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동생한테 등을 내주며

 


  엎드려서 노는 큰아이가 동생한테 등을 내준다. 그러나, 등을 내준다기보다 엎드린 누나 등짝에 동생이 폭삭 앉는다고 해야 옳으리라. 큰아이는 동생이 등짝에 앉아도 싫은 티를 내지는 않는다. 다만 등허리 쪽으로 앉으면 무겁고 힘들다 말하고, 엉덩이 쪽으로 앉으면 아무 말을 않는다. 누나가 바닥에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글씨쓰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적마다 놓치지 않는 작은아이는, 누구라도 방바닥에 눕거나 엎드리면 올라타려고 한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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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에 처음 나왔다가 어느새 사라진 어린이문학 가운데 《미스 히코리》가 있다. 미국에서는 1947년에 뉴베리상을 받았다는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헌책방에서 문득 보고는, 1979년 그무렵에도 이 땅 아이들한테 마음밥이 될 아름다운 책을 나누고 싶어 하던 사람들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국민학교 다니며 이 예쁜 책을 읽지 못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 책을 슬기롭게 알아보고 예쁘게 갖추어 준 어른이 없었으니까. 지난날 이 책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었다면, 어릴 적부터 이 책을 읽었을 테고,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 마음에 고운 빛이 깃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밑거름이 되었겠지. 처음 한국에 번역된 뒤 서른 몇 해 지나 새롭게 번역된 이 책은 앞으로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예쁘게 알아보면서 아이들과 맑은 삶빛을 꽃피우는 길 걸을 수 있을까. 4347.1.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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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히코리
캐롤린 베일리 지음, 김영욱 옮김, 갈현옥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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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지내며 하나도 안 힘들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은 아직 없다. 앞으로도 없으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참말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마땅하지 않은가. 무엇이 힘든가. 다만, 두 아이와 지내다가 누군가 아이가 ‘몇 달’이라느니 ‘언제 태어났느냐’ 하고 물으면 으레 멈칫멈칫한다. 태어난 해가 언제인지 잊기도 하고, 좀처럼 못 떠올리기도 한다. 태어난 날을 잘못 알기도 하고, 달수를 잘못 세기도 한다.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탓일 수 있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안 보내는 탓일 수 있으며, 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마음이 없는 탓일 수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느낄 적에 ‘나이’나 ‘달수’로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이다. 아이를 느낄 적에는 눈빛을 보고 낯빛을 본다. 손을 잡고 발가락을 만진다. 아이들 배를 살살 쓰다듬어 보고, 허리와 등을 비벼 본다. 머리카락을 빗어 주고 쓰다듬는다. 옷을 갈아입히고 씻으면서 배가 어느 만큼 들어갔는지 살핀다. 달리기를 얼마나 잘 하고, 넘어졌다 일어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키가 어느 만큼 자랐는가 헤아리고, 아이들 손을 잡고 걸을 적에 아이 손과 내 손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돌아본다.


  밥상맡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먹는지 헤아린다. 언제나 아이들 밥그릇에 조금 많이 밥을 퍼서 건네는데, 아이들은 배고프면 꽤 많이 담은 밥을 씩씩하게 다 먹는다. 덜 배고프면 먹다가 남긴다. 두 아이 똥받이를 손수 하니까, 아이들이 누는 똥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으면서 아이들 몸이 어떠한가를 돌아보고, 밥을 제대로 씹어서 먹었는지 알아본다. 하루이틀 만진 아이들 똥오줌이 아니기도 하지만, 아이들 똥오줌이 ‘더럽다’고 느낀 적이 없다. 아이들이 먹은 그대로 똥이 되고, 이 똥은 다시 흙으로 돌아갈 텐데, 왜 더러울까.


  아이가 하나라면 한결 수월하다든지, 더 멀리 자주 나들이를 다닌다든지, 이것저것 더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다고도 가끔 생각한다. 그러나, 둘이라서 덜 수월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둘이기에 두 아이는 서로 돕고 아끼면서 놀곤 한다. 내가 작은아이한테 이것저것 따로 품을 들이거나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않아도, 큰아이가 동생을 보살피거나 이것저것 가르치거나 보여주곤 한다. 아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 가운데 어느 쪽이 ‘일손이 적게 든다’고 가를 수 없다.


  언제나 아이들이 먼저 나한테 말을 건다. 아이들은 저희한테 어버이가 ‘무엇을 해 주어야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가’를 먼저 알려준다. 나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서 듣고, 잘 챙기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언제나 곰곰이 생각을 기울여, 아이들이 말하기 앞서 찬찬히 베풀면서 함께 누릴 이야기를 조곤조곤 지으면 된다.


  날마다 새로운 생각을 얻는다. 늘 새로운 마음이 된다. 할머니 두 분이 “혼자 애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걱정해 주셔도, 여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는 터라, “아이들이 있어 날마다 새 글을 쓸 수 있고, 새 일이 찾아들면서, 새 삶을 누리는걸요.” 하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빗대어 말할 만하다. 아름다운 영화를 두 시간 동안 꼼짝않고 보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사랑스러운 책을 몇 시간 가만히 서서 읽는 동안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푸른 숲길을 거닐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짙푸른 바다가 멀리까지 이어진 모래밭에 서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는 들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아이들과 지내는 하루란, 이 모두가 한꺼번에 잇달아 찾아드는 삶이라고 느낀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마음속으로 드리우는 빛살이 참 반갑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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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1-21 09:57   좋아요 0 | URL
저도 님처럼 아이랑 있으면서 힘들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왜? 그 이쁜아이의 행동하나 하나가 너무 사랑스럽고 신비로웠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니라 어느 순간 학부모가 된 지금 힘들다라는 말을 입데 달고 삽니다, 그건 아마 엄마의욕심이 너무 과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어릴적 그저 웃어서 좋았고 밥먹는 모습도 이뻤고 오줌 똥 누는것도 이뻤습니다 아프면 아파서 가슴아팠고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엄마가 아니라 학부모가 되어가고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안되고 지금은 사춘기옆에 접어든 딸은 엄마말 한마디 한마디에 말대꾸를 하는데 저는 딸이랑 아주 친밀감이 좋다고 느꼈는데 아닌가봅니다 그동안 저만의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아이는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엄마인 저는 요즘 힘들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있는지 그래서 또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숲노래 2014-01-21 10:29   좋아요 0 | URL
어머니나 아버지 아닌 '학부모'라는 이름이 될 적에는 그렇게 될 수 있겠네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서 무언가 배우도록 하더라도
늘 아이를 믿고
서로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고운 숨결이라는 마음을
찬찬히 보듬으시면
언제나처럼 예쁜 하루 되리라 믿어요.
아이도 어머니한테 말대꾸 아닌
사랑스러운 말을 나누면서
하루를 즐기고 싶으리라 생각해요.
올해 아름답게 누리시기를 빌어요.
 

산들보라 마당 마실

 


  누나는 혼자서 만화책을 본다며 안 놀아 준다. 누나는 바깥이 춥다며 안 나가겠다고 한다. 산들보라는 혼자 씩씩하게 고무신을 꿰고는 마당을 빙글빙글 돌면서 논다. 바람이 잔잔해 이불을 말리니, 이불 사이에 들어가서 혼자 놀다가는, 마당에 있는 이것저것 들추고 뒤집으면서 빙글빙글 웃는다. 네 살이 되니 가끔 혼자 마당을 마실하기도 하고, 키가 자라 대문도 혼자서 열어 보고, 세발자전거도 굴려 보다가는, 볼 것도 만질 것도 즐길 것도 자꾸자꾸 늘어나는구나.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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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15.
 : 추워도 재미난 자전거

 


- 새해에 일곱 살을 맞이한 큰아이는 곧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까지 함께 다녀올 수 있을까. 큰아이는 면소재지까지 걸어서 다녀올 만큼 다리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자전거는 어떠할는지 아직 모른다. 새끼바퀴를 붙인 채 간다면 갈 수 있을는지 모르는데, 거의 걷는 빠르기와 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큰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도록 하자면, 샛자전거는 떼고, 작은아이 태울 수레만 붙인 채 달려야지 싶다. 아무튼, 아버지가 이끄는 자전거에 붙이는 샛자전거에서 내려 혼자 자전거를 달리자면, 한겨울에도 즐겁게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한다. 겨울에는 겨울바람 쐬는 재미를 누리고, 여름에는 여름바람 맞는 즐거움을 누릴 때에 비로소 자전거를 탄다. 덥다고 안 타거나 춥다고 안 타면 자전거를 못 탄다. 더울 적에는 더위를 잊는 자전거를 떠올리고, 추울 적에는 추위를 잊는 자전거를 헤아려야 비로소 자전거를 탄다.

 

- 작은아이는 서재도서관에 들를 때까지는 씩씩하게 놀더니, 마을을 벗어날 무렵부터 수레에서 잠든다. 우체국에 닿으니 새근새근 잘 잔다.

 

- 바람이 세다. 우체국에 닿을 무렵에 모자를 벗은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추워서 고개를 폭 숙이고 말이 없다. 호덕마을 지나서 자전거를 세운다. “벼리야, 추우면 모자를 써.” “응, 그런데 안 써져.” “그러니? 그러면 내려서 이리 와 봐.” 장갑 낀 손으로는 모자를 쓰기 힘든 듯하다. 자전거에 앉은 채 큰아이 모자를 씌워 준다. 머리카락으로는 귀를 덮어서 귀가 덜 시리도록 한다.

 

- 우리 마을로 돌아올 무렵 작은아이가 깨어난다. 애써 잠이 들었으나, 꼭 집에 닿으면 깬다. 그런데 오늘은 안아서 잠자리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 주니, 한 시간 남짓 더 잔다. 졸립기는 졸렸네. 아침부터 개구지게 놀았으니. 큰아이는 마당에서 제 자전거를 타며 빙글빙글 돈다. 슬슬 샛자전거를 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를 꽤 잘 하고 키가 제법 자랐으니 5킬로미터쯤 신나게 달릴 만하지 않으랴 싶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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