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 문지아이들
전미화 글.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7


《미영이》

 전미화

 문학과지성사

 2015.5.20.



  “말 좀 들어.” 같은 말은 참 얄궂다고 느낍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 말이 안 어울린다고 느꼈고, “말 좀 들어 보세요.”라 말해야 하는 자리에 서야 할 적에 제 입에서 흐르는 이 말은 참으로 안 맞다고 느꼈습니다. “말을 잘 듣다.”나 “말을 안 듣다.”도 영 어울리지 않고요. 이 말을 곰곰이 짚거나 씹어 보면, “말을 듣다 = 말을 생각하지 않고서 그대로 따르다 = 길들다 = 종/노예” 같은 얼거리이지 싶어요. 흐르는 말이나 오가는 말이 아닌, 이쪽에서 저쪽으로 보내는 말을 모조리 받아들이라는 뜻이 깃든달까요. 어른들이 흔히 입버릇처럼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하고 읊는데요, 어른은 아이 곁에서 “자, 우리 이야기를 할까?” 하고 아예 낱말부터 말씨를 몽땅 갈아엎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미영이》는 ‘말을 듣고’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말을 해줄 사람’이 곁에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 겪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말없이 사라진’ 이는 ‘말없이 나타났’다지요. 말없는 그 사람한테 ‘아무 말을 할 수 없던’ 미영이라는데, 미영이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지만, 마음을 열고서 한손으로 따스한 숨결을 느낍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라지 않는 소녀 트루디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3
지젤 포터 그림, 어슐러 헤기 글, 김경연 옮김 / 베틀북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6


《자라지 않는 소녀 트루디》

 어슐러 헤기 글

 지젤 푸터 그림

 김경연 옮김

 베틀북

 2003.11.25.



  어른이란 몸이 되면 더 자라지 않는다고 여깁니다만, 어른도 틀림없이 자랍니다. 어른이란 몸이기에 자라지 않는다면 머리카락도 살갗도 세포 하나하나도 어느새 죽어서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에요. 늘 새롭게 자라기에 머리카락이 있고, 살갗이 겉을 감싸며 세포 하나하나가 제구실을 합니다. 키가 껑충하게 자라기도 하고, 키나 몸집이 조그맣다 싶은 크기로 자라기도 합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자랍니다. 키나 몸집뿐 아니라 얼굴도 손발도 참으로 다르게 자라요. 손가락 무늬도 모든 사람이 다르게 자라고, 핏줄이며 눈알도 다 다르게 자란다지요. 《자라지 않는 소녀 트루디》는 ‘자라지 않는’ 트루디란 아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에서 ‘자라지 않는’은 키가 1미터를 넘을까 말까 한 모습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굳이 커다란 몸뚱이가 되지 않을 뿐’인 트루디란 아이가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며 꿈이 자라고 사랑이 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지요. 우리는 무엇이 자라면 즐거울까요? 몸뚱이는 우람하지만 마음이 안 자란다면? 키는 껑충한데 사랑이 안 자란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요? 우리 어른은 또?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바다
쿄 매클리어 지음, 캐티 모리 그림, 권예리 옮김 / 바다는기다란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50


《나만의 바다》

 쿄 매클리어 글

 캐티 모리 그림

 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7.8.31.



  멧골 깊은 곳에서 산다면 바다를 보기 어려우니, 마음으로 바다를 그리기도 어렵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도 바다를 만나기 힘드니, 마음으로 바다를 떠올리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은 멧골이나 복닥거리는 서울에서 살더라도 바다를 만난 적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숨통을 트고 싶어 바다를 그리거나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다는 온누리 뭍을 가만히 둘러싸고서 맑으면서 포근한 기운을 베풀거든요. 바다가 있기에 바람이 일고,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겨서 비를 뿌리고, 바다가 있기에 못목숨이 서로 얼크러지는구나 싶어요. 《나만의 바다》는 오직 나한테 애틋하면서 아름다운 바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요, 내가 보고 싶기에 “내가 누릴 바다”입니다. 내 마음을 채우고 싶기에 “내가 그리는 바다”예요. 바닷물에 손만 담가도 좋아요.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더 좋아요.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 온몸을 맡기면 더욱 좋아요. 바다밑으로 잠겨서 물살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맞아들이면 더더욱 좋고요. 이 바다는 모두 씻어 줍니다. 이 바다는 모두 품어 줍니다. 이 바다는 모두 지켜보고 기다리며 반겨 줍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 쉬는 날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4
차야다 지음 / 북극곰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책으로 삶읽기 541


《아빠 쉬는 날》

 차야다

 북극곰

 2019.8.1.



시간은 참 천천히 가. (5쪽)


아빠, 내 방은 출입 금지야, 알지? … 뭐 특별히 숨기는 건 없어 (13∼15쪽)


아빠, 언제 또 쉬어? (33쪽)



그림책 《아빠 쉬는 날》(차야다, 북극곰, 2019)을 가만히 넘긴다. 모처럼 쉬는 날을 맞이한 아버지는 느즈막하게 일어난단다. 모처럼 쉬는 아버지인 만큼, 아마 집안이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모를 만하기에, 배가 고파도 아무것이나 집어먹는다. 모처럼 쉬는 날을 맞이한 아버지는 집안일을 할 수 있을까? 여느 때에는 너무 바빠서 못했을 집안일이니, 느긋하게 쉬는 날에는 더더구나 생각도 할 수 없을까? 곰곰이 보면 예나 이제나 어버이나 아이 모두 무척 바쁘다. 오늘날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고 손전화를 들여다봐야 해서 바쁘다면, 지난날 아이들은 숙제를 하랴 학교에서 시키는 일을 따르랴 그지없이 바빴는데, 집에서도 맡아야 할 집안일이 수두룩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날 아이들은 ‘따로 내 방이 없이’ 지내곤 했다. 자그마한 집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지냈다. 지난날 바쁜 어버이하고 아이는 늘 얼굴을 마주보면서 바쁜 하루를 지켜보았다. 오늘날 어버이하고 아이는 서로 어떤 사이일까? 우리는 서로 얼굴을 느긋이 볼 틈마저 얼마 안 되도록,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그림책 보물창고 30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5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모디캐이 저스타인

 전하림 옮김

 보물창고

 2007.5.25.



  “달밤에 춤을 춘다”는 말이 있으나 이보다는 “별밤에 춤을 춘다”고 해야 알맞지 싶습니다. 지구 곁에 달이 있고, 햇빛을 받아서 비추는 달빛인 터라 다른 별빛보다 크거나 환하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달이 안 보이는 밤이 제법 길어요. 달은 안 보일 수 있어도 별이 안 보이는 날이란 없습니다. 다만 달빛이라는 남다른 결이 있기에 굳이 ‘달밤춤’을 말할 텐데, 밤마다 뭇별을 마주하는 곳에서 살아간다면 스스럼없이 ‘별밤춤’을 말할 만하지 싶고, 참말로 날마다 별밤춤을 추며 꿈나라로 가면 매우 포근하게 안기다가 날아오르고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에 나오는 캐롤린다는 아마 ‘달아이’나 ‘별아이’이지 싶습니다. 아스라이 먼 옛날 큰님(거인)은 달님을 그리다가 그만 스스로 슬픔에 잠겨서 쓰러지고, 큰님 몸이 고스란히 이 별에서 숲이 되었다고 해요. 큰님은 슬픔더미가 되어 쓰러졌다지만, 이 슬픔더미는 외려 온누리를 푸르게 적시고 가꾸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아마 다들 알지 않을까요? 큰님은 노래님이면서 춤님이었어요. 숲님이란, 푸른님이란, 별님이란, 늘 사랑스레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어우러지는 빛이지 싶어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