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언제나 곁에 있다. 동무는 늘 옆에 있다. 모두들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가 쓰는 시는 언제나 곁에 있는 이웃을 노래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읽는 시는 늘 옆에 있는 동무와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나누는 시는 서로서로 아끼고 보듬는 마음을 담은 꿈이다. 고은 님은 어떤 이웃과 도란도란 속삭인 노래를 불렀을까. 어떤 동무하고 어디에서 조곤조곤 주고받은 사랑을 들려줄까. 어느 보금자리에서 씩씩하게 웃는 꿈을 보여줄까. 4347.1.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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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변방은 어디 갔나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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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누구나 일기를 써서 나누면 얼마나 재미날까 하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지낸 나날을 적어서 아이한테 물려주고, 아이는 어른이 되어 제 아이를 새로 낳은 뒤 새롭게 일기를 써서 또 제 아이한테 물려주고, 자꾸자꾸 물려주면서 오백 해가 흐르고 천 해가 흐르며 만 해가 흐르면, 날마다 얼마나 새로우면서 재미있을까 생각한다. 일기를 쓰면서도 재미있고, 일기를 읽으면서도 재미있다. 일기를 나누면서도 재미있으며, 일기를 받으면서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른도 함께 자라고, 아이들이 꿈꾸면서 어른도 함께 꿈꾼다. 아이들이 사랑을 받는 동안 어른도 늘 사랑을 받는다. 그러니,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쓰는 일기란 얼마나 아름다울까. 4347.1.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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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었습니다- 초보 아빠의 행복한 육아 일기
신동섭 지음 / 나무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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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피는 계절 창비아동문고 127
김명수 지음 / 창비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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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45

 


숲흙을 잊은 사람들
― 해바라기 피는 계절
 김명수 글
 박향미 그림
 창비 펴냄, 1992.9.30.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비료를 먹지 않습니다. 숲에서 씨앗으로 뿌리를 내려 자란 나무는 농약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오늘날 과일밭을 따로 키우면서 비료와 농약을 듬뿍 치지만, 모든 열매는 비료와 농약이 없이 자랐습니다. 아니, 비료와 농약을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비료와 농약을 쓰는 까닭은 한 가지입니다. 알을 더 굵게 하고, 단맛을 더 크게 하려는 뜻입니다. 상품으로 더 비싸게 팔 뜻이기에 비료와 농약을 씁니다. 비료와 농약을 안 쓰는 까닭 또한 한 가지입니다. 몸을 살리려 하고, 흙을 지키려 하려는 뜻입니다. 즐겁게 먹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뜻이라서 비료와 농약을 안 씁니다.


  거름을 주면 한결 잘 자라지요. 그런데 거름도 굳이 따로 주어야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가랑잎이 스스로 거름이 되고, 과일나무 둘레에서 자라다가 시들어 죽는 풀이 저절로 거름이 돼요. 풀에 깃들어 살다가 죽는 벌레들이 거름이 됩니다. 풀벌레가 누는 똥이 거름이 돼요. 풀 먹는 짐승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며 거름이 되지요. 개미가 몰려들고 온갖 벌레가 내려앉아 주검을 흙으로 돌려줍니다. 풀짐승이 풀을 먹고 나무 둘레에서 누는 똥이 시나브로 거름이 됩니다.


  논흙과 밭흙이 제아무리 기름지거나 좋다 하더라도 숲흙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논흙과 밭흙을 온갖 비료와 농약으로 살찌우려 하더라도 숲흙처럼 싱그러우면서 숨쉬지 못합니다. 숲에서는 발이 폭폭 빠질 뿐 아니라 손가락으로 찍어도 쏙쏙 들어가지만, 논과 밭에서는 손도 발도 들어가지 않아요. 논에 물을 대어 진흙으로 만들면 발이 빠지지만 숲흙처럼 보드라우면서 싱그럽지 않습니다. 밭자락 흙이 숲흙처럼 보드라우면서 폭폭 빠지면 아마 밭일을 아무도 못하겠지요.


.. 가사미산에 도라지가 차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산에 도라지가 있다는 소문이 아파트에 퍼지고 나서 사람들이 저마다 꼬챙이를 들고 도라지를 캐러 오기 때문이다 … “할아버지, 저 지붕 위의 박을 따서 바가지로 만들어 주세요.” “바가지는 만들어 뭘 하게? 플라스틱 바가지도 많은데!” 할아버지가 순희에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갖고 싶어요. 어서 바가지를 만들어 주세요.” ..  (29, 40쪽)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니, 종이로 만든 책을 읽지 않습니다. 종이로 만든 책은 숲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종이로 만든 책 가운데 숲에서 살며 사랑하는 꿈을 적바림한 책을 찾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숲에서 살아가지 않으니 책을 읽습니다. 숲에서 살아갈 마음이 없으니 책을 읽습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모르니 책을 읽습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빛을 깨닫지 못하기에 책을 읽습니다.


  책읽기가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러나, 종이책만 알고 숲책을 모른다면 삶을 아름답게 가꾸지 못해요. 요리책을 펼쳐야 밥을 지을 수 있지 않듯, 책을 읽는대소 삶을 알 수 있지 않아요. 교과서를 외운대서 슬기를 깨우칠 수 있지 않듯, 책을 읽기에 슬기롭게 꿈꾸거나 사랑하지 않아요.


  계량기를 쓴다든지 식단을 짠다든지 하면서 요리책을 쓸 수 있어요. 그러면,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내밀 적에, 숟가락에 밥알을 몇씩 올려서 몇 차례 씹도록 하고, 몇 모금씩 먹어야 한다고 숫자로 따질 수 있을까요. 아이를 씻길 적에 물 온도를 알맞게 맞추기는 해야 하지만, 물질을 몇 차례 하고 비누질을 몇 번 해야 한다고 숫자로 계량을 하거나 측량을 하거나 통계를 낼 수 있을까요. 아이한테 칭찬을 몇 마디 몇 번 며칠 해야 한다는 계량이나 측량이나 통계를 내면서 삶이 즐거울까요.


.. “이러니 나무가 살게 뭐람. 작년에 나무 심을 때 나무장수가 나무뿌리를 싸맨 것을 그냥 묻었구먼, 쯧쯧!” 아버지가 놀란 듯 혀를 찼습니다. “여보, 우리가 얼떨결에 나무를 심느라고 이런 걸 자세히 보지 못했나 봐요. 더군다나 그날 나무 값이 모자라 아이들이 조금통을 터는 둥 정신을 못 차렸던 거예요.” … 한나는 갑자기 메뚜기 생각이 났습니다. 아니, 그 방아깨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난번 농약을 칠 때 방아깨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한나는 지난번 농약을 칠 때 농약 냄새 때문에 방아깨비 생각을 까마득히 잊었던 게 미안했습니다 ..  (107, 120쪽)


  시험점수가 아이 삶을 밝히지 않습니다. 성적이나 등수가 아이 꿈을 빛내지 않습니다. 졸업장이 아이 사랑을 보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고,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다가 안길 뿐 아니라, 학원에 보냅니다. 대학교 졸업장을 바랍니다. 초·중·고등학교 졸업장은 아주 마땅히 거머쥐어야 하는 줄 여깁니다. 아이한테 삶을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학교에 보낼 생각만 합니다. 아이하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꿈을 키울 삶은 일구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마냥 학교와 학원으로 내몰기만 합니다.


  삶이 없이 학교가 있으면 무엇이 재미있을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 책만 있으면 얼마나 똑똑하거나 슬기로울까 돌아봐야 합니다. 꿈이 없이 돈만 있으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 헤아려야 합니다.


  밥을 먹습니다. 영양소를 먹지 않습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악보를 부르지 않고 작사와 작곡을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지 않으며, 문학이나 예술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자랍니다. 아이들은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큽니다. 아이들은 나이값을 하지 않습니다.


.. ‘왜 나는 개로 태어났을까? 왜 사람들은 배가 고파 생선 대가리를 주워 먹는 나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발길질을 할까? 그들은 내가 얼마나 아픈지 생각이나 했을까? 왜 개들은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집을 지켜 주는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만 주는 걸까? 그리고 도대체 우리 집 주인 식구들은 나를 버려 두고 어디로 가 버렸을까?’ ..  (159쪽)


  김명수 님 동화책 《해바라기 피는 계절》(창비,1992)을 읽습니다. 숲흙을 아직 알고 아끼며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 동화책에 나옵니다. 숲흙을 아직 생각하고 그리며 떠올리는 어른들이 이 동화책에 나옵니다. 고즈넉하거나 포근한 숲노래까지 흐르지는 않으며, 맑으면서 밝은 숲놀이가 조곤조곤 흐릅니다.


  지난 1992년에 이 동화책은 아이들한테 어떤 삶밥 구실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오늘 2014년에 이 동화책은 아이들한테 어떤 삶밥 노릇을 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1990년대나 2010년대나 아이들은 숲빛을 하나도 모를까요. 이제 아이들은 숲무늬를 그릴 줄 몰라 이런 동화책은 애써 찾아 읽지 않을까요. 어른들도 이런 동화책을 장만해서 아이와 함께 읽을 마음이 없을까요.


  교실과 학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야 오늘날 이 나라 생활동화가 될는지 모릅니다. 인터넷과 온갖 물질문명 이야기를 담아야 오늘날 이 나라 판타지동화가 될는지 모릅니다. 나무를 말하거나 풀을 말하거나 벌레를 말하는 동화는 아무래도 아이한테나 어른한테나 재미없을는지 모릅니다. 봄나무도 겨울나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여름풀도 가을나락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사귀지 않으며 밥만 잘 먹는 사람들이니까요.


.. “그래, 까모야. 이제 가자. 그런데 이제 보니 넌 참 행복했었구나! 엄마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난 엄마도 아버지도 없어. 그리고 넌 친구도 무척 많아 좋겠다. 그리고 맛있는 과일도 실컷 먹을 수 있으니 말야!” 순예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누나, 난 행복한 원숭이가 아니야. 난 밤에만 이렇게 고향에 올 수 있어. 낮에는 누나와 같이 돌아다니며 건강대보탕을 팔아야 하잖아.” ..  (194쪽)


  아이들은 숲에서 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놀 만한 숲은 어른들이 다 망가뜨립니다. 숲에 송전탑을 박고, 숲을 관광지로 바꾸며, 숲에 골프장을 짓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헬리콥터를 띄워 농약을 푸지게 뿌립니다. 솔잎혹파리라느니 무슨무슨 벌레를 잡겠다며 너른 숲에 농약을 뿌려대요. 사람들이 자가용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과 발전소 송전탑 따위로 숲을 망가뜨리고, 또 닭공장과 돼지공장과 소공장에서 내보내는 엄청난 쓰레기가 숲을 무너뜨리는데, 숲에 농약만 뿌린들 이런저런 벌레가 잡힐 턱이 있을까 알 길은 없어요.


  아무튼, 아이들은 숲에서 놀 수 없습니다. 어른들은 숲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파트에 갇혀서 살고 학원과 학교와 시설과 기관에서 교과서와 책만 배웁니다. 어른들은 숲에서 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아파트와 학원과 학교와 시설과 기관에 가둔 채 교과서와 책 지식만 집어넣습니다.


  자연그림책과 생태환경책을 아이들한테 읽힌들 무슨 뜻이 있을까요. 정작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살지 않는데. 숲에서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숲마실도 안 가는데. 숲마실도 안 갈 뿐 아니라, 텃밭조차 돌보지 않는데. 꽃이름과 나무이름 많이 알면 무얼 하겠어요. 정작 꽃과 나무 앞에 서도 이름을 모를 뿐더러, 어떻게 아끼고 사랑하면서 우리 마음이 아름답게 거듭나는가를 느끼지 못하는데.


  예부터 시골사람한테 지식이 있어 흙을 일구지 않았어요. 예부터 시골사람한테 지식이 있어 풀에서 실을 얻고 베틀을 밟아 천을 짜고는 바느질로 옷을 짓지 않았어요. 풀내음을 맡고 풀빛을 먹으며 풀노래를 부르는 삶이었기에, 풀에서 옷을 얻고 집을 얻으며 밥을 얻었습니다. 사람은 풀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풀사람으로 살았고, 풀사람으로 살며 어떠한 쓰레기 하나 없이 풀숨을 나누었어요.


  아이들과 어떤 동화책을 읽을까요? 아이들한테 어떤 동화책을 선물할까요? 아이들과 어떤 삶을 가꿀까요? 아이들과 어떤 보금자리를 돌보며 살아갈까요?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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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29. 고운 빛깔을 그린다

 


  고운 빛깔을 그릴 때에 사진이 됩니다. 고운 빛깔을 그리지 못한다면? 사진이 안 됩니다. 그러면 ‘고운 빛깔’은 무엇일까요? 보기 좋은 빛깔일까요? 그럴듯한 빛깔일까요? 예쁘장한 빛깔일까요?


  고운 빛깔은 보기 좋은 빛깔이 아닙니다. 보기 좋은 빛깔이란, 말 그대로 ‘보기 좋은 빛깔’입니다. 그럴듯한 빛깔이란, 참말 말 그대로 ‘그럴듯한 빛깔’이에요. 예쁘장한 빛깔이란, 두말 할 나위 없이 ‘예쁘장한 빛깔’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고운 빛깔을 그릴 때에 사진이 됩니다. 고운 빛깔을 마음에 담고, 고운 빛깔로 바라볼 줄 아는 한편, 고운 빛깔이 드리우도록 사진기를 만져서, 고운 빛깔을 이웃과 나누려는 사랑이 깃들도록 하면, 어느새 사진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알록달록할 때에 고운 빛깔이 되지 않습니다만, 알록달록하면서 고운 빛깔이 될 수 있습니다. 예쁘장할 때에 고운 빛깔이 되지 않습니다만, 예쁘장하면서 고운 빛깔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맨 먼저 마음을 잘 다스리셔요. 서두르지 말아요. 재촉하지 말아요. 채근하지 말아요. 무턱대고 부딪히려고 하지 말아요. 늦추지 말아요. 일부러 천천히 가지 말아요.


  배고프면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배고프니 밥을 차려서 먹어요. 배가 안 고프면? 따로 밥을 차려서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아요. 무엇을 모르겠다고 하면 배웁니다. 모르니 배워요. 책을 읽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누구한테 말씀을 여쭈어 배웁니다. 모르지 않다면? 모르지 않다면 배울 일이 없겠지요.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보다 마음속에서 샘솟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을 곱게 밝히는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사진을 찍습니다. 배고프지 않은 사람이 밥을 안 차리고 안 먹듯이, 모르지 않는 사람이 배울 마음이 없듯이, 차근차근 샘솟는 이야기가 있지 않고서야 사진을 못 찍거나 안 찍습니다.


  기념사진을 왜 찍겠습니까. 식구들 모여서 사진 한 장 남기려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왜 솔솔 피어날까요. 뭉클뭉클 가슴을 움직이면서 고운 빛깔이 깨어나기 때문이에요. 이 즐거움과, 이 아름다움과, 이 사랑스러움과, 이 놀라움과, 이 웃음과, 이 기쁨과, 이 이야기를 모두 찬찬히 사진으로 옮기고 싶으니 사진을 찍습니다.


  밥을 차리는 사람한테 냄비나 주걱이나 불판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밥그릇에 담아도 맛나게 차릴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한테 대학교 이름이나 글쓴이 이름이나 출판사 이름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가든 초등학교에 가든 어느 책을 골라서 읽든,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무엇이든 즐겁게 알뜰살뜰 배웁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한테는 무엇이 대수로울까요? 사진기 회사가 대수롭지 않고, 필름이나 디지털파일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을 적에 사진기가 있으면 되고, 사진기를 스스로 즐겁게 다루면서 찍으면 넉넉해요. 완전수동으로 맞추든 반자동으로 맞추든 자동으로 맞추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아요. 즐겁게 찍을 때에 즐거운 사진 태어나고, 노래하며 찍을 때에 노래가 샘솟는 사진이 태어나며, 사랑하는 넋으로 찍을 때에 사랑스러운 사진이 태어나요. 그러니까, 고운 빛깔을 그릴 때에 사진이 됩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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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28. 살아가는 대로 배운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그동안 무엇을 배우거나 익힌 뒤, 이 아이한테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들은 마음에 맞는다는 짝을 만났을 적에, 이녁한테 어떤 사랑과 꿈을 얼마나 아름답게 나누어 줄 수 있는지 헤아려 봅니다. 마음에 맞는 짝하고 속삭이는 사랑을 누구한테서 배울까요. 마음에 맞는 짝하고 꽃피울 꿈은 어떤 책이나 교과서에서 배우는가요.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니, 이 나라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나라 대학교에서도 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 가운데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즐겁고 예쁘게 날마다 꾸준히 물려주는 분은 생각보다 퍽 드뭅니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는 셈일까요.


  곰곰이 따지자면, 요즈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들 가운데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사랑과 꿈을 제대로 배운 적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요즈음 스물∼마흔 나이인 어른을 잘 들여다보셔요. 모두들 하나같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다가 짝을 만나고 혼인을 한 뒤 아이를 낳았어요.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동안 사랑이나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뒤에는 취업지옥에 시달렸고, 취업지옥에서 시달리다가 겨우 혼인해서 아이를 낳았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아이돌보기’라든지 ‘아이하고 사랑과 꿈 나누기’를 돌아볼 겨를은 아예 없을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하고 나눌 사랑과 꿈을 배운 적이 없더라도, 어설프거나 섣부르거나 어수룩하다 하더라도, 아이하고 빙그레 웃기도 하고 아이랑 느긋하게 놀기도 합니다. 제대로 모르니 부딪히면서 배웁니다. 이제껏 생각조차 못하던 일을 곰곰이 되새기면서 비로소 배웁니다. 아이 어머니뿐 아니라 아이 아버지도 여태 배운 교과서 지식이나 학교 졸업장으로는 ‘아이를 참답고 착하며 곱게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는 길’을 밝히지 못한다고 깨우치곤 합니다.


  육아책 읽은 일이 없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육아교육 받은 적이 없어서 무섭지 않습니다. 마음 가득하게 샘솟는 웃음과 사랑과 노래가 있으면 됩니다.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면 됩니다. 우리들은 ‘육아 전문가’가 되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누구나 ‘아이 어머니’나 ‘아이 아버지’가 되면 넉넉합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가요? 그러면, 살아가는 대로 스스로 부딪히면서 즐겁게 배우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사진 즐김이’가 되고 ‘사진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면 넉넉해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언제나 새롭게 사진을 배우면서 나눌 수 있습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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