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40. 오징어장갑


  겨울이 저물 즈음 곁님이 장갑을 떴어요. 한겨울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가 새봄을 앞두고 장갑을 떴어요. 아이들은 새봄을 앞두고도 장갑을 끼면서 놉니다. 장갑도 그냥 장갑이 아니라 ‘오징어장갑’입니다. “내 손이 오징어가 되었네?” 하면서 두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노는데, 장갑 한 켤레도 새롭고 재미난 놀잇감 구실을 합니다.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지은 살림은 알뜰한 살림살이가 되면서 살가운 놀잇감이요, 우리 곁에서 늘 기쁜 웃음을 베푸는 선물과 같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무엇을 사진으로 찍으면 되느냐 하고 묻는 분이 있다면 ‘우리가 손수 짓는 살림을 손수 사진으로 찍어 보셔요.’ 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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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39. 살림을 짓는 꽃님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엽니다. 살림을 지으려는 꿈을 품으면서 아침에 일어납니다. 낮이 흐르고 저녁이 되기까지 하루 내내 즐겁게 살림을 짓는 보람을 누립니다. 때로는 커다랗게 이루는 살림이 되고, 때로는 조그맣게 일구는 살림이 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기에 기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는 손길 하나마다 새로운 숨결을 담습니다. 차근차근 살림을 짓는 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지어요. 꾸준하게 살림을 짓는 동안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어요. 너와 나는 저마다 살림을 지으면서 어우러지는 꽃님입니다.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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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17] 손길 타기



  심고 돌보고 갈무리하고

  가꾸고 거두고 다듬고

  새롭게 짓고 빚고 엮고



  모든 살림은 우리가 이 살림을 다루 사랑이 있을 적에 비로소 이야기가 흐른다고 느껴요. 글을 쓰려고 글을 쓰면 글은 될 테지만, 흔히 글로만 그치기 일쑤이지 싶어요. 글을 쓰려고 하는 마음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마음으로 연필을 손에 쥔다면, 이때에는 이야기가 살가이 흐르면서 글도 어느새 태어난다고 느껴요. 언제나 먼저 삶을 사랑하는 살림으로 다루는 손길로 모든 일을 해야지 싶어요. 흙을 만지는 일도, 글을 가다듬는 일도, 밥을 짓는 일도, 꿈을 키우는 일도 모두 삶을 사랑하는 손길이 바탕이 되어야지 싶어요. 2016.6.1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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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배추를 잘게 썰어 배추된장국

무를 송송 썰어 무된장국

멸치를 폭 끓여서 멸치된장국

달걀을 가만히 풀어 달걀된장국


된장을 구수히 풀면

모두 된장국이 되니


떡을 넣어 떡된장국

소고기 넣어 소고기된장국

콩나물로 콩나물된장국

황태로 황태된장국

두부 넣어 두부된장국


그리고

호박된장국 시금치된장국

냉이된장국 달래된장국

쑥된장국 꽃된장국


늘 새로운 된장국 끓여

우리 함께 즐겁게 먹자



2015.12.27.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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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16] 배우는 책



  눈으로 읽고서 덮으면 잊히고

  마음으로 배우면 새로 익힐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책



  더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라면, 더 많은 책을 눈으로 훑다가는 아무것도 못 배우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더 많은 책을 읽느라 정작 내 삶에 받아들여서 이야기를 누릴 틈이 없기도 해요. 땅이 넓다고 좋을 일이 아니라, 마음껏 누릴 땅이 알맞게 있어야 할 일이지 싶습니다. 마음껏 누릴 적에 배울 수 있고, 배울 적에 즐거울 수 있으며, 즐거울 적에 이야기가 샘솟을 수 있습니다. 2016.5.2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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