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 자루



연필 한 자루

손에 쥐면

내 마음을 종이에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적고

때로는

꿈나라 동무들도 하나씩

그려 넣어

신나게 놀 수 있지.


연필 한 자루 

손에 들면

언제 어디에서나 느긋이

편지도 쓰고

이야기도 써

마음속에서 자라는 모든 생각을 써.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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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3] 옳은 말을



  어쩐지 가슴이 따가워

  확확 달아올라

  이러면서도 홀가분해



  하나같이 옳구나 싶은 말을 들을 적에는 어쩐지 가슴이 따갑습니다. 이러면서도 확확 달아오르고 홀가분해요. 옳지 않구나 싶은 말을 들을 적에는 어쩐지 재미없고 졸음이 쏟아져요. 가만히 생각해 보지요. 옳은 말은 따갑지만 기쁨으로 가는 뜨거운 기운이 되어요. 옳지 않은 말은 안 따갑지만 기쁨하고는 동떨어진 채 차갑게 죽은 찌끄레기가 되어요. 2016.9.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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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3. 실놀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우리 손끝에서 태어났어. 우리가 사랑을 담아서 지은 것으로 살림살이가 펴고, 하루가 노래처럼 즐겁지. 우리가 기쁘게 바라보며 가꾼 것이 우리 보금자리로 스며들고, 너랑 내가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늘 새로운 꿈으로 거듭나. 자, 실 한 올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생각해 보자. 바늘 하나를 깎으려면 나무가 어느 만큼 해를 먹고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야 하는지 살펴보자. 실하고 바늘이 엮여서 새로 나타나는 멋진 놀잇감을 그리자. 어릴 적에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사랑을 가슴에 담아 어른이 되어 짓는 실놀이는 오늘 너희한테 새로운 씨앗으로 뿌리내릴 수 있기를 빌어. 2016.9.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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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2. 민들레 씨앗



  어린이한테는 이 말이 잘 어울립니다. ‘씨앗을 보면 날리고 싶다’ 어른한테도 이 말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어린이는 길을 걷다가 민들레 씨앗이든 고들빼기 씨앗이든 방가지똥 씨앗이든, 씨앗을 보면 걸음을 멈춥니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똑같습니다. 둘레에 차가 많든 없든 늘 매한가지입니다. 오직 꽃씨를 바라보고, 오로지 꽃씨한테 다가서며, 오롯이 따사로운 손길로 꽃대를 톡 꺾습니다. 이러고는 빙그레 웃음을 짓는데, 온힘을 모아 숨을 잔뜩 들이켜고는 한 번 후우 내뱉으며 씨앗을 날려요. 씨앗은 바람이나 벌레나 새가 널리 퍼뜨린다고 하는데, 여기에 ‘어린이’라는 이름도 넣어야지 싶습니다. 2016.9.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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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2] 걷는 길은



  풀이랑 나무가 우거진 길을

  새랑 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로

  신이 나서 걷지



  풀이랑 나무가 우거진 길은 조용합니다. 사람 소리나 기계 소리가 아닌 새와 벌레와 짐승이 내는 소리가 싱그럽게 어우러집니다. 여기에 바람 소리가 섞이지요. 지난날에는 집과 논밭 사이를 오가면서 풀노래와 나무노래와 숲노래를 들었고, 바람노래와 하늘노래를 즐기면서 사랑노래를 불렀지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걷는 길’을 자동차한테 빼앗기면서 너무 시끄럽고 어수선하지요. 이러면서 느긋하거나 고운 마음을 쉬 잃으며 신이나 재미까지 스스로 잊지 싶습니다. 2016.9.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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