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다 3 - 완결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13

 


이녁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두 사람이다 3
 강경옥 글·그림
 해든아침 펴냄, 2007.7.20.

 


  두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는 사람 하나 있고,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는 사람은 이웃한테 아름다운 꿈을 가만히 퍼뜨립니다.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웃한테 아무것도 들려주지 못합니다.


  두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면서 즐거운 사람 하나 있고,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못하면서 괴롭거나 외롭거나 슬픈 사람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웃음꽃을 피웁니다.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런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두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노래하며 웃음꽃을 피워 사랑을 깨우는 사람 하나 있고,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못하면서 꽃은커녕 어떠한 사랑도 속삭이지 못하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있기에, 아름다운 꿈을 노래할 적마다 새로운 사랑이 샘솟습니다. 사랑은 늘 우리 마음속에 있으니, 스스로 아름다움도 꿈도 노래하지 않으면 어떠한 사랑도 태어나지 않습니다.


- ‘알 수 없어. 모르겠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거지? 누구에게 물어 볼 수조차 없어! 생각해, 생각해야 해.’ (18쪽)
- “재석이 너,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를 미워하는 거 아니니?” “무,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지 않고서야 오래 전부터 날 봐 왔다는 네가 날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 시점은, 혜리 일 세희 일 모두 포함해서 알게 되어서 오히려 상처뿐인 얘기들이잖아.” (28∼29쪽)

 


  두 사람입니다. 나는 이 사람이 될 수 있고, 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될 수 있고, 어머니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때리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른이 될 수 있고, 어린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오롯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사람으로 살아가며 오직 한 가지 ‘사랑’을 노래할 수 있어요.


  어느 길로 가든 스스로 고릅니다. 어느 일을 하든 스스로 찾습니다. 내가 마음으로 바라기에 어느 한길을 갑니다. 내가 마음으로 부르기에 어느 일이 나한테 찾아옵니다.


  때리려는 사람은 왜 때리려 할까요. 맞은 사람이 어떤 마음인 줄 알고서 때릴까요. 맞은 사람이 나한테 달려들어 저도 때리려 하는 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때리기만 할까요.


  꽃은 누구한테나 꽃입니다. 꽃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이 어두운 사람 앞에서는 꽃이 흐드러지지 못합니다. 꽃은 햇볕과 바람과 물과 흙만 먹고 살아가지 않아요. 꽃도 사랑을 받아먹으며 살아갑니다. 사랑을 못 받으면 가까스로 몇 송이 피어날는지 모르나, 제대로 빛나지 못합니다.


-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어. 나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 주길 바랐어. 그 말대로 다가 아니었어. 미웠어도, 정말로 사랑했어. 그랬는데, 그랫는데, 나는 끔찍한 사랑의 기억일 뿐이야. 그게 슬퍼. 그게 슬퍼. 그래서 떠나지도 못해.’ (55쪽)
- “약해지지 마, 지나야. 넌 강한 아이야. 처음 볼 때부터 넌 순수하고 강한 애라고 느꼈었어. 명현이가 얘기하던 저주의 대상이 네가 된다 해도 너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야. 그런, 너의 강함이 부러울 정도로, 나는 영능력이 있어도, 지난 사랑의 망령조차 쫓지 못하는걸. 도망만 칠 뿐.” (60쪽)

 


  저마다 아름답게 꾸리는 삶입니다. 저마다 스스로 살아가고픈 대로 꾸리는 하루입니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없고 덜 아름다운 모습도 없습니다. 영화 한 편이 백만 관객이 들어야 더 아름답지 않습니다. 천만 관객이 보아야 더 아름답지 않습니다. 구백만 관객이 보아도 아름답고, 구십만 관객이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구만 관객이나 구천 관객이 보아도 아름답지요.


  어느 책 하나를 백만 사람이 사서 읽으니 아름다운 책이지 않아요. 십만 사람이 사서 읽거나 만 사람, 때로는 천 사람이나 백 사람이 사서 읽어도 아름다운 책입니다. 아름다운 책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들에 핀 꽃을 알아보는 사람이 다문 한 사람이라서 들꽃이 안 아름답지 않아요. 사람들 많이 오가는 서울 한복판에 심은 꽃을 백만 사람이 들여다본대서 이 꽃이 더 아름답지 않아요.


  사랑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사랑을 꺾는 힘은 없습니다. 드센 힘을 물리치는 사랑이 있고, 모진 힘을 견디거나 흘려보내는 사랑이 있습니다만, 어떤 힘도 어떤 사랑을 다치게 하지 못합니다.


- ‘한가한 듯한 일요일 오후, 향긋한 커피향. 세상에 아무 일도 일어난 것 같지 않은 오후. 절대 그런 일은 안 벌어질 것 같은.’ (128쪽)


  강경옥 님 만화책 《두 사람이다》(해든아침,2007) 셋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삶을 일구는가를 돌아봅니다. 나는 나대로 어떤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가를 헤아립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속극 대본을 쓰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만화를 그리는 작가로 살아가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방송작가로 일하면 돈을 잘 벌 만할까요. 오늘날 웬만한 집마다 텔레비전 한 대쯤은 있을 뿐 아니라, 이제 손전화로 얼마든지 방송을 들여다보니, 방송작가로 일하면 돈을 잘 벌고 이름값도 높일 만할까요. 예나 이제나 한국에서는 만화가를 낮추어 보거나 얕잡아 보는 흐름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밥벌이가 어려울까요. 만화가로 살아가는 나날은 고단하거나 힘들기만 할까요.

 


- “꿈속에서 뱀이 외치던 소리가 있었어. 왜 나냐고, 왜 나냐고. 왜 승천을 하루 앞둔 자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냐는 거란 생각이 들어. 나도 그런 생각 했어. 왜 나냐고, 왜 내가 저주의 대상이냐고. 하지만 어째서 자기는 예외일 수 있는 걸까? 이 세상 불행에서 언제까지나 자신만이 예외일 수는 없는 거 아닐까. 하지만 결국 저주를 만든 것이 인간의 의지였다면, 행복 역시 인간의 의지라고 생각해. 난 행복해지겠다고 믿고 이겨낼 거야. 난 유진 오빠도 행복하기를 바라니까.” (198∼199쪽)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꿈을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게 삶을 가꿉니다. 마음속으로 고운 사랑을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곱게 사랑을 빛냅니다. 마음속으로 착한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착하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마음속에 궂은 생각이 또아리를 틀면, 이 궂은 생각대로 삶이 바뀌어요. 마음속에 못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들면, 이 못난 생각대로 삶이 흔들립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어떤 사람이 될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빙그레 웃음짓는가요?


  내 곁에 나를 사랑할 두 사람을 둘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애틋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둘레에 나를 아끼고 좋아할 두 사람을 둘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따사롭게 아끼고 좋아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4347.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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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4. 빨래터 치웠어

 


빨래터 치웠어.
빗자루 수세미
다슬기 물이끼
셋이 함께 가서
물장구 튀기고
흠뻑 젖었어요.
새옷 갈아입고
밥도 먹으면서
글도 곱게 써요.

 


2013.12.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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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9] 표절

 


  사랑이 있어 나누고
  꿈이 있어 베풀지만
  힘이 있어 빼앗는다.

 


  힘이 있는 이가 빼앗습니다. 다만, 힘은 있되 사랑은 없어 쓸쓸한 이들이 빼앗습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힘이 있어도 빼앗지 않습니다. 사랑과 힘이 함께 있는 이들은 즐겁게 나눕니다. 사랑과 힘에다가 꿈이 있는 사람은 스스럼없이 베풉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한테는 힘은 있을는지 몰라도 사랑이 없습니다. 남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짓밟는 이들도 힘은 있되 사랑이나 꿈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애써 지은 작품을 표절하는 쪽은 언제나 ‘권력자’입니다. 힘이 여린 쪽은 표절을 하지 않아요. 아니, 할 까닭도 없고 할 힘조차 없어요. 남을 얕보니까 표절을 해요. 남을 나처럼 아끼지 않으니 표절을 하지요. 얼마나 슬픈 넋일까 싶어요. 4347.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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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75) SF적 1 : 너무 SF적이다

 

정해진 시간밖에 아기를 못 보니 아기가 불편해 하든 말든 간호사가 통유리 앞에 들고 있었던 겁니다. 막상 경험해 보니까 ‘이건 너무 SF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동섭-아빠가 되었습니다》(나무수,2011) 29쪽 

 

 이건 너무 SF적이다
→ 이건 너무 공상과학소설 같다


  병원에서 아기를 다루는 모습이 “공상과학소설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이 될까 궁금합니다. 사전에 나오는 말풀이로 보면, ‘공상과학소설’이란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소설”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환상(幻想)’이나 ‘판타지(fantasy)’쯤 될까요? 우리 삶에서 일어날 만하지 않은 모습을 꾸며서 보여주는 모습 같다고 할까요?


  이런 모습을 가리켜 “이건 너무 거짓말 같다”라든지 “이건 너무 지나치다”라고 하겠지요. 또는 “이건 너무 터무니없다”라든지 “이건 너무 뚱딴지 같다”라든지 “이건 너무 뜬금없다”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건 너무 말이 안 된다”라든지 “이건 너무 바보스럽다”라 할 수도 있어요. 4347.2.10.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주어진 시간밖에 아기를 못 보니 아기가 괴로워 하든 말든 간호사가 통유리 앞에 들고 보여줍니다. 막상 겪어 보니까 ‘이건 너무 공상과학소설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定)해진’은 ‘주어진’으로 다듬고, ‘불편(不便)해’는 ‘괴로워’나 ‘힘들어’로 다듬습니다. “들고 있었던 겁니다”는 간호사가 아기를 들고 보여주는 모습을 가리키니, “들고 보여줍니다”로 손질합니다. ‘경험(經驗)해’는 ‘겪어’로 손봅니다.


‘SF’는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그러나 ‘에스에프’처럼 한글로 적어서 살피면 한국말사전에 나옵니다. 이 영어는 “공상과학소설”을 뜻하고, ‘science fiction’을 줄인 낱말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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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누하동 헌책방 대오서점

 


  나는 헌책방 한 곳을 찾으려고 서너 시간은 가볍게 걸어다니면서 살았다. 어느 날에는 예닐곱 시간을 터덜터덜 걸어다니기도 했다. 언제나 온갖 골목과 동네를 두 다리에 기대어 걸어다니면서 가게를 살피면서 지냈다. 거닐지 않은 골목이 없다 할 만큼 온갖 골목을 다녔으니, 헌책방을 찾으러 골목마실을 하면서 골목동네를 사진으로 찍었으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자료가 모였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헌책방’이라는 데를 찾아다니면서 오직 ‘헌책방’만 사진으로 찍던 무렵에, 김기찬 님이 한창 바지런히 골목 사진을 찍으셨다. 김기찬 님이 골목 사진을 살가이 잘 찍으신다고 여겨, 나까지 굳이 골목을 사진으로 찍을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 그도 그럴 까닭이, 나는 내 사진감인 ‘헌책방’을 사진으로 찍느라 들이는 필름값으로도 살림이 쪼들려 허덕였다.


  헌책방 한 곳을 찾으려고 온갖 골목을 걷다 보면, 그야말로 아주 아름답고 멋스러운 모습을 자주 본다. 그렇지만,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지 않았다. 누군가 ‘골목’을 사진으로 찍으려는 이가 이 골목을 걸어가면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입이 쩍 벌어지면서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헌책방에서 필름 아까운 줄 잊고 수없이 단추를 찰칵찰칵 눌러야 하니, 제아무리 멋스럽고 아름다운 골목을 만나더라도 필름 한 장 쓰지 않았다.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몇 시간씩 골목을 쏘다니면서 ‘아직 사람들한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헌책방’을 찾아 다리품을 팔던 어느 날, 서울 종로구 누하동 한쪽에서 〈대오서점〉을 만났다.


  헌책방 〈대오서점〉은 내가 만나기 앞서도 오랫동안 헌책방으로 있었다. 이곳을 처음 알아보고 나서 둘레에 여쭈니, 독립문 〈골목책방〉 아저씨도 알고, 홍제동 〈대양서점〉 아저씨도 알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대오서점〉은 서울 시내 소매 헌책방에 책을 대주는 도매 헌책방 노릇을 했다는데, 책을 캐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 혼자 집살림을 도맡느라 책을 캐낼 수 없어, 소매 헌책방 발길이 뚝 끊어지고, 책을 새로 장만하는 길이 없다 보니, 소매 손님조차 거의 찾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오서점〉 할머니는 이녁 곁님과 함께 오랫동안 가꾸던 헌책방을 없앨 수 없고, 책시렁도 치울 수 없다고 했다. 새로 갖추어 꽂는 책은 없어도, 이 모습 그대로 건사한다고 했다.


  조그마한 기와집에 깃든 헌책방 〈대오서점〉은 한창 때에는 이웃 ‘옷수선’ 집도 책방이었다고 했다. 책이 그득그득 넘쳐서 어디에도 다 책이라, 그 옛날, 이를테면 1990년대 첫무렵이나 1980년대에만 왔어도 ‘엄청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척 보기에도 그렇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나는 예전 엄청난 모습이 아니어도 좋다. 할아버지가 가시고 난 자리에서도 이렇게 정갈하게 기와집을 보듬고 큰할머님(내가 대오서점을 처음 찾아간 2002년에 아흔여섯이던 큰할머님)을 돌보던 ‘작은’할머님은 빙글빙글 웃음 띤 얼굴로 책손을 맞이해 주었다. ‘큰’할머님은 조그마한 기와집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에 앉아서 창문을 살짝 열고,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책손’이 이녁 며느리와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셨다. 이때, 한 가지 깨달았다. ‘작은’할머님이 헌책방 간판을 내리지 않고, 그저 햇볕에 바래기만 하는 책을 치우지 않은 까닭을.


  나는 이곳 〈대오서점〉 이야기를 2003년에 어느 누리신문에 기사로 올렸다. 어느 누리신문에 기사로 올리고 난 뒤, 이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찾아오는 사람이 무척 많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쓴 글 때문에 일본에서까지 이곳을 취재하러 왔다. 얼마 앞서는 〈대오서점〉을 ‘서울 서촌’에서 몹시 손꼽히는 명소로 다루어 준다고 한다.


  그래, 참 고마운 노릇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저런 뭔가를 이곳 〈대오서점〉에 하는 일이 다 좋은데, 2004년이었던가, 서울시에서 무슨무슨 공사를 한다면서, ‘책방을 하는 이곳’ 마당과 문간 모두를 파헤친 채 두어 달 즈음 엉터리로 팽개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일을 잊지 못한다. 할매 두 분이 계신 집인데, 집 안팎을 드나들기 어렵도록 땅바닥을 파헤치고는 어지러이 흙투성이를 만들고, 책시렁에 곱게 꽂힌 책들에 흙을 묻힌 그때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대오서점〉 할매가 마당에서 김치를 담그고 나물을 다듬으며 고추를 말리던 모습을 아련하게 되새긴다. 이곳에 책손이 없을 적에는 두 할매 속옷을 거리낌없이 척척 마당에 너셨지만, 이제는 속옷 빨래를 마당에 못 너시겠지. 4347.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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