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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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6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만만한책방

 2017.11.27.



  월요일에 포항마실을 하며 길손집을 찾다가 헤맸습니다. 금토일이 아니니 빈칸 얻기는 수월하리라 여겼는데, 뜻밖일을 겪었어요. 금토일에는 길손집마다 빈칸이 없다고 손사래질을 해서 여러 곳을 돌아야 했다면, 월요일에는 길손집 일꾼이 자리를 비우느라 이곳저곳 헤매야 하더군요. 속으로 웃었어요. ‘이야, 손님철에는 길손집지기가 손님맞이를 내내 해도 빈칸이 없더니, 한갓철에는 빈칸이 넘쳐도 길손집지기가 딴일 본다며 비우느라 자리를 얻으려고 한참 기다리거나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네?’ 《가드를 올리고》는 주먹다짐을 돈을 받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투’입니다. 그런데 이 권투란 돈을 받고 ‘운동 경기(스포츠)’란 이름을 달고서 서로 죽도록 두들겨패서 쓰러뜨려야 하는 일입니다. 참 대단하지요. 우리는 어쩌다가 ‘서로 두들겨패서 넋이 나가도록 하는 짓’을 운동 경기로 삼을까요? 다만 살림을 잇느라 이 일을 하는 이가 꽤 많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버티고, 떨리는 손을 올립니다. ‘너를 무너뜨리겠다’는 눈빛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겠다’는 눈빛으로 눈물을 글썽입니다. 오직 나를 바라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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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요정 그림책이 참 좋아 62
안녕달 지음 / 책읽는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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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9


《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책읽는곰

 2019.10.10.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라다가 여러 곳을 거쳐 전남 고흥에서 열 해란 나날을 살았습니다. 제 발자국에는 여러 고장 삶내음이 흐릅니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는 아버지하고 다르게 둘이 다르게 태어난 고장부터 오늘에 이르는 삶내음이 흐를 테고요. 두 아이뿐 아니라 저도 곁님도 우리 보금자리를 떠나 도시에 있는 이웃집이나 길손집에서 머물 적에 이 어마어마한 소리가 새삼스럽구나 싶습니다. 숲을 곁에 둔 보금자리는 밤에 별내음하고 멧새노래하고 바람소리를 맞아들입니다. 여름에는 개구리가 우렁차게 울고요. 그런데 도시는 한 해 내내 똑같은 자동차랑 기계 소리예요. 무엇을 볼까요? 도시에는 어떤 도깨비가 살아갈 만할까요? 《쓰레기통 요정》은 도시 한복판에서 삶을 잇는 요정 이야기를 다룹니다. 언제까지나 사람한테 이바지하기를 기다리면서 기운을 내는 빛아이입니다. 다만 ‘쓰레기통 요정’은 도시에만 남는군요. 이 아이가 숲으로, 바다로, 구름밭으로, 들녘으로 냇가로 간다면 사뭇 다를 텐데, 왜 도시 쓰레기통에만 얽매일까요? 쓰레기는 못 쓰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흙이 되려고 꿈꿀 작은 조각이 쓰레기입니다. 그렇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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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가 말한다
강혜숙 글.그림 / 상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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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4


《쵸가 말한다》

 강혜숙

 상

 2014.11.15.



  아이가 노래합니다. 어버이가 들려준 노래를 가만히 마음에 담고서 살며시 부드러운 숨빛을 내뿜습니다. 어버이가 노래합니다. 낳은 아이에 돌보는 아이한테서 솟아오르는 기쁜 눈빛을 받아 어버이 가슴에서 깨어나는 숨결을 한 올씩 가다듬으면서 일렁입니다. 아이하고 어버이가 둘이 부르는 노래는 오늘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둘 사이에서 흐르던 사랑에서 비롯합니다. 대중노래도 유행노래도 교향노래도 나쁘지 않으나, 이런 노래는 몰라도 됩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적 없더라도 저절로 흐르는 노래를 부르면 되어요. 착하게, 상냥하게, 어질게, 슬기롭게, 기쁘게, 해님 같은 얼굴로 노래하면 아름답습니다. 작사가나 작곡가나 가수는 따로 없습니다. 모든 아이랑 어버이가 언제나 작사가에 작곡가에 가수입니다. 《쵸가 말한다》에 나오는 어린이(어린 여우)는 굳이 입으로 노래하지 않아도 온 몸짓이 노래예요. 이 어린이를 돌보는 어버이도 굳이 입노래만 바라지 않아도 되어요. 숲이 고스란히 노래이고, 마을이며 보금자리이며 하늘도 노래이거든요. 기다리고 지켜봅니다. 바라보며 사랑합니다. 돌보면서 보살핌을 받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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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읽는 그림책테라피 다음별 컬렉션 2
김성범.황진희 지음 / 나는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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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3


《숲으로 읽는 그림책테라피》

 김성범·황진희

 나는별

 2019.10.7.



  고흥 발포 바닷가는 2012년 언저리까지 국립공원이었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국립공원에서 빠지더니, 으리으리한 광주청소년수련원이 섰습니다. 국립공원이던 예전 발포 바닷가는 아름드리숲이 빛났고, 바닷물하고 모래밭이 참 싱그러웠습니다. 그러나 국립공원이던 때에도 그곳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술판을 벌이는 사람이 많았어요. 고흥에서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은 ‘군사드론시험장’을 큰돈 들이면서 밀어붙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마음을 기울이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환경단체가 없네요. 이 모습을 보고 환경단체 뒷배를 끊었습니다. 《숲으로 읽는 그림책테라피》를 읽으며 어쩐지 ‘서울에 머무는 환경단체’가 떠오릅니다. 숲이란 무엇일까요? ‘환경·그린·녹색’이란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맴도는 환경단체는 왜 ‘푸른숲’ 같은 수수한 길에는 손을 못 내밀까요? 숲에 깃들면 종이책이 없어도 됩니다. 멧골에서 냇가에서 바다에서 오롯이 하늘 흙 푸나무 바람 해 별을 품으며 깨어납니다. ‘테라피’ 말고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이론은 접고 살림을 노래하면 좋겠어요. ‘치유’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숲바람으로 마음빛을 ‘씻’고 춤춰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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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책 - 고미 타로의 색깔 그림책
고미 타로 지음, 허경실 옮김 / 달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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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2


《하얀 책》

 고미 타로

 허경실 옮김

 달리

 2007.4.15.



  이래야 할 까닭이 없듯, 저래야 하지 않아요. 이렇기에 좋다면 저렇기에 좋습니다. 이쪽 길이 수월해서 마음에 든다면, 저쪽 길이 까다로워서 재미있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라면 파란빛일 텐데, 해뜰녘에는 노란빛이기도 하고, 해질녘에는 붉은빛이기도 하며, 때로는 보라나 발그스름이나 하양이기도 합니다. 새파란 바다가 푸르게 달라지기도 하지만, 모래밭으로 출렁이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들여다보면 가없이 맑기도 해요. 이 다른 빛이며 빛결이며 빛깔이란 무엇일까요? 《하얀 책》을 펴면, 하얗다가 빨갛다가 까맣다가 달라지는 갖가지 무지개가 춤을 춥니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는 틀을 지워 버리는 그림입니다. 이런 빛이며 모습은 이렇기에 놀랍고, 저런 무늬나 결은 저렇기에 반갑구나 하고 노래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은 어떤 살빛일까요? 까무잡잡 살빛도 있고, 새까만 살빛도 있고 하얀 살빛도 있고 누르스름 살빛도 있고 불그스름 살빛도 있겠지요. 한 나라 사람이더라도 모두 다른 빛입니다. 귤나무에서 자라는 귤도, 감나무에서 굵는 감도, 저마다 크기가 다르고 맛도 달라요. 아, 이러니까 ‘아름’이라 하겠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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