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질문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달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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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4


《세 가지 질문》

 레오 톨스토이 글

 존 무스 그림

 김연수 옮김

 달리

 2003.1.15.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겨울이니까요. 바람이 매섭습니다. 겨울이거든요. 그러나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에도 바람이 세차거나 매섭게 부는 날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묻습니다. “너는 왜 이렇게 세차고 매섭게 불어야 하니?” “너희가 이런 바람을 불렀거든.” “우리가?” “그래, 너희 삶이 이런 바람을 바라더라.” “어떻게?” “샅샅이 쓸어내고 싶지 않니?” “무엇을?” “너희 별이며 마음에 깃든 모든 찌꺼기를.” “그렇구나.” “아무렴.” 《세 가지 질문》은 책이름처럼 세 가지 길을 다룹니다. 어느 길이 옳다고 밝히지는 않되, 여러 길 가운데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길을 찾도록 넌지시 귀띔을 합니다. 그래요, 어느 길이든 나아갈 사람은 바로 우리예요. 네가 아닌 내가 갑니다. 너희가 아닌 우리가 가고요. 이 길을 가다가 가시밭을 만나 아플 수 있어요. 저 길을 가다가 벅차서 주저앉을 수 있어요. 그 길을 가다가 헤매거나 제자리걸음이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마음에 꿈을 품고 사랑을 길어올리며 노래를 부를 줄 안다면, 어느 길에서건 곱게 피어나는 해님이며 별님을 만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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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파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5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지음, 이경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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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그림책시렁 182


《정글 파티》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이경임 옮김

 시공주니어

 2006.8.20.



  고흥 시골버스에서 내리며 손전화를 흘린 적 있습니다. 바로 알아채고 버스일꾼을 찾아갔으나, 제가 흘린 손전화가 안 보인다고만 대꾸했습니다. 공중전화가 없어 단골 문방구에 가서 전화를 했더니 ‘통화중’ 신호만 뜨더군요. 엊그제 고흥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에서 체크카드 지갑을 흘렸습니다. 체크카드 지갑에는 제 이름쪽을 같이 꽂았으나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오늘 고흥읍에 가서 우체국 체크카드를 다시 받고 시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읍내 한복판에 “서울대학교 합격 축하” 걸개천이 둘 나란히 나부끼더군요. 아, 고흥이란 이런 고장이었지 하고 새삼스레 느꼈어요. 《정글 파티》에서는 비단뱀 하나만 빼고는 모두 즐거이 어우러집니다. 비단뱀만 혼자 잔치를 즐기지 못하고, 다른 모든 짐승이 어깨동무하면서 신바람나는 잔치판을 누립니다. 잔치판을 벌일 적에는 미워하지도 괴롭히지도 않습니다. 서로 이웃이요 동무가 됩니다. 비단뱀은 이웃하고 동무 없이 지내는 삶이 재미있을까요? 어쩌면 혼자 사납게 구는 길이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고흥군수는 ‘군사드론 시험장 건설’을 밀어붙입니다. 군청일꾼도 군수 곁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책상물림 벼슬아치 노릇을 잇습니다. 그들이 벌이는 돈잔치는 얼마나 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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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해봐요 - 내 몸으로 ㄱㄴㄷ
김시영 글.그림 / 마루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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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1


《요렇게 해봐요》

 김시영

 마루벌

 2011.5.10.



  혀를 굴리고 이를 튕기고 잇몸을 스치고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소리를 냅니다. 손가락을 놀리고 맞대고 구부리고 펴면서 무늬를 그립니다. 나뭇가지를 쥐어 흙바닥에 슥슥 금을 치면서 어느새 글씨를 이룹니다. 생각을 말로 나타낼 줄 알던 사람은 새로운 길을 열어요. 즐겁게 나타낸 말을 머리에만 담다가 문득 더 생각을 하면서 흙바닥에도, 나무판에도, 또 종이에도 담아서 이야기를 엮는 길을 찾아낸 사람도 새로운 길을 터요. 새롭게 길을 닦기에 한결 재미납니다. 이 길도 산뜻하고 저 길도 상큼합니다. 그 길도 놀랍고 요 길도 싱그러워요. 《요렇게 해봐요》는 우리가 몸을 움직여서 ㄱㄴㄷ이라는 글씨를 재미있게 지을 수 있는 놀이를 보여줍니다. 어린이 누구나 할 만할 텐데, 어른도 어린이 곁에서 같이 한다면 훨씬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그림책이 보여주는 틀이 아니어도 새롭게 몸짓을 선보일 만해요. 무엇보다 이 그림책에서 ㄱㄴㄷ이라는 한글로 담아낼 몇 마디 낱말을 너무 서울스럽게 뽑았는데요, 숲을 헤아리고 별을 살피고 꽃내음을 돌아보는 새로운 낱말로 골라서 짧은 한두 줄 이야기를 더욱 새롭게 가누어 볼 만합니다. 틀을 깨면 길이 나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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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러뜨더 티렉스의 가족 앨범 - 공룡의 역사 북극곰 궁금해 2
마이크 벤튼 지음, 롭 호지슨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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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8


《무러뜨더 티렉스의 가족 앨범》

 마이크 벤튼 글

 롭 호지슨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9.9.19.



  이 별에서 공룡은 사라졌다고 말해요. 아무래도 쿵쿵 큼직한 발소리를 내면서 달리거나 뛰노는 공룡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하늘을 커다랗게 덮는 익룡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어쩌면 땅속나라로 숨어들었을는지 모르고, 이 별을 떠나 다른 별로 우루루 떠났을는지 몰라요. 어쩌면 커다란 몸은 흙에 내려놓고서 까만 기름으로 바뀐 뒤, 마음은 그대로 이 별을 떠돌다가 사람으로든 나무로든 돌멩이로든 다시 태어났을는지 모릅니다. 《무러뜨더 티렉스의 가족 앨범》은 이 별 곳곳을 신나게 쿵쾅거리거나 날아다니거나 헤엄쳤다고 하는 숱한 공룡한테 사람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서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참으로 온갖 공룡이 다 있다지요. 이름도 생김새도 크기도 마음결도 다르다지요. 그런데 사람(과학자)으로서는 한 갈래로 여기는 공룡이더라도 그 갈래 공룡이 모두 같지는 않아요. 미국에서 보자면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으로 가를 텐데 한국사람이라서 다 똑같지 않거든요. 일본사람도 그래요. 갈래가 다른 공룡일 뿐 아니라, 한 갈래에서도 마음이며 눈빛이며 삶이며 생각이 다른 공룡이에요. 돌조각이나 전자장비로 옛날 옛적 공룡 숨결을 얼마나 읽으려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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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뚝딱뚝딱 누리책 20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지음,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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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0


《전쟁》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글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9.6.25.



  우리가 동무라면 서로 싸울 일이 없습니다. 동무이니 그 아이가 싫다는 일이 있으면 안 합니다. 동무라서 우리가 힘든 일이 있으면 멀리하거나 기꺼이 돕습니다. 우리가 이웃이라면 서로 다툴 까닭이 없습니다. 이웃이니 그 집에 없는 살림을 스스럼없이 이바지합니다. 이웃이라서 우리가 넉넉하더라도 그 집에서 우리 살림을 훔치거나 빼앗으려고 달려들지 않아요. 온누리 모든 싸움판이나 다툼마당은 서로 동무도 이웃도 아니기에 벌어집니다. 서로 등을 지려 하니까 싸워요. 서로 마음으로 돌보거나 아낄 뜻이 없으니 다툽니다. 즐겁게 어깨동무하거나 기쁘게 어울리거나 신나게 뛰놀 생각이 있다면, 싸움이나 다툼이란 말은 아예 끼어들 수 없습니다. 《전쟁》은 이 별 곳곳에서 아직 불거지는, 또 남·북녘 사이에서 불거지기도 하는, 게다가 남녘에서조차 골골샅샅 불거진다 싶은 싸움판 이야기를 다룹니다. 총칼을 겨눌 적에만 싸움이 아닙니다. 고단한 동무한테 손을 내밀지 않는 몸짓도 싸움이에요. 탱크와 전투기가 춤출 적에만 싸움이지 않아요. 숲을 밀어내거나 자동차로 골목을 내달리는 짓도 싸움입니다. 사랑이 안 흐르고, 사랑을 안 배우니 싸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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