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노래가 가는 길



  우리는 고흥에서 일산으로 일요일에 시외버스를 타고 찾아갑니다. 일요일하고 월요일을 누린 뒤 화요일에는 서울로 전철을 타고 가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고흥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한가위를 앞두고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은 ‘귀향길’이 아닌 ‘우리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로 가는 길이요, 시골에서 살림을 짓기에 도시에 있는 반가우며 기쁜 살붙이하고 이웃을 만난 뒤에 활짝 웃음짓는 노래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2016.9.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은 아이 찾은 아이



  작은아이가 혼자 말을 안 하고 멀리 달려가는 바람에 잃었습니다. 이 아이가 어디로 달려가서 눈앞에서 사라졌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차분히 추스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받은 돈으로 저희 장난감을 사 보고 싶다 해서, 일산에서 ㅇ이라는 커다란 가게에 왔어요. 가게도 크고 사람도 많아 되도록 아이들 손을 잡고 다녔는데, 큰아이가 고른 장난감 값을 큰아이가 스스로 치르도록 이끌며 지켜보다가 그만 작은아이를 놓쳤어요. 아차 싶어 머리가 띵 하고 울렸으나 작은아이는 틀림없이 아버지하고 누나를 잃었다고 여긴 곳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아이가 사라진 데에 그대로 서서 가만히 기다렸어요. 내 생각대로 작은아이는 몇 분 뒤 바람처럼 달려서 나타나는데 우리를 못 보고 허둥지둥 안쪽으로 달려갑니다. 이러더니 커다란 ㅇ가게 이곳저곳 모두 내달리면서 우리를 찾으려 합니다. 이때에 작은아이를 부르려다가 참고 기다립니다. 이 가게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길은 하나인 터라 작은아이는 이 가게를 크게 한 바퀴 구석구석 돌고 바로 여기로 올 수밖에 없거든요. 또 몇 분이 지나갑니다. 작은아이는 드디어 가게 온 곳을 다 돌았고, 마지막에 우리를 알아보고는 아주 빠르게 달려서 안기며 웁니다. “보라야, 여기는 우리 시골하고 달라. 우리 시골에서는 보라가 들길을 아주 멀리 우리보다 앞서 달려도 다 보이지. 그런데 이런 도시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고 건물도 많아서 네가 혼자 말을 안 하고 멀리 달려가면 놓칠 수 있어. 그러니 이런 데에서는 함부로 달리면서 혼자 사라지지 마. 그러면 돼. 이제 다 괜찮아. 다음에는 어디 가려면 꼭 말을 하고 가면 돼.” 2016.9.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 사람이 잠들다

 

  일산마실을 왔습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를 이끌고 일산 할아버지를 뵈러 올 생각이었는데, 곁님이 기운을 내어 네 사람이 함께 마실을 합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이틀째 지내는데, 해질녘에 비로소 아이들이 곁님 곁에서 잠듭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누웠으나 아랫배가 살살 아파서 잠들지 못합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잠든 모습을 지켜보다가 살짝 바깥으로 나옵니다. 도시에서는 피시방을 찾기 쉽습니다. 몇 분쯤 걸어서 피시방으로 들어옵니다. 크롬 풀그림을 깔 수 없고, 이어폰을 미처 챙기지 못해 몹시 시끌벅적한 피시방이지만, 한두 시간쯤 몸을 쉬면서 어제오늘을 돌아보고 저녁과 이튿날을 헤아립니다. 한가위나 설날 같은 자리는 차례나 제사보다도 오늘 이곳에서 함께 마주보면서 지내는 사람들하고 얼크러지는 이야기꽃이 가장 대수롭다고 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 하루를 누리고서 고흥집으로 기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6.9.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큰아이 교통카드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가 서울에 닿은 뒤 전철을 타기로 합니다. 전철을 타려 하면서 ‘큰아이는 따로 표를 끊어야겠네’ 하고 깨닫습니다. 예전 같으면 전철역 일꾼한테서 표를 살 테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만 있습니다. 시골 버스역에서는 어른표랑 어린이표를 끊는데 서울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어린이 교통카드’가 떠오릅니다. 표 끊는 기계로 어린이 교통카드를 3000원 치르고 장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3000원을 주고 산 어린이 교통카드로 단말기에 대는데 자꾸 안 됩니다. 틀림없이 3000원을 치렀는데 큰아이는 지나갈 수 없다고 뜹니다. 그렇다고 전철역 일꾼을 찾아볼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나하고 큰아이는 함께 지나가기로 합니다. 한 시간 반 즈음 전철을 달려 일산에 닿아 내릴 무렵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어쩌면 3000원은 오직 교통카드를 사는 값이요, 찻삯으로 3000원이 있지 않고 따로 돈을 채워야 한다고. 2016.9.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들 이끌고 시외버스



  아이들을 이끌고 시외버스를 타러 갑니다. 한가위에는 고흥집에 조용히 머물 생각이지만, 한가위를 앞둔 일요일에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찾아갑니다. 일산 할아버지는 이제 몸이 많이 힘들다면서 고흥마실을 못 오시기에 아이들을 이끌고 찾아가려 합니다. 마침 차표가 있기에 다녀올 수 있는데, 화요일쯤 고흥으로 돌아오려 하는데, 이때에도 차표가 있네요. 한가위를 앞두었다고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시외버스가 잔뜩 늘었어요. 여느 때에는 하루에 다섯 대뿐이던 시외버스가 한가위를 앞두고 열 몇 대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버스길이 는다면 그만큼 버스가 꽉 찬다는 뜻이며, 북적거린다는 얘기일 테지요. 모처럼 아이들은 기나긴 버스길하고 전철길을 달립니다. 아이들은 저희 옷을 저희 가방에 챙깁니다. 내 가방은 아이들 옷을 담지 않아도 되어 퍽 홀가분합니다. 드디어. 2016.9.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