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담그고 우유 한 잔



  무는 어제 썰어 놓았고, 아침 열 시 반부터 풀을 쑵니다. 찹쌀가루로만 풀을 쑬까 하다가 집에 쌀겨가 많아서 쌀겨를 같이 넣어서 풀을 쑵니다. 이동안 밥이랑 국을 해서 밥상을 차리고, 바지런히 주걱을 저으면서 틈틈이 마늘과 생강을 다듬고 양파랑 큰파를 썰고 능금도 두 알 씻어서 썹니다. 두 아이가 마늘빻기를 거든다고 하지만 잘 빻지 못해서 마저 콩콩콩 빻습니다. 쌀겨찹쌀풀이 어느 만큼 식었구나 싶을 무렵, 드디어 여러 양념을 한데 넣고서 천천히 섞습니다. 하루 동안 재운 소금물은 안 버리고 그대로 씁니다. 고춧가루는 빛깔만 내도록 넣습니다. 슬금슬금 섞고 나서 빛깔이 잘 도는구나 싶을 무렵 한 조각을 종지에 담습니다. 큰아이더러 먹어 보라 합니다. “안 매워. 맛있어.” 합니다. “너희가 먹을 수 있도록 안 맵게 했지.” 나도 한 조각을 먹어 봅니다. 잘 되었네요. 오늘 저녁부터 바로 먹을 수도 있으리라 느껴요. 더 삭이면 한결 맛있을 테고요. 이제 국자로 떠서 스텐통에 넷으로 나누어 담고, 작은 반찬통 두 군데에도 옮겨 담습니다. 이러고 나서 잔뜩 쌓인 설거지를 하고, 행주를 둘 복복 비벼 빨아서 마당에 넙니다. 오늘 하루만 네 식간 반 즈음 걸려서 깍두기를 마무리합니다.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가 김치를 다 담그고 설거지까지 마치고서 “아! 이제 커피 한 잔 마셔야지!” 하시던 마음을 아주 살짝 알 듯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 우유를 한 잔 마십니다. 2016.12.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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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에서 500



  150조각에서 500조각으로 나아가 봅니다. 아이들이 150조각을 처음 마주할 적만 해도 어떻게 150조각을 맞추느냐 하며 도와 달라 했으나, 하루가 지나고부터 저희끼리 잘 맞추어요. 500조각을 펼치니 꽤 오래 걸리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500조각을 한 번 다 맞춘 뒤에도 아이들이 ‘이쯤이야 거뜬하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테지요. 이 500조각을 아이들이 거뜬히 맞출 때쯤에 비로소 2014조각도 펼치려 합니다. 2016.12.2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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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기



  요새는 밥을 지으면서 두 아이를 부릅니다. 두 아이한테 잔심부름을 맡깁니다. 잔심부름 몇 가지일 뿐이지만, 두 아이가 저마다 조금씩 거들어 주니 밥을 지으며 품을 퍽 크게 줄입니다. 더욱이 두 아이는 조금씩 잔심부름을 하면서 부엌일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을 테고요. 밥도 미역국도 새 밑반찬 한 가지도 즐겁게 짓고서 누룽지까지 넉넉히 얻은 싱그러운 아침입니다. 2016.12.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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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맞추기 놀이



  어릴 적에 조각맞추기 놀이를 퍽 즐겼습니다. 조각맞추기 놀이를 할 적마다 ‘나는 저번에 다 맞춘 조각그림을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마치 처음으로 이 조각을 맞춘다’는 마음이 되려 했어요. 느긋하게 천천히 한 조각씩 새롭게 바라보면서 맞추어야 재미있으니까요. 예전에 나온 조각맞추기판은 그림도 어설프고 조각 갯수도 그리 안 많았다고 떠오릅니다. 요즈음에는 그림도 훌륭하고 조각 갯수도 퍽 많아요. 어릴 적에 이 놀이를 참말 즐기고 싶었으나 제대로 된 조각그림판이 없어서 못 누렸다는 생각에 몇 가지 조각그림판을 장만합니다. 때때로 큰아이하고 우리 나름대로 조각그림판을 그려서 오리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거들면 한결 쉽고 빠르게 맞출 만하지만, 일부러 어깨너머로 구경을 합니다. “좀 도와주지, 힝!” 하는 아이들은 저희끼리 스스로 해도 한 시간이면 넉넉히 조각을 다 맞춥니다. 얘들아,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스스로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작은 조각을 맞추는 기쁨이 있어서 이런 놀이를 한단다. 2016.12.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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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조림을 하며



  연뿌리조림을 하려다가 생각합니다. 연뿌리만 할까, 다른 여러 가지를 넣을까? 마늘을 넣으면 아이들이 먹을는지 안 먹을는지 궁금합니다. 요모조모 따지다가 냄비 둘로 나누어 조림을 하자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연뿌리를 잔뜩 넣고, 다른 하나는 마늘을 잔뜩 넣고 당근하고 감자를 함께 넣은 조림입니다. 감자랑 당근이 있는 조림은 연뿌리조림보다 십 분 남짓 일찍 끝납니다. 연뿌리조림은 50분쯤 걸립니다. 두 아이는 연뿌리조림보다는 감자랑 당근이 있는 조림을 더 좋아합니다. 마늘은 어느새 거의 녹아 제 꼴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조림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조림은 품이나 간장이 꽤 들고, 큰불로 팔팔 끓이니 냄비 바닥이 새까맣게 되면서 설거지에도 손이 더 갑니다. 그렇지만 잘들 먹으니 조림 반찬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요. 2016.12.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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