그려도 되는데, 팻 허친스 님은 일부러 사냥꾼을 그립니다.


  왜 사냥꾼을 그렸을까요? 구태여 사냥꾼을 그려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사냥꾼을 부러 그려서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사냥꾼 하나와 숲짐승 아홉 가지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떤 삶과 사랑과 꿈을 헤아릴 만할까요?



.. 그리고 사냥꾼 하나 ..  (24쪽)




  총을 든 사냥꾼은 마치 무엇이든 다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라리면서 달립니다. 옆도 둘레도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립니다. 숲짐승은 이런 사냥꾼을 재미있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봅니다. 아홉 가지 숲짐승이 모두 사냥꾼 하나를 바라봅니다. 사냥꾼 하나는 아무 숲짐승도 안 나오는 숲을 애써 달리다가, 어쩐지 뒷통수가 가려워서 문득 뒤를 한 번 돌아봅니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지요. 사냥꾼 혼자서 몰랐을 뿐, 다른 숲짐승은 내내 사냥꾼을 지켜보았어요. 이제 사냥꾼은 화들짝 놀라서 총도 안경도 모두 내팽개친 채 꽁무니를 뺍니다. 불이야 하고 외치면서 내빼지요.


  어리석게 총을 들고 숲으로 들어온 사냥꾼은 그야말로 어리석습니다. 숲짐승이랑 숲동무가 되려는 마음으로 숲에 들어왔으면, 이 사람은 놀랄 일이 없어요. 총이 아니라 따순 손길로 숲동무를 사귀려 했다면, 이 사람은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온갖 숲짐승하고 어깨동무를 했겠지요.


  어리석은 사람은 늘 하나입니다. 슬기로운 사람도 늘 하나입니다. 바로 내가 어리석고, 다른 사람 아닌 내가 슬기롭습니다. 이 지구별 아이들은 언제나 어리석게 쳇바퀴 도는 삶에 얽매인 채 자랄 수 있습니다. 이 지구별 아이들은 늘 아름답고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럽게 자랄 수 있습니다. 자,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길을 갈 때에 즐거울까요? 4348.4.1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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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여자아이
천롱 지음, 안명자 옮김 / 청년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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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4



착한 아이와 흰머리

― 긴 머리 여자아이

 천롱 글·그림

 안명자 옮김

 청년사 펴냄, 2005.10.31.



  천롱 님이 빚은 그림책 《긴 머리 여자아이》(청년사,2005)를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옛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고, 참말 있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옛이야기입니다.


  중국 어느 멧골자락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일 수 있으며, 중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베트남 시골자락에서도 내려오는 이야기일 수 있어요. 고장마다 모두 이러한 이야기가 내려오는데 이를 못 깨달을 수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를 찬찬히 갈무리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 사슴 한 마리가 사나운 들개들한테 쫓겨 달려왔어. 여자아이는 힘껏 고함을 쳐서 들개들을 쫓아 버렸지. 그리고 겁에 질린 사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달래 주었어. “고마워, 넌 참 친절하구나.” 사슴이 말을 하자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어 ..  (9쪽)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난날에는 가시내만 ‘긴머리’이지 않습니다. 지난날에는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긴머리입니다. 임금님이 끌어들여서 싸울아비로 부리는 사내는 머리카락을 짧게 밀리고, 임금님이 세운 감옥에 갇히는 사람도 머리카락을 짧게 밀립니다. 그러나, 여느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면서 삶을 짓는 사람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어요. 따로 자르거나 깎지 않습니다.


  가만히 헤아리면, 긴머리가 아닌 짧은머리나 빡빡머리인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드뭅니다. 머리카락이 잘린 사람은 ‘위(권력자)’에서 시키는 일을 고스란히 따르는 허수아비나 꼭둑각시 노릇을 해요. 싸움터에서 칼받이나 창받이나 총알받이가 되는 사람들을 보셔요. 억지로 머리카락이 밀리지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군대에 끌려가는 사내는 머리카락을 박박 밀려요. ‘스스로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산도깨비의 아들이야. 너는 이 샘물을 마음껏 써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로 알려줘서는 안 돼. 그럼 우리 아빠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  (15쪽)




  그림책에 나오는 ‘긴머리’ 가시내는 걱정과 근심이 쌓여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셉니다. 나이가 아직 많이 어린데 ‘긴머리’가 ‘흰머리’로 바뀌어요. 온갖 근심과 걱정으로 머리카락이 그만 모두 세고 말아요. 사슴을 도와주면서 골짜기 샘물을 하나 알았는데, 이 샘물을 마을에 알리면 안 된다는 멧도깨비 말 때문에 근심과 걱정이 쌓였거든요.


  긴머리 가시내는 마음이 착합니다. 참다운 길을 걸으며 삶을 짓는 아이입니다. 이리하여, 더는 두고보지 못하고 골짜기 샘물을 마을에 알려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제 몸을 멧도깨비한테 바치기로 해요.


  다른 사람은 이를 하나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은 긴머리 가시내가 끙끙 앓는 까닭을 몰라요. 말할 수 없는 이야기요,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었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허둥대는 동안, 여자아이는 바람에 실려 아주 멀리 날아가 버렸어 ..  (24쪽)




  마음이 홀가분한 사람은 머리카락이 눈부시게 휘날립니다. 마음이 따스한 사람은 머릿결이 더없이 곱습니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머리카락에 싱그러운 빛이 돕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은 머릿결이 비단과 같습니다.


  아이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 참으로 부드럽습니다. 아이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 상큼한 냄새가 퍼집니다. 걱정이나 근심을 쌓지 않고 기쁨과 웃음을 온몸으로 담는 아이들은 모두 예쁘며 사랑스러워요.


  어른도 마음에 기쁨과 웃음을 담으면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마음이 무겁거나 처지거나 근심으로 어지러우면 모두 어둡고 슬픕니다.



.. 사슴은 여자아이 모습과 닮은 돌 인형을 가져왔어. “자, 네 긴 머리카락을 잘라 이 인형 머리에 붙여. 그리고 인형을 시냇물에 담가 두면 우리 아버지는 네가 누워 있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 ..  (33쪽)




  그림책에 나오는 긴머리 가시내는 머리카락을 내놓기로 합니다. 옛사람한테는 머리카락이 목숨과 같았을 텐데, 긴머리 가시내는 머리카락을 박박 밀어요. 이러고 나서 이 머리카락을 돌 인형에 붙입니다. 인형을 짐짓 꾸민다고 할 텐데, 돌 인형은 긴머리 가시내 머리카락을 받으면서 멧도깨비 마음을 달래 줍니다. 긴머리 가시내는 하얗게 세고 만 머리카락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마음에 얹혔던 응어리를 풀 수 있고, 이제 짐을 모두 내려놓았으니 바야흐로 새 머리카락이 돋아요. 앞으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니, 온통 사랑이요 꿈인 새까만 머리카락이 돋습니다. 새까만 머리를 흩날리면서 노래를 하고, 까맣디까만 머리를 아끼면서 사랑을 나눕니다. 4348.4.1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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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소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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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3



착한 마음으로 비는 꿈 하나

― 까마귀의 소원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마루벌 펴냄, 1996.2.25.



  나는 내 동무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모릅니다. 내 동무는 그저 동무입니다. 나를 동무로 여기는 이웃은 내가 잘생겼다고 여길까요, 아니면 못생겼다고 여길까요? 모릅니다. 하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생각할 수 있어요. 겉모습을 보거나 따지려 한다면, 나와 너는 서로 동무가 못 됩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돈(재산)을 놓고 따져도 서로 동무가 못 됩니다. 이름값이 높거나 낮은가를 놓고 따져도 서로 동무가 못 됩니다. 힘이 센가 여린가를 놓고 따져도 서로 동무가 못 되어요.


  동무라고 한다면 마음으로 사귀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동무가 되려면 마음으로 만나서 아낄 수 있는 숨결이어야 합니다. 동무로 지내는 사람은 함께 웃고 노래하면서 삶을 짓습니다.



.. 까마귀는 한숨을 쉬었어요. “아니야, 난 그런 멋진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단다. 낡아빠진 이 깃털 좀 보렴. 게다가 선물 살 돈도 없고. 같이 갈 친구조차 없거든.” “저와 제 친구들과 함께 가요.” “고맙다, 밍크야.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정말 갈 수가 없구나.” ..  (5쪽)




  마음은 착하지만 겉모습을 따진다면 어떤 삶이 될까 궁금합니다. 마음은 안 착하지만 겉모습을 안 따진다면 어떤 삶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마음이 착하면서 겉모습을 안 따진다면 참으로 아름답겠지요. 마음이 안 착하면서 겉모습만 따진마녕 여러모로 그악스럽겠지요.


  우리는 누구하고 동무로 지낼까요? 나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서 이웃하고 동무로 지내는가요?



.. “생쥐야, 왜 그러니?” “내일이 주머니쥐 생일인데, 전 갈 수가 없어요. 모두들 짧은 제 꼬리를 보고 놀릴 거예요.” “저런! 그만 울고 이걸 받으렴.” 까마귀는 별가루 상자를 열었어요 ..  (14쪽)





  하이디 홀더 님이 빚은 그림책 《까마귀의 소원》(마루벌,1996)을 읽습니다. 한국말로 나온 지 제법 된 그림책입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림책 가운데 하나요,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으로 손꼽힙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까마귀’는 여리거나 가여운 동무를 아낍니다. 어려워 하는 동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늙은 까마귀로서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돕습니다. 제 밥그릇이나 보람을 살피지 않으면서 도와요. 기꺼이 돕고, 따사로운 마음으로 도우며, 기쁘게 돕습니다.


  다만, 까마귀는 동무와 이웃을 도우면서 마음이 늘 허전해요. 틀림없이 기쁜 일이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삶이지만, 늙은 까마귀 마음을 짓누르는 아픔이 한 가지 있습니다.



.. 마지막 남은 별가루를 받아 쥔 토끼 아가씨는 행복하게 집으로 뛰어갔어요. 까마귀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까마귀는 이제 텅 빈 상자를 선반에 올려놓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  (20쪽)




  늙은 까마귀는 ‘늙음’ 때문에 스스로 괴롭습니다. 늙은 까마귀는 이제 짝꿍도 없이 홀로 지내는 터라, 아무도 저랑 동무가 되어 주지 못 하리라 지레 생각합니다. 여러 동무와 이웃이 까마귀와 함께 놀자고 부르지만, 늙은 까마귀는 자꾸 스스로 깎아내립니다. 스스로 늙고 못생겼다고 말하면서 뒤로 빼거나 손사래칩니다.


  늙은 까마귀는 왜 동무와 이웃이 저를 바라보는 마음을 안 읽으려고 할까요? 다른 동무와 이웃은 늙은 까마귀를 바라보면서 ‘늙었다’거나 ‘못생겼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살가운 동무와 이웃으로 여깁니다. 함께 놀기를 바라고, 함께 웃기를 바라며, 함께 노래하기를 바라요.


  이와 달리 늙은 까마귀는 제 ‘겉모습’에 끄달립니다. ‘늙고 꾀죄죄해 보인다’는 생각에 스스로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씌운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스로 가둔 쇠창살에서 허덕입니다.



.. 숨을 죽이고 까마귀는 그 별가루 한 알을 집어 베개 밑에 넣었습니다. “이것으로 될까? 아! 별가루야, 내 소원을 이루어 주렴. 나를 다시 젊고 활기찬 새로 만들어 주렴.” ..  (27쪽)



  늙은 까마귀는 아주 착합니다. 다만, 스스로 제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할 뿐 아니라, 동무와 이웃이 서로 아끼려는 마음조차 못 읽지만, 늙은 까마귀는 아주 착해요. 그래서, 이 착한 마음에 선물이 찾아들고, 이 선물은 늙은 까마귀가 스스로 얽매이면서 붙잡으려고 하는 실타래를 풀어 줍니다. 늙은 까마귀는 젊음을 한 번 되찾아요.


  자, 이제 젊은 까마귀가 되었으니까 동무나 이웃 앞에서도 떳떳할까요? 젊은 까마귀는 아무 거리낌이 없이 신나게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날아다닐 만할까요? 그러면, ‘젊어진 까마귀’는 ‘늙은 이웃 까마귀’를 만나면 어떤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늙은 이웃 까마귀더러 그대도 젊어지라고 말할까요? 늙은 모습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늙고 지치거나 못생긴 이웃이나 동무한테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어깨를 겯고 기쁘게 노래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림책 《까마귀의 소원》은 ‘마음 착한 숨결’이 받는 선물을 사랑스레 보여줍니다. 다만, 마음 착한 숨결은 보여주되 ‘속마음을 읽는 따사로운 사랑’까지 차근차근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이 대목까지 건드리면서 환하게 밝혔다면 훨씬 아름다운 그림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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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야 안녕?
뻬뜨르 호라체크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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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1



밥 달라고 노래하는 작은 새처럼

― 작은 새야 안녕?

 뻬뜨르 호라체크 글·그림

 편집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5.9.1.



  작은 새가 아침을 열면서 노래합니다. 우리는 새를 바라보며 ‘작은 새’라고 흔히 말하는데, 새는 작지도 크지도 않습니다. 사람 몸뚱이에 대고 따지니까 ‘작은 새’인 듯이 보일 뿐입니다. 아무튼, ‘작은 새’는 작은 날개를 파닥파닥 놀리면서 아침을 엽니다. 둥지에서 새로 깨어나 자라는 ‘어린 새’한테 먹이를 찾아 주러 마실을 다녀야 하거든요.


  어린 새는 어미 새한테 얼른 밥을 달라고 외칩니다. 어린 새가 외치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작은 둥지에서 작고 어린 새가 노래합니다. 가만히 보면, 둥지도 새 크기마냥 작습니다. 그러나, 새한테는 꼭 알맞춤한 둥지입니다.


  작은 어미 새는 작은 벌레를 찾습니다. 작은 새이니 큰 벌레를 잡을 수 없어요. 작은 새한테는 작은 벌레로 배부르고, 작고 어린 새는 작은 벌레를 받으며 무럭무럭 몸을 키웁니다. 작은 몸으로 작은 노래를 부르면서 작은 하루를 기쁘게 엽니다.



.. 작은 새야, 일어나 ..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더러 밥을 내놓으라고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밥을 내놓습니다. 아이들은 조잘조잘 재잘재잘 함께 놀자고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활짝 웃으면서 함께 놉니다. 아이들은 또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합니다. 무슨 노래를 할까요? 씻겨 달라 노래하고, 새옷을 달라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새옷을 입혀 줍니다.


  이제 어버이는 아이들이 저희끼리 놀도록 하면서 일을 합니다. 무슨 일을 할까요? 밥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흙을 일구는 일을 하며, 빨래를 하는 일을 합니다. 비질과 걸레질도 합니다. 이불도 널고, 온갖 살림을 가꿉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엉켜서 놀다가 어버이가 하는 일을 지켜봅니다. 어버이가 일을 하는 매무새를 흉내내며 소꿉놀이를 합니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노래도 불러요. 아이들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요? 어버이가 여느 때에 부르는 노래를 고스란히 따라서, 새로운 가락과 노랫말을 입혀서 부릅니다.



.. 빨리빨리 집으로 돌아가 ..




  뻬뜨르 호라체크 님이 빚은 작고 도톰한 그림책 《작은 새야 안녕?》(시공주니어,2005)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운 새가 나오는 이 작고 도톰한 그림책을 아낍니다. 즐겁게 읽습니다. 나란히 엎드려서 읽습니다. 푸른 빛깔이 감도는 새처럼 우리 몸도 푸른 빛깔이 감돌겠지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가르며 먹이를 찾는 어미 새처럼, 아이들도 파랗게 눈부신 바람을 타면서 뛰놀 테지요.


  어린 새는 캄캄한 둥지에서 어미 새를 기다립니다. 고요한 둥지에서 기다려요. 아이들도 고요한 방에서 불을 다 끄고 새근새근 잡니다. 밤에는 밤잠을 자고 낮에는 낮잠을 자요. 뛰놀며 지친 몸을 누여서 쉽니다.


  아이들은 꿈나라에서도 놀아요. 우리 집 작은아이는 자면서 입맛을 쩝쩝 다십니다. 깨어나서도 먹고, 꿈에서도 먹나 봐요.


  하루 스물네 시간은 언제나 놀이입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은 모두 노래입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은 한결같이 바람이요 꿈이며 햇살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즐겁게 맞이하는 하루입니다. 저마다 새롭게 열면서 기쁜 웃음으로 어깨동무하는 삶입니다. 밥 달라고 노래하는 작은 새처럼 귀여운 아이들이요, 우리 어른들은 모두 작은 새처럼 노래하면서 자랐고, 사랑받으면서 컸으며, 기쁜 숨결로 아름답게 두 다리로 섰기에 이쁘장한 어버이 구실을 다합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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