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빵 반달 그림책
이나래 글.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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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6


《탄 빵》

 이나래

 반달

 2015.10.12.



  아이들 입맛은 타고나기도 하며, 어버이가 기르기도 합니다. 아이마다 다 다른 맛을 반기는데, 어버이가 반기는 맛을 조금씩 맛보면서 따르기도 해요. 아이 나름대로 언제나 새로운 맛을 찾아서 두리번거리곤 합니다. 우리는 어떤 맛이 가장 반가울까요? 아마 손수 지은 맛이 가장 반갑겠지요. 여기에 해님이며 별님이며 비님이며 바람님이며 흙님이 베푼 푸나무에 서린 맛이 반가울 테고요. 오늘날 가게에 놓인 열매 가운데 비닐집 아닌 데에서 자란 열매는 얼마나 될까요? 형광등 불빛을 쬐지 않고 햇빛을 받으면서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열매는 얼마나 될까요? 《탄 빵》을 넘기면서 아이들이 손수 굽는 빵을 떠올립니다. 아이들이 손수 구운 빵은 바닥이 눋거나 타더라도 맛납니다. 다만 탄 자리는 찬찬히 떼어서 흙한테 돌려주어요. 이때에 흙한테 말하지요. “너한테 탄 곳을 주었구나. 너그러이 봐주렴. 이 까만 살점이 새로운 흙으로 거듭나도록 보듬어 주렴.” 새해맞이로 큰아이가 빵을 구웠습니다. 바닥이 살짝 탔어도 바삭합니다. 냄비에 눌러붙은 곳은 물에 불려서 살살 벗깁니다. 사랑어린 손길로 짓기에 사랑담은 마음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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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개미 요정 신선미 그림책
신선미 글.그림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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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4


《한밤중 개미 요정》

 신선미

 창비

 2016.11.18.



  아이들이 앓을 적에 곁에서 내내 돌보다가 같이 눕습니다. 예전에는 ‘이 아이가 앓는 기운이 나한테 와서 내가 앓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요새는 ‘신나게 앓고 나서 앞으로 한결 튼튼하도록 새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앓던 기운을 슬쩍 가져와서 제가 앓아서 털어냈다면, 요새는 아이 스스로 기쁘게 앓고서 한결 단단하면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는 길이 됩니다. 작은아이 곁에서 어느새 같이 앓는 큰아이가 좀 기운이 나는지 지난밤에 꿈에서 본 요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래, 꿈에서 본 요정은 꿈에서뿐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너희가 마음껏 뛰놀며 노래하도록 북돋우는 숨결로 있을 테지.” 《한밤중 개미 요정》에 ‘개미 요정’이 나온다고 할 수 있고 ‘반짇고리 지킴이’가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이든 좋습니다. 이 반짝이면서 작은 숨결은 두고두고 우리 살림살이를 살뜰히 건사하도록 북돋우는 빛입니다. 붓 한 자루 곁에도, 빗자루도 도마 곁에도, 그릇이나 행주 곁에도 이렇게 작은 숨결이 언제나 반짝거리며 날아다니지 않을까요? 우리가 미처 못 보더라도 노상 환한 웃음꽃으로 지켜볼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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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진정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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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3


《모자》

 토미 웅게러

 진정미 옮김

 시공주니어

 2002.3.5.



  저는 머리에 뭘 씌우기를 안 좋아합니다. 곁님도 굳이 뭘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머리에 갓을 쓸 생각을 안 합니다. 아무리 덥든 춥든 따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불볕도 찬바람도 고스란히 맞아들입니다. 여름볕은 여름에 내리쬐기에 반갑고, 겨울바람은 겨울에 휭휭 불기에 새롭달까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다르면서 새삼스레 찾아드는 기운을 누려요. 《모자》는 갓 하나가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서 늘 다르지만 즐겁게 하루를 누리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갓(모자)은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렇다고 고분고분하지는 않지요. 저를 마음으로 아낄 줄 아는 사람 곁에 있고 싶습니다. 저를 모른 척하거나 내팽개치거나 마음을 안 쓰는 사람이라면 굳이 곁에 안 있으려고 해요. 한창 읽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우리가 뭘 잃어버린다면 어디에서 흘린 탓이 있겠지만,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안 썼기에 그 살림살이가 슬그머니 우리 곁을 떠난 셈일 수 있어요. 다른 곳에 가고 싶어서 슬며시 바람을 타고 떠난달까요. 버선도, 손천도, 글붓도, 모두 우리 눈길이며 마음길을 받으려고 지켜보는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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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질문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달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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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4


《세 가지 질문》

 레오 톨스토이 글

 존 무스 그림

 김연수 옮김

 달리

 2003.1.15.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겨울이니까요. 바람이 매섭습니다. 겨울이거든요. 그러나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에도 바람이 세차거나 매섭게 부는 날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묻습니다. “너는 왜 이렇게 세차고 매섭게 불어야 하니?” “너희가 이런 바람을 불렀거든.” “우리가?” “그래, 너희 삶이 이런 바람을 바라더라.” “어떻게?” “샅샅이 쓸어내고 싶지 않니?” “무엇을?” “너희 별이며 마음에 깃든 모든 찌꺼기를.” “그렇구나.” “아무렴.” 《세 가지 질문》은 책이름처럼 세 가지 길을 다룹니다. 어느 길이 옳다고 밝히지는 않되, 여러 길 가운데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길을 찾도록 넌지시 귀띔을 합니다. 그래요, 어느 길이든 나아갈 사람은 바로 우리예요. 네가 아닌 내가 갑니다. 너희가 아닌 우리가 가고요. 이 길을 가다가 가시밭을 만나 아플 수 있어요. 저 길을 가다가 벅차서 주저앉을 수 있어요. 그 길을 가다가 헤매거나 제자리걸음이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마음에 꿈을 품고 사랑을 길어올리며 노래를 부를 줄 안다면, 어느 길에서건 곱게 피어나는 해님이며 별님을 만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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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파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5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지음, 이경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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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그림책시렁 182


《정글 파티》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이경임 옮김

 시공주니어

 2006.8.20.



  고흥 시골버스에서 내리며 손전화를 흘린 적 있습니다. 바로 알아채고 버스일꾼을 찾아갔으나, 제가 흘린 손전화가 안 보인다고만 대꾸했습니다. 공중전화가 없어 단골 문방구에 가서 전화를 했더니 ‘통화중’ 신호만 뜨더군요. 엊그제 고흥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에서 체크카드 지갑을 흘렸습니다. 체크카드 지갑에는 제 이름쪽을 같이 꽂았으나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오늘 고흥읍에 가서 우체국 체크카드를 다시 받고 시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읍내 한복판에 “서울대학교 합격 축하” 걸개천이 둘 나란히 나부끼더군요. 아, 고흥이란 이런 고장이었지 하고 새삼스레 느꼈어요. 《정글 파티》에서는 비단뱀 하나만 빼고는 모두 즐거이 어우러집니다. 비단뱀만 혼자 잔치를 즐기지 못하고, 다른 모든 짐승이 어깨동무하면서 신바람나는 잔치판을 누립니다. 잔치판을 벌일 적에는 미워하지도 괴롭히지도 않습니다. 서로 이웃이요 동무가 됩니다. 비단뱀은 이웃하고 동무 없이 지내는 삶이 재미있을까요? 어쩌면 혼자 사납게 구는 길이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고흥군수는 ‘군사드론 시험장 건설’을 밀어붙입니다. 군청일꾼도 군수 곁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책상물림 벼슬아치 노릇을 잇습니다. 그들이 벌이는 돈잔치는 얼마나 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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